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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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정도면 대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도 우리를 찾고 있을 텐데...”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이 구역은 안전할 거에요.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발소리가 저 멀리서 겨우 들리는 수준이니, 빨리 나가면 다음 구역으로 들키지 않을 수 있어요.”

 

“… 그게 들려??”

 

“네, 저는 들려요.

이제 나가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리리스를 보니, 내가 지금 상황에서 정말 속 편하게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거진 1시간 가량 숨어있으며 들은 것이라곤 뭔지 모를 배의 소음과 리리스의 불규칙한 숨소리뿐이었으니 신기할 법 하지도 않나….

 

 

"… 읍...!!”

 

"주인님, 제 손은 총을 들어야 해서 당분간 자유롭지는 못할 거에요.

그러니 부디 제 어깨를 꽉 붙잡고 계세요. 

역장의 인력을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에요.”

 

 

리리스는 자신의 옆에 있는 역장 장치 하나를 내 등으로 바짝 붙였다. 그 힘 덕분에 나는 어렵지 않게 리리스에게 매달릴 수 있었다. 다만 이 움직임으로 인해 역장이 조금 불안정해졌다.

 

 

“그럼 출발합니다.

꽉 잡으세요.”

 

"알아… ㅇ!!!!”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리리스는 숨어있던 곳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함선 내의 복도가 좁았던 탓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눈이 주변 환경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으니 어마어마한 달리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채 10초가 되지 않아 격렬한 사이렌 소리가 함선에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소음을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사이렌이 울리고 있을 때, 우리는 이미 그 다음 구역을 달리고 있었다. 

 

 

 

"리… 리리스!!

이러다가 들키면 어떻게 해!!”

 

“괜히 천천히 가다가 들키면 그 때부터는 이 많은 인원들이 전부 몰려들 거에요.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에요.

… 전방 30m 내로 적이 접근 중이네요. 제압하겠습니다.”

 

 

 

 

내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리리스는 맘바에서 총을 뽑아 어딘가로 쏘았다. 얼추 5명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주황빛이 도는 머리카락이었던 것 밖에 보지 못했다. 

 

“탕! 탕탕!!”

 

----슈우우우우욱-----

 

리리스는 벽에 붙어있던 손잡이를 돌리고 배기관을 쏘아 가스가 뿜어져 나오게 했다. 가스가 나오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고, 내가 그것에 반응하는 사이, 리리스는 한 명의 시야를 그 가스로 가려 안 다리를 걸어 빠르게 기절시켰다. 이후 들어오는 2명의 다리의 쏘아 쓰러지게 했고, 발로 그 둘의 머리를 밟아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남은 2명이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40mm 미니건을 우리 쪽에 쏘아대기 시작했다. 역장에 총알이 닿자 마자 리리스는 벽 뒤로 엄폐하여 총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

 

 

 

“… 흐읍!!!”

 

한 10초 정도가 지나자 리리스가 맘바로 두 명의 총구를 쏘아 망가뜨렸고, 그 뒤에는 내가 알아채지도 못할 속도로 달려가 그 둘을 기절시켰다. 함선 안은 리리스의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 30초도 안 되어 5명을 홀로 처리했다.

 

 

 

"… 이번 구역은 특별히 넓은 구역이라 다행이 이 이상 오는 것 같지는 않군요.

발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30초 내로 이 구역에서 벗어나겠습니다. 주인님.”

 

"괜찮ㅇ…? … 으악…!!!”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리리스는 다시 나를 들춰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주인님께서 무사하시다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괜찮냐고 지금 상황에 물어보시면 제가 대답하기 곤란합니다.

우선 여기서 나가고 나서 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알았어.”

 

 

리리스가 어두컴컴한 복도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오르카 호로 가는 직선 루트는 당연히 적들이 모여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일부로 배의 배수로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작전이 먹힌 것인지, 다행히 우리가 있는 곳으로는 그리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 불안하네요.”

 

"뭐가?”

