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티브 겸 BGM (Yuk-cheung Chun - I hate to tell you)


* 곡 듣다보니까 생각났음


* 근데 써놓고보니까 별로 다른 창작물들이랑 다른게 없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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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타고 올라가.

나는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리를 맞이하는 인간들은, 그저 우리를 노리개로 보고 있을 뿐이였다. 인간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서 관리하고 있는 이 테마파크는 겉보기엔 그냥 평범해보여도,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과거들이 얼룩진 채로 묻어있다. 별건 아니고, 관리를 살짝 쉬는 김에 잠시 병나발을 불면서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생각난 것들이다.



— 너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을거야.

잠겨있던 것을 열기 시작해.


이 곳에는 세 구역이 있다. 테마파크로서 흔히 볼 수 있는 A구역, 적어도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악행들이 벌어지는 B구역, 그리고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해서도 안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C구역.


내 역할은 단순히 테마파크의 마스코트 정도가 아니였다. 인간들의 통솔하에 다른 곳에서 인도되어 온 바이오로이드들을 지시에 따라 B구역이나 C구역 등으로 보내는 역할도 겸했다.



— 딱 맞는 새 심장이야.

너는 절대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을거야.


그렇게 이끌려 온 바이오로이드들은 다양했다. 햇볕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밑바닥에 파묻힌 채 줄곧 부려먹히다가 모처럼 예쁘장하게 치장하고 들어 온 갈색 머리의 소녀, 척 보기에도 상태가 안 좋아보이지만 C구역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평안한 여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 흡혈귀 소녀, 안광 기능이 인상적인 하얀 머리의 소녀나 어디 한 구석이라도 잘려나가지 않은 녀석을 찾기가 힘든 금발 머리의 소녀 등등.


이 아이들의 상태가 어떻든지 그들은 신경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을 마지막까지 노리개로 써먹기 위해서 C구역이란 것을 만들었겠지. 술 기운인지 그 인간들에 대한 혐오감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구토 기운이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 나는 너에게 말하기 싫어.

그래서 그것을 잃었어.


C구역으로 넘어가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알려줘야하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입을 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그대로 입술이 꽉 닫히는 것이 느껴졌다. 진실을 말한다고 고통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곱절로 괴롭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이끌려 온 바이오로이드들이 나를 보자마자 싫어한다는 느낌은 없지만, 차라리 나를 보자마자 싫어하고 피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됐었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그저 저승사자 그 이상 그 이하의 존재도 아니였다. 무슨 진실이던 간에 온전히 나 혼자서 짊어질 수 밖에.



— 나를 완벽하게 만들기란 너무 힘든 일이야.

그림자는 여전히, 여전히 피를 흘리며 자라나고 있어.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들을 원치도 않게 C구역으로 끌어다가 보낸다고 내가 몹쓸 짓을 당하지 않는 것도 아니였다. 어느 순간부터 술에 쩔어 있어서 정신도 몽롱하고, 인간들 취향으로 맞춰진 섹스 어필 덩어리 그 자체의 몸과 복장이지 않은가. 당연히 어딘가 만져지고 얻어 맞고 하는 것도 내게는 하루 일과로 자리잡아버린지 오래다.


인간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고,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다면 최소한 교묘하게 우회할 수라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품어보고 그렇게 이 곳으로 이끌려 오는 아이들을 다시 빼내기 위한 방법도 많이 써봤다.



— 그래서 마음은 무언가로 남아있어.

네가 신념을 새길 때까지.


하지만 내가 머리가 좋지 않아서일까? 그냥 술독에 쩔어서 지능적인 생각이 나지 않는 탓일까? 그렇게 시도해 본 방법들은 죄다 실패로 끝났고, 나는 그 때마다 인간들에게 궂은 짓들을 당하면서 아이들이 그 불지옥으로 끌려가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과음하다가 갑자기 급사라도 하면 좋겠다만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수명은 인간보다 까마득하게 길다. 신체 능력도 인간보단 아득히 튼튼하게 되어 있다. 단지 그 신체 능력으로 인간들에게 반항할 수가 없을 뿐이다. 그냥 제정신이 아니게 될 때까지 내 목구멍에 최대한 많은 술을 들이 붓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나는 어딘가 한 구석은 제정신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넋 나간 술고래 같아보이지만 정말로, 어딘가 한 구석이 제 정신이라 미쳐버릴 수가 없다.



— 울지 마.


괜히 떠올려냈나하고 잠시 머리를 쥐어 싸매다보니, 문득 그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나 그랬듯이 행사용 복장을 입은 갈색 머리 소녀들을 C구역으로 인도해줘야 했던 어느 날. 이 가여운 아이들은 내가 자기들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연옥 그 자체로 집어넣고 있다는걸 까맣게 모른 채, 내 손을 잡고 나를 바라보더니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울먹이고 있었다.


제발.


왜 그런 반응인건데.


나는 너희들을 바라보고, 위로해 줄 자격조차도 없는데. 나를 바라보지 마.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마.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지도 마. 너희를 죽인건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바로 나니까. 그 어떤 저항도 통하지 않아서, 그냥 이 상황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 겁쟁이일 뿐이니까.


어떤 진실이던 간에, 심지어 그것을 정말로 너한테 말해줘야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에게 말하기 싫어.


나는 너에게 말하기 싫어.


그래서 그것을 잃었어.


그래서,


그것을 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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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못해서 원곡 가사들을 꺼라위키에서 찾아봤는데 그냥 딱 봐도 뭔가 번역 이상하게 한게 보이길래 여러 번역기들 돌려가면서 나름 좀 더 정확해보이는걸로 추론해서 옮겨봤는데 어떻게 보이는지는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