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새로운 엠프리스 하나가 발견되었다.

그 엠프리스를 구조하여 오르카 호에 데려왔지만, 그 엠프리스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우 조용하였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싫어하였다.


"...오늘은 여기 있을까."


특별히 부탁하여 따로 싼 도시락을 들고 엠프리스는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


똑같이 도시락을 받아서 먹고 있는 팬텀이 있는 방에 말이다.


"...저, 제가 나갈까요?"

"...아니, 내가 늦게 왔으니까 내가 나갈게."


그러면서 도시락을 들고 나가려는 차에, 누군가와 또 맞닥뜨렸다.


""...아""


티아멧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서로가 비켜주려고 하는 상황, 그러다 웅성거림과 함께, 레이시와 아이들이 오고 있었고, 둘은 팬텀이 있던 방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저... 역시 제가 나갈까요?"

"아니, 괜찮아. 다들 지나가기 전까지만 있을게."

"저도, 레이시 언니만 지나가면 나가겠습니다."

"그,그런가요..."


그리고 나서는 불편한 분위기. 밖은 대조적으로 레이시가 아이들을 잘 어르면서 같이 놀고 있었고, 아마 계속 그렇게 있을 것 같았다.

결국, 3명은 여기서 같이 밥을 먹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불편한 분위기에 원래 있던 팬텀은 참을 수가 없었고, 불편한 분위기를 풀 겸 이야기를 꺼냈다.


"그, 티아멧 씨는 레이시 씨가 불편한가요?"


이야기가 아니라 지뢰를 꺼냈다. 찐따다운 이야기 선택이었다.


"...아뇨, 단지, 실험실에 있었을 때가 떠올라서... 미안해서... 그런데 레이시 언니는 괜찮다면서 안아줘서... 솔직히 복잡합니다."

"그,그런가요... 에,엠프리스 씨는요...?"

"...나? 난..."


불현듯 엠프리스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광경, 깊은 크레바스, 다 떨어진 식량, 앞에 있는 펭귄들, 고기들, 피, 피, 피...


"아...아...!"

"죄,죄송합니다!!!!!"


특제 지뢰를 꺼낸 팬텀은 사과를 했다. 그래도 엠프리스는 발광을 하며 자해를 하기 시작했고, 이 것을 티아멧이 막았다.


"안돼, 안돼, 안됐어, 그러면 안됐어, 미안해, 미안,미안..."

"진정하세요 엠프리스 씨!"


본래라면 전투원인 티아멧이 엠프리스를 압도할 터였다. 하지만, 같은 오르카 호의 일원을 그다지 상처입히지 않으려고 하는 티아멧의 마음은 트라우마로 인한 발광을 멈추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팬텀이 엠프리스를 기절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두고 갈 수도 없었고, 팬텀하고 티아멧은 엠프리스를 수복실에 옮겨야만 했다.



다음날,


""...아""


또 마주친 팬텀과 엠프리스. 엠프리스는 곧바로 발을 돌려 떠나려했지만, 팬텀이 먼저 말을 걸었다.


"저...그... 목은 괜찮으세요? 기절시키려고 좀 쌔게 때렸는데..."

"...괜찮아. 그래도..."


그대로 죽도록 냅뒀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엠프리스는 읊조렸다.

그런 엠프리스의 말에 팬텀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지만, 몰래 숨어 듣고 있었던 티아멧은 그 말에 공연히 화가 났다.

왜일까. 자신대신 고통받다 죽었던 이들이 기억나서일까, 그러한 처지였던 레이시 언니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그런 것을 봤을 때의 예전의 자신의 심정과 같아서일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있었어? 그리고 무슨 말?"

"죽도록 냅뒀으면 좋았을텐데 같은 말은 하지 마세요."

"...알았어, 되도록 안 할게."


그러고서는 엠프리스는 발을 돌려나가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티아멧이 엠프리스의 손목을 잡았다.


"...안한다고 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요."


어제와 같이 엠프리스의 가슴을 후벼파는 물음, 하지만 어제와 달리 엠프리스는 발광하지 않은 채, 고개를 떨궜다.


"침묵하면 몰라요, 도대체 무슨 일이..."

"사령관에게 물어봐."


그렇게만 말한 뒤, 엠프리스는 티아멧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가버린 것이었다.




그 날 저녁, 티아멧은 팬텀을 데리고 사령관을 방문했다.

팬텀에게 있어서는 갑자기 튄 불똥같은... 아니, 본인이 지뢰를 터트렸으니 장본인이긴 하지만, 티아멧과 같이 가는 것으로 '치,친구가 이런 건가'하고 내심 들뜬 마음이었다.

...엠프리스의 사건의 전말을 듣기 전까진.



-오르카에 합류하기 3주 전 남극 기지


"기록 완료... 자! 32187호! 32188호 가자!"


엠프리스는 조사에 나가기 전의 일지를 쓴 다음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펭귄 둘을 데리고 조사 지역으로 떠났다.

이미 인간님들이 돌아오지 않은 지 꽤 되었지만, 언젠가 돌아오실테니까, 그 때 칭찬받기 위해서 열심히 조사를 해야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남극 환경이 좋아졌다니깐, 그러니까 내 말은, 추워졌다는 거지!"


들을 사람은 없지만, 펭귄에게라도 그렇게 너스레를 떤다.

그렇지 않으면 언어를 잃어버릴 거 같으니까,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렇게 말을 하지 못하는 펭귄들에게 말을 해가며, 계속해서 전진하여 이번의 조사 지역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설원, 해야할 일은 여기서 눈을 시료로 채취하는 것.

그를 위해서 장치를 가져와서 설치했고,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우르르르르릉


"어?!"


