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3155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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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말... 재미없어. 겨우 이런 뼈 무더기나 찾자고 이 난리를 피웠다니."


한때는 엄청난 양의 연산을 수행했을 기계지만, 지금은 그저 고철에 지나지 않는 거대한 컴퓨터에 걸터 앉은 바이오로이드가 밝은 분홍빛 머리칼을 배배 꼬며 말했다.


세라피아스 앨리스는 사방에 있는 이곳 저곳이 터져나가고 찢겨나간 철충의 몸뚱이들, 여기 저기가 녹슬고 풀이 자라난 구세계의 설비들 그리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인골 조각들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인간님을 찾는다는 저항군의 마지막 희망을 건 대규모 작전에 투입된 그녀는 뛰어난 전투력 덕택에 인간님이 생존해 계실 확률이 높지만 예상되는 철충의 수도 많은 삼안 산업의 대형 생명과학 연구소 탐사 명령을 받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은 확률일 뿐. 엄청난 규모의 시설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박살난 냉동 캡슐들, 그리고 수많은 인간님 들의 뼈와 더 많은 철충들 뿐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저항군 지휘부와의 통신은 기습을 받았다는 통신을 마지막으로 끊겨 버렸고, 그나마 주변에 있던 다른 저항군 스쿼드 들은 그녀와 달리 압도적인 무력의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했기에 밀려오는 철충에 의해 죽거나, 뿔뿔이 흩어져 연락조차 안되는 상태였다.

 

하아... 라비아타 언니는 대체 어디 계실까요. 콘스탄챠 언니는 살아나 있을지... 자신의 자매들에게 까지 생각이 미치자, 평소의 앨리스에게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걱정스런 감정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색녀! 자꾸 그렇게 농땡이 부릴건가요? 그렇게 맨날 제자리에서 치맛자락의 미사일이나 날려대다가, 전투가 끝나면 앉아만 있으니 품위 없는 살덩이가 날로 늘어만 가죠!"

 

저항군 내에서도 압도적이라 불리는 무력을 지니고 도도한 성격의 그녀에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이렇게 거칠게 말 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단 하나,  '총사' 샬럿 이었다.


방 저 끝에서, 여기저기를 뒤지다 온 듯 희뿌연 먼지가 내려앉은 파란색 모자를 쓴 샬럿이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하아.... 하필이면 저 멍청한 왕가슴과 단 둘이서만 있다니, 차라리 혼자 였으면 훨씬 나았을 것을...!


세라피아스 앨리스의 미간의 골이 깊어지고 입술이 씰룩거렸다.


"흥, 우리 멍청한 왕가슴 총사님께선 뇌로 가야할 영양소가 가슴으로만 가셔서 생각을 잘 못하시나 보네요~  시설 전체를 3번이나 뒤졌는데도, 인간님의 뇌파 비슷한 무언가도 안 느껴지는데 우리 총사님은 인간님들 뼛조각 이라도 가져가서 박물관이라도 차리실 생각인가 보죠~?"

 

"한 분만 찾으면 된다구요, 한 분만! 그럼, 인간님을 찾을 수가 없으니 그냥 여기서 농땡이나 부리다 죽을거에요? 뭐라도 해야할 것 아니에요!"

 

샬럿의 말에 앨리스도 지지않고 말했다.

 

"그렇게 먼지 구덩이만 뒤지면 인간님들이 살아서 돌아오시나요? 눈 밭의 하치코 모델 마냥 뛰어다니지만 말고, 좀 생각을 해보고 움직이는 건 어때요?"

 

"흐흥, 그래서 우리 전략 병기 앨리스 님이 생각하신 대단하신 계획은 뭘까요? 그 푸짐한 살덩이 만큼이나 좀 원대한 계획이면 좋겠네요!"


"뭐, 뭣...? 듣자 듣자 하니까, 이 가슴밖에 없는 광대 주제에...!"


둘의 신경전이 극에 달한 그 순간, 둘의 통신용 이어피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항군 사령부에서 모든 저항군 바이오로이드에게 송신한다. 본 통신은 저항군 임시 사령관이자, 마지막 인간으로서 내리는 최고 순위 명령이다."


통신기에서 흘러나오는 굵은 남성의 목소리에 금방이라도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두 바이오로이드는 어느새 이어피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저, 정말... 인간님??? 뇌, 뇌파는 인간님이 맞는데...!"


