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도쿄도 오타구 동쪽 수도고속도로 요코하네선을 달리고 있는 한 검은색 세단의 안, 뒷좌석에는 회색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은 인상을 쓰고 있어 안그래도 날카로운 얼굴은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었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다리를 떨고 있었다.

 “시발. 왜 전화를 안받는 거야!”

 남자는 휴대전화에 소리를 지르며 애꿎은 곳에 화를 풀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보았다. 요코하마 사무소. 화면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그의 차가 향하는 곳이었다. 그는 팔을 흔들며 진정을 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오쿠하시 형님,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까?”

 운전을 하고 있는 부하의 말이었다. 그리고 오쿠하시. 오쿠하시 쥬조. 신셐나이 직속단체 엔도조의 부두목이었다. 엔도를 가장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이고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그가 한밤중에 이렇게 요코하마로 가게 된 것은 요코하마에서 온 연락 때문이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요코하마에 있는 엔도조의 사무소중 하나를 급습한 것이었다. 그 후로 그들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누군가가 사무소로 가야 했고 그 자신이 가는 것이 제일 나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만일을 대비해 다른 조직원들을 불렀지만 아무래도 사무소에 가장 먼저 도착할 것은 오쿠하시일 것으로 보였다.

 “누구 짓일까요, 형님. 오사카쪽 조직이 또 일을 저지른 걸까요?”

 “야, 너는 나이가 몇인데 오사카 타령이야. 그쪽 애들 조져진 건 니가 조직생활 하기도 전의 일이야. 게다가 그 새끼들이 우리 사무소 하나 조져서 얻을 이득도 없는데. 이건 니지키, 그 새끼 짓이야.”

 니지키 쇼. 츄신구미의 조장이자 동시에 엔도조의 조장인 엔도 마사루의 동생분 되는 사람이었다.

 “니지키 형님은 우리 산하조직 아닙니까? 우리와 싸울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들었어? 니지키 부하중 하나가 경시청 앞에서 총맞아 죽은 거. 그 일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모양이야. 우리 조직원들을 먼저 죽인게 누군데 우리 탓을 하고 있어. 차라리 했다면 덜 억울이라도 하지, 우리가 미쳤다고 경시청 앞에서 총질을 하겠냐고.”

 애초에 엔도가 니지키를 받아준 것이 문제였다. 대체 그날 술집에서 무슨 대화를 한 것인지는 몰라도 엔도는 니지키를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오쿠하시가 니지키를 못 믿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니지키는 요즘 야쿠자가 아니었다. 니지키가 쫓는 것은 다른 야쿠자들과 같은 돈이 아니었다. 인의같은 말도 안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옛날도 존재하지 않았을 환상의 존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새끼를 거두는 게 아니었어. 죽은 야마다 복수한답시고 여기저기 캐고 다니더니 결국은 우리 뒤통수 칠 생각밖에 없었던 거야. 호랑이새끼를 고양이로 착각한 거라고.”

 “소문이 있지 말입니다.”

 운전중인 부하가 말하자 오쿠하시는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쪽에서 먼저 츄신구미 조직원을 죽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아, 그거 들었어. 야마나시에서 니지키네 조직원 몇명 뒤졌다는 이야기? 그냥 그동네 먹고 있던 양아치들 짓이겠지. 설마 지금 그 일 때문에 이 개짓거리가 이어지는 거라고? 지들 조직원이 죽었다고 착각한 일 때문에 우리 조직원을 죽이고 또 그것에 대한 복수로 니지키네 부하를 죽였다고? 그게 사실이면 진짜 좆같은 일이지. 우리는 한 것도 없는데 복수를 당하고 있는 거잖아. 아니면 우리가 야마다를 죽였다고 착각이라도 한 건지.”

 오쿠하시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만일 츄신구미의 짓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뭐긴 뭐야. 전쟁이지. 형님분 되는 조직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리가. 엔도 형님께선 위의 지원을 받아서 철저하게 조직을 박살낼 거야. 알고있지? 츄신구미는 조직의 유연성을 위해 최소한의 조직원으로 만들어졌어. 그 새끼들은 우리 쪽수에 비하면 한주먹감도 안되는 놈들이야.”

 츄신구미가 적은 수의 조직원으로 만들어진 것은 니지키 쇼의 결정이었다. 소수정예로 이뤄진 조직을 만들기 위함이 그 이유였다. 다른 야쿠자 조직은 돈을 효율적으로 벌기 위해 비대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위에 조직을 만들고 수많은 사업을 굴리기 위해 다른 조직과 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니지키의 츄신구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야쿠자들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츄신구미의 목적은 야마자 켄지의 복수였다. 돈을 버는 것은 그 복수를 위한 조직의 유지비에 불과한 것이었다.

 반대로 츄신구미는 수가 적었지만 그들은 충성심이 높았고 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야쿠자가 된 양아치들이 많은 조직과는 달랐다. 앞서 말했든 츄신구미의 조직원들은 모두 소수정예로 뽑힌 인원들이었다.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조직은 아니었다.

 “잠깐만.”

 휴대전화가 울리자 오쿠하시는 전화를 집어들었다. 전화가 걸려온 것은 엔도조의 조장인 엔도 마사루였다.

 “네, 엔도 형님.”

 -니지키의 말로는 자신들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혹시 모르니까 어느 조직의 소행인지 확실하게 알아봐.

 니지키가 자신의 행동임을 긍정할 리가 없었다.

