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듣자하니 마츠시타씨가 모르는 정보를 제가 하나 알고 있는 듯 하군요.”

 차가 치바현에 들어섰을 무렵이었다. 미스터J는 마츠시타의 이야기를 들은 결론인양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최근 마츠시타씨의 목숨을 노린 집단이 있지 않습니까?”

 그 질문을 들은 마츠시타가 떠오른 것은 두 집단이었다. 야쿠자와 덴세츠 사이언스. 하지만 전부 지난 일이었다. 야쿠자들과의 일은 오래전 매듭을 지은지 오래였고 덴세츠 사이언스는 아직 마츠시타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노린 적이 없었다. 그저 우연히 덴세츠 사이언스의 암살대상과 함께 있었을 뿐이 전부였으니. 하지만 언젠가 덴세츠 사이언스가 마츠시타의 목숨을 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글쎄요. 제가 그렇게 유명인이었을까요.”

 마츠시타는 모르겠다는 양 말했다. 이 차에서 있었던 둘의 대화는 이런식이었다. 서로 주고 싶은 정보외에는 언급을 피하거나 모르는 양 말하는 것이었다.

 “아 죄송해요. 질문의 대상이 잘못되었습니다. 토모, 최근의 토모씨의 목숨을 노린 집단이 있지 않습니까?”

 “나? 마츠시타가 온라인 게임을 시켜줬으면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누가 내 목숨을 노린 기억은 없는데?”

 마츠시타는 순간 토모가 야쿠자나 덴세츠 사이언스의 바이오로이드를 말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토모는 그것을 순간 떠올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안심도 잠시. 마츠시타는 미스터J가 굳이 토모를 지칭한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토모가 무슨 일이 있던 거죠?”

 미스터J는 토모에게 말했다. 마츠시타가 아닌 토모를 노리는 누군가. 마츠시타는 그 누군가가 누군지 어렴풋이 떠오를 것 같았다. 마츠시타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아도 토모라는 존재를 신경쓸 조직이 하나 있었다. 블랙리버.

 “최근 정보가 하나 들어와서 말이죠. 재밌는 정보였어요. 조금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에요. 토모, 토모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이 무엇인가요?”

 “기억?”

 마츠시타가 아는 토모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요정에서 토모를 만난 기억이었다. 그 이전의 토모가 어떤 생활을 했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마츠시타는 아는 바가 없었다.

 “기억이라... 사실 오래된 기억은 잘 안나. 마츠시타도 알 거야. 요정에 있었던 기억. 나는 요정에서 일하고 있었어. 거기서...”

 “아, 거기까지면 됩니다.”

 미스터J는 토모가 슬픈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 것을 보고는 토모를 말렸다.

 “아니, 잠깐. 더 오래된 기억도 있어. 일본이 아니었어. 그 사람은 영어로 말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어.”

 마츠시타는 처음듣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나를 훈련시키고 있었어. 나는 수많은 사람과 싸워야 했어. 다른 기억도 있어. 그 사람은 내게 바이오로이드를 죽이게 했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그런데 그게 내가 떠오른 기억의 전부야. 그것 빼면 기억나는 건 마츠시타도 아는게 전부야. 아니다. 마츠시타가 잘 때 본 TV 방송도 있으니까 마츠시타가 모르는 것도 있어.”

 토모가 만들어질 때의 기억인 것인가. 마츠시타는 무슨 말인지 따라갈 수 없었지만 미스터J는 그 대답을 기대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한가지 정보가 있습니다. 이 정보는 토모를 봐서 공짜로 드리도록 하죠. 일종의 서비스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없지만 그 말은 틀렸어요. 이 정보는 진짜로 공짜입니다. 토모를 죽이기 위해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났죠. 그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잠깐만요. 토모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마츠시타는 믿을 수 없었다. 야쿠자에 덴세츠에 이어 이제는 블랙리버라고? 적을 늘리는 것은 사절이었다.