"쉿...! 조용히 좀 해봐요!"


"좌표, 에코-폭스트롯 373의 40분 내의 거리에 있는 저항군 소속 바이오로이드들은 지금 즉시 본 회선으로 보고할 것."


"잠깐... 우리 지금 위치가 어디죠? 앨리스, 이건 당신이 잘 알죠? 아아, 폐하의 존안을 뵐 기회가 마침내...!"


"현재 저희 위치가 에코-델타 182 지역이니까... 저는 30분 정도면 갈 수 있겠군요."


자신의 GPS 위치를 확인한 앨리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샬럿에게 말했다.


"하지만 뭐어, 우리 총사님은... 열심히 뛰어서 오시면 되겠네요? 추잡한 살덩이를 가진 색녀의 도움을 받은 필요는 없으실테니까요~"


그 미소의 의미를 이해한 샬럿이 뒤틀린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호호, 우리 앨리스 양도 참~ 같은 동료로서 농담 좀 한거죠! 앨리스 양이 그런 좁은 아량을 가진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는 건 제가 익히 알기에 그런 농담도 하는거라구요?"


샬럿의 말에도 앨리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아아~ 어떡할까나. 저는 제 속이 좁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간절한 바람과 반성을 들으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말하면서도 곤란해 보이는 표정 대신 어느새 입가에 가학적 미소를 띄우고 있는 앨리스를 보며 샬럿이 속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


"우리 세라피아스 앨리스 님처럼, 저항군 최고의 화력을 가진 기동기가 추잡한 살덩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죠~"


"아, 잠깐만요."


무언가 생각난 듯, 샬럿의 말을 끊은 앨리스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힐에 먼지가 좀 묻었는데... 누가 닦아주지 않으려나...?"


그렇게 말하는 앨리스의 입가에 기쁨이 만연해 있었다.


"이.... 앨리스으...!"


빠득빠득 이를 갈던 샬럿이 무릎을 꿇은 뒤 장갑으로 앨리스의 검은색 힐에 있던 회색 먼지를 뽀얀 장갑낀 손으로 털어내자, 앨리스의 가학적인 미소가 점점 더 넓게 번져나갔다.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를 했던 제... 광대같은 멍청한 두뇌가 한심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세, 라, 피, 아, 스, 앨, 리, 스, 님?"


앨리스를 올려다 보는 샬럿의 독기 가득한 시선에도 앨리스는 마치 천상의 연주를 듣는 듯 눈을 감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음~ 좋아요. 그런 반성하는 태도라면 어쩔 수 없죠."


인상을 쓰며 일어난 샬럿이 장갑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이제 만족했나요? 그럼 움직이죠. 1분 1초가 급하다구요."


샬럿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앨리스의 허리에 달린 기동 장치가 파랗게 빛나며 주변의 먼지들을 흩날렸다.


"후후... 이런 위급상황 일수록, 잊지 못할 첫 인상을 심어드리기 쉽죠. 자, 타세요."


앨리스가 샬럿을 향해 양 팔을 벌렸다.


"...설마, 안기라는 건가요...?"


어이 없다는 샬럿의 말에, 앨리스도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그럼 어떻게 가시려구요? 30분동안 제 등에 매달려서 가시려구요? 이게 제일 안정적인 자세라구요. 나도 좋아서 하는거 아니니까 빨리 마음 바뀌기 전에 안기세요."


샬럿이 불만족스럽다는 듯 끄응 소리를 내며 할 수없이 앨리스의 품에 공주님 처럼 어색한 자세로 안기자 마자, 굉음과 함께 앨리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꺄앗...! 말 좀 하면 어디가 덧나요?"


"어머, 연결체도 칼 한자루로 상대하시는 총사님이 겨우 이런걸로 겁 먹으실줄은 몰랐네요. 제가 자장가라도 불러드릴까요?"


"이익... 앨리스, 당신 정말 말 조심하세요...!"


"후후, 샬럿 양도 조심하세요~? 고도 1만피트에서 팔에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으니~"


앨리스의 장난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조소섞인 말에 샬럿의 뽀얀 얼굴이 약간 더 하얗게 되었다.


