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3869220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커다란 놀이기구들과 잔뜩 쌓인 달콤한 간식거리들에 에키드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애써 모른 척 콧노래를 부르며 이리저리 눈호강을 이어나갔다.


"사진으로 본 거랑 똑같네 뭐."


"그래서 싫어요?"


"...지루해."


"나 참... 아, 들어가서 저거 먹을래요?"


서현이 가르킨 것은 놀이동산 입구 안에서 파는 핑크색 솜사탕이었다.


그녀의 눈이 갑자기 빛이 나며 반짝였다.


"뭐, 뭐야? 저 솜뭉치는?"


"솜사탕인데, 설탕 맛이 나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설탕을 녹여서 가느다란 실로 늘려 뭉치죠."


"..."


에키드나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솜사탕을 바라봤다. 얼굴보다 큰 분홍 솜사탕이 흩날리는 바람에 살랑이며 자신을 먹으라는듯 위험한 유혹을 결국 그녀는 뿌리치질 못하였고 결국 그녀는 당분에 이끌려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은 그녀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에 티켓을 끊고는 입구앞 담임선생님에게 출석확인을 끝내자마자 그녀와 함께 솜사탕을 사러 갔다.


그녀는 그렇게 커다란 솜사탕을 손에 얻었고, 천천히 솜사탕을 어루만졌다. 정말로 설탕의 딱딱한 느낌은 하나도 없었고, 진짜 솜을 만지는 듯 보드러우면서도 단내를 잔뜩 풍겼다.


감상을 마친 그녀는 마침내 솜을 한 꼬집 뜯어내서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


달콤한 건 정말 설탕이었지만, 식감은 털같은게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며 아쉬운 단내만을 남겼다.


"...다시! 하웁... 우움..."


입 안 한가득 솜을 집어넣자 타닥거리면서 설탕 녹는 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리며 미각이 청각처럼 들려왔다.


그녀는 잔뜩 미소를 가지고는 솜사탕을 바라봤다.


"꽤 맛있다... 너..."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시합 한번 할래요?"


"...시합?"


"예엡."


서현은 아직 한입도 먹지 않은 푸른 솜사탕을 가볍게 흔들며 그녀를 도발했다.


"무슨 시합?"


"솜사탕 빨리 먹기!"


"...?"


"내가 이기면, 오늘 저녁 선택권은 저한테 주세요. 대신 누나가 이기면 놀이동산에서 먹고싶은거 다 사줄게요."


"...진짜지?"


"그럼요."


서현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고, 마치 그녀를 깔보는듯 코웃음까지 치며 핸디캡을 제공했다.


"누난 그 남은 솜사탕으로 시작해요."


"흥, 누가봐도 내가 이길 싸움에 너무 큰 걸 건거 아냐?"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아는거죠."


"흐음... 좋아. 내가 셋을 셀게."


에키드나는 솜사탕을 유심히 살피며 어디부터 먹어야 할지 계산을 끝내고는 심호흡을 하였다.


"준비... 셋... 둘... 하나!"


그녀의 초세기가 끝나고는 에키드나는 와구와구 솜사탕을 흡입했다.


"흠냐... 하압... 누가봐도 내가 이겼-"


'뽁!'


"...?"


'꾸깃꾸깃...'


"...!"


막대기에서 솜사탕을 뽑아내서는 조금씩조금씩 뭉치는 서현을 본 에키드나는 그의 계획을 눈치챘다.


서현의 솜덩이는 점점 작아지더니, 손바닥 안에 완전히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너!"


"하압! 음~ 다네요? ...끝!"


입을 벌려 남긴 흔적 없이 솜사탕을 3초만에 먹어치운 서현을 에키드나는 멍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제서야 그녀의 눈에는 주변에 널린 간식들이 들어왔다.


"...초코 츄로스... 구슬 아이스크림... 망고 슬러쉬..."


그녀의 눈에 초롱초롱 눈물이 쌓여왔다.


"먹고 싶었는데..."


서현은 생글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들겼다.


"누가 전부 안사준데요? 가요! 롤러코스터 타고 배고프면 같이 먹어요!"


에키드나는 눈물을 뚝 그치고, 서현이 내민 손을 잡고, 점점더 놀이동산 안쪽으로 들어갔다. 심신이 안정되어간 그녀는 팬텀과 레이스가 생각났고, 뒷쪽에 보이지 않는 철들을 느끼고는 자신이 입대지 않은 반대쪽 솜사탕을 약간 뜯어 뒤로 슥 내밀었다.


"이거... 먹어..."


"...우리가 보이는건가?"


