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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릇 옛 문헌에 이르기를, 여우란 짐승은 꾀가 많고 경계심이 많은 짐승이라. 부러 건들지 말며, 부러 다가가지 말라하였다. 또한 오래 산 여우일수록 요술을 부릴 수 있다하니, 각별히 주의하라 하였으며, 오래 산 것일수록 신통력이 생기니, 그 이름을 꼬리의 수에 따라 칭하였다하더라. 그들의 우두머리는 금색 빛을 가진털을 가지고있으며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라하니, 이는 아홉수가 가득 찬 것이라. 하늘에 다다른 도력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경지이며, 하늘로 승천할 귀물이니 결코 거스르지 않도록 하라.



*



 어디서부터 말하는게 그대가 이해하기 쉬울까…



 삼안 산업에서는 각국의 혼란스러운 사회현상과 정치구도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러한 때 일수록 종교의 힘과 각 나라의 전설과 신화 그리고 전통에 사람들이 기대는 것을 보았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기대고 있는 것을 본 삼안 사업에서는, 그것을 기회삼아 각 나라의 전설과 전통을 반영한 고급 모델을 기획했다.



 그렇게 조사하던 중, 그들이 찾아낸 것은 한국, 일본, 중국. 이 세 나라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구미호라는 것에 주목했느니라. 어디에서 기록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세 나라의 전설과 민담 그리고 각종 기록에 구미호라는 이름이 기록되어있고, 다양한 전설들이 내려오는만큼, 그 존재 역시 친숙하다 판단했다. 그리고 가장 구미호와 관련된, 가장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나타낼 수 있는 문화권을 찾았고, 그리고 그… 그러한 것들이 가장 많이 나오던 일본의 문화와 소첩을 연관시켰느니라.



 여튼, 그렇게 소첩이 만들어졌느니라. 그러나 그대도 알다시피, 소첩은 구미호. 사람의 길흉화복을 책임지고, 흥망성쇠를 불러일으킨다는 구미호. 허나 나를 만든 인간들이 말하더구나. 실패했다고 말이다. 내가 태어난 이후, 그들이 말하길 예상한 바와 다르다고 하더구나. 어쩔수없느니라. 소첩은 구미호. 본디, 여우란 짐승은 처음 본 것에 경계심을 가진다. 처음 본 인간을 당연히 경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했느니라. 어찌 누군지도 모르는 것들에 가까이 다가간단말이더냐. 어림도 없느니라! 물론, 인간들이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붙임성있게 다가가는 것을 노린 것 같다만말이다.



*



 그대도 듣지 않았느냐. 소첩이 컴패니언에서 배틀메이드로 옮겨간 것을 말이다. 앞서 말한 이유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된 것이다. 은근슬쩍 꼬리를 만지려 들지 말거라. 이야기를 들으라 하지 않았느냐! 아무튼, 삼안 산업에서는 내가 일본에 가는 것으로, 저들의 정치상황 안정화와 삼안 산업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불어넣을 계획이라 하더구나. 소첩을 이용해 일본의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는다고 말이다. 소첩은 그들의 말 대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하나는 알아들었다. 그곳에서 소첩이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연고도 없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 삼안 산업에서는 이미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할 지를 계획해두었으니.



 아무튼 그렇게 소첩은 일본으로 갔느니라. 거기서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어느 날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언덕에 앉아 듣기도 했고, 어느 날은 눈 쌓인 언덕에 앉아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기도했다. 그들의 음악가락에 맞춰 춤을 추는 것 또한 소첩의 몫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그들의 말을 경청했으며, 어느 날은 그들에게 말을 해주었고, 어느 날은 그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았으며 또 어느 날은 슬퍼하는 것을 보았다. 거기서 소첩은 인간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기댈 곳이 필요했음을 말이다. 그들과 멀리 떨어진 정치나 국제 관계 이런 것 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것들. 그들의 자식, 친구, 부모, 동료 등 그들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안정을 바랄 뿐이었느니라.



 그렇게 소첩의 역할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삼안 산업도 조금씩 일본에 자리를 잡아갔느니라. 그리고 그 사건이 터졌다. 그대도 알지않느냐. 철충말이다. 놈들은 끔찍했다. 정말로 끔찍했어. 내 여력이 닿는 곳까지 놈들을 막고자했으나, 소첩은 너무나도 무력했던 것이야. 삼라만상을 꿰뚫는 구미호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소첩은 만들어진 존재. 진짜에 비할 수는 없었던게지.



 삼안 사업도 그리고 소첩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삼안 산업에서는 소첩에게 일본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고, 추후 지원을 해줄 것이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의 습격으로 소첩의 생명 확인 장치가 망가지고말았고, 소첩도 그 충격으로 기절을 했었다. 당연히 소첩의 상태를 확인 할 수 없게된 삼안에서는 소첩이 죽었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보니 바다 위에 떠있더구나.



 그렇게 소첩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살아있는 인간을 찾아, 그들을 보듬고, 아직 살아있는 인간들과 바이오로이드들과 연계하여 철충과 싸우고 그리고 다시 반복하는 나날. 결국 소첩도 알아차렸다. 소첩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싶은 것을 구분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소첩이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 그것이 소첩이 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수의 한계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휩노스 병



 인간은 철충과의 전쟁과 동시에 그들을 위협하는 휩노스 병과도 싸워야했다. 눈에 보이지않는 질병과 눈에 보이는 철충. 그 둘과의 싸움을 벌여야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갈 수록 살아있는 인간보다 죽어있는 인간이 더 많아졌고, 어디를 가더라도 그 모습은 변하지않았다. 어쩌면 그때쯤 소첩도 망가져있었을 것이야. 필히 어딘가 망가졌을 것이라고. 거리를 걷든, 그 어디로 가든,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를 보아야하는 것은 도저히 적응할래야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소첩은 계속 이동했던것이야. 사람들도, 철충들도 없던 곳으로 계속해서. 



 철충이 보이면 싸우고, 인간들의 시체가 보이면 화장해서 보내주었다. 이길 수 있는 적들은 맞서 싸웠고, 이길 수 없는 적들은 모습을 숨겼다. 그렇게 소첩은 사람도, 철충의 흔적도 볼 수 없는 곳으로 계속해서 이동했던 것이야. 그렇게 지내던 중, 소첩이 도착한 곳이 알래스카라는 것을 알았다. 그대들이 어떻게 그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첩은 너무 지겨웠던 것이야. 아니, 어쩌면 사람이 그리웠을 수도. 사람들이 죽어있는 것을 보는 것도, 끝없이 몰려오는 철충들을 상대하는 것도. 소첩은 그저 휴식이 필요했다네. 그래. 그렇게 그대에게 소첩이 들키는 날까지 말이야.



* * *



어떤가. 이제 소첩에 대해 좀 알게 되었는가


그대가 소첩의 존재를 용인했다는 것


그것은 그대가 소첩을 길들이기로 했다는 것.


그러니, 그대는 소첩을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첩에게 심한 짓을 하더라도.


그러니 마음껏 쓰다듬거라! 이미 소첩은 그대 것이니 말이다!



- 누군가 바란 소원 이후 사령관과 히루메의 대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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