"여기는 스쿼드 6 소속 세라피아스 앨리스-97, 샬럿-15과 좌표로 이동중에 있습니다. 도착 예상 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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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드 39, 밴시-821 보고. 현재 25분 거리에 있습니다. 저공으로 접근중."


"여기는 스쿼드 28 소속 브라우니-8281 임다! 이프리트-381 병장님과 같이 좌표에서 4km 떨어진 지점에 있슴다. 35분내 접근 가능함다!


"...스쿼드 37, AL 팬텀. S12 쉐이드 2기와 작전 중, 최고 순위 명령에 따라 무선 침묵 해제 후 이동중. 도달 예상 시간, 25... 아, 아니. 20분."


"둠브링어, 3, 항공 지원, 편대 소속, 다이카-713, 보고, 드려요. 현재, 나이트...."


"하아... 줘보세요. 둠브링어 제3 항공 지원 편대 소속 나이트 엔젤-113 입니다. 현재 본인 외 다이카 1기, 실피드 3기, 피닉스 1기로 이루어진 편대 이동중에 있습니다. ETA 42분."


"여기는 임펫-34, 스쿼드 87 소속 입니다. 레프리콘 3기, 브라우니 8기, 실키 2기와 함께 이동중에 있습니다. 50분 내로 도착하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켈베로스-810, 스쿼드 11이에요! 램파트 2기, 펍헤드 1기, 미스 세이프티-1101과 이동중! 40분 뒤 도착 예정이에요!"


홀로그램 지도에 곳곳에 반짝거리는 점이 찍히며 수많은 목소리들이 순식간에 통신 회선을 가득 채웠다.


남성은 홀로그램 지도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탁자에 두들기다, "본 통신에 답한 인원들은 최대 속도로 해당 좌표로 이동할 것. 이동중 적과의 교전은 최대한 피해라." 한마디를 하고는 노움에게 의자를 돌려 물었다.


"아까 콘스탄챠랑 그리폰 하나 오고 있댔지. 걔네 호출 부호가 몇이라고?"


"스쿼드 21 입니다."


"스쿼드 21 소속 그리폰 응답 바람."


"어? 뭐, 뭐야. 여기는 스쿼드 21 소속 그리폰-1122. 왜-"


남성은 그리폰의 말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말을 끊었다.


"현재 몇 분 거리지?"


"10분, 근데-"


"새 명령이다. 복귀하지 말고 에코-델타 218 포지션에서 고공 정찰 수행할 것.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않아도 되니, 안전 고도에서 대략적인 적 본대 이동상황 5분마다 보고. 공격받을 경우 무전 후 북서쪽으로 이탈할 것. 이상."


"뭐? 야!"


남성은 그리폰의 성난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마이크의 버튼을 눌러 통신을 끊어버렸다.


"스쿼드 21 소속 콘스탄챠 응답 바람."


"네, 사령관님. 스쿼드 21 소속 콘스탄챠-187 입니다."


"너, 저항군 소속 바이오로이드들 잘 알지."


"네? 네...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한 바이오로이드들은 꽤-"


"아니, 그런거 말고. 기술적으로 잘 아냐고."


"아, 그 말씀이셨군요. 라비아타 언니를 보좌하면서 그래도 웬만한 바이오로이드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좋아. 15분 내로 오르카 호 중앙함교로 와서 보고할 수 있도록. 이상."


다시 응답도 듣지않고 통신을 끊어버린 사령관이 다시 뒤에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을 향해 말했다.


"거기 레프리콘. 통신 응답한 바이오로이드 중에 분대급 이상, 소대급 이상 지휘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 찾아서 기종이랑 호출 부호 따서 적어놔. 그리고 너, 노움이라고 했나? 간략하게 철충인가 뭔가 걔네들 종류랑 특징 설명해줘봐. 기술팀은 계속 오르카호 항행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그의 말에 바이오로이드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며 함교가 시끌벅적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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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간님, 즉 앞으로 저항군을 이끌 '사령관'님의 첫 지시에 따라 콘스탄챠는 15분동안 쉬지않고 달려 아슬아슬하게 오르카호에 도착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렘린들과 자그마한 고사리 손으로 애써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도우려는 LRL을 지나쳐 중앙 함교 앞 복도에 도착한 콘스탄챠는 잠시 멈춰섰다.


