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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거리는 담배연기가 사령관의 입에 물려있는 파이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은은하게 초콜릿 향이 공기를 타고 퍼져나갔지만, 리앤은 그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옷에 냄새가 스며드는 것도 싫었고 입을 맞출 때에 섞이는 느낌도 싫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옆에서 걸으며 콧방울을 살짝 쥐고 허공에 휘휘 손을 저었다. 일종의 자기주장이었다.


“왓슨. 담배 좀 꺼줘.”


“유감이군. 토모 양. 하나의 취미로 받아줬으면 좋겠는데.”


“아니. 받아들일 수 없어. 그렇게 따지면 이것도 하나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할껄?”


사령관은 리앤이 허리춤에서 꺼내든 검은 칩 하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가 오르카호를 좀 먹고 있는 검은색 모듈이었다. 사용법도 아주 간단했다. 그저 모듈을 적용시키듯 넣으면 끝. 


그것의 첫 희생자는 가장 의외의 인물이었다. 스틸라인에서도 가장 활동력이 떨어지는 이프리트가 그 대상이었다. 그녀는 그 날따라 자극이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어디서 구해온지 모를, 오르카호의 암암리에서 유통되고 있던 모듈을 구해 집어넣었다. 그리고 여러갈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고통이 쾌락으로 바뀌고 허무함으로 바뀌었을 때, 브라우니는 그녀의 마지막 단말마를 들었다.


모서리의 사냥개가 자신을 잡아먹는다라고.


그는 그렇기에 이 모듈을 일종의 마약이라고 정의했다. 쾌락의 이후 반드시 사용자의 뇌를 태워버렸기에. 물론 사용자는 다양한 표정을 지어가며 죽어갔지만, 그에게는 이미 지나간 일었고 증거물이었다. 어찌되었든 사령관은 리앤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이 끈질긴 아가씨는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했다. 깊게 들이마신 담배 연기가 그녀의 얼굴에 얕게 흩뿌려졌다. 매캐한 연기에 다시금 허공에 손짓을 하던 여린 손은 어느새 그의 팔에 미약한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왓슨. 이런 제스쳐는 좋지 않아 일에 집중하자. 응? 정의를 집행하는 일이라구!”


“지금이 아니라 끝나고 하자는 건데. 그것도 싫다면... 할 수 없지.”


“에휴. 그래. 끝나고 해줄게.”


“그거 마음에 드는군.”


그 다음의 대화는 없었다. 리앤은 허리춤에 모듈을 다시 집어넣었고, 사령관은 다 태워버린 담뱃잎을 케이스에 우겨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걷고 있는 침묵들을 깨기에는 계기가 필요했다. 턱에 손가락을 올려 곰곰히 생각하는 그녀와 여전히 옆에서 걷는 그. 둘은 동시에 의문을 표했다.


“이상해.”


“이상하지?”


다시 파이프안에 담뱃잎들이 차근차근 채워넣어져 갔다. 겹겹히 쌓여가는 와중에 따가운 손짓이 그의 손을 쳐냈다. 심통이 가득 들어있는, 새침하기까지 한 리앤의 표정에 사령관은 가벼운 한 숨과 함께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그녀에게 항복하겠다는 듯이 손을 가볍게 올리고 파이프를 속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 한층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동행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 이 모듈은 어디서 유통되었는가? 둘. 아무도 이 모듈을 사용해본 적이 없을텐데 어떤 경험을 주는지 알 수 있었는가? 셋. 그렇다면 첫 희생자는 과연 이프리트가 맞는가? 이 세 가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왓슨?”


“흠. 정론이야.”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단편적으로 나온 정보들 뿐이니까.”


리앤은 다시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찌되었든 그와 그녀에게 있어서 얻은 정보는 사건에 의한 증거들 밖에 없었다. 마약 형태의 모듈. 뇌의 과부하. 환각. 사령관은 증거들을 자신의 사전지식을 머릿속에서 끼워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을 리앤을 보며 말했다.


“원론적으로 접근해보지. 이 모듈은 환각을 보여주면서 쾌락을 주는 일종의 마약이라고 봐도 무방해. 그렇다면, 두 번째 의문을 접목시켜보자고.”


“거기에 세 번째까지 접목시켜도 될 것 같은데?”


“그래. 왓슨. 현명하군. 이프리트는 누군가가 이것을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라고 가정해보지.”


“그러면 이프리트는 n번째 희생자라는것을 성립시키려면... 왓슨. 혹시 최초 발견 전의 임무. 기억해?”


“그 임무라면 어느 정도는. 별의 아이가 나타났었던 해변의 수색이었지. 분명 스틸라인이 담당했었고. 희생자들은 1개 소대. 총상에 의한 관통상이 주 사망 요인. 그리고 의미불명의... 아. 그렇군.”


“발견한 이는?”


“이프리트.”


“어느 정도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아?”


“억측일 가능성은?”


“없지는 않아. 하지만 우리의 의구심을 모두 맞아 떨어지게하는 시나리오야.”


“그렇다면 희생자인줄 알았던 이프리트가 사실은 유포자였다. 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군.”


“응. 아마 사망원인이 불분명한 대원이 모듈을 삽입, 환각으로 본 사냥개를 쫒아내기 위해 무차별적인 난사.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았거나 알게된 이프리트의 죽음.”


“촌극이군”


“동의해.”


그녀는 가벼운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억측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뼈대에 살을 덧 붙힐 수 있을 만큼 증거가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벌어진 사건들과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비록 그것이 비틀려있을지라도.


사령관은 천천히 걷던 걸음을 문 앞에서 멈췄다. 그에게는 나름 익숙한, 리앤에게는 다소 낯선 곳이었다. 형사인 그녀는 그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미약한 피냄새가 배어있는, 심문실이라고 버젓이 적힌 방 하나. 아무리 청소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 불안함과 섬짓함. 그는 담담하게 문고리를 잡으며 말했다.


“리앤.”


“응. 왓슨.”


“취조는 내가 할테니, 닥터에게 가서...”


“보고서는 사령관실에 놓아둘게.”


“그래. 그러는 편이 너에게도 좋겠지.”


문이 조금 열리고 묶여있는 이들이 틈 사이로 조금 비쳐보였다. 리앤은 그 임무에 참가했었던 대원들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불안한 눈빛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문을 닫으며 말했다.


“다녀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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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써야하는데 템포 놓쳐서 써놓고 올리지도 못했다.


추리물로써는 부족하고 느와르라고 하기에는 일부러 맛을 좀 많이 뺐음 그렇다고 크툴루적이냐면 그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게 튀어나와 버려서 조금은 불만족스럽네


어쨋든 댓글 문학 소재는 이걸로 마무리


아 그리고 얼굴에 담배 연기 뿌리는 건 오늘 하자는 뜻이라서 한 번 넣어봄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