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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브금은 눈치 좋은 사람이라면 알아볼만한 놈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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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버너 껐고, 냉각 액추에이터 작동 중이고, 레이더랑 레이저 지시기 둘 다 안켠지 한참 됐고, 단파랑 장파 무전 발신 막아뒀고, 데이터 링크 주파수 호핑 잘 되고 있고, 좋아.


나는 지금 다이카가 지정해주었던 적 편대 뒤를 밟아 날고 있어. 공격기들 덕분에 아음속으로 날고 있는 적들 뒤로 따라붙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저것들은 아마 내가 따라 붙는지도 모를거야. 레이더에 안보이고, 열영상으로도 안보이고, 가시광과 소음도 폭우가 숨겨주니까. 하르페이아 기종이 최고인 이유가 그거잖아.


물론 나는 전천후 제공기지만 비가 오는게 좋지는 않아. 물 먹은 머리카락도 무겁고 초음속으로 들이치는 빗방울도 거슬리니까. 그리고 냉각 액추에이터도. 온몸이 서늘한건 견딜만 한데, 빗속에서 오래 쓰면 서리가 끼거든. 뭐... 그래도 악천후가 기술적으로 우월한 내게는 이점이 될 수도 있다는건 부인할 수 없네.



적 편대의 뒤로 붙었으니 최후방의 적기가 가장 가까워. 0.6마일 거리. 그런데 뒤쪽에서 나란히 날고 있는 두 대는 공격기가 아니고 호위로 붙은 제공기야. 오르카호보단 내게 위협이 되는 것들이지.


이것들보다 앞에서 뒤집어진 V자 대형으로 날고 있는 6기가 공격기, 즉 오르카호를 공격하기 위해 무장을 달고 온 적이야. 메이 대장의 명령에 따르면 먼저 공격해야 할 것들이지. 사령관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니 최우선 순위인게 당연한가? 어쨌든... 얘네는 1마일 거리. 조금 더 가까이 붙는게 좋을 것 같네.


적을 빠르게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급을 받지 못하고 교전이 길어질 수 있으니까,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 때는 최대한 아껴두려고 해. 그러니까 첫 기습은 빔 기관포로 할거야. 광속으로 나아가는 무기인만큼 조준만 정확하면 1마일 내에선 필중 필살이지. 물론 조금 더 멀리서도 괜찮은 무기야. 내가 미사일을 NARAAK 한 종류만 들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해. NARAAK 자체가 근접전에서도 꽤 괜찮다는 점도 있지만... 적외선 유도 단거리 미사일 정도의 사거리는 고정 무장인 빔 기관총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커.


빔을 발사하면 적도 당연히 공격당한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겠지. 공격기는 소산할거고 호위기는 나를 물려고 할거야. 내 반응 속도를 생각하면 적기가 흩어지기 전에 3기 정도는 빔 기관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편대가 해산할 때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흩어지니까, 내 양 옆으로 흩어지는 것보단 한 쪽으로만 멀어지도록 하는게 좋겠지. 그러니까 공격 순서는 한 쪽 끝에서부터 해야해. 지금 적의 선도기가 3번이니까... 왼쪽에서부터 3기를 없애면 남은 적 공격기들은 우선회를 할거고, 추가 공격이 쉽겠다.



공중전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 상황이 유리하다면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는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말야. 강력한 엔진, 뛰어난 스텔스, 고도화된 항전 장비 모두 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 항공전 이론은 토모랑 드라코도 재미없어하던 이야기니까 간단하게 끝낼게.


우리 기종의 모토는 '먼저 보고, 먼저 쏴서, 먼저 죽인다!' 였지. 내 L1A2 빔 기관포는 언제든지 불을 뿜을 준비가 되어있고 지금 아무 것도 모르는 적기 8기는 내가 코 앞까지 접근한 줄도 모르고 오르카호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고 있어.


... 나는 놈들을 파멸로 인도할 다모클레스의 검이고, 이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실이 끊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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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프니르의 4발 엔진은 다중 폭우와 강풍 속에서도 대기를 찢는 강렬한 굉음을 주변에 뿌리며 날아가고 있었지만 정작 슬레이프니르 본인은 바람과 빗소리만을 들으며 비행하고 있었다. 


초음속으로 움직이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경험들을 하게 되는 법. 지금도 맹렬하게 공기를 빨아들이고, 다시 연료와 함께 기다란 불꽃을 내뿜고 있는 4개의 엔진이 내는 소음은 아래에 있던 호라이즌 대원들에게는 큰 인상을 남길만한 것이었지만 소리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슬레이프니르의 귀에는 결코 닿지 않는다. 엔진에서 내뿜는 소음이 전진하는 속도보다 슬레이프니르가 전진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그렇다.