메이드란, 어떤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의연하게 주인님을 섬기는 존재. 마지막 인간님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배틀메이드의 이름에 먹칠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콘스탄챠는 빠르게 숨을 고르고, 이마의 땀을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가볍게 닦은 뒤 옷 매무새를 정돈했다.


마음 속의 체크리스트를 빠르게 훑으며 마침내 정돈을 완료한 콘스탄챠는 성실한 메이드의 미소를 얼굴에 지닌채 중앙 함교로 들어섰다.


함교에서는 다양한 바이오로이드가 시끌벅적하고 부단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 소란의 한가운데에서 환자복을 입은 남성이 바쁘게 이곳 저곳으로 몸을 돌리며 말하고 있었다.


"야. 야. 블랙 리리스. 알겠으니까 감사하다는 말 멈춰봐, 좀. 임시 사령관이라고, 임시. 알겠어? 랑데부 포인트 브라보에서 알비스 2기, 켈베로스 1기, 칼리아흐 베라 1기 기다렸다가 방어 포인트 브라보로 이동해. 너가 지휘하고 사상자 발생하면 FEBA 라인으로 뒤로 빼라. 이상."


"임시 사령관님, 임펫-34 지휘하에 스틸라인 소속 실키 2기, 브라우니 11기, 레프리콘 4기, 임펫 2기 재배치 완료되었습니다. 랑데부 포인트 찰리에서 재편성까지 12분 예정된다고 합니다."


"좋아. 재편성 후 방어 포인트 찰리로 이동할 것. 임펫-34만 나에게 직접 통신하고, 휘하 병력들은 임펫-34랑 통신하라 전해. 아, 나이트 엔젤-113. 어. 그래. 너 공군 대령급이라며. 나 육군 출신이라 공군은 잘 모르니까. 어. 어."


사령관의 대화를 차마 끊을 수 없었던 콘스탄챠는 남성의 앞에서 다소곳이 서있었고, 그녀를 힐끗 본 사령관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의미로 손짓하고는 계속해서 통신용 헤드셋을 쓴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넌 폭격쪽이고 제공 쪽은 잘 모른다고? 잘 아는애 누구있는데. 블랙 하운드? 알았다. 아, 현재 랑데부 포인트 브라보에 피닉스 1기랑 밴시 1기 더 보냈으니까 너가 지휘권 인수해라. 이상."


"블랙 하운드 등장바람. 그래. 어차피 블랙 하운드 너 하나야. 너 제공기 편대 지휘경험이 있다면서? 어. 네가 호위 편대장 해라. 실피드 2기랑 린트블룸 1기 지휘하고, 주 임무는 나이트 엔젤이 이끄는 폭격 편대 호위다. 대공 위협 심하면 일단 지상 타격 편대랑 같이 후퇴하고 보고해. 아, 나이트 엔젤-113이 사망할 경우에는 네가 지상 타격 분대 지휘권 인수해서 후퇴하고."


통신을 종료한 남성이 헤드셋을 벗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콘스탄챠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령관의 미간이 아주 미약하게 찌푸려진 것을 보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소곳이 손을 모아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령관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주인님의 일상과 안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메이드형 바이오로이드, 콘스탄챠 S2 입니다. 저항군을 이끌어 주시는 사령관님의 지시라면, 어떤 지시던지 최선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콘스탄챠... S2 모델이란 말이지. S1 모델들은 전장에서 많이 봤는데 말이야..."

 

그렇게 작게 읊조린 사령관의 시선은 콘스탄챠를 향해 있었지만, 콘스탄챠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에 빠진 사령관과 다소곳이 서있는 콘스탄챠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몇 초간 이어지고, 마침내 현실로 돌아온 듯한 사령관이 고개를 흔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 무슨 노인네도 아니고, 시도때도 없이 옛날 생각이 나니... 어쨌든, 잘 왔고. 정식 사령관 아니고 그냥 임시 사령관이니까 그렇게 불러라. 뭐... 잘 부탁한다.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일단 이리 와서 얘네들이 어떤 바이오로이드들인지 좀 설명좀 부탁한다."


그렇게 말한 사령관은 함교의 홀로그램 지도에 떠있는, 자신이 잠들고 난 뒤에 설계된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콘스탄챠에게 질문을 이어나갔다.

 

"AL 팬텀... 얘는 무슨 바이오로이드지?"


