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 자장, 우리 아가. 발할라의 전사들이 너를 지켜주신단다."


 「저 빌어먹을 년의 주둥아리를 당장 막아버리겠어.」


 메이가 이를 가는 소리가 홍련의 왼쪽 귀에 울렸다. 홍련은 지퍼를 끝까지 채운 외투를 다시 한번 여몄다.


 "이그드라실의 가지 아래서 좋은 꿈을 꾸려무나.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함께 한단다."


 「내가 버튼을 누르는 것이 빠를까, 저 년이 조용히 하는 것이 빠를까?」


 흥분을 이기지 못한 메이가 다시 한번 이를 갈았다. 홍련은 초소형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작은 소동을 무시하고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었다.


 홍련이 서있는 곳은 현기증이 올 정도로 높은 낭떠러지 위였다. 고지대라는 특성상 균형감각의 상실을 불러오는 동시에 이따금 아래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치솟은 벼랑 위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즐겨찾는 장소는 아닐 것이다. 길고 좁다랗게 뻗은 절벽은 더욱 그렇다. 그 모든 상황을 동시에 충족하는 장소에 선 홍련은 조금 더 침착하기로 했다.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내밀어도 그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그리고 그 벼랑 끝에서, 대체 어떻게 그곳까지 도달했는지 짐작조차 안되는 인영이 서있었다.


 어느 정도 대화가 들릴 것이라 생각되는 거리에서 멈춘 홍련은 숨을 골랐다.


 "C-3F 레오나!"


 홍련은 벼랑 위의 인영에게 소리쳤다. 이미 핀토와 스카이나이츠의 정찰이 있었기에 홍련은 그녀가 과거에는 '철혈의 레오나'라고 불린 C-3F 레오나 개체이고 오르카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를 지휘했던 대장이었으며 현재 오르카 전 대원들이 쫓고 있는, 제 정신이 아닐지도 모르는 바이오로이드가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저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발견되었지만 즉시 그 머리통을 날려버려 즉결 처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당장이라도 산채로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홍련은 몸을 떨었다. 단순 추위 때문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저 발칙한 바이오로이드가 발견된 장소가 히말라야의 고원이라는 점은 충분히 짜증을 유발할만 했다. 감히 그분의 아이를 데리고 이런 험지로 왔단 말이지.


 반응은 없었다. 찬 바람이 부는 고원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레오나는 마치 아이를 안은 듯이 무언가를 두 팔로 감싸 안고 있었다. 이따금 세찬 바람이 불때마다 그것을 추켜올리듯 두 어깨를 들썩였고, 그럴때마다 그녀는 비틀거렸다. 이쪽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체념한 것인가?」


 「확신하긴 일러요. 궁지에 몰리긴 했어도 아이를 안고 있습니다. 조심히 접근해야 해야해요. 홍련? 진행해주세요.」


 라비아타의 지시에 홍련은 다시 한번 숨을 골랐다.


 "C-3F 레오나, 여기는 몽구스팀의 작전관 C-77 홍련이다. 전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지휘관 C-3F 레오나 당신을 ㅡ"


 "아이가 자려고 해요. 조용히 해주세요."


 자장가를 불렀던 것처럼 나긋하고 작은 목소리가 홍련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레오나는 홍련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엉망이 된 레오나의 모습이 홍련의 눈에 들어왔다. 씻지 못해서 잔뜩 더러워지고 상처가 가득한 얼굴. 정리되지 못해 빛바래고 헝클어진 금발. 팬텀의 접근을 막았지만 곳곳이 망가져 스파크가 튀고 있는채 볼품 없어진 배틀 프레임. 한 마리의 암사자와도 같았던 지휘관은 온데간데 없었고 폐품이 되어버린 바이오로이드만이 빈약해진 팔로 무언가를 소중히 끌어안은 채로 그곳에 있었다.


 "우리 아이, 너무 예쁘지 않아요?"


 「방금 우리 아이라고 했나?」


 무적의 용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되물었다.