 “네. 아직 토모에 대해 아는 것은 적은 모양입니다. 몇개월을 헤맨 모양이더군요. 재밌는 이야기를 해드리죠. 인체의 신비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말이죠. 일부를 손상이 되더라도 그것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이 잘리면 손가락이 나는 것같은 만화같은 회복은 아니지만 뇌의 다른 부분들이 손상된 부분의 일을 일부 이어받아 그 기능을 대체하는 것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물론 손상되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요.”

 마츠시타도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였다. 바이오로이드의 뇌를 개조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뇌의 모든 것을 알아내지 못한 시대라는 말도 덧붙이며.

 “재밌는 건 여기서 나옵니다. 바이오로이드의 뇌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같습니다. 만일 차이가 있다면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토모?”

 “바이오로이드가 더 똑똑해!”

 최소한 토모의 옆에 앉은 여자는 그 말을 부정할 것이었다.

 “아뇨. 물론 사람의 뇌보다 훨씬 똑똑하게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바이오로이드도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뇌에 심겨진 모듈입니다. 일종의 컴퓨터가 들어있는 것이지요. 이 모듈은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학습모듈이죠. 사람이 유년기 아동기 청소년기, 심지어 20대를 전부 써서 습득하는 지식을 바이오로이드는 이 학습모듈의 덕분에 출고와 동시에 갖춰야 할 모든 지식을 갖추게 됩니다. 배틀 메이드 프로젝트라면 메이드로서의 소양을, 전투용 바이오로이드라면 전투에 대한 지식을 말이죠. 바이오로이드의 뇌에 탑재된 모듈은 제각각이고 그 수도 다양합니다. 학습모듈 외에도 다양한 모듈이 바이오로이드의 뇌에는 존재합니다.”

 토모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엣헴! 하고 자랑스럽다는 듯 포즈를 취했다. 뭐가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토모는 그 모듈을 100% 활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토모의 머릿속에 있는 모듈중 하나에는 통신 모듈이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그 모듈은 블랙리버의 한 서버로 다이렉트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서버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죠.”

 “’원래대로라면’이라고요? 그리고 왜 바이오로이드가 서버와 상시 연결이 되어있어야 하는 거죠?”

 그말인즉슨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츠시타로서는 다행인 일이었을까.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마츠시타씨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여기에 앉은 토모는 실제 양산품이 아닌 선행생산된 프로토타입입니다. 본사에서도 모니터링이나 지원을 위해 서버와 상시 연결해 감시 및 서포트를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만일 그랬다면 블랙리버는 토모가 이곳에 있는지, 그리고 토모가 무엇을 보는지 전부 알 것일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죠. 토모의 통신모듈은 현재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만일 활성화가 되어있었다면 토모를 통해 블랙리버는 우리의 모든 것을 보고 있었을 겁니다. 아니, 애초에 토모가 마츠시타씨를 만날 일도 없었겠지요.”

 토모가 서버와 연결되어 추적이 가능하다면 블랙리버는 이미 애저녁에 토모를 회수를 했을 것이었다. 토모와 마츠시타가 모험을 벌일 일도 없었겠고.

 “토모가 서버와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안심하기에는 조금 이릅니다. 제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토모는 서버에 연결된 적이 있습니다. 토모, 과거의 기억을 갑자기 떠오른 적이 언제입니까?”

 “두번이야. 마츠시타가 야쿠자에게 급습을 당했을 때. 그리고 야쿠자의 사무실에서 덩치 큰 바이오로이드와 싸울때.”

 각각 마츠시타의 집 앞과 야마다조의 사무소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마츠시타는 이제 오래된 일로 가끔이면 잊을 수 있는 악몽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그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떠올라 그녀의 밤을 괴롭히곤 했다.

 “그 때 서버와 토모가 일시적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뇌의 조직이 손상되어 모듈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앞서 말했듯, 뇌의 자가수복 작용으로 일부가 회복이 된 겁니다. 상시연결은 힘들지만 연결은 될 수 있게 된 거죠. 토모. 두 상황에서 공통점이 있었습니까?”

 “싸웠어. 마츠시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어.”

 마츠시타는 토모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 순간 토모가 없었다면 마츠시타는 목숨을 잃었을 테니까. 그리고 이윽고 야마다조 사무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떠올리고 말았다.

 “아.”