 

“저희가 이렇게 싸우는 걸 모를 일이 없어요.

저였다면 당장 제 쪽으로 한 부대는 보내야 했을 거에요.

하다 못해 라비아타 통령이 왔으면 이렇게 길게 끌지도 않을 텐데...”

 

“용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

하지만 지금 그걸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한 건 리리스잖아.

너무 잡스러운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고 했지.”

 

"… … 알겠어요. 고민할 시간에 일단 달리도록 하죠.

이제 곧 함선의 배수로 쪽에 도착할 거에요.

그곳은 바다와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바다로 빠지기만 하면 괜찮을 거에요.”

 

"알겠어. 빨리 가자.”

 

 

 

 

리리스의 불안감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배의 배수로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우리가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리리스의 속도에도 서서히 익숙해졌기에 더 빨리 가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리스는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는지, 오히려 속도를 더 늦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보다 칙칙한 회색빛이 돌았다.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된 곳에 도착했을 때는, 왜 여기로 아무도 보내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 … 버뮤다...”

 

"뭐?”

 

“저 앞에 버뮤다 인원들이 있군요.

… … 네오딤, 에키드나. 두 명입니다.”

 

"… … 철을 다루는 두 명이군.”

 

"네. 원래도 불안정 했지만, 지금 주인님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 어떤 식으로 반응할 지 종잡을 수가 없군요.

원채 실험기종이라 불안정하기도 하고, 감정적인 애들이니.”

 

"… 괜히 변수를 만들지 말자.

여기서 그냥 돌아가면...”

 

"아뇨. 이미 이 주변을 감싸는 듯한 움직임이 느껴져요.

참모총장은 저희를 놓친 게 아니에요.

이곳으로 유인한 거에요.”

 

 

걱정스러워하는 리리스 대신, 나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리리스의 어깨에서 내려 철로 가득한 주변 환경을 살폈다. 배기관 비슷한 것을 손가락으로 한 번 훑으니 어색한 철의 질감이 느껴졌다.

 

 

“리리스, 주변에 철이 많은 것을 보니 우리가 싸우기에는 너무 불리한 환경인 거 같은데?”

 

“… 그러네요. 이 주변의 철의 성분이 바뀌었어요.

강화 합금이군요.

… … 저 둘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더 용이할 거에요.

이곳으로 달려오면서 이런 것도 다 확인했어야 했는데… …”

 

“… 그럼 고의로 배수로 주변의 철을 이걸로 바꾼 거란 거야??”

 

"네, 그렇겠죠.

벽에 있는 철을 뜯어다가 역장 위로 쌓기만 해도 무게 때문에 오래 버티진 못할 거에요.

게다가 만약 닻까지 이용하기 시작하면… …

이 역장은 거대한 질량체를 이용한 공격을 방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하다 못해 총이라도 쏠 수 있으면 괜찮았겠지만 저 둘에게 철로 된 총이 먹힐 리가 없으니...”

 

"… ...”

 

“솔직히 돌아가고 싶은 맘이 제일 크긴 해요.

총도 사용하지 못하고, 제 몸에 있는 금속은 전부 떼어내야 하니 주인님도 지켜드릴 수 없겠죠.”

 

 

"… … 방법이 없네.”

 

"아뇨, 없지는 않아요.

제가 저 둘을 상대하는 동안 주인님께서 먼저 빠져나가시는 건 가능할 거에요.

바다에서라면 주인님의 몸으로도 충분히 헤엄쳐 가실 수 있으니까…

… … 죄송해요. 제가 몸으로 시간을 버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네요.”

 

 

“… ...”

 

 

 

그래, 무적의 용이 말했던 것처럼 여기에서 내가 애들을 설득시킬 수는 없을 거다. 나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친 애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나를 보자마자 내 몸을 조각내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난 맨 손이고, 리리스의 역장은 불안정하고, 맘바는 저 둘로 인해 무력화된다. 지금 우리의 손에 들린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내 손이 비어있다고 해서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

 

 

 

 

 

“내가 상대한다.”