 「단단히 미친 것 같군.」


 「그 분을 해한 것으로 짐작했어야 했습니다.」


 「확실해졌어. 머리가 이상해진거야.」


 「암사자 프로젝트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지휘관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약간의 산만함을 마리가 나서서 진정시켰다.


 「적은 확률이었지만 어쨌든 우리가 예상한 범주 중 하나로군. 이제부터 상대는 반군이 아닌, 폐기 대상의 바이오로이드로 정정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하지. 작전관, 계속 진행해주게.」


 미친 바이오로이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마리는 아마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홍련은 레오나가 빈약해진 팔로 소중히 끌어안고 있는 것을 유심히 살폈다. 포대기나 담요 같은 것으로 칭칭 감쌌지만 아이처럼 보이는 것의 형상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와중에도 홍련은 아기의 옹알이를 들을 수 있었다. 조금 힘이 없는 모양새였지만 확실히 아이가 살아있다는 희망이 되주는 소식이었다.


 나쁜 소식은, 저 젖먹이가 저 상태로 얼마나 살아있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저 미친 바이오로이드가 아이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빌어먹을 년. 저 아이가 느낄 고통을 대신 선사해주겠어.


 홍련의 머릿 속으로 멸망 전 수많은 인질극 대치 상황이 지나갔다. 대부분은 강압적인 방식으로 해결했지만 상대가 정신 이상자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홍련은 가장 적절한 대응을 떠올렸다.


 홍련은 대화를 시도했다.


 "아이가 참 귀엽네요. 당신의 아이인가요?"


 인이어에서 몇몇 신음소리가 들렸지만 홍련은 애써 무시했다. 오랜 추적 끝에 잡은 기회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럼요. 사랑스러운 저의 아들이랍니다."


 아이 칭찬에 레오나는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그녀는 배시시 웃고는 애정을 담은 표정으로 아이를 내려보았다.


 "이름이 무엇이죠?"


 "아직 지어주지 못했어요. 저는 생각하고 있는 이름이 있는데, 아직 아이 아버지의 의견을 듣지 못했네요."


 그 의견은 영원히 듣지 못할테지.


 자기 팔에 안긴 아이가 실제 피붙이라고 굳게 믿을 만큼 그녀의 심리는 피폐해져 있는 모양이다. 그게 틀렸다는 것을 납득시키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이름을 생각하고 있죠?" 홍련은 조심스럽게 한걸음 내딛었다.


 "발두르. 저는 발두르라고 짓고싶네요."


 "북유럽 신화의 신이라." 기억에 남는 이름에 홍련은 조소를 지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발할라 전사의 아들다운 이름이군요." 홍련은 무장을 뒤로 숨겼다. 그리고 또 한걸음.


 "발할라의 신들께서 주신 축복이죠." 레오나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더니 꼭 눌러 안은 아기를 온몸으로 요람처럼 흔들어주었다.


 진정한 축복이라면 이런 시련을 주시지 않았을텐데.


 "아이의 아버지도 그 이름을 좋아할까요?"


 "당연히 좋아할거예요. 이렇게 예쁜 아이니까 가장 아름다운 신의 이름을 받는 것은 당연해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다시 한걸음.


 레오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아이가 못났다는 말씀이세요?"


 홍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당신의 아이는 충분히 어여쁩니다. 전설 속의 발두르도 이 아이를 보면 질투를 하겠군요." 거기까지 들은 레오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은 말에 다시 창백해지긴 했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발두르라는 이름을 싫어할겁니다."


 오딘의 아들로 빛의 신이자 선하고 완벽한 아스가르드 신의 이름은 홍련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이의 친모가 아들의 이름을 고민할 때 많은 이들의 조언을 구했으니까. 세상 모든 것에게서 찬양을 받았으며 세상 그 어느 것도 그를 헤하지 못할 것이란 오딘의 축복까지 받은 존재. 거기까지만 알고 있다면 좋은 이름이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죠?"