"은신이 주특기인 경장기 입니다. 그 분하고는 대화를 별로 안해봐서 잘은 모르지만... 은신 임무는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분입니다." 


"AG-1 네레이드?"


"호라이즌 함대 소속의 근접 방어 및 전투를 담당하는 중장형 공격기로서, 지상에서도 활약이 가능한...."


"칼리아흐 베라는?"


그렇게 사령관의 질문 공세가 계속해서 몇 분간 이어졌고, 콘스탄챠는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답변을 이어나갔다.


"세라피아스 앨리스?"


사령관의 말에 콘스탄챠가 깜짝 놀라 사령관에게 물었다.


"앨리스요? 앨리스와 연락이 되셨나요?"


"어... 그래. 지금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갑작스런 콘스탄챠의 태도 변화에 다소 놀란 사령관이 말하자, 콘스탄챠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죄, 죄송합니다, 임시 사령관님. 제 자매다 보니... 제가 주제넘게 흥분했네요."


"피로 연결된것도 아닌데, 이것도 '설계된 초기 설정' 그런거잖아?"


사령관이 그녀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건조하게 내뱉자, 콘스탄챠의 '순종적인 메이드' 로서의 표정이 약간 흔들렸다.


콘스탄챠는 복원된지 30년도 넘게 저항군에서 싸워왔었다. 


수십년간 많은 복원된 자매들과 생존했던 자매들을 만나 함께 싸워왔지만, 찬란했던 인류문명을 한낱 폐허로 만들어버린 철충의 군세 앞에서 저항군은 그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았고, 저항군의 목적은 점차 철충의 격퇴에서 방어, 마침내는 생존으로 쪼그라 들었다.


수십년간 걸친 투쟁에서 정말 끈질기게도 그녀는 보급형 기종이라는 한계에도 신기하리만치 오랫동안 살아남았고, 처음에는 그녀를 무시하던 앨리스와 같은 최고급 기종들도 수년간 철충과 맞서 싸우다보면 그녀의 경험과 노하우를 인정하고 그녀를 '언니'로 대우했다. 최소한, 살아남은 개체들은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자매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빚은 관계를 단지 '설계된 감정' 이라 평가한다는 건 그녀에겐 너무나도, 너무나도 가벼운 말이었다.


"...저희가 자매기들에게 어느정도의 호감을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 앨리스와 다른 자매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오랜 고통과 고난을 함께 겪어낸 것에서 나오는... '전우애'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단순히 좋아하라고 만들어졌기에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끝마친 콘스탄챠는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 짓을 했는지 깨닫고 입을 가렸다.


"죄,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제가 인간님을 모신지 너무 오래 되어서 이런 불찰을... 이런 주제넘는 말을 한 제게, 처벌을..."


"아니, 됐어... 오히려 좋네."


온갖 방식의 처벌을 예상하고 있던 콘스탄챠는 사령관의 말에 되려 깜짝놀라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사령관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은은한 미소가 잠시 떠있었지만, 그 표정은 빠르게 이전의 진지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자, 자, 됐고. 이럴 시간 없어. 지금 적 세력 접촉까지 20분이야. 20분! 빨리 계속 설명해봐."


"아, 네! 세라피아스 앨리스는 공중에서 어마어마한 화력을 단시간에 투사할 수 있는 기동형 공격기에요. 스틸 레인 다연장 미사일 발사기로 공중에서 수없이 많은 고관통 집속탄의 비를 내려 중장갑 철충도 무리없이 해치울 수 있는, 저항군 내에서 화력으로는 최고를 달리는 바이오로이드 입니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나이트 앤젤처럼 고공에서 투하하는 형식인가?"


"아니요, 저공에서 비행하며 예상치 못한 방면으로 우회 기습한 뒤, 집속탄 수백개를 일제사해서 해당 지역을 초토화 시키고 이탈하는 방법이에요."


"그럼 제공기 편대나 폭격 편대는 안되겠고... 표적 획득 방식은? 다이카같은 전자전 기종이 같이 다니나?"


"아, 아니요. 앨리스는, 그... 프라이드가 좀 높은 개체라, 주로 단독 작전을 하고, 협동 작전에서는 그녀의 포격에도 휩쓸리지 않을 정도의 샬럿 기종 정도만 함께 주력 부대와 떨어진 곳에서 양동 작전을 주로 실시해요."


