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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천재 미소녀 형사, 리앤님 등장! ……헤헷, 막 이래.


리제의 조언도 있어서, 리앤의 복원은 (가상 현실에서의 기억을 포함해서) 순조롭게 이루어졌어.

의외로 귀찮은 작업이라며 투덜거리는 닥터에게 미리 준비 안 해뒀으면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반쯤 시체가 되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지만, 감동의 재회를 망치면서까지 할 이야기는 아니지.

당장 사령관만 해도 눈에 띄게 즐거워하고 있고.


- 반가워, 리앤. 무사히 재회해서 기뻐.

- 나야말로, 왓슨!


봐, 저렇게 리앤이랑 주먹을 부딪히면서…….

……어라?

즐거운 토모랑은 껴안는 거 아니었나?

저 스웩 넘치는 인사는 뭐지?


- 사령관의 아내인 리제지? 저쪽에서는 별로 못 봐서 아쉬웠어!


리제의 당황은 사령관과 인사를 끝내자마자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 리앤 때문에 길게 이어지지 못했지만.


- 아, 안녕하세요…?

- 아하하. 편하게 불러도 괜찮은데. 일단은 동급생인 적도 있었잖아?


좀 봐주세요.

새삼스럽게 떠오른 흑역사에 질색하는 리제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리앤은 바로 다른 바이오로이들과 인사를 하러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지.


*   *   *


리앤이 합류하면서 오르카 호의 치안 상황은 놀라울 만큼 개선되었어.


- 자. 브라우니도 저렇게 반성하고 있으니까, 나이트 앤젤 대령님도 이 정도로 해 두자고요.

- ……뭐, 좋아요. 무의미하게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취미는 없으니까.

- 감사함다! 앞으로는 절대 앞뒤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슴…  앗.


추리력보다는 오히려 중재를 이끌어내는 친화력 쪽이 더 도움이 된 것도 같지만.

덕분에 다른 시티 가드의 부담도 크게 줄어서, 세이프티는 어느새 치안 유지보다는 청소에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을 정도였어.

……그 와중에 한창 뇌전룡 연기로 흥을 내던 사디어스가 리앤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바람에 민망함을 이기지 못하고 폭주해서 오르카 호가 뒤집힌 일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고.

아무튼 본인이 사교적이기도 하고, 영상 기록으로 남은 가상 현실의 이야기에 감명받은 대원도 많다 보니 리앤은 금방 모두와 가까워질 수 있었어.


- 또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인근의 AGS를 조종했다면서요?

- 그렇다니까. 정박만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는 게 귀찮아 죽겠어.

 나에 대한 간섭이 막혔다고 그렇게까지 속 좁게 굴 줄은 몰랐다니까.


물론 리제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고.

뭐라고 할까. 홍련을 비롯한 연상조랑 마음이 잘 맞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그룹 취급 받는 건 신경쓰이던 차에 동갑내기 친구처럼 허물없이 굴어주는 게 안심되었다고 할까.

아무튼 그날도 툭하면 시비를 걸어오는 오메가에 대한 푸념을 들으면서 위로해주고 있었는데, 리앤이 주변을 슥 돌아보더니 태평하게 물었지.


- 리제.

- 네?

- 리제는 미래를 알고 있어?

- ….


입 안에 마실 게 들어가 있었으면 주르륵 흘리든 대차게 뿜든 하지 않았을까.

너무 놀라서 입만 벙긋거리는 리제에게 리앤은 민망하게 웃었지.


- 기분 나빴으면 미안. 남들이 싫어하는 걸 알아서 보통은 그냥 담아두는 편인데, 너무 신경 쓰여서.

- 아, 아뇨….


오히려 리앤의 짐작을 모르고 있었으면 멋모르고 큰 사고를 쳤을지도 모르고.

그렇다고는 해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리제는 여느 때 이상으로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지.


- 정확한 미래…  라기 보다는, 매우 흡사한 평행세계의 역사를 아는 쪽에 가깝다고 해야 하겠죠.

- 헤에. 평행세계라…… 간접적인 시간여행 같은 것도 가능하려나?


가능하겠지. 작중에서 떡밥도 잔뜩 나왔고.

아무튼 도무지 속일 자신이 없어서 가능한 솔직하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긴 했는데, 리앤의 반응은 어떤가 하니….


- 아, 이거 맛있다. 마음에 들어.


완전히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아우로라가 새로 만든 파르페를 세상 행복한 얼굴로 먹고 있었지.


- 더 안 물어봐요?

- 응? 물어봤으면 좋겠어?

- 그건 아니지만….

- 확인은 받았으니 만족이기도 하고……. 


리앤은 살짝 부끄럽다는 듯 뺨을 손가락으로 긁었음.


- 당장 리제도 미래보다는 사령관을 믿고 있는 것 같으니까.

- …그렇네요.

- 아, 그래도 힌트 같은 거 주고 싶으면 적당히 눈치 줘도 괜찮아! 어떻게든 맞춰 줄 테니까!

- 아마 괜찮을 거예요.


리앤이 말 한 그대로, 리제가 원작의 흐름 같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니까.

어설프게 끼어들지 않아도 사령관이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다만….


- 리앤.

- 응?

- 오르카 호 생활은, 즐거운가요?

- 아하핫. 당연하지!


단순히 원작 지식이나 이정표로서가 아니라, 재미있게 플레이했고 좋아했던 게임으로서의 '라스트오리진'에 대한 감상을 잠시나마 내비칠 수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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