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너의 이름은.을 보고 엄청나게 감명받아 한동안 후유증처럼 여운에 잠겨있던 나날이 있었음

내가 어지간하면 극장 안가는 편이거든?

다회차는 말도 안되는 소리고

그런데 너의 이름은.은 11번인가 봄

그정도로 인상깊었기에 관련 커뮤니티에서 후기를 주고받거나 나아가 2차창작에 발을 들이기도 했지

헌데 모든 2차창작이 그렇듯 글보다는 그림이 더 호응이 좋거든

하지만 그림은 손이 따라줘야 그려

그렇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통감하며 소설을 4편 정도 썼다가

야심차게 도전하자며 만화를 한편 그림

그린 후 올려보니 반응이 실로 가관이었음

일단 뭔가 올라왔으니 호응을 해주긴 하는데 실로 기묘해서 반응이 다들 '?' '??' 인거임

그릴 당시엔 이걸 완성해야 한다는 일념뿐이라 미처 눈에 안들어왔는데 올린 후에야 보이더라

너무 조악한거야

그래서 혀를 차며 집어치움


시간이 흘러 유독 창작물에 호의적인 라오챈에 발을 들여 이리저리 뒹굴다보니 문득 저 생각이 난다

중학생까지만 해도 나름 만화도 그리며 그쪽에 관심과 재능을 싹틔우려다가

15년 넘게 아예 연을 끊었으니 미약하던 재능도 녹슬었지

반응이 미묘하던 만화를 올린 직후 타블렛을 사서 제대로 파볼까, 때려치울까 갈등한 끝에 후자로 기울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씁쓸함도 잊어버렸는지 다시금 미련이 남는다

최소한 4년 전의 나보다는 원숙해졌을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말 것 같기도 하고

깊어지는 밤과 함께 회한도 덩달아 끝이 보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