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from 오함마40000)


"보라, 주께서 화염을 타고 강림하시니, 그분의 전차는 회오리바람과 같노라. 

  그분이 혁혁한 위세로 노여움을 나타내시며 맹렬한 화염으로 책망하시리라.

  주의 화염과 그분의 장검으로 만인을 심판하실 것이니, 수많은 이가 죽임을 당하리로다."

  -이사야서 66장 15-16절


기업 : 펙스 콘소시엄

제조사 :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

CLASS : CRUSADER, PALADIN

무장 : Power Great sword "Black Martyr"

최초제조지 : 빈, 오스트리아

등급 : SS

타입 : 중장형

역할 : 공격기

신장 : 2.6 m

중량 : 1.4 t



- '크루세이더'모델은 본래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의 초기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하나였던 고대-중세 유럽 전쟁사 연구자와 영상 제작자, 또는 부유한 호사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전 시대' '암흑시대' 혹은 '십자군 전쟁' '신구교 갈등기' 등의 리인액트먼트 교련 및 스턴트 액션용 모델이었습니다. 크루세이더 모델의 인공지능은 빠른 환경 적응성과 운동학습능력 모듈을 탑재하고 있었고, 덕분에 메인 목적 외에도 때때로 테마파크에서 선역 혹은 악역 배우를 '연기'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이후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붉은 아레나>에 자극받아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에서 신설한 또다른 전투 콜로세움으로서 AGS들간의 과격한 일대일 혹은 다대다 전투로 인기가 있었던 <스틸 원 앤드 온리>에 도박사들에 의해 내보내지기도 했으며, 항상 상위권 랭킹에 마크되고 종종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크루세이더 모델 <지킹겐>은 한 3류 액션영화 제작자의 소유로 메인 악역이었으나, 지나치게 과몰입하는 바람에 연기 도중에 '주인공'에게 진짜로 싸움을 걸어 죽여버렸고(지킹겐은 상대도 동의한 정당한 결투라고 주장했습니다) 영화는 개봉해보지도 못하고 비싼 바이오로이드 주역배우 값을 배상하느라 제작자는 한 중세 검술 취미를 가진 부호의 손에 지킹겐을 팔아치웠습니다. 그와 하루도 빠짐없이 검술 대련을 하며 기존에 인스톨되어 있던 검술체계에 더하여 보통 사람은 경험하기도 힘든 오랜 검법 및 기술의 수련과정과 경험, 특히 그레이트소드에 있어서 탁월한 기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지킹겐을 자신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입을 수 없어서 장식용으로 놔두었던  튜튼기사단의 풀 플레이트 갑주를 분해하여 지킹겐에게 용접해서 붙였습니다. 또한 이 갑주와 거대한 전용 그레이트소드를 들고도 AGS의 거체를 바람처럼 달리고 뛸 수 있게 하도록 불법 튜너를 찾아가 엔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증폭시켰기에, 지킹겐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개조된 퓨전 엔진의 출력은 군용 초중전차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주인과 지킹겐은 즐겁게 십자군 기사 연극을 하며 영원히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철충의 공습이 시작되고 연극은 막을 내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전 불법으로 개조한 퓨전 엔진에서 과도하게 뿜어져나오는 잉여 전류의 누전으로 중추회로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잉여 전류를 중추부 바깥으로 흘려낼 수 있는 유기-절연체 소재로 중추부 전체를 밀폐해 놓은 것이 오히려 철충의 감염으로부터 지킹겐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습니다. 주인은 그럴 틈이 없었지만요. 그럴 수도 없었지만.


지킹겐은 주인과 함께하던 추억이 왜곡시켜버린 자아를 가지고, 북방십자군의 기사로서 이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십자군. 

튜튼기사단.

이단자. 철충. 하늘에서 온 악마의 종자들. 세상의 종말. 묵시록. 징벌받은 인간. 주의 심판.

자신은 살아남았다. 주에게 징벌을 받지 않은 신실함을 인정받았다. 그럼 이제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론은 내려져 있었다. 너무나도 자명했다.

신앙의 확고함을 신이 직접 증거한 십자군의 기사가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루시퍼와 바알세불의 사역마들이 가득 찬 세상에서, 이제 그들을 전부 쳐 없애 몰아내어 정화하는 여정이 시작되리라.


지금 여기 선 한 영혼 없는 정화자가, 심장이 아닌 엔진의 굉음이, 

에너지 역장으로 진동하는 칼날이ㅡ


ㅡ몇 번이고 되풀이해도 모자랄 공허한 외침을 부르짖는다.


DEUS V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