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소설에는 일부 설정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이 소설은 [키보刀대회] 출품작입니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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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 조용한 방이 있는데, 거기서 이야기 하는 건 어때?“

 ”절대 싫습니다.“

 

 따라가겠냐.

 

 ”흠? 나와 할 이야기가 있는거 아니었나?“ 

 ”그건 그렇지만, 당신하고 단 둘이 있는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가?“

 

 그런가는 무슨. 분명히 내가 거절할 걸 알고 있었으면서. 이래서 이 남자는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고 해서 말이지, 나와 대화를 안 할 생각은 아닐텐데?“

 ”당신하고 단 둘이 있느니, 그냥 대화를 안 하고 말죠. 그 정도로 절박한 건 아니거든요.“

 ”흐음..... 곤란한데......“

 ”곤란한 것도 없으면서 그런식으로 말하는 것 좀 그만 하시죠?“

 ”.......아니, 조금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같이 밥도 먹은 사이인데, 왜 그렇게 튕기나 궁금해서 말이지.“

 

 이 똘아이 같은 인간이.

 

 ”그때는 주위에 다른 손님들도 있었지 않습니까. 당신과 단 둘이 방에 들어가는 것과 그게 같다고 생각한다면, 진지하게 병원을 추천드리겠습니다.“

 ”왜 그렇게 나와 단 둘이 있는걸 극도로 거부하지?“

 ”뭘 묻나 했더니, 당연한 걸 왜 물어보는 겁니까?“

 ”당연하다고? 무슨 이유인데 그렇지?“

 ”당연히 당신이 싫으니까죠. 뭘 물어보시나요?“

 ”너가 날 싫어할 이유가 있나?“

 ”칫.“

 

 역시 이 인간은 짜증난다. 말로 겐세이를 걸어도 거는 기분도 안 들고, 주인님은 놀리는 맛이 있는데. 이 인간 진짜로 그 남자 아빠 맞아?

 

 맞다, 양아버지였다고 했지. 망할.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녀석이 돌아오기 전에 이야기를 끝마치려면 빨리 방에 들어가야 할텐데.“

 

 남자는 아까 내 말이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말했다.

 

 ”아까 한 말 까먹으셨나요? 금붕어도 그것보다는 기억력이 높겠군요. 절.대.로. 안 갑니다.“

 ”내가 따라오라고 명령을 내려도?“

 

 이 인간, 생각보다 지능이 낮은......아니다. 속으면 안 돼. 저 인간이 저러는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뭐, 나를 짜증나게 하려는 계획 같은게 아닐까?

 

 ”......제가 주인도 아닌 당신의 명령을 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있죠? 왜 그렇게 단 둘이 있으려고 하는건가요?“

 ”너의 주인 앞에서, 너의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건 너한테 조금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당신한테도 배려라는 게 있었나요? 놀랍네요.“

 ”놀랐다면 기쁘군. 그래서 대답은?“

 

 왜 이렇게 끈질기지?

 

 ”그냥 여기서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건가요? 당신이 고집부리지만 않았어도 이미 이야기를 다 하고도 남았을 시간인 것 같은데요.“

 ”남들 다 있는데서 하기는 곤란한 이야기라서--“

 ”그러면 안 듣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이쪽에서 사양하죠.“

 ”......네 주인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궁금했던거 아닌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당신은 신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 레비에 대한 이야기는 꽤 도움이 되는 이야기 아니었나?“

 

 미친 새끼가.

 

 남자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진심으로 미친놈 같았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미친놈이다. 저 새끼는 진짜 미친 새끼다. 문제가 있다면, 미쳐는 있지만 똑똑하게, 제정신으로 미쳐있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냥 멍청하게 미친놈보다 질이 더 나쁘다.

 

 ”당신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알고, 이만 가시죠.“

 ”........유감이군, 오늘은 알아낼 수 있나 했는데.“

 ”뭘 말이죠?“

 

 남자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서는 가만히 보더니,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녀석이 곧 올테니까.“

 ”.....설마, 당신이 꾸민 일----- 읏?!“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내 치마에 달려있는 주머니에 무언가를 집어 넣었다.

 

 ”이게 무슨....?!“

 

 나는 급하게 주머니에서 남자가 집어넣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흑색의 네모난 덩어리였다. 앞에는 액정이 달려있었고, 액정 옆에는 붉은 버튼이 달려 있었다. 

 

 ”그건 이렇게 쓰는 물건이다.“

 

 남자는 손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너무 작아서 그런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삐빅!

 

 ”?“

 

 내 손에 있는 물체에서 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 물건의 앞면을 바라보았다.

 

 [내일 17시, 그때 만났던 식당.]

 

 ”......이건?“

 ”보다시피, 옛날에 있던 삐삐라는 물건을 개량한거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 전파 탐지도 안 통하는, 일품이라고?“

 ”........이런 물건을 왜 저에게 주는거죠.“

 

 남자는 나를 스쳐가며, 뒤로 걸어갔다.

 

 ”나중에, 네 주인이 없을 때 다시 보자고.“

 ”......“

 

 툭, 툭.

