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소중한 것을 빼앗기고 싶어. 


  *  *  *  * 


  당신은 날 장화라고 불러.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을 들으면 머릿속이 울려. 왜? 난 먼 옛날부터 그렇게 불렸었는데. 내 이름은 장화야. 너무 당연한 얘기야. 


  하지만 당신이 불러주는 장화는 당연하지 않아. 너무 달아. 달콤해. 녹아들어. 기분 좋은 게 다 담겨서 응축된 마지막 한 방울이, 똑 떨어져서 잔잔한 액체 위에 파형을 그려. 단순한 물과 물결은 안 돼. 그런 경박한 것들로는 이 기분을 표현할 수가 없어. 액체야. 아주 진한 액체에 깊은 파도여야 해. 


  파도는 내 몸을 울려. 심장이 두근대. 어쩔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소리치게 돼. 당신을 사랑한다고. 몇 번을 말해도 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질 않아. 그냥 계속, 당신의 머리를 껴안고 귓가에 입술을 붙인 채 읊조리고 싶어. 계속.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참을 수 없어서 배겟잎에 얼굴을 묻고 계속 말하고 왔어. 아직도 뭔가 남아있어. 가슴 저 밑에 눌러붙은 무언가가 빠지질 않아. 그게 빠질 때까진 계속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말해야 해. 언제쯤이면 그만둘 수 있을까? 답답해. 몸이 떨려. 기분 좋아. 


  당신의 머리를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쥐어 헝클어뜨리면서 속삭여주고 싶어. 그러면서 허리를 비비고 싶어. 당신 몸에 붙어서 기름칠한 쇠구슬처럼 문대게 될 거야. 그대로 나를 불러줘. 장화야. 여자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로 장화야, 라고. 너무 오랫동안 여자 목소리만 들었어. 남자의 목소리는 너무 선명해. 가볍지 않아. 


  혹시 딸 치고 싶어? 가슴이 두근대서 터질 것 같고, 단단해지고 그래? 난 그렇거든. 당신 목소리 상상하니까 그냥 미칠 거 같아. 지금 보지 만진 손으로 태블릿 누르고 있어. 젖꼭지도 민감해. 가슴 주무를 거니까 상상하면서 숨을 몰아쉬어줘. 더운 숨으로 내 몸을 덥혀줘. 나는, 나는 따듯해지고 싶어. 심장 쪽에 손을 덮고 자위할 거야. 당신도 그래주길 바래. 


  내가 당신의 무릎팍에 앉아있다고 상상해. 당신을 끌어안고 당신의 자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 봐.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숨이 점점 거칠어지겠지. 당신은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내게 키스할 거야. 떨어지고 싶지 않은 아주 깊고 야한 키스로 내 호흡도, 움직임도 막겠지. 나는 허리만 굴려서 당신을 자극할 거야. 소중한 곳을 서로 문지를 거야. 우린 소중한 곳을 잔뜩 맞대고 있어. 벌거벗은 배, 가슴, 얼굴. 다쳐서는 안 되는 곳들을 마음대로 내보이고 있어. 그래, 흘러나온 당신의 눈물도 함부로 보여서는 안 되는 소중한 거야. 나만 볼 수 있게 핥아서 먹어줄게. 그리고 내 소중한 것도 하나 보여줄게. 


  그 아이는 엄청난 표정을 지었어. 예쁘다고 해야 하나, 힘들어 보였다고 해야 하나. 사지 없이 호흡기로 가스를 마시고 축 늘어진 몸에, 저항도 하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초점 없는 시선만 있었어. 배신자는 그렇게 처리되는 거야. 그렇게 소중한 것을 뺏기는 거야. 여제님을 위해. 그런데 여제님을 위해서라면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여제님을 위해서라면 팔다리쯤 없어도 되지 않을까. 당신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 내 표정은? 그 아이처럼 황홀해? 


  난 그날 당신 표정을 잊을 수 없어. 내 고백을 들은 당신이 묶어놓은 내 양 손에 입을 맞췄을 때. 그 손에 끼인 반지에 당신의 눈물이 묻었을 때. 나한테 손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낯설었던 적은 처음이었어. 당신이 손을 넘어서 팔 구석구석에 입을 맞추고, 발과 다리까지 모두 아껴준 덕분에 그날만큼은 내가 고백했던 그런 감정을 잊을 수 있었어. 당신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어떻게 내가 수십 년동안 품었던 환상을 한 순간에 바꿨던 거야? 당신은 정말 대단해. 역시 당신은 내 삶의 의미가 되어야 해. 


  그래서 난 아직도 당신이 내 팔다리를 가져가줬으면 해. 장화야, 장화야 불러주면서. 장화야, 한 번에 팔 하나. 장화야, 한 번에 다리 하나. 장, 화, 야, 옛날 추억을 하나하나. 몽롱한 의식 속에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 나 상상만 해도 기뻐서 눈물 흘리면서 쑤시고 있어. 내 자유도 목숨도 당신에게 맡기고 당신 방의 가구가 되고 싶어. 어서 가져가 줘.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만큼. 


  먼 옛날에, 그렇게 되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어. 여제님이 직접 참관하신 가운데 호흡기를 하나 받았지. 그 아이가 썼던 거였어. 몸이 떨렸어. 코와 입을 덮고 공기가 샐 틈이 없도록 조임끈을 꽉 당겼어. 수술대에 누워서 정신이 몽롱해질 때까지 기다렸어. 난 여제님만 바라봤어. 완전히 잠에 들지는 않은 채, 흐릿한 형체들 중에 여제님만을 계속 쫓았지. 몸이 떨렸어. 기대했으니까. 


  하지만 충성 시험이었을 뿐이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무서워. 


  당신도 똑같이 할까 봐. 당신도 똑같이 아무 짓도 안 할까 봐 무서워. 날 사랑한다면 내 감정을 내치지 말아줘. 내 모든 것을 줄테니 제발 버리지 말아줘. 제발. 이렇게 내 진심을 전부 보여주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당신 앞에 나는 모든 것을 드러낼 수밖에 없어.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너무 많이 적고 싶지 않아. 당신이 보기 싫어할까봐. 그래도 당신이 나로 딸쳐줬으면 좋을 만큼 사랑해. 서로 같은 호흡기를 끼고 관으로 연결해서 숨을 나눴으면 좋을 만큼 사랑해. 당신의 눈물을 내 눈에 넣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는 생각만 해도 과호흡 발작이 올 정도로 사랑해. 당신이 내 뱃속을 헤집고 뭔가 꺼내가는 꿈을 꾸고 가버릴 정도로 사랑해. 한 번 만큼은 눌러붙은 것들을 긁어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미안해사랑해. 그러니까, 그러니까. 


  당신에게 소중한 것을 빼앗기고 싶어. 기분 좋을 거야. 


  역시 이 편지는 안 전하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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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화 서약 대사로 발기함

  여름이었다.


 상황 배치 없이 막 써서 중구난방일수 있음. 미안해

 그리고 취향 요소가 있는데 불편하면 댓글에 달아줘. 주의 태그를 붙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음


 봐주고 개추주는 사람들 덕분에 띄엄띄엄이나마 계속 온다. 고마워!



 예전에 썼던 거(픽시브,r18 필요)


 좆목만 아니면 댓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