"뭐? 그런게 어딨어. 그럼 그냥 지 맘대로 적 많아보이는데 가서 쏘고 나온다고?"


"그,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아니, 화력이 뛰어난건 좋은데 말이야. 지금 우리 전투의 목적은 적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게 목적이 아니라, 오르카호가 가동할 시간을 버는게 목적이야. 근데 이런 어마어마한 화력을 즉각적인 화력 지원이 필요한 곳에 쓰지 않고 그냥 적 후방에 뻥 하고 날린다고?"


어이없다는 얼굴로 열변을 토하던 사령관은, 곤란한 표정의 콘스탄챠를 뒤로하고 홀로그램 지도에 이리저리 전선과 표식을 그리던 노움에게 외쳤다.


"작전병. 아까 내가 지정했던 JTAC(합동공격통제관)이 칼리아흐 베라 맞나?"


"ㄴ, 네! 지금 관측 포인트 알파에서 폭격편대 및 포병 화력 유도 대기중 입니다."


노움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령관은 헤드셋을 쓰고 송신 버튼을 눌렀다.


"세라피아스 앨리스 즉시 응답 바람."


거의 즉각적으로, 색기 가득한 끈적한 목소리가 헤드셋으로 되돌아왔다.


"후후, 세라피아스 앨리스 여깄습니다. 괴롭힐 철충들은 어딨나요, 주인님? 제 아름답고 강렬한 파괴의 소나기를 확실히 잊지 못하게 보여드리겠어요."


"세라피아스 앨리스, 4km 떨어진 지점에 폭격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으음~ 비행 시간 1분, 미사일 발사부터 착탄까지 15초, 파괴의 현장을 감상하는데 30초 정도 일까요?"


"명중률은?"


"후훗, 원하신다면 1km 밖에서도 미사일 하나로 사과를 쪼개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전 철충들이 제 수많은 미사일의 비에 뒤틀리고 찢어지는게 좋-"


"좋아. 세라피아스 앨리스, 넌 긴급 화력 지원반으로 편성되어 JTAC인 칼리아흐 베라-811의 지시를 따라 상황이 안좋은 방어선에 즉각적인 화력지원을 할 수 있도록. 아군 오사에 특히 주의해라. 이상."


"네?! 주인님, 하지만-"


세라피아스 앨리스의 항변에도 아랑곳 않고 통신을 끊어버린 사령관은, 이번에는 다른 주파수로 송신 버튼을 눌렀다.


"칼리아흐 베라 응답 바람."


"네, 칼리아흐 베라 입니다 사ㄹ... 임시 사령관님!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긴급 화력 지원반으로 세라피아스 앨리스를 네 휘하에 편성했다. 전방에서 나이트 앤젤 폭격까지 못 기다릴 정도로 화력 투사가 긴급하게 필요하면 앨리스에게 지시해 화력 지원을 유도하도록. 한번에 과잉화력 투사해서 아군 오사 발생하지 않게 주의하고."


사령관의 무미건조한 말에, 숨 넘어갈듯한 놀란 목소리가 헤드셋을 타고 되돌아왔다.


"ㄴ, ㄴ, ㄴ, 네...?! 세, 세라피아스 앨리스님을... 제가 지휘하라고요?"


"왜? 전방 관측이랑 화력 지원 유도는 네가 제일 잘한다며."


"그, 그건 그렇지만...."


"걔 계급이 높아? 지휘관급이야?"


"아, 아뇨... 엄밀히 말하면... 그런건 아닌데..."


"그럼 뭐가 문제야?"


"그, 그게에... 세라피아스 앨리스님은... 그... 워낙 강하시다 보니까...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명령을... 그... 받는걸..."


"강하니까 바로 쓸수있게 네 밑으로 편성한거지. 그리고 내가 지시한거니까 괜찮아."


그때, 통신기를 들고 있던 레프리콘이 울상인 얼굴로 사령관에게 말했다.


"이, 임시 사령관님...? 세라피아스 앨리스님이... 아주... 강력하게 사령관 님과의 통신을 요청하시는데..."


사령관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이마에 손을 짚고는, 아직 연결되어 있는 베라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 세라피아스 앨리스랑 확실히 얘기하고 말해줄게."


그렇게 말한 사령관이 레프리콘에게 손짓하자 레프리콘이 통신을 연결했다.


