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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생각보다 복잡한 곳이네.”
“그러게요.
전에는 분명 이렇게까지 되어있지는 않았는데…
괜히 사령관님을 위험한 곳으로 이끌고 온 것 아닌가… 걱정되네요.”
“… … 어차피 여기 오긴 왔어야 해.
철충이라도 나오면 내가 필요할 거 아니야.”
“없어도 버틸 수는 있겠지만…”
앞장 서 있는 라비아타의 뒤를 따라, 나는 지금 뭔가 굉장히 복잡한 폐허 속으로 들어왔다.
질척거리는 진흙이 발바닥에 쩍쩍 달라 붙는 이곳은 어딘지 모를 지하 연구소 같은 곳이었다. 고작해야 입구였지만.
아마 이 입구 부분은 관리가 되지 않은 채 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이렇게 어지러워진 것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사령관님께 큰 은혜를 입었네요.”
“무슨 은혜?”
“경호대장을 막아주셨잖아요.
그 때 경호대장의 표정은 지금 생각해도… …”
“하하… 하… …”
태평양 한복판에 있던 그 섬에서 탈출한 후, 나는 곧장 한국으로 향했다.
몸을 바꾸기 위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금 급하게 라비아타를 오르카 호의 대원들에게 소개해준 감이 없잖아 있긴 하다.
“ㄴ… 니 년이 감히 주인님 앞에…!!!!!!!!!!!!!!!!”
너무 급하게 소개시키긴 했는지, 라비아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가 손 쓸 틈도 없이 맘바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리리스를 말리느라 나는 정신이 없었다. 라비아타를 오르카 호에서 소개시켜줄 때, 리리스 뿐만 아니라 다른 지휘관들, 부관들의 표정도 벌레 씹은 듯한 얼굴로 변하는 것을 누군가 봤어야 했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숨기고 다닐 수도 없고, 나중으로 미루자니 라비아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배틀 메이드의 위상을 좀 높여줄 필요도 있어서 조금 급하긴 하지만 이런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뭐... ... 덕분에 아직도 리리스의 비명 소리가 내 귓가에 울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 … 저 때문에 너무 무리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하다 못해 제가 시설 내부를 다 정리하고 다음에 오시면…”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러다가 철충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전에 왔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리고 고작 철충 몇 마리 정도는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사령관님.”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연결체도 혼자 처리한 적도 있는데 철충 조금 정도야 뭐.”
“… …”
바이오로이드는 철충을 공격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꼼수가 있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연결체 정도나 되면 바이오로이드도 사람 없이는 손 쓸 방도가 없을 텐데?
… 아니지. 또 라비아타라면 무슨 방법을 생각해놨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 그건 그렇다고 쳐도 내가 말했잖아.
여기서는 특이한 연결체가 나올 수 있다고.
내가 공략도 모르고 그것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
“익스큐셔너라고 하셨나요?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셔도 어떻게 어렵다는 것인지 감이 잘 안 잡히네요.”
“그냥 때리는 거로는 공격이 안 된다니까?
내부 피해가 누적되는 방식으로 쓰러뜨려야 하니까 많이 때려야 한다고…”
“많이 때리는 건 자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령관님.”
"... ..."
라비아타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밝게 웃으면서 내게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 문제는 아닐 텐데… …
내가 게임에서 처음으로 익스큐셔너를 만났을 때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나 강력했던 애들이 아무리 때려도 1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가지를 않으니 도통 갑갑한 것이 아니었지. 지금에야 공략법을 알고는 있다만 현실이 게임처럼 턴제 게임도 아니고 그 공략법이 무슨 쓸모가 있으려나 싶다.
...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 건지 모르겠네.
“…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런데 이 애는 왜 데리고 온 거야?”
“아, 네오딤 양 말씀이신 가요?”
질척거리는 진흙 위에 거대한 철제 덩어리가 둥실 둥실 떠있었다. 네오딤이 내 뒤에서 종종 걸음으로 따라오며 장난을 치고 있던 것이다.
“… 사령관은 내가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아직도 그 배수구에서의 싸움이 안 잊혀진단 말이다. 그 때 내가 한창 화가 나 있기도 했었고…
“… … 미안해… 사령관…
나 몰랐어…”
“알아, 알아.
