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소년의 일기 1

부족소년의 일기 2

부족소년의 일기 3

부족소년의 일기 4



펜리르는 요 몇일간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그건 관찰자 부족원들의 실력이 자신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머나먼 과거에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의 아이가 커서 자식을 낳고 또 그 아이가 커서 또 자식을 낳는 것을 각자의 애정을 가지고 돌보았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자신의 가족은 하나의 일족이 되어있었고 자신들은 대모라 불리며 일족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수 많은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스러져갔고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과정에서 점차 감정이 마모되었다.
수 많은 아이들의 죽음과 앞으로 태어날 수 많은 아이들의 탄생에 하나하나 일희일비 하기에는 그녀들의 정신은 그리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의 애정의 방향은 아이가 아닌 일족 자체로 옮겨갔다.
개개인이 아니라 자신의 자손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아이들의 삶과 죽음은 그리 큰 사건이 아니었고 이것으로 그들의 마모되어 가는 감정을 보호 할  수 있었다.

바이오로이드의 바뀐 태도에 자손들이 그녀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바뀌어 갔다, '가족'에서 '조상'으로.
지금에 와서는 가족 중대사에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닌 그저 보고받을 뿐인 살아있는 일족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만나 축복하고 아이가 자라면 자신이 지닌 것을 전수해 주며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 세월의 풍파에서 살아남은 바이오로이드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현재의 펜리르에게 스콜은 여간 특별한 존재가 아니였다.

스콜이 자신을 크게 닮았냐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붉은 머리를 제외하곤 닮은 점이라곤 찾기 힘들었으며 차라리 펜리르와 같이 붉은 머리칼에 노란 눈을 가진 그의 누이가 훨씬 더 닮았었다.
하지만 그의 누이를 포함한 다른 가족과 다르게 스콜은 자신을 조상이 아닌 가족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통과의례로 여겨지며 청소년기에 한두번 하고 마는 사냥훈련을 일년에 몇번씩 가자고 하는 것도 스콜 뿐이었다.

자신의 호칭이 언제나 대모님인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펜리르는 자신에게 이렇게 살갑게 다가오는 존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원래 가족이라 할 수 있었던 자매들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가 되어 더 이상 이전같은 관계를 가지지 못했고 그마저도 몇몇 자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재 펜리르가 무의식적으로 가족이라 느끼는 존재는 스콜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었고 펜리르는 스콜에게 가족애와 독점욕이 뒤섞인 무언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스콜이 점점 자신과 멀어지고 있었다.

'전부 걔 때문이야.'

처음엔 큰 의미 없는 일이었다.
형처럼 결혼하기 싫다며 울먹이는 것을 보곤 달래주기 위해 밖으로 나왔고 우연히 지인의 무리가 근처에 있었을 뿐이다.
스콜은 그저 처음 보는 부족이 신기했을 뿐이고 자신과 밖에 있는 시간이 좋아 이곳에 더 머무르자 떼쓰는 것이라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스콜이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 때문에 이곳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스콜을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펜리르의 독점욕은 스콜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떠나는 것이 매우 거슬렸다.
오늘에 와서는 스콜이 자신 몰래 좋아하던 바이오로이드를 따라가자 참을 수 없어 훈련을 위해 나온 인원들에게 버럭 소리지른 뒤 천막에 틀어박혀 있는 중이었다.

일전에 스콜에게 호감을 보였던 늑대의 털을 신경질 적으로 뽑고 있던 중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오랜 기억속 이제는 들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포격음이었다.
천막 밖으로 나온 펜리르는 소란스러운 무리 중 한명을 붙잡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물었다.


"... 다시 말해봐..."

"므네모시네님이랑 그쪽 꼬마아이가 가기로 했던 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구요!
그리고 구식 철충 탐지기에 활동징후가 포착됬어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어서 가봐야 해요!"

"스,스콜이 저기 있다고? 거짓말 아니지?"

"그렇다니까요? 그러니까 이거 놔주세요!"

철충? 어째서? 펜리르는 손을 놓고 혼란스러움에 우두커니 서 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폭발이 일어난 산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디야! 스콜 어딨어?"

폭발지역에는 이미 몇명이 도착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한 곳에서 소란스러운 외침이 들렸다.

"얼음누님은 팔부터 녹여! 죄책감 갖지마! 누님이 아니었음 둘다 죽었어!"