 레오나는 요람처럼 포대기를 흔들던 동작을 멈췄다. 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오딘의 아들로 태어난 발두르는 총명했고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으며 세상 만물의 찬양을 받는 신이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또 한걸음.


 "하지만 빛의 신은 그답지 않은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 내용은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홍련은 신화의 전말을 알려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레오나의 이목을 끌고 가까이 가서 아이의 신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느 때와같이 만물의 찬사와 사랑을 받던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오게 되죠. 어느 날 발두르는 악몽을 꾸며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합니다. 빛과 아름다움의 신인 발두르에게서 보이는 불길한 모습이기에 오딘은 저명한 예언가를 찾아 설명을 요구합니다."


 레오나는 여전히 긴장한 얼굴로 홍련을 보고 있었다.


 "예언은 충격적이었죠. 발두르가 곧 죽게 될거라니. 이대로 방관할 수 없었던 오딘은 아들을 위해 세상 만물에게서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 어느 것도 발두르에게 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아기가 큰 소리로 울어젖혔다. 아직 살아 있다. 천만다행이군.


 "그런데 오딘은 겨우살이만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작고 여린 그 가지로는 신의 몸을 해코지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거죠.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창으로 둔갑한 겨우살이가 발두르의 생명을 앗아갔으니까요." 다시 한걸음


 "죽어요?"


 레오나가 착 가라앉은 어조로 물었다. 바짝 마른 얼굴에서는 어떤 기쁨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홍련은 아기가 옹알이하는 소리가 다시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계속 했다.


 "네. 로키의 농간으로 창으로 모습을 바꾼 겨우살이는 발두르의 심장을 우습다는 듯이 꿰뚫었습니다. 발두르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죠."


 홍련의 대답에 레오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한 이야기군요." 그리고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더니 꼭 눌러 안은 아기를 온몸으로 요람처럼 흔들어주었다. "거짓말이야."


 홍련은 멈춰 서서 아이가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다른 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신화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레오나. 전혀 생각치 못한 것 때문에 빛의 신은 오래 살지 못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홍련은 침을 삼켰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발두르 또한 겨우살이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인간을 해쳐서는 안되는 바이오로이드에게 말이야.


 "아니야!"


 레오나가 앙칼지게 외쳤다.


 "발두르는 안죽어요." 레오나는 예의 그 자장가 부르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항의했다. "제 아이니까요."


 "예, 당신의 아이입니다. 레오나." 다급해진 홍련은 힘주어 말하고 다시 한걸음 더 접근했다.


 "레오나? 당신은 바이오로이드입니다."


 「작전관, 무엇을 하려는거지?」


 마리가 다급하게 홍련을 불렀다. 하지만 홍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이는 이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바이오로이드와 인간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겠죠."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사이의 자식은 큰 결함을 안고 태어난다. 그 몸은 어머니쪽의 영향을 받아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근력을 물려받을지 몰라도 골격은 그 강한 힘을 버티지 못한다.


 때문에 수술을 통해 골격을 충분히 강한 것으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힘으로 충만한 세포를 버텨야 하니까.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공 골격은 뼈와 달리 인간이 성장할 때마다 함께 자라는 것이 아니므로 아이가 커갈 때마다 더 크고 튼튼한 것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 수록 강해지는 근육이 뼈를 부숴버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 아이는 아직 골격 이식 수술을 받지 못했다.


 "당신의 아이라는 걸 아무도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아이는 혼혈입니다. 그리고 아직 필요한 것을 받지 못했어요. 계속 이러면 이 애는 죽습니다. 신화 속의 발두르 처럼요."


 "아녜요, 아냐, 아냐!" 레오나는 반항하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어느것도 제 아이를 해치게 하지 않아요!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요!"


 "저희도 그것을 바랍니다. 하지만 레오나. 그 아이는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함 때문에 아파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아시잖아요. 아이를 저에게 잠시만 맡겨주세요."