아니까 이제 그 소리 그만해도 돼.
벌써 52번째야.”
“… … 미안…”
“그게 53번째네.”
내가 네오딤을 보는 것만큼 네오딤도 내가 보는 것이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나를 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고작 며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닌데 벌써 네오딤의 미안하다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지경이다.
“… 라비아타.”
“네, 사령관님.”
“대체 용의 함대에 있어야 할 애를 어떻게 벌써 데리고 온 거야?”
“미리 불렀으니까요.”
“미리 불러?”
“사령관님께서 제가 필요하다 하실 때 생각을 했죠.
왜 제가 필요할까를 말이에요.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잖아요?
사령관님께서 저를 전술 능력이나 외모 때문에 부르시지는 않을 테니까요.”
“… …”
외모, 라는 말에 은근한 힘이 실려 있는 것 같았다. 자기도 자신의 모습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것 같다.
“당연히 제 힘이 필요해서 부르셨겠죠.
고작 이 생체 재건 시설의 좌표가 필요하셨다면 굳이 저를 부르실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럼 네오딤 양을 부른 건 좋은 선택이에요. 사령관님.
저를 여러모로 도와주기도 했고,
또 그녀의 능력은 이런 공간에서만큼은 저보다 훨씬 유용할 테니까요.”
자신을 뛰어주는 말을 듣자, 네오딤이 신이 나 더욱 강하게 힘을 방출했다.
그 덕에 나와 라비아타 앞을 방해하고 있던 철제 잔해들이 공중으로 붕 뜨더니, 이내 콰직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작은 공 모양의 덩어리로 변해버렸다.
“… …”
“나… 쓸모 있어…? 사령관…?”
“… 하하… 하하… … 잘… 했어. 네오딤…”
천연덕스럽게 내 앞으로 자신의 머리를 들이미는 네오딤이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몇 번 쓰다듬어주기 전까지는 끈질기게 내 옆에 붙어 다닌다.
그게 싫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곳에서 붙어 다니다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나는 서둘러 네오딤의 머리를 헝클어주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네오딤은 다시 두둥실 떠올라 내 뒤에서 나를 따라 왔다.
“… …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쉽지가 않네…”
“… …
…
… 나 때문이야…?”
“아냐, 아냐.
네오딤 때문은 아니니까…”
“미안해 사령관… …”
“… … 그걸로 54번째구나.”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라비아타의 뒤를 따랐다.
라비아타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슬며시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방해물들을 치워갔다.
“… …”
“… 왜 그러시죠? 주인님?”
“…
…
… 엄청나네.”
게임 속에서는 자세히 묘사되지 않은 김지석의 묘. 분명 지하 시설 입구를 통해 들어온 것일 텐데 사방이 컴퓨터로 깔려 있었다. 아니, 서버 실에 있는 그 거대한 컴퓨터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것이 온갖 곳에서 하나의 벽을 만들며 알 수 없는 불빛들을 점멸하고 있었다. 컴퓨터라는 다소 귀엽고 가정적인 단어보다는 좀 더 흉측한 연산 장치 덩어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거대한 컴퓨터 벽과 함께 그 벽을 따라 이리 저리 움직이는 드론들. 또 그와 함께 둥그런 형태로 거대하고 두꺼운 전선들과 연결되어 있는 발전기 같은 어떤 것이 시설 전체를 밝히고 활동하게 만들고 있었다.
고작 입구에 불과할 곳의 한 구석에는 연산 장치로 이루어진 기둥들이 무너져가는 입구를 받치고 있었다. 바닥에 있는 유리를 통해 보니 내가 딛고 있는 바닥마저 거대한 기계들과 그것들을 냉각하는 냉각 장치의 배수관으로 복잡한 미로를 형성하고 있었다. 빨간 LED 등이 이곳 저곳을 밝히고 있었고 주인 잃은 무덤은 갈 곳 없는 드론만 이리 저리 움직이며 시설이 죽지 않게 연명시키고 있었을 뿐이다.
“… 이게 김지석의 묘인가…”
“알고 계시는군요. 사령관님.”
“그렇긴 해도 이렇게… … 커다란 규모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거든.”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가는 기업의 대표였으니 말이죠.