초음속 비행을 자주 하는 스카이나이츠의 다른 대원들도 이런 경험을 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이, 그들은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엔진과 몸이 결속된 부분을 통해 '골전도 엔진 소음'이 들린다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초음속 비행을 통해 자신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슬레이프니르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셈이다. 슬레이프니르는 4개 엔진의 독립적 추력 편향과 섬세한 추진력 조절을 위해 각 엔진의 진동과 간섭이 메인 프레임에 전달되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된 멋쟁이 제비니까.


그런 즉, 음속을 넘어서는 순간 생기는 이 기묘한 고요는 슬레이프니르만이 겪어본 경험이다. 고요라고 하기에는 이미 음속의 3배가 넘는 속도로 들이치고 있는 맞바람과 빗물 덕분에 결코 조용하지 않지만, 슬레이프니르는 오히려 이렇게 주변의 바람과 환경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의 특출난 기동성과 반응성의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모모 5 이륙 완료. 듣고 있어 메이 대장?"


"좋아. 하르페이아와 블랙 하운드는?"


"거의 다 됐어."


"알겠어. 어차피 본대가 이륙하기 전까지 기존 편대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테니 콜사인은 사용하지 않아도 좋아. 셋 모두 각자 목표를 지정 받고 단독으로 교전해야 할거야. 할 수 있지?"


"슬레이프니르 확인."


"하르페이아 확인."


"블랙하운드 확인했어요."


"하르페이아랑 블랙하운드는 준비 되면 보고해."


"네에."


"대장... 다이카에요... 제가 할 일이 있나요?"


"없어. 여기는 내가 지휘할거야 다이카. 앞으로 15분간 작전 공역도 분리할거고. 이 쪽 하르페는 내꺼니까 신경 끄고 그 쪽 하르페나 잘 지휘하라구. 작전 공역 구분은 공유된 작전 상황도를 보면 될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슬레이프니르, 데이터링크 확인해."


"포트 C115, 무결성 확인... 상태 양호."


"최우선 교전 대상은 020 방향 재편성 중인 비행대대 규모의 적. 도합 20기인데 대함 무장을 한 적을 우선으로 노리고 대공무장을 한 적은 무시해도 좋아. 절대로 오르카호를 향해 일제 사격할 수 없도록 해."


"어디... 확인. 본기로부터 방위 025 거리 135해리. 혹시 공격기 구분해서 마킹해줄 수 있어?"


"거리가 멀어서 어려워. 대령이 접근해서 직접 확인하고 공격하도록 해."


"치이... 알겠어. 목표를 향해 선회 중."



슬레이프니르는 속도를 잃지 않도록 신경쓰며 부드럽게 선회했다. 그 덕분일까 선회를 마칠 즈음에는 숫제 단위가 마하수로만 적혀있는 슬레이프니르의 속도계가 내놓는 값이 5를 돌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관제실, 내 속도를 알려줄 수 있어?"


"예... 모모 5, 지면 속도 3100노트. 인상적이네요 대령님."


관제실에서 일하고 있던 한 유미의 답변을 듣고 나자 슬레이프니르는 괜스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속도가 대단하다, 순발력이 엄청나다는 감탄을 한 두번 듣는 것도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관심의 노예인가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금방 떨쳐냈다. 그야 뭐, 원래 대민선전도 고려해서 만들어졌고 멸망 전에도 후에도 아이돌까지 했었잖아?


음속의 5배... 오랫만에 임무 중 그녀의 장기인 극초음속의 영역에 들어서고 나니 오늘 내내 줄곧 우울했던 기분이 좀 들뜨는 것 같기도 했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진 듯 했다.


"집중해 대령. 상황과 맡은 임무의 긴요함을 벌써 잊은건 아니겠지?"


"아아- 교전하려면 아직 좀 남았거든."


"얼마 남았지?"


"ETA... 이제 120초."



몇 번을 봐도 비상식적인 스펙이다. 135해리, 250km 떨어진 적을 2분만에 접촉하고 타격할 수 있다는 작전기를 어느 항공 지휘관이 마다할 수 있으랴. 


오래 전부터 메이는 장성급 지휘관이었고, 작전기들은 메이의 체스말이었다. 지니야와 실피드는 폰, 밴시는 나이트, 타부대긴 하지만 하르페이아쯤 되면 퀸이라고 할 수 있겠지. 꼭 일대일 대응이 되는건 아니지만 메이는 전략항공군의 유능한 장군이었고, 자신의 기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메이처럼 실력 좋은 지휘관이라면 적의 세력이 조금 우세하더라도 이 말들을 잘 운용해서 손실 없이 적 기물들을 잘 섬멸할 수 있는, 뭐 그런 비유다.


