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소년의 일기 1



기록 15일차


기록기님 저 비밀이 하나 생겼어요.
어젯밤 잠을 자다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살짝 잠이 깼는데 소리는 펜리르 대모님쪽에서 나고 있었어요.
전 실눈을 뜬 채 조용히 대모님쪽을 보니 모닥불이 어른거릴 때만 희미하게 보였지만 대모님은 그...어...자기위로 중이셨어요.

생각해 보니 할머니께 대모님은 가끔 발정기가 오니 대모님이 갑자기 덥다고 하시거나 옷을 벗으려고 하시면 조용히 자리를 비키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제 대모님이 몸이 안좋으셨던게 아니라 발정기셨나 보네요.
어째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키자 대모님은 화들짝 놀라 제쪽을 노려보셨고 저는 필사적으로 자는척을 했죠.
한참을 절 지켜보시던 대모님은 다시 부스럭 거리시며 하던 일에 열중하셨어요.
아 제 머리속 존경하는 강하고 멋진 대모님의 모습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구요.

해가 뜨고 일어나니 대모님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절 깨우셨지만 표정은 조금 불편해 보이셨어요.

말린 육포로 아침을 먹고 있던 중 대모님은 제가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해 드릴려고 한것을 기억해내셨는지 어제 얘기해달라고 하셔서 전 아침 끼니를 때우자 마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얘기해 드렸어요.
그랬더니 대모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시며 제가 만난 관찰자 유랑부족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같이 가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대모님과 함께 어제 갔던 강 상류로 갔죠.
도착하니 어제 저를 눈치 채고 호통을 쳤던 덩치 큰 누나가 팔짱을 낀채 우릴 기다리고 있었어요.
덩치 큰 누나는 대모님을 보자마자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고 대모님도 똑같이 웃으셨어요.

저는 뭔가 싶어 대모님 옆에 서서 두명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관찰자 유량부족의 천막에서 새 머리모양 두건을 쓴 아저씨가 후다닥 튀어나와 제 팔을 잡고 끌고갔어요.
그 사람이 저에게 위험하게 뭘 멀뚱멀뚱 서있었냐고 호통을 치길래 전 처음보는 사람이 갑자기 저에게 화를내서 약간 울컥한 심정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항의하려던 순간 대모님 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려 그쪽을 보니 그곳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죠.
대모님과 덩치 큰 누나는 눈이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서로에게 달려들고 있었어요.
그 두명이 서로에게 내지른 손과 발이 빗나가 바닥에 닿을 때 마다 흙바닥은 쾅 소리를 내며 움푹 파였죠.

당황한 제가 이게 무슨 일이냐는 의미로 옆에 있던 아저씨를 쳐다보자 그 사람은 평소에 그렇게 힘좀 쓰지 라며 궁시렁 거리다 제 시선이 느껴졌는지 "뭐 임마? 바이오로이드끼리 싸우는거 처음봐?" 라고 했어요.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자 그 사람은 혀를 차며 엄청 귀찮다는 듯이 설명해 줬어요.
자길 아델리라고 소개한 관찰자 부족민은 지금 우리 대모님과 싸우고 있는 멍청이는 관찰자 유랑부족의 대모님들 중 한명인 메인이란 분이고 누가 최상위 포식자인지 겨룬다는 말도 안돼는 핑계로 사실 남아도는 힘을 해소할 목적으로 가끔 몇몇 대모님들을 찾아가 싸움을 건는데 펜리르 대모님은 몇 없는 그 싸움을 흔쾌히 받아주시는 분이라고 설명했어요.
저딴걸 데리고 어떻게 겨울까지 버티냐며 계속 궁시렁 대는 아저씨에게 전 그런데 저희가 여길 올 줄은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아저씨는 니가 어제 므네모시네님 한테 전부 말했으면서 무슨소리냐고 했어요.

그제서야 전 어제 꽃밭에서 만난 누나에게 펜리를 대모님 얘기까지 전부 나불댔다는 걸 기억해냈고 아델리 아저씨는 저거 끝나면 또 술판 벌이자고 할테니 저도 도우라고 했어요.
아저씨와 다른 사람들을 도와 주변 정리를 하던 중 뒤에서 어제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꽃밭에서 만난 므네모시네 누나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아델리 아저씨는 얼음누님이 웬일로 꽃밭에 안가고 도울 생각이들었냐고 질문했고 누나는 손님이 다음에 보자고 했기 때문에 만나러 왔다고 했죠.
이거 제 얘기 맞겠죠?
므네모시네 누나가 절 기억하고 있었네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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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전력 부족 휴면모드 실행>
충전이 필요합니다.

"어? 기록기님? 왜 이러지? 기록기님? 조금만 더 쓰면 되는데!"

"소년분, 그 태블릿은 충전이 필요 합니다."

