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kingmaker


성벽과 도로, 다리는 그 도시가 얼마나 부유한 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이처럼 큰 토목공사는 많은 노동력과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며, 성벽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지킬 재산이 많다는 뜻이고, 도로와 다리가 잘 정비되어 있다면, 그만큼 지나는 사람과 물건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가 아닌 돌로 지어진 거대한 성벽과 작은 돌로 빈틈없이 매끄럽게 채워진 도로와 다리로 이 거대한 도시의 위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성벽 곳곳에 걸린 푸른 깃발에 세겨진 고래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도시의 이름은 오르카로, 제국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 하나이자, 이교도와 펙스 반란군이 온 제국을 휩쓰는 와중에도 그 위용을 과시하는 몇 안되는 도시이다.

그러나 이처럼 세상만사 걱정 없어보이는 이 도시에 경비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실로 알 수 있듯이, 사실 큰 하자가 있었다.

바로 도시를 통치하는 영주가 부재한 것이다.

정확히는 한시적 부재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종장, 콘스탄챠가 몸소 행차하여 경비병에 지시를 내리는 일이 없었을테니.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정한 흑백의 드레스, 그리고 하얗고 잘 정돈된 긴 갈색머리와 귀중한 안경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고귀한 가문의 태생이다.

대대로 왕의 시종을 담당하였던 배틀메이드 가문의 차녀인 콘스탄챠는 언니인 라비아타경의 뒤를 이어 왕의 시종장이 되었다.

현재 성에서 왕 다음가는 권력을 누리는 그녀가 직접 성문 밖에서 경비병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이 상황은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니라.


성벽 경비를 마치고 술집에서 에일과 스튜를 주문하자마자 소집된 어느 불쌍한 경비병 브라우니는 공손히 콘스탄챠에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서쪽 숲에도 폐하는 없었지 말입니다."


콘스탄챠는 이마에 손을 짚고 깊은 한숨을 쉬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하~ 또 해안에 가셨나 보군요. 당장 병력을 모아서 남쪽 해안으로 가세요."


그 험한 언덕을 넘어 머나먼 해안으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진 브라우니는 무기력하게 브~ 하는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이고 말한다.


"알겠지말입니다."


브라우니의 눈에는 막 솥에서 뜬 따뜻한 스튜에 빵을 찍어 한 입 배어물고, 방금 지하실에서 꺼낸 시원한 에일을 들이키는 자신의 모습이 아른거렸지만 그건 콘스탄챠의 관심 밖이었다.

콘스탄챠는 오직 왕의 안위만을 생각할 뿐이다.


밤을 알리는 종소리가 댕댕~하며 울린다.

성 안의 시민들은 램프를 들고 서로에게 저녁인사를 올리며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성 밖의 농노들도 농기구를 정리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구덩이 집으로 기어들어가는 가난뱅이도 있다.


그러나 왕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성문 앞에서 손톱을 깨물던 콘스탄챠는 해안으로 보낸 경비병이 몇인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이 상황에 머리가 아파왔다.

분명 왕이 또 이상한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경비병이 무능해서 아직도 왕을 찾지 못한 것이니라.

물론 생각하기도 싫지만 왕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병력을 더 소집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남쪽 언덕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온다.

커다란 보름달을 등지고 달리는 전령에 콘스탄챠는 시선을 집중한다.

잠시 후, 도착한 전령은 고참 경비병, 임펫이었다. 

임펫은 말의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세우고는 말에서 내려 콘스탄챠에 공손한 인사를 올리고, 보고한다.

"시종장이시여, 폐하를 찾았다고 합니다! 지금 영지로 돌아오고 있으나, 환자를 이송중이라 당장 따뜻한 와인과 의사, 귀빈용 침실을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왕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갑작스런 긴박한 명령에 당황한 콘스탄챠지만, 시종장의 직위는 도박으로 딴게 아니라는 듯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임펫에게 말한다.

"수고하셨습니다. 남쪽에 파견한 병력은 폐하를 호위하라고 지시하고, 나머지 병력은 해산하세요."

임펫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시종장이시여."


콘스탄챠는 안도와 고민이 섞인의 한숨을 내쉬고는 성으로 발길을 돌리며 작게 속삭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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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까지는 쓰려 했는데, 내일도 공구리쳐야하니 여기까지 쓴다.

내일 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글고 구덩이집은 말 그대로 구덩이 파고 지은 집인데, 생긴건 움집처럼 생겼음.

사냥꾼이나 나뭇꾼의 임시 거주지로 쓰이거나, 존나 가난한 농노들의 집으로 쓰였음.

글고 깜빡하고 말 안했는데, 배경은 대략 15세기 초 정도로 생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