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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부디 다시 생각해주세요.

- 미안, 리리스. 이것만큼은 철회할 생각이 없어.


설마하니 리리스가 사령관의 방침에 이렇게 진지하게 반대하는 상황이 올 줄이야.

-라면서 남 일처럼 넘기기에는 리제도 한 발 걸쳐 있다는 것이 특히 골치 아픈 일이었지.

둘의 의견이 갈린 부분은 다름아닌 포이의 복원에 대해서였어.

원작에서는 리리스가 경호 효율의 향상을 위해 포이의 복원을 추진했다고 한 반면, 이쪽에서는 오히려 사령관이 적극적이고 리리스가 소극적이었음.

이유야 뭐, 당연히 포이의 성격 때문이고.


- 주인님의 경호는 언제나 만전이고, 리제 양도 인원 배치에 주의한다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요.

- 절대적인 전력의 증가는 도움이 될 거야. 기록된 포이의 능력이라면 효과도 상당할 테고.

- 하지만.

- 리리스.


힘주어 부른 이름에 리리스는 멈칫했지만, 사령관에게 리리스를 꾸짖을 생각은 전혀 없었음.


- 괜찮아. 무슨 트러블이 생겨도 요구한 것은 나고, 그런 이유로 네 자매를 버리지는 않을 거야.

-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결국 양보한 것이 리리스라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지.


- 참 좋은 언니야, 리리스는.


자매가 불행해질지도 모르는 것을 저렇게 걱정할 줄은 몰랐다며 사령관은 흐뭇하게 끄덕였음.

그야 반 정도는 동의하지만.


- 당신답지 않네요.

- 응? 뭐가?

- 물론 리리스 씨가 자매가 버림받는 걸 좋아할 리는 없지만, 그 이상으로 당신이 실망하는 걸 두려워했을 게 뻔하잖아요.


리리스는 좋은 언니지만 그만큼 충직한 경호원이니까.

평소에 날카로운 사령관 답지 않다고 생각해서 설명했는데, 사령관의 대답이 가관이었음.


- 무슨 소리야? 조금 폐가 되는 정도로 리리스나 컴패니언에게 실망할 리 없잖아? 얼마나 소중한 아이들인데.

- ……그 이야기를 리리스 씨가 직접 못 들어서 다행이네요.


들었으면 아마 심장마비로 쓰러졌을지도.

이 남편은 가면 갈수록 치명적이 되어가는구나 싶어서 리제는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지.

그것도 그렇고….


- 리제도 걱정되는 것 같네.

-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요.

- 슬픈데. 그 정도에 내 사랑이 흔들릴 거라고 생각한 거야?

- 그런 식으로 놀려도 이젠 안 통하니까 하지 마요.

- 얼굴 새빨개.


이 사람이 정말.

볼을 가볍게 꼬집어도 마냥 빙글거리는 게 더 얄미워.

몇 번 더 볼을 쥔 손을 흔들다가 사령관이 옆구리를 찌르려고 하는 것에 기겁하며 놔주고, 리제는 슬쩍 시선을 내렸어.


- …당신이 응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태생적인 욕구를 평생 해소할 수 없는 건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소완이나 리리스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타입은 정서적인 배려와 관심, 더해서 다른 바이오로이드와의 친분으로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다지만.

육체적인 욕망이 최우선인 포이는 또 그것대로 다른 문제가 아닐까.

왜, 고양이도 발정기에 그냥 두는 건 괴롭다고 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생각에 인상을 흐린 리제에게, 사령관도 진지하게 자세를 고치고 대답했음.


- 괜찮아, 리제. 생각해둔 게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


믿음직하다고 생각해야 할 텐데, 왜 소완 때가 겹쳐져서 역으로 불안하지.

정작 소완이 합류했을 당시에는 그 대처가 최선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령관에게 리제의 불안은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어.

그래. 내가 뭘 어쩌겠어. 이 이가 알아서 잘 하겠지.


- 그리고 페로에게 도움도 받을 테고.

- 네?


*   *   *


그로부터 일 주일 후.


- 하아, 하아, 주인님… 너무, 좋아….


쌕쌕 숨을 몰아쉬며 땀투성이로 쓰러진 포이의 모습을 리제는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음.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 주인님의 기술은 이미 완벽조차 초월해 있으니까요.

- 맞아! 완전히 꿰뚫어 보여지는 기분이었어!


……쓰다듬기 스킬만으로 그 포이를 굴복시킬 줄은.

이쯤 되면 장인의 영역도 넘어서지 않았어?


- 냐아… 주인님, 앞으론 착하게 굴 테니까…… 그거, 더 해줘어…


넋이 나간 얼굴로 졸라대는 포이를 흰눈으로 보다가, 리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

어째서일까. 이번에 사령관이 익힌 스킬로 위험해진 건 포이도 페로도 아니고 히루메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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