죽고 나서도 부활을 꿈꾸던 어리석은 사람이 자신의 무덤을 초라하게 만들 리는 없겠죠.”
“그건… 그렇지…”
내가 이 거대한 규모에 놀라고 있을 때, 옆에서 네오딤이 무언가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 네오딤?”
“… …”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보니,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래?”
“… … 여기 벽… 이상해…”
네오딤이 조금 더 얼굴을 찌푸려 팔에 힘을 주니 벽 전체에서 지직 거리는 노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온갖 전자기장이 방해장을 형성하고 있어요. 사령관님.
아마 그것 때문에 네오딤 양의 능력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런 건 대체 왜 해놓은 거야?”
“자기 무덤이 무너지는 꼴을 보기 싫었던 것이겠죠.”
“… … 나 여기 싫어…”
네오딤이 손에 힘을 풀었다. 다행히 스파크도 동시에 멈췄고, 거대한 컴퓨터 벽은 별 다른 이상이 없는 듯 했다.
옆에서 네오딤의 힘을 견디다 못한 드론 수십 채가 땅 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조금 더 들어가 봐야겠지?”
“네, 아직 조금 더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부디 조심해서 따라와 주세요. 사령관님.”
터벅 터벅 발걸음 소리가 두 개 들린다. 네오딤은 아까와 같이 공중에 둥둥 떠서 오는 편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새 또 어디서 주워왔는지, 네오딤은 게임 속의 모습처럼 철 부스러기를 모아 자신의 주변을 구형으로 둘러 싸기 시작했다.
온전한 구의 형태 중 절반 정도만 감싼 것처럼 보였다.
“… … 사령관…”
“왜? 네오딤?”
“걸어 다니면… … 안 힘들어…?”
“힘들진 않는데…
…
… … 으에엑??”
네오딤이 손가락을 두어 번 휘두르더니 자신의 주변을 감싸던 철을 조금 떼어내어 의자를 만들어 그대로 내게 돌진하게 했다.
그걸 봤으니 반응했지, 안 그랬으면 내가 그 철 덩어리에 맞아 기절했을 것이다.
조금 떼어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철은 철 아니겠나.
“사령관… … 편해…?”
“하하… 하… 그… 그래.
편하네… 하하…”
악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네오딤의 순수한 호의가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것 같다. 물리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 …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곳이었네.”
“예전에 제가 왔을 때와 크게 달라진 곳은 없네요.
내부 시설을 관리하는 체계가 제법 잘 갖춰진 것 같아요.”
규모는 엄청났지만 여러 외부의 요인들로 인해 반쯤은 폐허가 되어있었던 입구를 지나 묘지의 안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온통 하얀 벽면에 사람과 톱니바퀴 모양이 얼기설기 그려진 벽화들이 그려진 기이한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물론 전부 다 하얗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방 안을 절반 정도 채우고 있던 수많은 파란 홀로그램 창에서는 알 수 없는 숫자와 코드들이 이리저리 산개되어 위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고, 기계팔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는 듯이 설비 라인에 자신의 팔 끝을 가져다 대고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끝에는 사람의 신경계와 비슷하게 생긴 구조체가 푹신해 보이는 고체 속에 담겨 맥동하고 있던 것이었다.
“… … 김지석이라고 했나.
그 사람 취향도 참… 특이하네…”
“이곳은 바이오로이드 생산 설비 시설이에요.
죽은 뒤에 바이오로이드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려 했던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공간이죠.
제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라고 해도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면 노화되기 마련이니까 이왕 부활한다면 갓 만든 몸으로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 … … 진시황릉도 진흙 병사를 세워두는 정도였지, 이런 것 없었단 말이야.
황제도 아니면서 이런 무덤을 만들 생각은 대체 누가 한 거야?”
하다 못해 이동 시설이라도 좀 갖추어 두면 어디가 덧나나. 이런 저런 불평을 하면서 나는 내 걸음을 재촉했다.
뒤에서는 네오딤이, 앞에서는 라비아타가 나를 경호해주고 있었으니 긴장이 풀려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경호가 무색하게 이 광활한 무덤에서는 철충의 흔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제 고작 무덤의 입구로 들어왔을 뿐이니까 섣불리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게임에서도 생체 재건 장치를 찾아가는 6-8 구역은 고작 2개의 스테이지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걸 감안해보면 철충이 없어도 이상할 것은 없지.