 마츠시타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말이 되는 소리였다.

 “야마다조 사무소에서 있었던 일. 알죠? 아직도 범인을 못찾은 그 사건. 범인이 그렇다면...”

 “블랙리버의 암살팀이죠. 그들은 야마다조에서 토모를 데리고 있었던 것으로 오해한 모양이죠. 불쌍한 야마다 켄지.”

 “그렇다면...”

 야마다 켄지의 죽음은 자신의 탓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만일 자신이 그곳에서 만용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야마다 켄지는 물론 그 자리에서 죽은 모두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뭐, 다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었고 그들의 죽음을 환영한 사람도 많았겠죠.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어째서 그 순간에 토모는 블랙리버와 서버와 연결이 되었는가 하는 일입니다. 토모, 그 두 순간에 공통된 감정이 뭐였죠?”

 “마츠시타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그리고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기적이죠. 그 순간 토모는 기적적으로 서버와 연결을 회복했고 서버와 연결을 통해 학습함으로 마츠시타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블랙리버에게 토모가 현재 알 수 없는 곳에 있다는 신호 또한 주었죠. 아이러니라 할 수 있죠. 그 후로는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건가요?”

 “모르겠어. 하지만 그 이후로 기억이 떠오른 적은 없었어. 다행히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었고.”

 마츠시타는 토모와 겪은 여러 위기를 떠올렸다. 만일 토모가 아니었다면 마츠시타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었다 해도 이미 죽은지 오래였을 것이었다.

 “여기서 이른 결론을 하나 알려드리죠. 토모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만일 토모가 블랙리버 서버와 연결이 된다면 블랙리버의 용병은 마츠시타씨를 노리고 올 겁니다. 그리고 토모를 제거하거나 본사로 데려가겠죠. 토모의 말을 합치면 토모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겠죠. 마츠시타를 구해야 하지만 무력감을 느낄 때,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포기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마츠시타와 자신을 살리는 길입니다.”

 “하지만 마츠시타가 죽을 것 같은데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면, 내가 어떻게든 마츠시타를 지켜야 한다면?”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편이 더 생존률이 높을 겁니다. 그들은 단순한 총을 든 무리가 아닙니다. 용병이죠. 자신이 한 말보다 쏜 총알이 더 많을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걸린다면 아무리 토모라도 살아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차라리 덴세츠 사이언스에게 잡혀갈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겁니다.”

 “”...””

 마츠시타와 토모는 말이 없었다. 긍정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이쿠, 마침 마츠시타씨의 집에 도착했군요. 좋은 맨션처럼 보이네요. 월세는 어떤가요? 비쌉니까? 저도 이런데서 살아볼까요.”

 마츠시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문을 열고 내리며,

 “정보 감사합니다.”

 라며 불편한 얼굴로 말할 뿐이었다. 토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마츠시타씨, 토모, 조만간 다시 보는 결로 하죠.

 미스터J는 닫히는 문 안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가 탄 밴이 떠나자 마츠시타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마츠시타, 이집트J가 저렇게 말했어도 나는 마츠시타를 지킬 거야. 그게 내 일이잖아?”

 토모는 마츠시타가 자신의 말에 동조하길 바랬지만 마츠시타는 담배를 피우머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나는 토모야. 경호용 바이오로이드라고? 마츠시타를 지키기 위해 내 모든걸 바치는건 당연한 거잖아. 마츠시타는 걱정...”

 “뭐가 걱정할 필요가 없단 거야! 내게 있어서 토모는 단순한 바이오로이드가 아니야. 단순한 토모가 아니라... ...토모가 아니라... 이건 명령이야. 너는 내 말을 따르게 만들어졌잖아. 만일 네 기억이 떠오르려 할만한 일이 일어나면 나를 지키지 말아. 그냥, 그냥 다가오는 현실을 마주하자고. 나 때문에 네가 더 고생할 일을 만들 순 없어.”

 “마츠...”

 토모는 마츠시타를 부르려 했지만 마츠시타는 고개를 돌려 토모에게서 등을 지었다. 토모가 볼 수 있는 것은 마츠시타가 피우는 담배 연기의 색깔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