그러나 슬레이프니르는 좀 다르다. 슬레이프니르는 지휘관의 엽총이었다. 엽총으로 상황판에서 마음에 안드는 적을 겨누고, 빵- 하고 쏘면, 총알이 슝- 하고 날아가서 그 적을 박살내놓으니까. 체스를 두는데 상대방 비숍이 예상치 못한 지점까지 치고 들어와 판세가 위험해졌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당신의 오른편에 엽총이 하나 놓여져 있는거지. 꼴보기 싫은 비숍에 엽총을 겨누고 빵-! 문제 해결. 작전 중에 뭔가 꼬일 때 투입하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어느 지휘관이 싫어할 수 있겠는가. 워낙 독보적인 성능이었으니 콧대 높은 메이도 어깃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 그래 대령. 알아서 잘 하리라 믿어."


"그럼. 내가 누군데."


"메이 대장, 하르페랑 저 이륙 완료했어요. 지시를 기다립니다."


"아 그래. 하르페이아랑 블랙하운드는 따로 움직일거야. 우선 블랙하운드는..."


슬레이프니르의 인상적인 고속 성능과 우쭐한 모습에 대한 감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하르페이아와 블랙 하운드가 이륙 절차를 완료했다는 무전이 들어오면서 메이는 다시 원래 임무였던 체스판 위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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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 1... 듣고 있어요...?"


"어 다이카. 왜 그래? 지금 막 공격 개시하려고 하는데."


"아... 아니에요. 오르카에서 아군들 이륙 중이래요. 그리고 작전 공역 업데이트 확인하세요...."


"알았어. 마침 잘됐다. 공격 개시해도 되겠지? 레이더 관제, 공역 내 상황 다 좋아?"


"네... 레이더 유도 계속 제공되고 있고... 새로운 위협도 없어요...."


"응. 그럼 돌입할게."



다이카한테 OK 사인도 받았겠다, 적 공격기 중 가장 왼쪽의 적을 조준선에 놓고 빔 기관포를 발사하면...


[쮜유웅-]


축전기가 순식간에 방전되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가 빛으로, 섬광으로 바뀌어 적을 덮치는거야.


... 내가 아까 다모클레스의 검이라고 했었나? 이건 다모클레스의 광선검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네. 어쨌든 멋있잖아.



첫 번째 적기가 번쩍인 뒤 곧장 불이 붙는 것을 보고 나는 조준점을 오른쪽의 다음 목표물로 옮겨 가. 그리고-


[쮸우웅-]


두 번째 적도 허무하게 첫 번째 적기와 같은 상황, 같은 운명을 맞게 되겠지. 


조준을 세 번째 적으로 옮기자 드디어 공격을 알아채고 선회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여. 다른 공격기 3기도, 호위로 붙은 적기도 각자 기동을 시작했어. 일단 계획대로 이 녀석까진 끝장을 내야지. 선회해봐야 내가 훨씬 날쌔고, 놓칠 일은 없으니까.


일단 놈이 선회하는 방향에 맞춰 따라 붙으면...


[쮜유웅]


[쾅]


... 이렇게. 


첫 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됐으니 이제 상황을 다시 봐야해. 빗속에서 불타며 검은 연기를 뿌려대는 적이 둘, 공중에서 폭발해버린 적이 하나. 남은 적 공격기 3기는 우측으로 선회하며 흩어져서 속도와 고도를 올리기 시작했어. 적 호위기 하나는 내 뒤를 잡으려 하고, 다른 하나는 위로 선회하며 고도를 올리고 있네. 빔 기관포로 계속 갈지 미사일을 쓸지 2초 내로 정해야 할 것 같아. 빗속이고 구름이 낮아서 나안으로 조준하는 무기를 오래 쓰고 싶지는 않아. 8천 피트를 넘어서면 적이 구름 속으로 들어갈테고 레이더에 의존해서 쫓아야 하겠지. 그럼...


"다이카, 레이더 락."


"클리어...."


[삐이-]


다이카의 대답과 함께 다이카가 방사해주는 레이더 전파를 문 무장창에서 전해주는 맑은 비프음이 울리기 시작했어.


"굿 톤. 폭스 쓰리."


공격을 결심하자 차르륵 소리와 함께 무장창에서 빠져나간 NARAAK 미사일 세 발이 각자 맡은 적을 쫓아 날아갔지.



[삐비-]


그리고 귀에 들려오는 RWR* 경고음. 다행인건 적 레이더가 탐색 패턴인데 추적으로 넘어가질 않는다는거야. 적이 나를 찾기 위해 레이더 전파를 뿌리고 있지만 레이더에서 잡지는 못했다는 뜻이지.


* Radar Warning Receiver; 레이더 경보 수신기


전파가 날아온건 5시 방향이었어. 뒤를 돌아보니 적 호위기가 뒤로 붙었네. 세 시간 전에 잡았던 것과 같은 기종. 철충에 감염된 FQ-104. 


"적기 기만체 방출... 유도 레이더 파장대를 바꿀까요?"