"임시 사령관이다. 뭐가 문제야?"


"후, 후후... 주인님. 잠시... 오해가 있으셨던 모양인데, 제 화력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내 판단으로는 네가 JTAC의 통제에 따라 전선에 화력지원을 하는게 더 전술적으로 도움이 될거라 판단해서 그런건데, 뭐가 문제지? 내가 놓친 사항이 있나?"


"물론, 놓치신게 있지요. 제가 함께 전장에 나선다면 대부분의 일반적인 바이오로이드들은 그저 철충에게 철의 비를 내리는 저를 경외와 공포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죠. 그런 '보통 바이오로이드'들은, 저를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거랍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그런게 어딨어? 그래서 지금 네가 칼리아흐 베라보다 전장 파악 더 잘할 수 있어?"


"후후, 베라양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여러면에서 앞서는 건 사실이죠."


다소 오만한 앨리스의 말투에 사령관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어, 그래? 그럼 니가 JTAC 해라. 니가 전선 부대 통신 받아서 화력 구멍난 곳 메꾸고, 나이트 엔젤 폭격편대 유도해서 아군 오사 안나게끔 시간 맞춰서 잘 유도하고 방어선 상황 실시간으로 나에게 보고해."


"후우... 주인님, 그런... 일은 아무래도 베라양이 더 잘하겠죠. 저는 베라양이 그런 일을 하는동안 혼자 전선에 나서서 철충 수십, 아니 수백도 해치울 수 있답니다?"


"지금 최고급 바이오로이드만 저격한다는 연결체가 있다는데, 너 혼자 싸우다가 전장 한복판에서 걔한테 격추되면 누가 너 구하냐? 니가 그냥 막 나가서 죽는 브라우니야?"


미간의 골이 깊어진 사령관의 짜증 섞인 말에, 앨리스의 색기 어린 끈적한 목소리에도 점차 감정이 실리기 시작했다.


"브, 브라우니 라니요, 주인님... 후후, 정말... 짖궂으신 농담을 즐기시는 주인님이시네~"


"그리고, 네가 그쪽 전선을 싹 밀었다고 치자. 근데 다른 쪽 방어선은 뚫려서 이미 여기 다 밀려버리면, 그럼 뭔 소용이냐?"


"..."


"너가 다른 부대랑 발맞춰서 화력 지원할 자신 없으면, 그냥 내가 말한대로 베라 지시에 따라서 전선 지원해. 이상."


목소리에 짜증과 분노가 깃든 사령관이 그렇게 통신을 끊으려는 순간, 이를 악문듯한 앨리스의 독기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 후후... 주인님은, 제게 수치를... 주는걸 즐기시는 분 같네요... 지금 네자리수에 가까운 철충을 격멸한.... 이 앨리스의 목줄을... 그런... 하급 바이오로이드에게 쥐여주다니... 말이죠..."


통신기 건너편에서,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이 멍청한 색녀! 지금 무슨말 하는건지 알고 있기나 해요? 좀 절제라는 걸 해봐요! 그러니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렇게 피하죠!" 라고 외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던져버리기 전에 조용히해요, 이 감자 돼지! 지금 나보고 잠자코 하급 바이오로이드가 시키는 곳에 찔끔찔끔 미사일이나 쏴대라고요? 블랙 리리스양도 있던데, 어떻게든 버티긴 하겠죠! 겨우 흔해빠진 바이오로이드 몇명 더 살리자고 이 나를... 그런... 가벼운 일에만 쓴다고?!"


옆에서 통신을 듣고있던 레프리콘은 완전히 큰일났다는 표정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고, 통신용 헤드셋을 쓰고있는 사령관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전쟁 하러 온거 맞냐?"


사령관의 분노가 잔뜩 어려있는 말에, 함교에 침묵이 감돌았다.


사령관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달은 듯 앨리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주... 주인님. 방금은 제가 조금 실수를..."


"하... 야. 내가 씨발 니들 바이오로이드들이랑 몇년동안 싸웠는 줄 아냐? 씨발, 자그마치 4년이야, 4년. 이새끼야. 내가 지휘 하면서 사살한 바이오로이드 수만 네자릿수는 된다고. 어?"


"근데 전장에서 제일 상대하기 쉬운 바이오로이드가 뭐였을 것 같냐? 뭐, 브라우니? 아니면 바닐라? 실키?


