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전방 GOP에서 군생활을 했어, 군대를 갔다온 라붕이들은 알텐데 주 임무가 경계근무인 곳이야. 여기에 관련해서 썰 두개정도만 풀어볼까해. 둘 다 내가 겪은 건 아니고 하나는 내 맞후임이 하나는 내 소대장 동기가 겪은 이야기야.


1. 후임의 호국영령?한테 도움 받은 썰.

 우리 GOP는 분기마다 경계구역을 변경하면서 작전을 수행했는데, 그 당시 우리가 담당했던 구역은 안개가 밤만 되면 유독 짖게 끼고 초소로 올라가는 길 자체가 급경사여서 올라가는데만 처음 온 신병들은 지치는 일이 흔할정도였어. 


이런 곳에서 경계근무를 섰는데 문제는 안개도 끼고 급경사 위에 있어서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누가 오는지 쉽게 알 수가 없었다는거야, 그래서 순찰을 오는 간부들에게 뚫리거나 갑자기 교대인원이 놀래키는 일이 안개가 좀만 심하게 끼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어. 그렇다보니깐 그 곳에서 근무서는 날이면 긴장감이나 피로감이 더 쉽게 쌓이곤 했지.


이 초소에서 내 후임이 겪은 일을 풀려고해,  내가 상병이 꺾였을 무렵 내 후임은 일말이 되어서 이제 어엿한 분대원으로 인정받아 사수역할을 하게 됐어. 사수역할은 편하기는 커녕 귀찮은 것은 둘째치고 그 시기에는 대부분 짬찌들이랑 들어가다 보니깐 으레 고생하는 역할로,  통칭 짬 맞는 자리여서 다들 하기 싫어했어. 특히 근무서는 곳이 위에서 말한 좆같은 환경이다 보니깐 더 했지. 


이런 상황인데 내가 야간에 행정병 땜빵으로 근무서는 날이었어. 막 일병을 단 짬찌가 부사수로 내 맞후임이 사수로 해서 그 지랄맞은 곳으로 야간 후반야 근무를 나가게 된거야. 가뜩이나 잠도 많이 못 자서 비몽사몽하면서 피곤한데 그런 곳까지 힘들게 올라가고 하필 그날 따라 유독 안개는 자욱하지 주변은 풀벌레 소리 고라니 소리같은 별일 없게 느껴지는 소리들에 가득하지, 이러다 보니 올라간지 얼마 안지나서 눈이 저절로 감기더래.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졸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 '순찰옵니다 순찰.' 이러면서 깨우는 말소리가 들리더래.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초소 아랫길을 샅샅이 둘러보니깐 자욱한 안개사이로 중대장이랑 중대통신병이 진짜 엿맥일려는 것처럼 풀로 위장한 채로 조용히 반쯤 기어서 오고 있는게 보이더래.


그래서 후임 와 씨발 좆댈뻔 했다 이러면서 칼같이 수하하고 브리핑까지 깔끔하게 해냈는데 그날따라 말 많은 중대장이 어깨만 토닥이면서 이런 날에도 잘하네라고 하고는 말 없이 통신병이랑 내려간거야. 그리고 소초에 미리 대비하라는 차원에서 연락하고 다시 중대장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짬찌 부사수랑 같이 열심히 근무서고 아침이 돼서 교대를 하게 됐어. 근데 진짜 운이 좋았던게 그날따라 중대장이 부인이랑 싸워서 기분이 정말 안좋았고 근무하는 소초 내에서도 생리질을 존나게 했다는거야, 특히 평소에는 순찰나간다고 중대상황실에 언질도 주고 나가는데, 그 때는 지 기분 풀기위한 생리질의 일환으로 중대장 통신병이랑 몰래 나가서, 그날 근무 인원을 작살내야겠다 이런 심보로 작정하고 은신하며 올라갔던거야.


그런데 예상 외로 후임이 제깍 발견해서 수하도 잘하고 브리핑도 잘하니깐, 이런 날에도 병사들이 잘해서 기분이 풀렸는지 우리 초소에 와서는 별 탈없이 넘어갔거든, 근데 생리질한 사실이 아침되서 알려지니깐 다들 식겁하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이 소식을 교대하는 인원한테 들은 맞후임은 소초로 복귀하면서 짬찌 부사수한테 어깨를 두드리면서 칭찬한거야, '야 근데 그걸 어케 알았냐. 평상시 열심히 근무서도 뚫렸을거 같은데 니 좀 치네' 이러면서 내려오는데 그 말을 들은 부사수가 특유의 짬찌표정을 지으면서 역으로 묻더래. 그거 '일병님께서 찾으신거 아닙니까? 일병님께서 졸고 있는 저에게 '순찰 순찰'이라는 말로 깨운 줄 알았는데;' 


이 말을 들으니깐 후임이 소름이 쫙 돌면서 부사수한테도 말한거야 자기도 순찰왔다고 니가 말해서 졸다가 깼다고. 그렇게 내려오면서 둘다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가 나랑 아침먹으면서 둘이 땀 흘리면서 얘기를 하는데, 웃긴 건 내 후임이 그러더라 무섭기 보다는 고맙다고. 만약 그냘 그 누군가가 안깨웠으면 중대장의 생리질과 분노를 받았을 생각하니깐 식은 땀이 막 난다고, 이 소문이 우리 소대 내로 퍼지면서 그 귀신?을 우리 소대는 호국영령, 개꿀귀신, 산신령 막 이렇게 부르고 다녓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