"알아서 해 다이카. 미사일 통제권 열어놨어. 나는... 기동을 좀 해야할 것 같아서."


"알겠습니다...."


꽤나 가깝게 붙었어. 1500 피트 정도? 배럴롤을 하면서 사격각은 안주고 있지만 일단 나도 적 위치에 맞춰서 오른쪽 선회를 돌아야겠네.


머리가 오른쪽을 향할 때를 맞춰서 롤을 멈추고 기수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우선회로 이어지지. 추력 편향 기능이 작동하면서 앞으로만 치고 나가던 엔진 출력이 다리를 뒤에서 미는 듯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몸이 더 빠르게 회전해. 받음각이 너무 커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속도만 어느 정도 유지해주면... 좋아. 적이 따라붙지 못하네.


빔 기관포의 사격각 안에 적기를 넣을 수 있을까 시도를 해보겠지만 뒤를 잡고 있던 적이라 무리일거야. 이대로 가면 내 앞으로 적기가 스쳐지나가는 정도만 되겠네.


"하피 1... 미사일... 2발 명중하여... 2기 추락 중... 한 기는 계속 상승 중입니다."


"아... 알았어 다이카. 다시 그 쪽으로 기동할게."


이대로 계속 선회만 돌아도 지금 붙은 적기의 뒤는 잡겠지만 어쩔 수 없지. 살아남은 공격기를 보내버리면 그대로 도망쳐서 오르카호를 공격하고 이탈할테니까.


"하피 1, 위쪽 조심하세요."


"보고 있어."


나를 바로 쫓는 대신 고도를 올렸던 적 호위기는 결국 구름 위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나를 쫓는 방향으로 돌아섰어. 가시광으로 보이는게 아니면 나를 쫓지도 못할테니 구름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겠지. 구름? 아 그래 이게 좋겠네.


"다이카, 최우선 목표물 고도는?"


"현재... 1만 3천피트입니다."


"아하. 잘됐네."


구름 속이잖아. 광학 카메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겨우 날 쫓고 있는 이 드론들로부터 숨기 아주 좋거든.


고도를 올리는 쪽으로 기동하자 적기들이 아득바득 따라붙으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8천피트까지 치달아서 구름 아래를 뚫고 들어왔어.


구름 속에 숨었으니까 냉각 액추에이터 잠깐 끄고, 애프터버너 켜고, 고속으로 따라붙어보자.


"다이카, 내가 적기에 따라붙을 시간이 충분해?"


"적기... 곧 오르카호를 대함미사일 유효 사거리에 넣을 수 있어요...."


"곧?"


"20초...."


적기까지 거리 6.3마일, 속도 마하 0.8, 시간 20초, 빔포 사거리 1마일이라 치면 정후방에서 내가 쫓아야 하는 속도는 마하 2.1 이상, 내 지금 속도는 마하 1.2.


"안되겠네. 미사일을 쓸게. 폭스 쓰리."


다시 한 번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장창을 빠져나간 미사일이 적을 쫓기 시작했어. 미사일 발사를 못봤을테니까... 회피기동이나 기만체 사용을 못하지 않을까?


"미사일 발사 확인... 추적 상태 좋습니다."


"20초 전에 맞겠지?"


"네... 도달 예상 시간 4... 3... 2... 1..."


"맞았어?"


"... 목표물 레이더 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우후! 좋았어."


"뒤쪽 조심하세요...."


레이더 자료를 확인하니 내 뒤로 적기가 착실하게 따라붙고 있어. 어차피 미사일을 사용할거면 에프터버너는 필요 없었는데 내 실수네. 구름이 애프터버너의 불빛을 다 가려줄만큼은 안됐나봐.


애프터버너 껐고, 저것들을 상대하러...


[삐리리리리리]


"플레어 방출! 반전하여 저고도로 이탈할게!"


미사일 경고. 단거리 적외선. 구름 속이라 다 괜찮을 줄 알았더니 애프터버너 좀 썼다고 이렇게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네 정말. 반성해야겠어.


"다 보고할 필요 없어요 하피 1... 회피기동부터..."


"괜찮아 다이카..."


아래쪽으로 기수를 돌리며 플레어를 방출하자, 구름 속을 번개치듯 불빛으로 수놓으며 빗방울을 따라잡았어.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그리고 구름을 뚫고 나와, 내 뒤를 쫓는 미사일과 철충 둘을 이끌고 진청색의 성난 바다를 향해 내달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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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까지 얘네가 주인공할 듯.


하르페와 뗑컨 교전씬 합쳐서 한 편이면 될 줄 알았더니 반 정도 썼는데 빈공간 제외하고도 6000자 넘겼길래 절단함.

사실 머릿속에서 사건 전개되는거 받아 쓰는 식이라 다음 편에 교전씬이 끝날지도 확신은 엄슴.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연재 느려터진 소설 읽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