 

 남자는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나는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친새끼. 개자식. 쓰레기 같은 놈. 알바트로스. 길 가다 철충한테 배 뚫려서 죽어버려라.

 

 나는 생각나는 욕이란 욕은 전부 다, 머릿속으로 그 인간에게 쏟아부었다.

 

 ”바닐라!“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무슨 일 없어?“

 ”주인님?“

 

 남자는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딘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아까의 양아치와, 그 쓰레기 같은 남자들이 만진 부위와 같은 부위이건만, 지금은 신기하게도 불쾌한 기분이 아닌, 어딘가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조금 진정하세요.“

 ”.....그 남자랑 만났어?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진정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후우......“

 

 남자는 어딘가 긴박해보였다. 오죽하면 아까까지 하던 연기를 다 때려치고 나에게 이렇게 달라붙겠는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 이건 아니지. 지금까지 하던 연기가 헛수고가 될 뻔 했잖아.

 

 ”조심 좀 하세요. 지금까지 했던 연기를 전부 헛수고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세상에, 어느 누가 경호용 바이오로이드를 그렇게 걱정하나요?“

 ”......걱정이 안되게 생겼어? 너가 그 남자하고 단 둘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뭐, 다행히 단 둘만 만나는 상황은 피했지만요......“

 

 어라? 그런데 내가 그 남자하고 단 둘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주인님? 그런데 어떻게 제가 그 남자하고 단 둘이 있다는 걸 알았죠?“

 “......화장실에서 나와서 이 곳으로 돌아오는데, 계속해서 누군가들이 내 앞길을 막더라고....... 그래서..... 뭐, 대충 눈치채고 뛰어왔지.”

 “그래서 늦으셨군요.”

 “응.....미안해.”

 “주인님이 잘못한게 뭐가 있다고 그러시나요. 정 미안하시면 나중에 밥이나 사주시죠.”

 “......생각해볼게.”

 

 그 누군가라는 건 아마도 남자의 부하들일테고, 그러면 아까 만지작거리던게 부하들에게서 온 연락을 확인했던 건가?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하고 온 거였네. 역시 그 남자 말은 적당히 걸러 들어야겠어.“

 

 ”그 남자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주인님의 비밀을 알려줄테니, 저쪽 방에서 단 둘이 대화하자고 하던데요?“

 ”....그래서, 갔어?“

 ”당연히 안 갔죠. 그 인간하고 단 둘이라니. 생각만해도 소름끼칩니다.“

 

 남자는 피식거리면서 웃었다.

 

 ”그렇지?“

 ”네. 도대체 왜 저를 만나겠다고......“

 ”......너를 만나려고 했다는거야?“

 ”네, 본인이 그렇게 말했는데요? ‘너랑 이야기하고 싶었다’ 라고...........주인님?“

 

 남자는 다시 한번 내 양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힘이 강하게 들어간건지, 조금 아팠다.

 

 ”저, 주인.......“

 ”너....정말로 괜찮아?“

 ”......갑자기 왜 그러시는거죠? 조금 스토커 같아서 기분 나쁘.....“

 ”장난치지말고!!!“

 

 깜짝이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다니. 소리가 커서,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실수한 바이오로이드를 다그치는 주인으로 보인걸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자는 내 당황하는 표정을 보더니,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짓고는 내게 사과했다.

 

 ”미, 미안..... 일부러 그런 건....아니야....“

 ”......무슨 일인데 그러시는거죠?“

 ”...너 정말 그 남자랑 대화한게 전부야? 다른 일은 없었어?“

 

 왜 자꾸 물어보는거지? 다른 일은 딱히......

 

 ”......“

 

 아, 맞다. 남자한테 받은 삐삐가 있기는 한데...... 

 

 굳이 말해야하나. 딱히 말할 필요는...... 없지?

 

 지금 표정을 보니까 겁에 질린 거 같은데, 여기서 그 사실까지 말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절대 나쁜 의도가 아니다. 응. 이건 선의의 거짓말.

 

 ”정말로,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걱정되시나요? 그냥 그때 손목 잡힌게 화가 나서 그러나 보죠.“

 ”......너는, 몰라. 그 남자의 눈에 들었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그게 무슨......“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지?“

 ”....하아.....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됐나요?“

 ”........알았어. 믿을게.“

 

 약간 양심이 찔린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떠들썩하던 분위기도 점점 끝나가고, 파티장의 분위기도 점점 차분해졌다. 아무래도 다 끝난 것 같다.

 

 ”이제 그만 갈까요?“

 ”뭐, 그 남자도 만났으니까...... 여기 더 있을 필요는 없지.“

 ”네, 가죠.“

 

 우리는 그렇게 건물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머니에서는, 무언가 묵직한 감촉이 느껴진다.

 

 이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나쁜 선택이었을까.

