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astorigin/33224629
이거 보고 오시면 더 재밌을지도 모른다


난 존나 쩌는 인간이다.
 


나는 기억을 잃고 깨어나자마자 개쩌는 지휘능력으로 그리폰과 콘스탄챠 각각 1기 만으로 날 죽이려는 철충들을 족치고 프레스터 요안나와 합류, 인류 최후의 요새인 오르카호로 무사히 복귀하는 걸로 모자라 등대에 고립된 LRL까지도 구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오르카호가 시동이 걸리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직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도 합류하지 않았을 때, 아주 미약한 전투력으로 연결체의 대가리를 비틀어버리는 쾌거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내 자신을 미끼로 쓰는 작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전을 시작으로 우리 오르카호는 무패연승 신화를 쓰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이 과감한 작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오르카는 없었을 것이다.
 


오르카호의 시설이 증설되며 이제 바이오로이드를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내가 처음으로 제조한 바이오로이드는 나이트앤젤이다. 나이트앤젤이 합류한 저항군은 그야말로 순풍을 타는 전함과 마찬가지였다. 나의 부관이며 동시에 둠브링어의 부관이기도 한 나이트앤젤은 내게 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기도 했고, 전투에 나가 그야말로 일당백으로 철충을 조지며,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해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전우이며 최초이자 최후의 사랑이다.


철충과의 전투는 계속되었고, 계속해서 승리를 하며 영토를 가지게 됐다.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들도 합류하거나 복원되어 전력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나의 지휘능력은 선천적 재능으로만 남기기엔 너무나도 아까웠기에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쓴소리를 들으면서 지휘 수업을 들었다. 철충과도 싸우며 쓴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내 귀로 듣기 쓴 충언을 내치는 것은 귀감이 될만한 인간이 아니다. 지휘관들은 지휘모듈을 가지고 있으나 나에겐 없다. 그 차이에 나는 불합리함을 느끼긴 했으나 그렇기에 지휘관들은 매우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나의 부관이자 멸망의 메이의 부관인 나이트앤젤은 그런 쓴소리를 감당하는 날 걱정해주었다. 그러나 난 너희들을 인간처럼 아끼는 사람이고, 인류 최후의 사령관이다. 난 그래서 감내해야 한다. 이 쓴소리는 철충들에게 패해 파괴된 오르카호를 상상하는 것보다 달다고 말했다.
 


 사실은 많이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다. 업무, 지휘, 지휘 수업, 부대 시찰, 훈련. 하루가 75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 힘든 와중에 철충들이 탐색조를 기습하는 사건이 있었다. 탐색조 인원들은 대부분 무사했다. 나의 사랑하는 부관 나이트앤젤은 빼고. 난 분노했다. 깨어난 이래로 단 한 번도 화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은 나는 이때 분노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 충동, 떨림은 지휘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의 안일함, 나의 분노를 구겨 입에 담고 침묵했다. 나의 재능을 증오하기도 했다. 안일하지만 않았어도, 아주 잠깐 긴장을 놓지 않았으면.
 


난 우리 저항군에게 패배를 안겨줄 수 없다. 지휘관들의 소망에 보답해야 한다.

나의 나이트앤젤을 구출해야 한다.

오직 이것만 마음에 담았다.
 


난 오만했다. 난 나의 서투름을 인정했다. 사령관으로서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래서 나이트앤젤이 실종되었다. 그래서 탐색지역을 대규모로 소탕함과 동시에 실종된 나이트앤젤을 찾아내는 작전을 실행했다. 지친 몸으로 단말기를 들고, 20대의 드론08을 출격시켰고 스카이나이츠와 와쳐MQ-20, 아이언 애니, 앵거 오브 호드를 탐색조로 투입했으며 대기권의 에이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실종된 나이트앤젤을 안전하게 복귀시킬 수 있도록 알바트로스도 대기했다. 실종사건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알바트로스와 에이다가 포기하라고 해도 난 절대 놓을 수 없었다. B-11나이트앤젤은 양산기이나 나의 부관, 나의 전우, 나의 사랑 나이트앤젤은 단 하나이다. 탐색조를 3교대로 정하고 일주일동안 자지 않고 작전수행을 한 끝에 나이트앤젤이 중상을 입은 채로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모두 정말 고맙다. 스틸라인의 모든 영웅들이여,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전사들이여, 앵거 오브 호드의 용사들이여, 스카이나이츠의 기사들이여.
정말 고생 많았다. 모든 지휘관들이여.
나의 눈이 되어주어 고맙다 AGS와 탐색조들.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나이트앤젤.
그리고 나이트앤젤, 날 일주일동안 잠들지 않게 한 처벌을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나와 서약하자, 나이트앤젤. 나의 삶 절반을 너에게 주겠다. 그리고 그 대가로 너의 삶 절반을 나에게 줘라. 오늘부터 너는 나와 단 한 순간도 떨어질 수 없어.


5252 믿고 있었다구 젠장!!
 


OHHHHHHHHHH
 


서약... 축하... 드...
 


정말 축하드리오, 나이트앤젤 대령.
 


축하드립니다, 대령님.
 


주공과 나이트앤젤 공, 정말 축하드리오.
 


후우... 고생한 보람이 있네.
 


축하해. 내 고생 생각해서 서로 이쁜 사랑 하라구.
 


멋있다, 사령관! 신인류 창조해버렷!!!
 


나이트앤젤 대령님 완전 부럽다!!
 


이쁘다, 나이트앤젤! 부럽다, 나이트앤젤!
 


...
 


사령관, 정말, 정말 괜찮아? 나, 나는... 절반으론 부족해. 내 삶 전부를 줄게. 사령관도 모든 걸 줘.
 


그아아아앗 못 참겠다! 일주일간 감도 천배 전투 야스다!
 


OHHHHHHHHHHH
 


려... 요. 대령... 님.
 


이쁜... 사랑...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