“라비아타?”
“네, 사령관님.”
“전에 여기 한 번 와봤다고 했었지?
혹시 그 때 이상하게 생긴 철충 같은 건 없었어?”
“철충이요?”
“응, 뭐 예를 들면 온 몸이 녹아 내리는 이상하게 생긴 녀석 같은 거 말이야.”
T-1 고블린 이야기이다. 원래대로라면 이곳에서 맨 처음으로 마주할 녀석들이 고블린들이다. 김지석이 자신의 몸을 만들기 위해 실험체로 사용했던 애들 말이다.
“… 글쎄요.
무덤 내부까지 들어온 철충들은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전에 그 사람을 데리고 다시 한 번 왔을 때도 저희를 따로 막아서는 개체들은 없었거든요.”
“… 그래. 알았어.
일단은 좌표로 이동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자.”
“알겠습니다.”
익스큐셔너야 그렇다고 해도, 고블린들까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주인 잃은 시설을 그래도 나름 관리하던 녀석이 있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 세계에서는 고블린들을 나름 깔끔하게 처리했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예 다른 곳에서 일어난 건가?
그러고 보니 그 고블린들을 이끌던 실험체가 있긴 했었다.
주황색에, 나비 애벌레 같이 생긴 녀석이었는데, 혹시 그 녀석이 고블린들을 숨겼을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만약 그 정도의 지능이 있는 녀석이라면… … 쉽지 않겠다.
어쩌면 우리가 들어가는 통로가 일반적인 통로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이런 광활한 연구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가.
라비아타가 이곳에 혼자 들어왔던 것부터 시작해서 이야기가 꼬인 것이라고 한다면, 고블린들이 가로막고 있던 통로를 우회해서 온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일단은 이것도 염두 해두자.
“… 시설이 엄청나게 조용한데.”
“이미 죽은 사람의 무덤이 시끄럽다면 그게 더 불길할 것 같지 않나요?”
“하하… 그렇긴 하네.
라비아타는 내가 심심할 때쯤에 제법 괜찮은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네오딤은 별로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고개를 가끔 끄덕여주는 것으로 내게 대답을 해준다.
물론 내가 심심하다던가 그런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걱정만 해도 산더미만큼 쌓여 있으니까.
그렇게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을 때에, 조용하던 시설 내부를 가득 채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등록되지 않은 미지의 생체 반응이 시설 내부에서 감지되었습니다!”
“뭐, 뭐야!”
“사령관님! 제 뒤로!!”
시설 내부에서 이상한 방송이 들려왔다.
침입자라는 꽤나 공격적인 단어를 들은 라비아타가 내가 알아채기도 전에 내 앞을 자신의 팔로 감싸 막았다.
“으으… 으윽…!!!”
---치지이ㅣ----지ㅣ지이익!!!!-----
네오딤이 자신의 손 끝에 힘을 주어 주변 10m 가량의 땅을 뜯어내 자신과 내 주변을 감싸는 보호막을 만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컴퓨터나 주요 설비가 아닌 곳에는 전자기 방해장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섬뜩한 스파크가 튀는 것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미등록 단일 개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합니다.
공격 의사가 없을 경우, 시설 내부의 안내 방송으로 전환됩니다.
해당 개체는 검사에 협조적이 태도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방송이 나오더니, 이내 내가 있는 공간의 바로 위에서 레이저 비슷한 것이 나를 향해 그대로 내려 쬐었다.
빨간 빛 같은 것은 네오딤의 철제 방어막 사이를 이리 저리 비집고 들어와 내 눈으로 들어왔다.
“뇌파 검사 실행 중… …
…
…
… 해당 생명체의 호전성 확인… …”
“라… 라비아타…?
전에도 이런 게 있었어?”
“아, 아뇨. 이런 것은…”
자신의 방어막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네오딤이 놀란 듯이 힘을 풀어 주변의 철 덩어리들을 땅 위로 힘없이 흩뿌렸다.
그러자 라비아타도 검사 당하고 있는 내 상태를 직접 볼 수 있었고, 천장 위에서 내려오는 기이한 빛이 이 상황의 원인임을 감지하였다.