 실수가 있었던 오딘과는 달리 세상 모든 것에게서 약속을 받아낼 것이다. 그 누구도 사령관의 첫 아이를 해치지 않게 하리라.


 이제 홍련은 언제라도 몸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레오나와 가까워졌다.


 레오나는 홍련 쪽으로 몸을 돌렸고 홍련은 처음으로 아이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살짝 발그레한, 조그만, 기이하게 뒤틀린 팔과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을. 아기의 얼굴은 고통으로 가득 차보였지만 발성기관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홍련은 경악하며 레오나를 보았다.


 "레오나!"


 더는 안돼.


 "당장 그 아이를 데려가겠습니다!"


 홍련은 레오나에게 성큼 다가갔다.


 「작전관! 홍련! 그러지 마!」


 홍련이 다급하게 한 쪽 팔을 앞으로 뻗음과 동시에 무전으로 지휘관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오갔다.


 홍련은 사건 발생시 부터 최대한 그녀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고 했다.


 사령관과 발키리가 서약을 맺은 후로 레오나의 태도는 눈에 띄게 돌변했다. 부대 내에서는 지휘관이 처음이어야 한다는 개인의 소신 때문인지. 혹은 믿었던 부하에게 당했다는 배신감 때문이었을까. 발키리는 항상 대장이 먼저라고 습관처럼 말하곤 했지만 다들 대수롭지 않아했다. 중요한 것은 사령관의 선택이다. 바이오로이드가 왈가왈부할 것이 못되는 것이다.


 사령관의 옆자리가, 모두가 축복하던 그 순간들이, 발키리가 낳은 자식이 전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허탈함에 허우적거리고 배은망덕함에 분노하여도 그것이 인간의 뜻을 거역할 수 있다는 허락도, 누군가를 죽여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냉철하게 자신의 군대를 지휘해야 한다는 가치관과 적극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의 간극. 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된 세뇌 모듈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아무튼 자신이 있어야할 위치와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 사이에서 그녀는 저울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거기에 부어진 질투과 배신감에 미쳐버린 레오나는 결국 사령관과 발키리를 죽이고 아이를 납치했다.


 도저히 홍련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홍련은 단호한 손길로 포대기를 빼앗으려 했지만 레오나는 강하게 뿌리쳤다. 홍련의 돌변한 태도에 놀란 것인지 레오나는 공포에 찬 눈빛으로 아이를 힘주어 안았다. 그 짧은 몸부림에 아이를 감싸던 포대기가 조금 풀어졌고 홍련은 아이의 하반신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의 두 다리는 잔뜩 부은 상태로 연체동물 마냥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사령관님과 발키리에 이어서 그분들의 아이마저 죽이려는겁니까?"


 홍련은 다시 손을 뻗었다.


 "당장 아이를ㅡ "


 그 순간 홍련은 레오나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빛 속의 그 무엇을. 그녀의 더없이 순일하고 철저히 절망에 찬 자기 인식을.


 예감, 직관, 예지, 무어라 불러도 좋다. 어쨌든 그것은 그 자체였고 몽구스팀의 작전관은 그것을 바로 느꼈다. 홍련의 말을 들은 그 짧은 순간, 레오나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인지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인식했다.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이 아이를 어떻게 안고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저 붉은 머리의 경찰이 죄를 물어 자신을 잡으러 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죄목이 무엇인지ㅡ


 레오나가 띤 눈빛의 마지막 의도를 읽은 홍련은 크로스 발리스타를 재빠르게 올리며 소리쳤다. "안돼!" 「저격소대 준비! 슬레이프니르! 알바트로스!」 레오나가 양 팔을 위로 들어올림과 동시에 홍련은 방아쇠를 당겼고 낭떠러지 밑에 있던 스카이나이츠과 알바트로스가 굉음을 내며 치솟았다.


 벼랑 아래로 눈과 함께 인영 하나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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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작인데 레오나 혐성밈 한창일때 써서 그런지 지금 보면 뇌절같음. 후속으로 만화 그리다가 현타와서 접었는데 다음엔 뭐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