 

"네? 주인님, 그건 너무 위험...”

 

“명령을 하면 돼.”

 

“그렇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했다간...”

 

"저 애들이 나를 죽이려고 했으면 진작에 대포부터 쐈을 거야.

하지만 나름 구색을 맞춰서 나를 직접 대면했지.

그리고 내 전술적 가치를 모르는 것도 아닐 거고.

그러면 나를 생포하라 지시하는 편이 맞을 거야.

애초에 나를 죽이려 했으면 몇 번이나 죽일 수 있었어.

그러니까 저 애들도 날 죽이지는 않겠지.”

 

“… …”

 

“내가 깜냥이 되면 목에 칼 긋고 미친 놈마냥 돌아다니기라도 해볼 텐데,

그랬다간 여기 있는 애들한테 잡히기 십상이고, 그럴 만한 담력도 없어서 말이야.”

 

"… … 죄송해요. 리리스가 너무 무력해서...”

 

"아냐, 시간만 있다면 리리스가 저 둘도 상대할 수 있겠지.

그냥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일단은 내가 먼저 나갈게.

역장은 다시 안정한 상태로 맞춰주고,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그 때 도와줘.

지금은 리리스가 나의 히든 카드여야 해. 알겠지?”

 

"… … 알겠어요. 주인님.”

 

 

 

 

 

리리스가 10번에 걸쳐 내 주변에 역장을 설치했다. 이 기묘한 파란색 막은 언제 보아도 신기하다. 나에게 무장이라도 하고 가라며 옷 속에서 권총을 꺼내 주었지만, 어차피 저 애들을 상대로 그런 걸로는 발버둥도 못 칠게 뻔하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리리스를 문 밖에 숨겨둔 채, 저 둘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내 발자국 소리가 커다란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고, 그 둘은 이 소리에 반응해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은 이상한 헬멧 같은 것을 쓰고 있었고,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세이렌도 저걸 쓰고 있었지. 그걸 보면 날 공격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된 애들임이 틀림없었다.

 

 

 

 

 

 

 

 

 

 

 

배수로로 향하는 이 거대한 방으로 내가 들어왔다. 상하좌우 전부 철로 가득했으니 뚜벅 뚜벅, 걷는 소리가 온갖 곳에 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걸 듣고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철로 된 거대한 뱀이었고, 그 다음이 에키드나였다.

 

 

"… … 소리가 들리네.

그 여자가 말했던 대로야.”

 

“응… ...

… … 좌표 데이터, 확인했어…”

 



---끼릭---끼릭끼릭----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네오딤은 벽에서 철을 뜯어내 가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토록 단단해 보였던 철벽이 쩍쩍 소리가 나며 무력하게 갈라지고 찢기는 모습이 말도 나오지 못할 만큼 공포스러웠다. 웅웅 거리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초능력의 소리가 내 귓가를 찢어대는 것처럼 들렸다.

 

 

---!!!!!!..........!!!!!!!!

 

네오딤은 아무렇지 않게 그 철로 된 가시들은 수도 없이 내게 쏘아대기 시작했다. 쏘아대는 화약이 없으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았다. 그 수많은 조각은 역장에 걸려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그 공포스러운 조각은 역장에 걸렸음에도 꿈틀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나를 쏘아 죽이겠다는 의지가 이 작은 철조각들에서 느껴졌다.

 

 



"… … 막았네? 느낌이 없어.”

 

“… 그런 생각… 하지 말라고 했어...

우리는 그냥… … 연습하는 거야…”

 

“… 그래, 그래야지.”

 

"… … …

빨리...”

 

 

갑자기 내가 서있던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내 키에 5배는 될 듯한 철로 된 뱀이 내 역장 주변을 빠르게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힘을 주면서 똬리를 틀었다. 네오딤의 공격에도 금만 조금 갔던 역장이 이곳 저곳에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역장 밖에서는 철 덩어리들이 얼기 설기 뭉쳐진 채로 내던져졌다. 역장은 빠르게 무너졌다.