“일단 이렇게라도…!!”
“호전성 검사되지 않음.
해당 개체의 시설 진입을 허ㄱ… … ㅏㅏ아ㅏㅏ....”
---치지이이익----
내가 뭐라 손쓸 새도 없이 라비아타는 네오딤이 흩뿌린 작은 철 조각 하나를 집어 그대로 천장을 향해 던졌다.
천장이 워낙 높기도 했고, 그리 큰 철 조각은 아니었기에 그것으로 뭘 하려고 하려나 싶었지만 라비아타의 손을 거친 철 조각은 단순한 부스러기가 하니라 대포알 같은 것이 되었다.
빛을 내뿜고 있던 천장의 일부가 라비아타의 투포환에 맞아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단순히 박살이 난 것이 아니라 철 조각이 맞은 주변 3m 가량이 그대로 갈라져 땅 위로 떨어졌다.
하늘에 박힌 크레이터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 …”
“사, 사령관님! 몸에 다른 이상이라도… …!!”
“아, 아니 난 괜찮은데…
그보다 쟤가 마지막에 허가한다고 하지 않았나?”
“여긴 역사상 가장 미친 사람의 무덤이에요!
그 빛으로 뭔 짓을 하려고 했을 지 모르는 일이에요!!
분명 전에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갈 수 있었는데…”
“… … 하하…”
“이렇게 된 이상 서둘러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요.
닥터도 데리고 와야 하니 시간이 너무 촉박… …”
“생체 반응 검사 완료.
미등록 단일 개체 확인됨.
뇌파 등록 실행 중.”
“아직도…?!”
라비아타가 상기된 목소리로 나를 자신의 어깨에 들춰 맸을 때 부숴진 천장의 틈으로 지직 거리는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라비아타가 신경질적으로 천장 위를 바라보았을 때, 이 공간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수많은 드론 중 하나가 라비아타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건들였다.
“!!”
“미등록 개체의 뇌파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안 산업 생체 재건 설비를 이용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 … 뭐라고?”
“본 설비는 VIP의 새로운 육체 재건을 위해 가동됩니다.
아직 해당 섹션의 연구 진행 부족으로 인해 뇌를 포함한 중추 신경의 재건을 불가함을 알려 드립니다.”
“… … 사령관님…?”
“… 이거 지금 따로 우리를 적대하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지?”
“저는 본시설의 섹션 베타를 총괄하는 관리자 인공지능입니다.
본래 섹션 베타에는 외부의 출입이 불허되어 있는 연구 시설이기에 다소 무례한 필수적 검사를 진행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 무례하다는 건 알고 있었구나.”
섹션 베타라. 그러고 보면 이곳은 내가 알던 묘의 입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긴 했다. 게임 상의 허용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겠지만, 최대 3부대까지 들어와 전투를 치를 수 있었던 게임과는 달리, 내가 들어온 곳은 나와 라비아타, 네오딤. 이렇게 세 명이 들어가는 것으로도 북적거렸을 정도였다. 에바가 알려준 것이 조금 차이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예전의 라비아타가 성급하게 들어오던 것 때문이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들어오는 방식이 내가 알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미지의 뇌파가 감지되어 스캔을 진행하였습니다.
사용자 등록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이미 한 거 아니었어?”
“불특정 뇌파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등록이 갱신되었습니다.
시설 내부의 최근 갱신일을 산출합니다.
… …
...
...
...
38542일 13시 45분 경과.”
“… …??”
3만일이라고? 그럼 족히 백 년은 된 것 아닌가? 분명 이미 생체 재건 장비는 한 번 사용했을 텐데?
“라비아타?”
“네.”
“혹시 전에는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았었어?”
“아뇨… 그건 아닌데…
...
... 드론?”
“최근 사용자의 데이터를 원하십니까?”
“그래.”
“데이터 산출 중… …”
드론의 얼굴이 빨간색과 파란색을 번갈아 가며 점멸하기 시작했다.
“…
…
… 데이터 불충분으로 검색을 종료합니다.”
“뭐?”
“최근 사용자의 비협조적이고 원시적인 태도로 인해 갱신 적합 심사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섹션 감마의 사용자 기록 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이제 그 새끼는 드론한테도 욕을 먹는 신세구나.
