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타지인들이 부산을 찾는 이유는 뭘까?


나는 사람 때문이라고 본다


남자다움에 집착하는 것과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얼핏 보면 그들이 차갑고 배타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어느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든 그곳엔 롯데 야구를 보며 조용히 쌍욕을 내뱉는 아저씨가 있다


손님 오는 소리에 조용히 일어서서 메뉴판과 물수건을 갖다주고는


다시 터벅터벅 티비 앞으로 간다


주문을 하려고 부르면 다시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서는 억양을 듣고 '으데서 왔노?' 한마디 툭 던진다


서울이라는 대답에 '볼것도 없는 동네에 뭐 처물라고 기어들어왔노' 하고는 주방으로 사라진다


멀뚱하게 쳐다보다가 기다리기를 잠시, 식탁에는 사진보다 더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이 올라온다


다시 조용히 티비 앞으로 돌아가 이대호를 욕하는 아저씨는


중간중간 슬쩍 고개를 돌려 테이블을 살피고 다시 티비로 눈을 돌린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기다리는 사이 냉장고에서 꺼내온 요구르트 몇 개를 내어주고는


'단디 살펴가라' 하고 돌아선다


무뚝뚝함 속에 스며들어 있는 수줍음과 감정의 행간을 읽은 외지인들은 그 기묘한 부끄럼쟁이들을 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걱정되어도 말하지 않는 그들은


다만 묵묵히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고 지는 별을 바라보며 귀가하는 늙은 어린이들이다


어둑하게 불 꺼지고 쓸쓸한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일을 마치고 잠든 마누라와 내 새끼가 보인다


식탁 위에 올려둔 봉투에서 아이스크림 몇 개를 꺼내 냉동고에 집어넣고


쉰내가 나는 양말을 뒤집어 벗은 채로 땀내가 마른 지친 몸을 씻고 자리에 눕는다


눈을 뜨면 다시 힘겨운 삶의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쓰러지는 것보다 가족의 눈물을 보는 것이 더 두려운 남자는 조용히 잠을 청한다


부산은 이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