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이시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싶을만큼, 사령관의 장례식에도 거의 처음으로 들어와서는 목 놓아 울기를 반복했던 레이시.


허나 가끔씩 사령관을 떠올리며 먹먹해하는 것 이상으로는, 버뮤다 팀과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우려하고 있던 별다른 이상 증세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가 어렵사리 정말로 괜찮은지,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자 레이시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실험용으로 모든게 만들어져서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자신을 거둬주고 돌봐준 것이 사령관이라는건 다들 알고 있던 이야기. 다만 그런 사령관이 자신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던 것은 본인이 죽고 난 뒤에도 자신이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였다고 한다. 그만큼 슬프고 먹먹하더라도 사령관이 마련해준 장소에서 밝게 살아가야 사령관이 기뻐해주지 않겠느냐는 대답.


질문을 던졌던 누군가는 위로를 해주기 위해 던진 질문에 오히려 자신이 위로를 받은 것 같다며 레이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2. 멸망의 메이 & 나이트 앤젤


매번 튕기고, 소심하고, 그렇게 나이트 앤젤한테 구박 받던 시절도 어느정도는 옛날 이야기. 다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보다 좀 더 늦었던 것은 아닐지에 대한 후회는 내심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 사령관이 살 날이 머지 않았던 시기엔 더더욱 그랬다. 나이트 앤젤 또한 그런 메이를 보고는 한심하다며 반응하기도 했지만, 사령관의 임종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 다가올 즈음엔 그런 반응도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하던 참이였다.


사령관이 죽기 전 날, 메이는 정말 별의 별 이유를 들어가며 이렇기 때문에 사령관을 사랑한다고, 손가락이 닳고 입이 쉬어도 모자랄만큼 사령관에게 애정을 표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사령관이 원하는 장소나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며, 지쳐 쓰러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동분서주를 해댔다.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남기고 싶은 것이라는 의중을 어느 정도 눈치 챈 나이트 앤젤은 평소와는 달리 딱히 시키지도 않은 부분에서도 묵묵히 메이의 시중을 들어줬다.


그렇게 사령관과의 하루 일과가 끝나자마자 지쳐 잠들만큼 많은 것을 하고 난 다음 날, 사령관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는 둘이서 사령관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면서 담소를 나눴다. 메이는 그렇게 하루만에 많은 것을 하고 많은 말을 했는데도 아직도 후회가 남는다며 먹먹해 했지만, 나이트 앤젤은 대충 뭐 때문에 그렇게까지 사령관과 함께 있고 싶어했는진 본인도 알고 사령관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위로해주기도.


다소 침착한 척하지만 이미 나이트 앤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본 메이는 잠시 몸을 숙여보라는 말과 함께 나이트 앤젤의 눈물을 닦아줬고, 평소 본인의 체형에 대한 놀림에도 눈물은 보이지 않던 나이트 앤젤은 메이를 끌어안으며 정말 오랜만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3. 이터니티


이터니티의 마지막 업무는, 사령관이 죽게 되면 사령관과 같은 무덤 안에 묻혀 생을 끝내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것 뿐.


분명 사령관은 이터니티가 자신과 함께 죽기를 원치 않는다며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이터니티는 군말 없이 다른 주인을 찾아나섰어야 했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이터니티들은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다른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다시 돌아갈 뿐이였고. 그렇지만 사령관을 정말로 사랑했고, 또 사령관과 함께 끝을 맺고 싶어했던 이터니티는 발인날까지도 자신은 사령관과 함께 묻혀야한다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렇지만 이터니티의 바램은 이뤄지지는 못했고, 이터니티는 바깥에서 사령관의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며 혼자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이터니티 기종 자체가 신 인류가 재건 되고 난 이후 다시 생산 된 적은 없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근황도 확실하게 알려진건 없으나, 다만 사령관의 묘지를 방문하는 자들에 따르면 커다란 관을 옆에 두고는, 그 관에 기대어 잠을 청하며 사령관의 무덤 주변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많이 섬뜩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이터니티한테는 나름대로 이것이 사령관에 대한 그리움의 표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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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바이오로이드별 사령관이 죽었을때 반응.txt 시리즈

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3499999

2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3502059

3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3554248

4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3636099

5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3705298


* 이 시리즈 진짜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안 나오길래 너무 보고 싶어서 같은 주제로 몇개 써봤음


* 따로 허락 맡을까 싶었는데 도킹같아보일까봐 얘기 못한건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