“… …아무튼, 나는 그럼 뭘 하면 되는 건데?”
“본 시설은 최종 관리자의 부활과 인격적, 의식적 연속성의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뇌파 사용자의 등록을 진행할 시, 최종 관리자 권한이 추가로 생성됩니다.”
“… …”
“본 시설의 안전하고 쾌적한 이용을 위해 관리자 및 직원 일동의 도움이 제공됩니다.
미등록 개체의 갱신을 진행하시겠습니까?”
“… 라비아타?”
“… …”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를 드론을 멀뚱 멀뚱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라비아타를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철충이나 다른 위험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일부로 닥터를 내버려 두고 왔건만, 이럴 때는 그랬던 내가 후회스럽다.
“… 사령관님의 현재 뇌파 상태를 생각하시면 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내 상태가 왜?”
“전에 본 연구 기록에서는 분명 두 뇌파가 혼합되어 있는 상태라 했었어요.
그러니까 지금 뇌파로 등록하면 나중에 뇌파가 분리되었을 때 좀 불편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
… 자세히는 저도 모르겠네요.”
“… 그런가…”
자신이 가지고 온 대검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짖는 라비아타를 보니 마음이 별로 편치가 않다.
라비아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지금 뇌파로 계속 살 것도 아닌데, 방법을 찾기는 해야겠지.
“… 드론?”
“네, 미등록 개체.”
“너를 뭐라고 부를까?”
“본 시설의 섹션 베타의 관리자 인공지능이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 … 너무 길어.”
“정확도와 효율적인 호칭을 위해 본 관리자의 이름은… …”
“아니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무튼, 지금 내 뇌파를 감지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미등록 개체.”
“그럼 혹시 이전 뇌파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어?
지금 내 뇌파는 두 개가 섞여 있는 상태라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아무튼, 이전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냔 말이야.”
“… … 섹션 감마의 관리자 인공지능과의 연결을 시도합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드론이 땅 위로 축 하고 떨어졌다. 아직 불빛이 점멸하고 있는 것을 보니 기능이 정지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죽은 건 아니겠지?
“… …”
“… 죽은… 건가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 … 사령관… 이거 이상해…”
네오딤이 이 드론을 들어 올리려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강한 스파크만 일어날 뿐, 별다른 반응은 따로 없었다.
“보이는 것마다 전부 다 들어올리려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야. 네오딤.”
“… … 알았어…”
“일단은 조금 기다려 보자고.”
꼭 갱신인지, 등록인지 뭔지 모를 것을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나중에 몇 번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니 해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개새끼를 비합리적이고 원시적이라 평가했던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라면 제법 믿을 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섹션 감마의 관리자 인공지능의 허가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드론이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우웅 거리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다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드론에게 정신을 차렸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허가 된 거야?”
“본래 이전 기록 로그를 살펴보는 것은 시설 관리의 약관에 위배됩니다.
하지만 특이 상황임을 고려할 때, 가장 최근 기록 로그에 대한 접근을 섹션 감마의 관리자가 허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철두철미하게 짜두네.”
“… …”
꼭 내가 하는 모든 말에 대답을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조금 뻘줌하긴 하네.
“…
…
…
… 허가가 완료되었습니다.
미등록 개체가 원하는 뇌파 기록을 결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10년 내에 이용 기록만이 접근 가능합니다.
접근 가능 뇌파 이용 목록을 제출합니다.”
“… …”
그렇게 말하자 어디선가 또 다른 드론이 날아와 내 눈 앞으로 파란 홀로그램 창을 뛰었다.
그 홀로그램 창 내부에는 목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기록이 적혀있었다.
“… 접근 가능한 기록이 하나 밖에 없잖아.”
“최근 10년 동안의 기록 로그 목록입니다.”
“그럼 다른 기록들은 없어?”
“본 시설의 설비 이후 시설 이용자 기록은 폐기된 적이 없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뇌파 기록이 최초의 시설 이용 기록입니다.”
“… …”
그래도 이런 건 친절하게 알려주니 다행이네.
생각해보면 인류가 멸망하고 누가 와서 이 생체 재건 장치를 썼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냥 딱 하나 있는 이것이 그 놈이 쓰고 간 기록이겠지.
