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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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은 오르카호에는 지금 비상이 걸렸다.


"사령관님이 또 사라졌다고?"


"이번만 벌써 몇번째야.."


오르카호의 모든 대원들이 마지막 남은 인간을 찾기 위해, 오르카호를 수색하지만, 사령관은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바이오로이드는 이 사태가 익숙한 듯, 자신의 공방으로 향했다.


"오빠, 다들 찾는데 안 나갈거야?"


닥터가 문앞에 서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됐어, 어차피 난 여기가 제일 편해, 다른데는 불편하고 무섭다고."


뒤도 돌아보지않고, 무언가를 조이고 확인하는 누군가는 다름아닌 마지막 남은 인간. 바로 사령관이었다.


"적어도 여기있다고 말하는 편이.."


"됐다고.."


사령관은 무언가를 닥터에게 겨누었고, 그것을 본 닥터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사령관 옆에 앉는다.


"이번엔 뭘 개조하는거야?"


닥터는 사령관이 만지고 있는 무언가를 유심히 지켜보며 말했다.


"출력을 더 높여보려고, 탄창도 좀 늘리고."


"그거...공구 맞지..?"


"맞아."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사령관은 아무 말없이 계속해서 나사를 조이고 겨누는 시늉을 한다.


"다른 대원들은 말이야...사령관이 그거 안 입었으면 하데.."


"뭘..아, 이거 그냥 작업복이라고, 위험한건 아니야."


"그 작업복..아니다 됐어."


닥터는 뭔가를 더 말하고싶었지만, 사령관이 입고 있는 작업복이라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좋아...됐어."


뭔가를 마친 듯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한다. 


"어다가게? 오빠?"


"개조를 했으니 실험해봐야지."


사령관은 문을 열고 자신의 작업복을 갖춰입는다.


"하아..."


닥터는 한숨을 쉬고 사령관의 뒤를 따른다.

대원들은 사령관의 모습에 반가워했지만, 얼굴이 마냥 밝지는 못 했다.


"사령관, 또 밖에 나갈려고하는거야?"


철혈의 레오나가 사령관의 앞길을 막았고, 사령관은 비키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레오나는 앞을 비켜줄 생각이 없었다. 그 뒤로 라비아타, 로열 아스널, 신속의 칸, 홍련, 불굴의 마리, 레모네이드 알파, 멸망의 메이가 왔고, 사령관을 앞을 막았다.


"주인님! 더 이상 밖을 나가시면 안돼요!"


"맞아요! 밖에는 철충들이 있다고요!"


"사령관, 우리의 입장도 좀 생각해다오.."


"그대가 만약 죽는다면, 우리는..."


사령관은 작업복을 살짝 벗고, 그녀들의 얼굴을 보았다.


"난 지옥에선 벗어났지만, 악몽에서는 못 벗어났어. 그리고 난 이런 곳은 질색이거든? 이런 곳에 있을 바엔 차라리 밖에 나가겠어."


"하지만, 주인님..."


"난 누구의 주인님도 아니라고. 그러니 제발 비켜."


사령관의 완강한 태도에 그녀들은 물러난다.


사령관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밖을 향해 걸어나간다.

닥터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예전에 사령관과 대화했던 것이 생각났다.


"오빠말야, 어째서 밖에 나가는거야? 철충을 봐도 도망치지도 않고?"


사령관은 자신의 작업복을 손보면서 닥터에게 말했다.


"난 이제 도망치지 않을거야. 내가 뭘해야 할지 알았거든."


닥터는 그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공돌이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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