갑작스러운 지각, 아니 빙하의 변동, 갈라짐, 크레바스.

엠프리스는 황급하게 펭귄 둘을 집어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의 각력으로는 갑작스러운 크레바스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기에 그 시도는 성공할 뻔 했으나,


"아..."


순간, 눈에 장치가 비쳤다.

그 때의 엠프리스의 감정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미련? 아마도 그게 가까울 것이다.

어찌되었건 크레바스가 생성되는 것을 결국 피하지 못했던 엠프리스는 그대로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어슴푸레한, 크레바스의 안쪽, 간신히 엠프리스는 살아있었다.

인간이었으면 확실히 죽을만한 상태였지만, 바이오로이드라서 겨우겨우 살아있는 상태,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그 몸은, 점차 회복해나가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것이었다.

그런 엠프리스의 곁을, 엠프리스의 덕에 상처없이 안착한 펭귄 두 마리가 허둥되면서 멤돌고 있었다.


"...꺼내...줄래...?"


엠프리스는 그렇게 멤도는 펭귄에게 부탁을 했다. 그 부탁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펭귄 하나가 엠프리스의 품 안에서 기계 장치 하나를 꺼내줬고, 엠프리스는 장치를 가동시켰다.

장치의 용도는 구조 신호, 강렬한 신호를 발산하여 위치를 알리는 용도, 그렇게 했지만 엠프리스는 내심 체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기에,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다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대략 10시간 후, 자잘한 상처들은 치유되고, 큰 상처들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회복되었다.

물론, 그렇게 빠르게 치료가 되면서 대가가 없을 린 없었다. 식욕이었다.


"...와구...... 냠...."


비상식량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원래 가지고 다니는 비상식량은 조난당해도 구조를 기다릴 수 있게, 작은 양으로 5일정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어 만들어졌지만, 바이오로이드 자체적인 에너지 소비량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쓴 에너지로 인하여 벌써부터 1일분량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다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도 아니기에, 어차피 구조 올 일은 없었다만, 만약 구조가 온다고 했어도 죽을 수 밖에 없었겠지.


"...아."


순간 지나간 생각, 팽귄, 고기, 식량.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에 내심 혐오감을 느끼면서 머리를 털어서 생각을 날려보냈다.




4일째, 1일치 식량을 아껴가지고 나눠먹었지만 결국 동나고 말았다. 애시당초 상처가 치유되어야 하는데 3일간 하루치 식량을 나눠먹은 것 하나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언제 구조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일째, 상처는 아물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엠프리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영양부족, 사람이라면 3일 정도 단식해도 어떻게든 되지만, 엠프리스는 바이오로이드다. 거기다, 이 곳은 크레바스의 사이, 온도도 낮았기에 더더욱 에너지 소비는 심해졌다.

차라리 죽는다면 편해질까, 악을 써서 살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엠프리스는 계속 생각해왔지만,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던 마음 한 켠의 의문이 떠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고, 점점 죽어가는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본부 갔다 올테니까 잘 지켜주고 있어.'


하지만, 그럴 때는 왜일까.


'맛있는 거 사올게!'

'야, 나 갔다오는 동안 펭귄들 영상 좀 찍어줘 봐."


미련이라는 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으이구 수간쉑'

'수간 아니거든! 아, 그리고 세띠하고 엘에게 안부 전해줄게!'

'갔다오면 할라갈리 한 판 콜?'

'니랑 하면 뒤지게 아파서 싫어 새꺄'


이미 보지 못한지 수 십년인데, 이제 와서 왜 떠오르는 걸까.


'그러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마지막에 와서, 살아야 할 이유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죽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아직, 기다려야 했다. 그러니까, 결국, 손을 대야만했다.




구조 신호가 지속적으로 발산함에도 불구하고, 회수가 되지 못한 인간이 있는 것을 감지한 엠프리스가 재적한 남극연구기지의 시스템이, 추가적으로 구조 신호를 발산하여 그 신호가 오르카 호에도 닿았다.

오르카 호 내부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이 나뉘었으나, 사령관의 구하러 가자는 의견으로 인하여 결국 구조대가 편성되었고, 남극연구기지에 기록된 발신원을 가서 엠프리스를 구출하였다고 한다.

이 때, 엠프리스와 같이 다녔다고 한 팽귄 2마리는, 고깃덩어리가 되어 대부분이 유실된 상태라고 했다.


엠프리스는 구출된 뒤, 인류가 멸망했음을 알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지.

3주전이라면 납득을 하고 오르카호에 합류했을 테지만, 이미 자신은 죽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지켜야할 대상을, 펭귄을 먹어버렸다. 이런 자신이 이런 곳에 있어도 되는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사령관이라는 사람은 죽지 말라고 하면서 일단은 오르카호에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엠프리스는 크디 큰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합류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전부 듣게 된 팬텀하고 티아멧은 말을 잃었다. 하지만, 티아멧은 이내 정신을 다잡고 그런 엠프리스에게 참견하기로 결심했다.

자신도 그렇게 참견받으면서 이 곳의 일원이 되어갔으니까.

하지만 팬텀은 다르게 생각했다. 과연 이대로 엠프리스가 살아가는 것이 엠프리스에게 있어서 진짜로 행복할 것인가.

좋든 싫든 간에 기억을 날려버리지라도 않는 이상, 엠프리스에게 있어서 그 기억은 계속하여 따라갈 것이다.

그런데도 과연 엠프리스가 살아가는게 행복할 것인가.


답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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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뗑컨이라고 잘못봐서 다 쓰고 올리려다가 다시 수정했음....

뎃... 조용한 뗑컨이라고 봐서 머리싸맸는데 와타시의 고생은 무엇이었는데스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