“일단 이 데이터로 해줘.”
“데이터의 사용처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 바랍니다.”
“지금 너희가 가지고 있는 내 뇌파 데이터에서 이 뇌파를 빼봐.”
“’빼다’의 정의가 필요합니다.
뇌파를 뺀다는 단어의 목적을 설명 바랍니다.”
“… … 하아…”
나는 닥터에게 잔소리 들은 기억을 더듬거려가며 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 뇌파 두 개가 겹쳐 있는 거라고 가정하고 거기에서 이 데이터를 제거해 봐.”
“…
…
… 공명 현상의 복원 과정을 실행합니다.
본 관리자의 이해가 맞는지 확인바랍니다.”
내 눈 앞에 있는 홀로그램 창으로 무언가 주르르륵 길게 코드 같은 것이 늘여져 놓아졌다.
이런 걸 보면 드론들이 꽤 유머 감각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걸 보여준다고 해서 내가 이해하겠냔 말이다.
“… 그래. 맞다고 해.”
“미등록 개체의 요구 사항이 확인되었습니다.
뇌파 분리 과정이 실행됩니다.
이전 데이터와 구분되는 새로운 뇌파 데이터를 통해 시설의 최종 관리자 갱신이 진행됩니다.
동의하십니까?”
홀로그램 창에 Y/N 버튼이 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보여졌다.
어차피 더 이상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나는 Y 버튼을 눌렀다.
“미등록 개체의 갱신이 완료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관리자님.”
“…
… … 그냥 몸만 바꾸러 온 건데 너무 많은 걸 떠안은 느낌인데…”
“괜찮아요. 사령관님.
제가 옆에서 잠시 봤는데, 따로 이상한 것은 없었어요.”
“그걸 봤어?”
“아무렴 사령관님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는데 아무 배움도 없이 올 수는 없었죠.
여기에 오기 위해 닥터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답니다.
이런 상황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만, 그래도 이상한 것은 없었어요.”
“그럼 여기 있는 코드도…?”
“네, 다 봤습니다.
닥터가 주었던 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에요.”
“… …”
그러고 보니 라비아타도 한 머리 하는 캐릭터였지. 맨날 천재들과 붙어 다니다 보니 그걸 잊고 있었다.
“그리고 저희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사령관님은 걱정 마시고 몸을 재구성하시면 되요.
그 부분은 닥터가 와서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 … 알았어.”
“관리자 갱신이 완료되었습니다.
본 시설의 오신 방문 목적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뭐가 있겠니.
생체 재건 설비 이용하려고 왔지.”
“확인했습니다.
…
…
…
…
섹션 알파로 향하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섹션 알파는 현재 관리자 인공지능의 불안정 동기화로 인해 제거 프로토콜이 마비된 상황입니다.
가장 안전한 루트로 설정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드론은 우리를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앞장 서 나가기 시작했다.
라비아타와 나와 네오딤은 멀뚱 멀뚱, 따라오라는 듯이 뻔뻔하게 앞서 가고 있는 드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는 길은 라비아타가 이미 알고 있지 않아?”
“… 저도 섹션 알파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있어요.
저 아이가 저보다 이곳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따라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
… 그러자. 그럼.”
신나는 듯이 날개짓을 하며 가고 있는 드론의 뒤를, 우리는 조용히 따라갔다. 대체 이 무덤에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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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리지널 캐릭터는 안 넣으려고 했는데
저런 큰 시설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이 없다는 건 씹덕적 상식으로는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넣었다.
아직 여기 파워 밸런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말하는데
라비아타는 원래 강함+실험으로 오리진더스트 절여짐+경험 해가지고 혼자서 어지간한 철충 '부대'는 쓸어버릴 수 있는 수준임
네오딤은 원래 강하다고 했고.
ps. 야이 나쁜 놈들아 댓글이 어떻게 100개가 하루도 안 되서 넘냐고
원래 일주일은 기다리면 되겠지 했는데 너무 하네 진짜
그랬으면서 평소에는 댓글 안 달고 간 거 너무 괘씸하거든요
만약 추천 200개 넘으면 바로 익스 만나서 싸우는 것까지 올리겠다
이건 안 되겠지 설마. 나 거기까지 밖에 안 썼단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