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4240012


--------------------------------------------------------------------


야생의 히루메가 나타났다.

……아니, 진짜 야생이잖아.

그 레모네이드도 방한복 정도는 입고 다니던데 설마하니 기본 코스튬 그대로일 줄은.


- 안 추워요?

- 가, 가까이 오지 말거라!


너무 황당해서 달래고 뭐고 하기 이전에 저 질문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돌아온 대응에서는 경계심만 넘쳐흘렀지.

애초에 무임승선 미수범이면서 가까이 오지는 말라니. 소심한 건지 뻔뻔한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기본적으로 쉬운 성격이고, 먹을 걸로 천천히 꼬드기면 안 될 건 없지만….


- ……에취!


저 꼴을 보니 자기 이미지 관리하자고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지 않다 싶어서 리제는 통신 패널을 열고 버튼 몇 개를 꾹꾹 눌렀음.


- 무, 무얼 하는 것이냐…?

- 아, 이거요?


흠칫거리면서도 호기심을 숨기지 못하는 히루메의 모습에, 리제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지.


- 포획 요청이요.

- 목표, 포착.

- 히이이이익?!?!


순식간에 주변을 에워싼 쉐이드들의 서슬에 히루메는 그대로 딱 굳었…다가 기절했음.


- 조금 너무했나…?

- 정확한 지시였다… 고 생각한다.


레이스의 보충이 그렇게 큰 위로가 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지른 건 저지른 거지.

리제는 그대로 기절한 히루메를 수복실로 옮기게 했어.


*   *   *


한편, 함교에서는 알파의 - 안나 보르비예프의 사연을 들은 사령관 일행이 하나같이 경악하고 있었음.

그나마 예외라면 펙스의 회장이 어떠한 인간인지 알고 있었던 용과 라비아타 정도였지만, 그 둘도 착잡함을 숨기지는 못했지.

누구도 말을 쉽게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사령관은 얼굴을 한 차례 쓸어내렸어.


- 그 말이 진실이라면…… 사과해야겠네.

- 인간을 대신해서인가요?

- 아니. PECS의 회장에 대한 보복을 알파 네가 오롯이 독차지하게 두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알파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태연한 미소로 돌아왔어.


- 저는 처음부터 PECS의 효과적이고 확실한 파멸을 바랄 뿐이었어요. 굳이 독차지하겠다고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답니다.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 말에 거짓이 없기를 바라.

- 네, 저 레모네이드 알파는 지금부터 당신의 수족이 되겠어요.


알파와 사령관은 한껏 우호적으로 웃었지만 어쩐지 주변은 썰렁해지는, 기묘한 분위기였지.

히루메를 포획한 리제의 연락이 들어온 순간 모두가 안도할 정도로.

딱 그 즈음 시티가드와 몽구스 팀으로부터 유적에 대한 초동 조사 보고가 들어온 덕분에 히루메와의 접촉은 조금 더 뒤로 미뤄졌지만.


*   *   *


- 해체자 아자즈….

- 응. 솜씨를 보면 틀림없는 것 같아.


재원은 기억하지? 라는 리앤의 질문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지.


- 아자즈가 오메가의 수하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해?

- 그런 정신나간 일에 동조할 사람이 아니거든?

- 아하하. 포츈은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리앤의 질문은 사령관이 아니라 알파를 향한 것이었음.


- 해체자의 성격이 제가 기억하는 대로라면, 별 생각 없이 부탁을 들어줬을 가능성이 높긴 하겠죠.

 성격이라는 것이 언제까지고 그대로일 수는 없으니, 보증은 할 수 없긴 해도.


하긴. 리제까지 갈 것도 없이 브라우니들만 해도 은근히 바리에이션이 많으니까.

거기에 요정 마을에서는 세뇌장치까지 만들었던 오메가니 억제로 부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 이쪽에도 협력해준다면 좋겠지만,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겠지.

 알파, 리앤에게 가세해줄 수 있을까?

- 제 충성심을 증명할 기회를 빠르게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를 이렇게 빨리 풀어주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주변에서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경계를 눈치채고 되물은 알파에게, 사령관은 씩 웃어보였어.


- 걱정 마. 혼자 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 현명한 판단이세요.

- 오메가가 AGS를 다수 동원할 것이 뻔하니, 우선 충돌을 대비한 전력으로는 아머드 메이든.

- 넷슴다.

- 그리고 현장 지휘는 용이랑 라비아타 정도면 되겠지?

- ………네?

- 괜찮겠소?


알파와 무적의 용이 각자의 이유로 경악하는 와중, 라비아타는 못 말린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플라스마 제너레이터를 들어올렸어.


- 리제 양 쪽 일도 처리하셔야 할 텐데,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 가끔은 열심히 하기도 해야지.

- 평소에는 게으름이라도 피우는 줄 알겠어요.

- 뭐,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로 합류 기간이 오래된 대원 사이로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고.


알파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령관이 이따금 장난끼를 발휘할 때의 표정을 지어보인 것이 어떤 사연보다도 더 대원들에게 알파의 존재를 납득시켰다는 뜻이었어.


--------------------------------------------------------------------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4763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