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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5만 피트

 

 

나는, 철충들이 몰려있는 구역을 폭격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생존자는 이미 빠져나간 지 오래고, 전술적으로 유용한 지형도 아니었기에 힘을 아낄 필요도 없이 공격이 가능했다.

 

이런 임무는 자주 있었지만, 스텔스 기종이라 그런지 내가 공격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

 

그 일이 일어난 지 3주가 지났다.

 

 

나는 죄책감의 빠져 살았었다.

 

자기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나쁜 사람이었던 걸까?

 

 

진정한 쓰레기가, 사령관이 아닌 내가 아니었을까?

 

 

 

어떻게든 나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을 모욕했다고

 

우리를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구 인류랑 다를 바 없다고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모두 비열한 핑계일 뿐이었다.

 

 

 

그가 말한 것 중에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만들어진 존재가 맞았다.

 

인간들을 위한 도구로써 태어난 게 맞았다.

 

우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조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령관이 무슨 짓을 했던, 내가 한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난 그의 흉터를 쑤셔버렸고,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겨버렸다.

 

 

 

사령관은 피해자일 뿐이었다.

 

 

내가, 아니 우리가, 가해자였던 것이다.

 

 

“나이트 앤젤?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죄송합니다, 메이 대장님. 잠시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래? 네가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임무에 집중하도록 해.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명심하겠습니다.”

 

 

꼬맹이의 말이 맞았다. 수색조로부터 새로운 철충 변종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기에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게 중요했다.

 

 

주의에 기계 파편이 널렸는데도 기생하지 않는 유충.

 

이러면 사실상 무해하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살이 필수였다.

 

 

 

...지금은 임무에만 집중하자.

 

이번 임무만 끝나면, 사령관한테 직접 사과하러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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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담배개비를 꺼내려 했을 때,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이트 앤젤이 가져와 준, 레몬 맛 사탕이었다.

 

“...한번 먹어볼까….”

 

 

상자를 열고, 사탕 하나를 꺼냈다.

 

포장지 양쪽을 잡고, 당겨주자 노란색 구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에 넣어보고, 맛을 보기 시작했다.

 

“......시군. 그것도 아주 많이.”


 

먹을만한 게 되지 못했다. 하필 줘도 이딴걸 주다니.

 

아무한테나 주든가 해야겠다. 알아서 먹던가 아니면 버리던가 하겠지.

 

 

이제 오늘 할 일은 대강 끝냈으니 닥터한테 메시지를 보내본다.

 

“프로젝트 노아는, 잘 돼가고 있는가?”

 

“응, 오빠. 이제 내일쯤이면 다 완성될 거 같아. 근데, 이거 꼭 만들어야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인가?”

 

“그거야 당연하잖아.”

 

잠시 동안 잠잠했다.

 

그리곤, 닥터한테서 하나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혹시나 오빠가 죽어버렸을 때, 뇌를 꺼내 통 안에 넣어두라니, 너무 무섭잖아. ”

 

“...”

 

“이미 뇌사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빠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불가능해. 그저 뇌파를 쏘아 보낼 정도만 겨우 할 수 있다고.”

 

“내가 죽어버리면, 전력의 크나큰 손실이 생긴다. 그럴 때를 대비해 자네들이 나의 뇌파를 이용해 스스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만, 오빠가 죽는다는 걸 상상만 해도 너무 슬픈걸.”

 

“......”

 

“그래도 걱정 마! 나는 천재니까!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쓸 일 없도록 열심히 일할게!”

 

“그래. 말이라도 고맙네. 그럼 이만 가보도록.”

 

“알겠어, 오빠! 난 이제 다시 연구하러 갈게!”

 

…… 

 

단말기의 전원을 껐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드디어, 나는 도망칠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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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시점-

 

스텔스 기능이 최적화된 바이오로 이 드는 빨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다 위를 지나간다.

 

푸른 바다와 하늘에 대조적인 부분이 부각되어, 마치 천사 같은 모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천사 뒤에 따라오는 시커먼 악마가 없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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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바빠지긴 했지만 다음 화를 기다리는 라붕이들을 위해 오늘도 글 써왔다

 

아 그리고 본인 나앤이랑 결혼함

 

서약 대사 들으니 참치가 하나도 안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