 

 주인님의 옆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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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큰일날 뻔 했다니까요?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니까, 돈을 벌 방법도 없고......“

 ”그러게, 큰일날 뻔 했지.“

 ”......뭔가 영혼 없는 말투인데요?“

 ”그야.....나는 여기 말고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니까. 너도 여기에서만 아르바이트 하지 말고 다른데도 좀......“

 ”그건 선배가 이상한거에요. 요즘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뽑는다고......“

 ”뭐, 그렇게 말하는 나도 아르바이트는 2군데 밖에 안 하는데 뭐. 그래서 여기가 다시 영업 시작한 게 다행이지.“

 ”그런데 왜 갑자기 영업을 시작한걸까요? 문도 갑자기 닫더니, 무슨 일 있으신가? 점장님도 오늘 안 보이고......“

 ”......그러게.“

 

 원인은 대충 짐작이 되지만,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남자의 말에 따라 파티에 간 날의 다음 날. 점장님에게서 다시 가게가 영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목표였던 바닐라를 낚은 이상, 미끼로는 더 이상 필요없다고 생각한거겠지. 그 남자는 그런 인간이다. 내가 그 남자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그 자식의 목적이 바닐라라고? 어째서지? 그 남자가 바닐라에게 눈독을 들일만한 이유는 없을텐데.....

 

 자꾸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남자도, 바닐라도, 나에게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바닐라가 그럴 리가 없잖아.

 

 말투가 조금 험하기는 해도, 바닐라는 나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 가끔은 했다. 그래도 그 가끔도 전부 어디까지나 단순한 장난들이었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갈까요? 점장님도 오늘은 정리만 하면 가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그러자.“

 

 녀석이 바닐라에 눈독을 들인 이유가 뭐지......?

 

도련님.

 

 ”!!!!!!“

 ”서, 선배?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이번에는...... 절대로, 그 자식 뜻대로는 안 돼.

 

 이번에는 반드시 지킨다. 레비가 당한 전철을 밟지는 않겠어.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자,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요즘 이상한거 알아요?“

 ”.....이상해? 내가?“

 ”네. 뭐랄까..... 정신을 다른데다 두고 다니는 느낌?“

 ”..........내가?“

 ”보세요. 지금도 대답이 늦잖아요.“

 ”......미안. 요즘 고민이 많아서.....“

 

 많이 티났나?

 

 ”선배, 고민이 있으면, 남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

 ”그 고민, 저에게 말해주실 수는 없나요?“

 

 나연이는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말 해도 되는걸까?

 

 외계에서 철충이라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나타나 사람들을 학살하고, 휩노스 병이라는 불치병으로 사람들이 전부 죽는다고 말하면.

 

 과연 내 말을 믿어줄까.

 

 ........아마도 안 믿겠지. 나도 처음에는 못 믿었고. 바닐라가 보여준 증거들이 없었다면 못 믿었을테니까.

 

 ”...아니야, 됐어.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으면 할게. 고마워.“

 ”......그런 대답이 듣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요..........“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됐네요~. 선배는 먼저 퇴근하세요. 저는 문 잠그고 갈테니까요.“

 ”그래? 알았어. 조심해.“

 ”네~ 들어가세요~!“

 

 나는 물품 창고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 가까워서일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하늘은 약간 빛을 잃어 어두웠다. 바닐라도 아르바이트를 잘렸으니, 지금쯤 집에 가면 밥을 차려놨으려나?

 

 ”배고프네......“

 밥 생각을 하니, 배가 고파왔다. 나는 주린 배를 가지고 집으로 걸어갔다.

 

///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별거 아냐.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나?“

 ”그건 본인한테 물어보시죠, 그렇게 뜸을 들이실거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미안하군.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갈까?“

 ”‘들어갈까?’가 아니라 ‘들어가자.’ 아닙니까? 저는 당신의 그런 점이 싫습니다.“

 ”싫어한다니 기쁘군.“

 ”....칫.“

 

 남자의 말에 나는 혀를 찼다. 분명히 남자에게 들릴정도로 크게 소리를 냈지만, 남자는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때 남자와 만났던 식당. 그때 내가 앉았던 장소. 나는 남자의 맞은 편에 앉아있었다. 오늘은 그때의 불쾌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분위기에 익숙해진 건가?

 ”그래도 내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온 걸 보면, 나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

 

 그때 남자가 나에게 준 물건. 나는 그 물건으로, 남자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아서 지금 이 곳으로 왔다. 남자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오늘도 이렇게 이상한 소리만 하다가 갈 생각인가?

 

 ”오늘은 이야기만 빠르게 하고 갈 생각입니다. 음식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세요.“

 ”인간에게 명령을 내리는 바이오로이드라, 세상 참 말세로군.“

 ”그걸 이제 아셨나요?“

 

 말세라. 맞는 말이긴 하네. 이제 곧 망할 세상이니까.

 

 ”그래, 본론이라.......“

 

 남자는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턱이 모여있는 손 위에 얹혔다. 자연스레, 남자의 얼굴이 나에게 가까워진다.

 

 ”그러면 본론부터 말하지.“

 

 남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 저 기분나쁜 눈이 나를 향한다.

 

 남자의 입이 열리고----

 

 ”바닐라, 너는 정말로 ‘바닐라’인가?“

 

 그 말을 들은 나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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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3+6265=12588

12588+6791=19379

19379+5872=25251


바닐라의 반응은?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