"그건 아니고... 사람 별로 없을때 빨리 먹어... 난 좀있다가 서현이랑 다른거 먹으면 돼..."


"고, 고맙다... 후배, 이거 진짜 달다. 후배도 한입 해라."


"아,아아알겠다. ...역시 선배가 준 거라 진짜 맛있다."


"...어? 엄마! 저기 솜사탕이 둥둥 떠있어요!"


"얜 또 뭔 말 하는거니, 솜사탕이 먹고싶은거야?"


"아니, 저깄잖아 저기! 솜사탕이- 반으로 나뉘어져서 사라졌어!"


"아이구... 구름은 솜사탕이 아니에요~"


"진짠데... 진짜 솜사탕이 둥둥 떠다녔는데..."


.

.

.


그들이 자유이용권을 사며 함께 구매한 퀵 패스 덕에 에키드나와 서현은 줄설 필요 없이 곧장 롤러코스터에 올라갔다.


에키드나는 입구에서 본 엄청난 높이로 올라가는 롤러코스터를 보곤 가고싶지 않았지만, 서현이 질질 끌며 그녀를 데려갔기에 어쩔수 없이 탑승줄에 우뚝 서있었다.


"...어? 윤서현! 니 언제 왔냐?"


"늦잠자서 따로 왔어. 못올 뻔해서 식겁했다야."


"윤서현 저새끼 체험학습 온곳에 여친도 데려온 거봐라. 쥰내 부럽네."


"시끄러! 여친 아니라고!"


"어쨋든 좋은 시간 보내라? 아 맞다, 앞자리가 제일 안무서운거 알지?"


"...!"


에키드나는 그말을 듣고는 이제 오히려 그를 이끌고 맨 앞 탑승게이트로 다가갔다.


곧이어 다음 한바퀴를 돌고온 롤러코스터가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고, 타고있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내리자,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는 사람들이 하나 둘 그곳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스읍... 후우... 할수 있다...!"


에키드나는 마침내 탑승석에 올라탔다. 곧이어 안전장치가 내려오며 그녀의 몸을 압박했는데, 에키드나는 그것도 모자르다는듯 자기장으로 단단히 2차로 고정시켰다. 하지만 그러면서 두번째 긴장이 몰려왔고, 두려움을 참지 못한 그녀는 결국 하면 안되는 짓을 해버렸다.


"...어? 관리자님, 이거 출발이 안되는데요?"


"무슨 소리야, 3년동안 문제 없이 작동한건데..."


"어엄... 손님 여러분! 놀이기구에 잠시 문제가 생겼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에키드나는 휜히 트인 앞을 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짐작하고는 롤러코스터를 레일에 딱 붙여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아무리 출발버튼을 눌러도 요지부동이었던 것이다. 서현은 이것이 에키드나의 짓이라 생각하고 머리를 굴려 그녀를 달랠 방법을 찾아봤다.


"...!"


서현은 뭔가가 생각나 눈을 부릅 뜨고는 에키드나의 손을 붙잡았다.


"...!"


에키드나는 움찔거릴 정도로 놀랐지만, 곧이어 보이지 않았던 서현의 모습을 확인했다.


"...후우..."


서현은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에키드나처럼 긴장된 모습으로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녀는 서현에게 의지하면서도 의지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서현도 자신처럼 두려워 보였지만, 그와 마주친 눈에서는


함께하면 무섭지 않다는 말을 건내는듯하였다.


"...작동합니다!"


"그래! 저게 고장났을 리가 없지!"


"손님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롤러코스터, '로드 투 이스트'가 출발하겠습니다!"


점점 롤러코스터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에키드나의 눈에는 놀이동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레일의 길이 보이지 않았고, 그들은 마침내 시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


.

.

.


"우웨엑~ 우욱..."


"저기... 누나 괜찮아요?"


"괜찮아 보- ...우욱!"


"아침에 뭐 먹은 것도 없을텐데..."


공용화장실에서는 계속해서 그녀의 구역질 소리로 가득했다.


잠시후,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횡한 얼굴의 에키드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괜찮...아요?"


"...서현아."


"예?"


"...한번 더."


"...진짜 괜찮겠-"


"한번 더!"


그날, 에키드나는 스릴이라는 새로운 쾌락을 느꼈다.


.

.

.


"...후배, 후배도 보이는가?"


"혹시 저 남자를 말하는 거면, 보인다."


"...아까부터 보호대상을 계속해서 쫓아간다. 우리가 먼저 처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알았다. 소리소문없이 죽이도록 하겠다."


-

다음은 어떻게 이어가야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