 “니지키 새끼가 형님께 거짓말한 겁니다. 지금 우리 조직 건들게 니지키 뿐 아닙니까. 안그래도 그 새끼, 우리쪽 사업을 야금야금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이참에 우리 조직을 먹고 직계단체로 올라갈 생각일 겁니다. 형님, 니지키를 우리가 먼저 조져야 합니다.”

 -니지키는 야마다 켄지의 복수에 전념할 거야. 니지키가 위로 올라갈 놈이었으면 야마다조를 이미 자기걸로 삼켜서 직계단체로 올라갔을 거야. 굳이 내 아래로 들어와서 손가락까지 자른 놈이야. 니지키가 허튼 짓을 한다고? 그럴 리는 없어.

 엔도는 니지키를 믿고 있었다. 오쿠하시는 그것에 대한 불만이 산같이 쌓여있었지만 엔도의 앞에서 불만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엔도에게 맞춰주는 것 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은 먼저 요코하마 사무소에 도착한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오쿠하시는 전화를 끊고 운전석의 부하도 듣지 못할 소리로 조용히 욕을 뱉었다.

 “엔도 형님께서는 뭐라십니까?”

 “여전히 니지키를 믿고 계신다. 일단 사무소에 도착해서 상황을 보고 조사를 하라 하는데 보나마나 니지키놈의 짓이겠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엔도 형님도, 니지키 형님도 아무짓도 안했는데 조직원들만 죽어나는게 진짜라면 범인은 다른 사람인 거 아닙니까?”

 “뭔 소리야. 그럼 니지키 놈이 자작극 벌이고 아닌 척 하는 거겠지.”

 “하지만 말이에요. 그게 가장 설득력 있는 말 아닌가요?”

 “그래서 그게 누군데. 누가 우리 엔도조와 츄신구미를 싸움을 붙이려는 건데.”

 부하는 대답이 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야. 누가 우리 조직을 이간질하겠어? 차라리 니지키 새끼가 헛소리 하고 있다는게 더 설득력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한 순간 그들이 탄 세단의 옆으로 뒤에 트레일러를 단 트럭이 다가왔다. 그 트럭은 오쿠하시가 탄 차와 속도를 맞추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당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차의 앞에도, 뒤에도 트럭이 서있었다. 운전하면서 제일 마주하기 싫은 구도였다. 속도를 내기도 힘들고 차선변경도 힘든 위치였다.

 동시에 중간에 끼인 차가 야쿠자라면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을 의심할만한 구도기도 했다. 부하는 브레이크를 살며시 밟아 차의 속도를 줄였다. 뒤의 트럭이 일반 트럭이라면 졸음운전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속도를 줄일 것이었다. 아니면 졸음운전중이더라도 자율주행차량이니 알아서 속도를 줄이겠지.

 그러나 뒤의 트럭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를 내더니 검은 세단을 뒤에서 박았다.

 “뭐야!”

 오쿠하시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큰 속도의 차이로 박은 것은 아니라 충격은 미미한 편이었지만 애초에 충돌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모르겠습니다! 일반 화물트럭이 아닌 모양이에요!”

 부하는 차의 속도를 내며 핸들을 꺾어 트럭의 사이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옆에서 달리던 트럭은 비키기는 커녕 오히려 가까이 오며 옆에서 차를 박았다. 동시에 앞의 트럭은 속도를 올렸고 뒤의 트럭은 속도를 높여 세단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이런 시발 새끼들이!”

 오쿠하시는 권총을 빼들어 뒤쪽의 트럭의 운전석을 향해 총을 여러번 쏘았지만 뒤의 트럭은 움직이지 않았다. 트럭의 운전석에 총에 맞을 누군가가 있기나 했을까.

 앞의 트럭이 속도를 줄이자 두 트럭의 사이에 낀 세단의 앞뒤가 찌그러졌다. 엔진이 충격에 멈춘 것은 조금 뒤의 일이었다. 세 트럭은 조심씩 속도를 줄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 위에 정차했다.

 “우릴 처치할 셈인가 봅니다!”

 부하는 당황한 얼굴로 권총을 빼들었지만 그에게 총을 쏠 여유를 아무도 주지 않았다. 앞의 트럭의 뒷문이 열리자마자 총을든 복면의 사내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제일 먼저 운전석에 앉은 부하의 몸에 수십발의 총알을 쏘았다.

 차안에 피가 튀기고 좌석에 구멍이 뚫리며 안을 채운 솜이 휘날렸다. 총에서 나온 연기까지 더해져 차안은 자욱한 피안개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 안개의 안, 오쿠하시는 허공을 향해 남은 권총탄을 전부 다 쏘아버렸다.

 슬라이드가 뒤도 밀려나 돌아오지 않는 권총의 방아쇠를 오쿠하시는 여러번 당겼지만 권총은 힘없는 소리만 낼뿐, 아무것도 쏘지 않았다.

 “시발!”

 오쿠하시는 권총을 창문밖의 남자들에게 던졌지만 차의 창문에 막혀 그들에게 맞을 일은 없었다. 한편 뒷쪽의 창문은 열려있었고 복면을 쓴 남자들은 그 창문으로 오쿠하시는 끌어내었다.

 “니들 니지키가 보낸 거지! 니지키 새끼 죽을 줄 알아!”

 오쿠하시는 발광하며 소리를 지르고 몸을 비틀었지만 사내들은 아무 힘을 들이지 않고 오쿠하시의 머리에 두건을 씌운뒤 그들이 나왔던 트럭의 짐칸으로 오쿠하시를 끌고갔다.

 트럭 문이 닫히고 세단을 둘러쌓던 세대의 트럭이 갈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 2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은 수도 고속도로의 갓길에 시체 한구가 타고 있는 박살난 세단 한대만을 두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