"..."


"아니, 걔네들은 올때 절대 혼자 안와. 존나게 많이 오거든. 그것도 다른 애들이랑 같이. 제일 상대하기 쉬운 애들은 전쟁 좆도 모르는 기업 임원새끼들이 실증 테스트 한다고 너같은 '최고급' 기종 하나만 전선에 던져놓을때야."


"처음에 신나서 씨발 전선에 뛰어들어서 그쪽 개박살을 내놓지. 일반 보병 애들은 별수 있겠냐? 무슨 씨발... 대전차 미사일도 몸으로 막아내는 새끼가 덤벼들고 장갑차도 맨손으로 찢고 하는데 말이야. 그렇게 일반 보병들 신나서 학살 하다 보면, 갑자기 사방에서 수준이 다른 화력이 쏟아져."


"예비대로 있던 포병대대, 항공단, 기갑대대들이 복수하려고 눈이 벌개져서 쫓아왔거든. 그럼 씨발 그냥... 전차랑 장갑차, AGS 몇대 박살내다가 화력과 병력의 물결에 휩쓸려서 뒤져버리는거야."


"혼자 쳐맞고 있어서 도망도 못쳐. 혼자 잘나서 예비대 편성도 안했어. 결국 그냥 지가 죽인 수많은 사람처럼 전장에 널부러진 시체가 된다고."


사령관의 말에, 통신기 건너편에서는 침묵만이 들려왔고 함교로 들어오려던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심각한 분위기를 보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나갔다.


"근데 씨발, 지금 뭐? '흔한 바이오로이드 몇명?' 야, 하... 걔네들 없었으면 너 혼자 다 쳐맞다가 뒤지는거야. 알겠냐? 그리고 뭐? '가벼운 일'? 야, 넌 씨발 전쟁을 너 장기자랑하려고 하냐? 지금 니들 저항군이라면서. 내가 잘못알고 있었나? 지금 군대 소꿉놀이 하고있는데 내가 눈치없이 끼어든건가? 지금 나는 뭐, 사령관 흉내만 내면 되는거야? 어?"


사령관의 추궁에, 잔뜩 기죽은 앨리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후..."


미간을 찌푸린채 눈을 감고 한숨을 깊게 쉰 사령관이 진정한 듯 입을 열었다.


"세라피아스 앨리스."


"네..."


"본 지휘관은 저항군의 임시 사령관으로서, 현재 다수의 강력한 적에 맞서 방어한다는 현 상황에서 콘스탄챠 S2의 귀관에 대한 평가와 능력을 높이 사 차출하였다."


"..."


"본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어떤 처벌도 가해지지 않을것이라 장담하지. 하지만, 저항군의 일원으로 참여할 것이라면 저항군을 위해 싸울 것을 본 지휘관은 요구한다. 선택하도록."


"저항군의 일원으로서... 싸우겠습니다, 주인님."


"좋아. 본인이 험하게 말한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관측 포인트 알파로 이동 후, JTAC인 칼리아흐 베라의 통제에 따라 전선에 화력 지원 할것. 이상."


마침내 헤드셋을 벗은 사령관의 얼굴에 인상이 조금 펴지자, 함교는 다시 서서히 원래의 소란스러움으로 되돌아갔다.


단지 콘스탄챠 만이 동생의 불찰로 인해 사령관의 곁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님, 정말 죄송해요. 언니로서 제가 제대로 교육을 했어야 했는데...!"


"됐다, 됐어. 하... 내가 진짜 이 성깔좀 죽여야 하는데 말이야... 젠장, 벌써 시간이..."


홀로그램 지도를 본 사령관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고, 사령관은 벗은지 얼마 되지 않은 헤드셋을 다시 썼다.


"좋아. 적 세력 접촉까지 10분 전. 반복한다. 10분 전. 각 방어 부대 및 지원 부대는 보고할 수 있도록. 기억해라. 철충 백 마리 죽이는것보다 너 하나 죽는게 손해가 더 크다. 절대 죽지 마라. "


홀로그램 지도 위로 점멸하는 수많은 빨간 점들이 몇 안되는 하얀 점들을 향해 빠르게 가까워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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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개미안.... 일이 바뻐서 잘 못썼던 레후.... 그래도 꾸준히 쓰려고 하고있는 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