 

저 둘은 나를 발견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인간의 뇌파를 발견했다면 그걸 공격할 수는 없을 테니까. 헬멧에서 소리가 자꾸 나는 것을 보면 뇌파 대신으로 내 위치의 좌표를 계속 받아 공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내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것을 보면 청각은 멀쩡할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대로 꼼짝 없이 죽는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입 밖으로 목소리를 끄집어 냈다.

 








 

"멈춰.”

 

 

뱀이 움직임을 멈췄다.

 

 

공격을 멈추고, 이거 풀어.

 

 






철제 뱀이 가리고 있던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주변에는 네오딤이 만든 철 덩어리들이 속수무책으로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 커다란 소음이 저 밖까지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수준이었다.

 

 

"… ...”

 

 

 

"헬멧 벗고, 비키라고.

 





 

스륵 스륵, 요염한 손놀림으로 에키드나가 머리에 쓰고 있는 헬멧을 벗었다. 그 안에 가득히 담겨 있던 보라빛 장발이 흩날리듯 찰랑거렸다.

 

 




"… 후후후… … 그래, 그 표정 오랜 만이야.

그 개 같은 얼굴을 다시는 보기 싫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

 

"비키라고 했다.

 

"… … 그래야지.”

 

 



네오딤은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몸을 철로 덮고, 또 덮었다. 에키드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이걸 보면서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 아이들도 피해자였으니까. 하지만 난 지금 날 죽이려고 하는 자와 내가 살기를 바라는 자들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병신은 아니다. 난 리리스와 함께 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둘을 막아야 한다. 에키드나와 네오딤은 길을 비켜 내가 배수구 쪽으로 향할 수 있게 하였다.

 

 

"… … 미안하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

 

"… … 그딴 소리 할 거면 빨리 꺼져.

당신 같은 사람에게 헛된 위로 받을 만큼 나약해지지는 않았으니까.”

 

"… …

… … 인간… 빨리… 

… ...”

 

"...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면 다시 보자.

그 때는 마스크 끼고 올 게.”

 

 

 

에키드나는 침을 삼키면서 나를 보내주었다. 네오딤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무너져 내린 철 덩어리들을 모아 일으키려고 애를 쓰던 것 같다. 하지만 명령도 명령이고, 원래부터 완성된 실험체가 아니었으니, 그 힘이 모자랐던 것 같다. 거대한 뱀들은 다시 에키드나 주변으로 돌아갔고, 네오딤도 자신의 주변을 철로 덮었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둘의 태도를 뒤로 하고 나는 배수구 쪽으로 리리스를 부르려 했다. 


그 때였다.

 

 

 

 



…….!!!!!!!!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돌연 벽 뒤에 숨어 있던 터렛이 튀어나왔다. 전기톱으로 갈기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사방을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고작 배수구 같은 곳에 무슨 터렛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 다른 벽에서 다섯 기의 터렛이 더 등장하였다. 그것들도 마찬가지로 온 사방에 총을 쏘았다. 그 다음에는 열 기의 터렛이, 스무 기의 터렛이 차례 차례 등장해 총알을 퍼부었다. 리리스가 만들어준 10장의 방어막 중 2장이 무력화 되었다. 족히 수만 발은 쏘았을 것이고, 역장에만 수천 발의 총알이 날라왔을 것이다. 그 탓에 역장 일부가 완파 되었다. 그 공포스러운 소리에 나는 다리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그 여자 말이 맞았어.”

 

 

에키드나가 다시 강철 뱀으로 내 역장을 둘러쌌다. 이번에는 내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몇 겹으로 둘러 싼 것 같다. 네오딤도 공격을 하기보단 나를 감쌀 생각으로 강철 뱀 주변으로 철 덩어리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 무게만으로도 역장에 무리가 갈 수준이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희끄무리한 파란 무언가에 하얀 금이 쩌적 쩌적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조각났다.