"이제 얼음 빼낼게요! 빨리 의료키트! 사람 죽는데 몇개 안남은게 대수에요? 또 찾으면 되잖아!"

"거기야? 거기 스콜이 있어?"

스콜을 찾았다는 소리에 펜리르는 관찰자 부족민을 옆으로 사납게 밀치며 스콜에게 다가갔다.
펜리르의 눈에는 부서진 얼음더미 옆에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스콜과 피로 물든 바닥, 그리고 표면에 비와 피부조직이 얼어붙어 있는 꼬챙이 같은 얼음조각이 들어왔다.

"스콜! 스콜! 제발 눈 좀 떠봐! 스콜! 내 목소리 안들려? 스콜!"

실성한듯이 스콜의 곁에서 횡설수설하던 펜리르에게 가쁜 숨을 내쉬던 므네모시네가 다가왔다.

'왜? 나의 스콜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나와 함께 있었다면 이딴 철충한테 스콜이 다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바보같이 제 능력으로 스콜을 상처입힐리가 없었을텐데.
이게 다 누구 때문이지?
지금 이 끓어오르는 마음은 어디에 쏟아내야 하는 거지?'

"죄송합니다, 제가 미숙하여 스콜군을...
이제 위험한 순간은 지나갔으니 충분한 휴식을 가지...크읏!"

순간 므네모시네가 수평으로 날아가 부러진 나무밑둥에 부딪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입닥쳐...너희들...누구든지 우리 스콜한테 다가오면...죽여버릴거야...
특히...저 년...저 년 때문에...나의 스콜이 이런...니들 당장 저 년 치워버려...죽기 싫으면..."

스콜의 곁에 앉아 부들부들 떨던 펜리르는 방금 므네모시네를 내던진 한쪽 손에서 손톱을 세우며 말했다.

"뭐하는 짓이야? 므네모시네도 환자라고!...헉!"

메인이 항의하러 한발 내디자 펜리르는 고개를 돌려 노려봤고 메인은 저절로 헛숨이 들이켜 졌다.
눈물로 얼룩졌던 얼굴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늑대의 노란 눈에는 명백한 적의와 살의가 담긴 안광이 빛나고 있었다.

'저녀석 제정신이 아니잖아...이거 위험한데...'

메인마저 맹수의 위협에 잔뜩 얼어있던 중 아델리는 용기를 내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어,얼음 누님 때문이라니...말이 너무 시,심한거 아닙니까?
철충 한테서 꼬맹이를 구해준게 누,누군데!"

"너... 그 나불대는 주둥이를 뽑아서 닥치게 해야겠어...
그리고...막는 녀석도 전부 찢어버릴거야..."

펜리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천천히 일어나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자세로 몸을 숙였다.
아델리는 표적이 자신인 것을 자각했지만 그대로 굳어버렸고 메인은 그런 아델리를 감싸며 튀어나왔다.

"아델리! 이 멍청이가! 지금은 센척 할 때가 아니라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제길!"

으르렁 거리던 늑대가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하려던 순간 그녀는 움찔하며 멈춰섰다.

"대모님...화내지 마세요...저...이제 괜찮아요...그러니까...저 사람들...므네모시네 누나는 아무 잘못 없어요...잘못 하지도 않은 사람들 해치면...평생...대모님 싫어할거에요..."

소동에 눈을 뜬 스콜이 필사적으로 펜리르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스...콜..."
펜리르는 또 다시 왈칵 눈물을 쏟으며 스콜을 끌어안았다.

"알았어 그만할께...싫어한다고 하지마...나 이제 너 말고는 없어..."

"..."

"이제 집에 가자."

"네..." 

펜리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스콜을 안아들고 굳어있는 관찰자 부족민을 가로질러 갔다.

"메인..."

"어? 왜,왜그래?"

"...화내서 미안해...하지만...쟤 얼굴은 못보겠어...그러니까 집에 갈래."

"그래 그러자. 우리 부족은 내가 알아서 할께."

그렇게 상처입은 스콜과 펜리르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바이오로이드가 외형은 몰라도 수명은 있으니 수백년 지났으면 전부 황혼기지 않을까 시프요


펜리르가 근친은 아니고 왜 제일 친한 불알친구가 애인 생겼다고 만나기 힘들어졌을때 느끼는 감정 비슷한 거임 

특이점은 찐친이 걔 말곤 없고 걔가 자기 손자 비슷하다는 거


근데 제목은 부족소년의 일기인데 죄다 펜리르만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