스콜이 쓰던 태블릿의 전지는 태양광 충전이 필요했지만 형 하티가 충전법을 설명해 줄 새도 없이 끌려가 스콜은 충전이 뭔지도 알지 못했다.

"충전이요? 그게 뭔데요?"

"전자기기에 가동할 동력을 축적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

그러던 중 므네모시네의 설명에 더 당황하여 태블릿을 이리저리 두들기던 스콜의 뒤로 누군가 다가와 태블릿을 뺏어 들었다.

"야 임뫄! 이거! 낮에 충전을 해줘써야지이~ 조은거 쓰믄서 쓸 줄을 몰롸?"

메인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기가 더 거나하게 취한 아델리였다.
스콜의 어깨를 잡아 세차게 흔들며 혀 꼬인 말투로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고 옆에서 안그래도 쌓여있었는데 만나서 다해이라고 하며 메인과 수다를 떨던 펜리르는 그걸 보자마자 스콜을 와락 끌어않았다.

"야! 우리 강아지 괴롭히지 마! 혼나볼래?"

"대모님! 강아지라고 부르는건 저번 겨울에 그만하시기로 했잖아요!"

아델리는 펜리르의 으르렁 거림에도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푸헿! 강아지? 나눈 친절하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이썼다구 엄마 늑대! 이거 섭섭한데에~"

보다못한 메인이 너무 취한 것 같으니 들어가서 쉬라고 하자 아델리의 화살은 메인을 향했다.

"시끄러! 내가 지금 누구때무네 이만큼 마쉰지 아라!
엘라님이랑 우뤼 할매처럼 열시뮈 일하는 대모님드른 다른 야영지로 가고 꼴랑 나믄게 게을러 터진 사자랑 얼음누님 뿐인 내 심정을 아냐고!
남드른 동물 서식지 따라가누라 뼈빠지게! 일하눈뒈 누군 쌈박질 아니면 빈둥거리기만 하구 누군 꽃밭에서 헬렐레 거리고 말야!
안대게써 대모님아, 오느른 살려달라구 소리지를 때 까쥐 혼꾸녕을 내주게써! 뒷구명으루 박아줄테니까 각오해 이 사자뇬아!"

"야! 야! 무,무,무,무슨 소릴 하는거야!"

"뒷구멍?"

"안돼! 더러운거야! 듣지마, 우리 강아지!"

"헿! 다들 뭐그리 난리피우고 이써! 어이 꼬맹이! 내가 재미있는....으겍."

두 바이오로이드가 질색하는 것에도 아랑곳 않던 아델리의 폭주는 듣다못한 므네모시네가 아델리를 기절시킴으로 일단락 되었다.

"아델리, 손님도 있는데 천박합니다.
메인? 머리쪽의 열을 뺏어 잠시 기절시켰으니 천막으로 데려가 눕혀놓으십시오.

 곧 일어날 것입니다."

"아...알았어"

메인은 축 늘어진 아델리를 들쳐메고 천막으로 향했고 펜리르는 스콜의 귀를 막은 채로 그런 메인을 흘겨보며 말했다.

"걔가 한 말, 진짜야?"

"......응"

"평소에도 하나봐?"

"......응"

"...흐으음"

"아니, 내 자손도 아니고...얘가 스트레스 많이 받길래 위로해주다 보니...어, 어째든 이건 만약에 엠프리스 만나면 비밀이다? 알았지?"


메인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천막으로 사라졌고 펜리르는 그제서야 꼭 끌어안고 있던 스콜을 놓아줬다.
하지만 스콜은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어라? 우리 강아지? 왜 그러고 있어? 스콜? 스콜! 왜 그래?"

펜리르의 외침에 므네모시네는 스콜을 살펴보았다.

"펜리르양이 자손분을 너무 강하게 안은 나머지 경동맥이 압박되어 실신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분도 천막에 눕혀놔야 겠군요.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지내시는게 좋겠습니다."

므네모시네의 말대로 스콜은 펜리르가 아델리의 음담패설에 기겁을 하며 끌어안을 때 쯤부터 정신이 몽롱해져 얼마안가 기절한 것이었다.

"으아악! 진짜? 빠,빨리! 천막 어디야?
흐에엥! 스콜! 대모님이 미안해!"

"서두르지 마시길. 저쪽에 제가 쓰던 천막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고마워! 그럼 넌 어디서 자?"

펜리르의 물음에 므네모시네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전 밤에 피는 들꽃을 보려 합니다."


관찰자 유량족은 숫자도 적은데다 소수소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서 다른 부족처럼 바이오로이드들을 조상님 모시듯 하지 않고 꽤나 가깝게 지낸다는 설정임

아델리는 엠프리스의 후손인데 원래 성격이 더럽고 성적으로 거친 면이 있는 닉값하는 인간이었지만 엠프리스의 기나긴 교육으로 겨우 유해진 성격이 저것


어쩔때는 일기형식이고 어쩔때는 그냥 장문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