 





 

 

 

 

----탕!!!탕탕!!---

 

 

역장 너머에서 소리가 났다. 리리스의 맘바 소리였다. 네오딤과 에키드나가 내게 집중하고 있을 때에 그 총알을 박아 넣은 건가? 하지만 총알이 살갗을 뚫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 덕에 나를 억누르는 힘이 약해졌다. 뱀이 다시 나를 묶기 전에,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거 풀어!!

 

 


그러자 뱀이 똬리를 풀었다. 철도 다시 한 번 땅으로 무너져 내렸다. 리리스가 둘을 향해 쏘았던 총알은 네오딤의 전기장에 막혀 바둥거리고 있었고, 내가 명령으로 네오딤의 힘을 풀자 그것들은 땅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리리스, 주변에 터렛이 더 없는지 확인해.”

 

"… … 없습니다.

방금의 공격으로 전부 소진한 것 같습니다.”

 

“그 외의 공격 수단은 감지되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제 제가 왔으니 처리할 수 있겠죠.”

 

“대체 어떻게 나를 공격한 거지?”

 

“주인님의 좌표를 터렛에 보내 공격하게 한 거에요.

대신 좌표를 보내는 과정을 수십 겹의 암호화 코드와 불필요한 프로세서로 덮어서 누가 어떻게 보낸 것인지 모르게 만드는 기술이죠.

그러면 좌표를 보낸 바이오로이드는 주인님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 아닌 게 되니까요.”

 

“그런 편법이 가능해?”

 

“원래는 불가능해요.

하지만 주인님의 좌표값을 구할 수 있다면,

여기 안에 주인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모르는 바이오로이드가 있다면,

그리고 그런 자가 자신의 행위가 무엇인지 모를 만큼 순수하다면,

그 외의 수많은 조건들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무차별 난사는 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요.

주인님께서 계시지 않을 때, 철충들을 상대하던 방법을 조금 변형시킨 것이죠.

예전에 제가 고안했던 방법들 중에 하나인데, 이걸 이딴 식으로 주인님께 보이다니…

물론 그렇게 해도 터렛이 주인님만 집중 사격할 수는 없어요.

어디까지나 편법이니까요.

그래도 이런 걸 어디까지 준비하고 있을 지 모르니까 서둘러 나가죠.”

 

"… … 그래, 알았어.

수고했어.”

 

 

리리스는 내 무너진 역장을 다시 보완했다.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파란 막이 웅웅 거리며 작은 소음을 내더니, 이내 다시 투명해졌다. 공중에 가있던 금도 말끔히 사라졌다.

 



 

 

"… … 역겹기 그지 없네. 당신.

전에는 우리를 가지고 놀았으면서, 이제는 뭔 짓을 하려고 그런 자상한 모습을 보이는 거야?”

 

"…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네. 에키드나.”

 

"… … … 그 빌어먹을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

진심으로 역겨우니까.”

 

 

 

에키드나는 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도 나에 대한 적개심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체 이 애는 또 무슨 일을 겪었고,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기계처럼 그것에 공감하려고 했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계도 연료를 집어넣어야 돌아가는 법. 난 이런 환경에서도 좋게 말할 만큼 성인군자는 아니었다.

 








 

"… 이제는 나도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니니까 닥쳐.

좋게 좋게 불러주니까 우습지? 아주?”

 

"… …”

 

 

 

네오딤은 여전히 내 명령만 들어도 다리를 떨었다. 무슨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심적 여유도, 이유도 없었기에 나와 리리스는 배수로를 향해 몸을 던졌다. 리리스가 공중에서 나를 안고는 역장을 자신의 주변으로 다시 둘렀다. 그렇게 우리는 배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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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은 가독성을 위해 폰트 크기까지 늘려봤는데 어떰?

그냥 볼드체로만 쓸까?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