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661060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666740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675115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786284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850025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877012

7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909550

8편 https://arca.live/b/lastorigin/35117353

9편 https://arca.live/b/lastorigin/35193632


--------------------------------------------------------------------------------------------------------------------------------------------------------------------------------------------------------------------------------------------------------------------------------------------------


"바이오로이드도 영혼이 있을까?"


사령관이 오메가에게 질문하였다. 오메가는 힘없이 늘어진 채 멍한 눈으로 사령관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사령관은 오메가의 턱을 잡아 눈을 맞추고는 재차 질문하였다.


"어떻게 생각해 오메가? 너희들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오메가는 대답이 없었지만 사령관은 그 흐릿한 눈빛에 만족한 듯 숨죽여 웃었다.


"당연히 있지, 왜 없겠어? 지금 내 눈앞에서 갈갈이 찢겨나가는게 보이는데."


사령관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가면 아래 가려진 얼굴을 알아 볼 순 없었지만 블랙 리리스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미세한 떨림과 미묘한 턱의 움직임. 그녀의 주인은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이제 선택해야 할 시간이야 레모네이드 오메가."


사령관이 블랙 리리스에게서 건네 받은 권총을 장전하며 말하였다.


"누가 먼저 죽을까?"


--------------------------------------------------------------------------------------------------------------------------------------------------------------------------------------------------------------------------------------------------------------------------------------------------


"큰일이네요."


시스템을 해킹하던 스카디가 손을 멈추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정체 모를 코어를 열심히 분해하던 아자즈는 스카디의 말에 옆으로 다가와 화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큰일이군요."


"뭐가 큰일인지 좀 말이나 해주세요 언니들 저 지금 완전 불안하거든요?"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적들에게 무자비하게 포탄을 날리고 궤도로 짓뭉개는 스트롱홀드의 소음에 묻히지 않도록 그렘린이 비명처럼 소리지르며 말하였다.


"요컨데 제가 팩스 중공업의 기술력을 너무 얕봤다는 거에요. 일전에 램퍼트씨의 모듈을 제어할때 사용했던 키를 응용하면 될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군요."


스카디가 손을 풀자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고 더더욱 불안해진 그렘린이 땀 때문에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쓰며 다가왔다.


"아니 아니 잠깐만, 시스템 전반부 제대로 해킹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지금 오르카호에 미사일도 안날아가는거고 그...그 생산 라인도 다 멈추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헛짓거리 했다는 건가요 지금?"


"그렘린양 헛짓거리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아요. 말 그대로 전반부를 해킹하는데 성공한거고 스카디양은 지금 중추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걸 말하고 싶은거에요."


아자즈가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렘린의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바로잡아주며 말하였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침착한 아자즈의 태도에 그렘린은 순식간에 흥분이 가라 앉았다. 그렘린이 한숨을 내쉬며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았다. 스카디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중추 시스템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미 무력화 되었어요, 잠잠하다가 방금 막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정체 불명의 신호를 발신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뭔지 알수가 없다는게 굉장히 거슬린단 말이죠. 불안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해결 방법은 있는거에요?"


그렘린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스카이나이츠는 알바트로스의 통신을 받고 어디론가 급하게 사라졌고 로크와 스트롱홀드가 남아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적들을 말 그대로 갈아버리고 있었다. 초 고성능의 둘이었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 할 수 없었다.


"항상 그랬듯이 역추적을 해봐야죠."


아자즈와 그렘린 둘이서 한참 동안 씨름해도 해체되지 않았던 코어를 들어올리며 스카디가 말하였다. 


"이쪽으로 오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그렘린 양."


아자즈가 그렘린을 잡아 끌며 스트롱홀드의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그렘린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스카디의 '반드시 성공하는 해킹' 이 중추 코어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 


"전 함대 포격 개시!"


무적의 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함포가 사격을 개시했다. 귀가 찢어질듯한 굉음과 무너져 내릴 듯한 후폭풍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서있는 그녀의 모습은 실로 용 그 자체였다. 포세이돈의 함대들의 진영이 무너져내리고 전함들이 침몰하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상륙해 사령관을 구출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진 용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답지 않았다.


냉철하고 흔들림 없는 무풍지대의 바다와도 같은 무적의 용이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바다는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했다. 고뇌하는 때가 잦아졌다. 마음을 졸이는 일이 빈번해졌다. 사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아니 그녀들을 이렇게 바꿨는지.

그저 설계된 대로 움직이던 그녀들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포세이돈의 함대들이 물러가는 것이 확인되자 무적의 용은 전 함대에 상륙 명령을 하달했다. 어차피 포세이돈 측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탓에 생각보다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그녀에게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 반응 발견...철충입니다."


레이더에 붉은 점이 하나 둘 찍히기 시작했다. 점을 세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불어나더니 곧 화면을 가득 메워버렸다. 무적의 용은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충의 기계음 따위가 아니었다. 거대한 파도의 전조음.

갑판을 딛고 있는 그녀의 발을 통해 미세하게 울리던 진동은 점점 커지더니 이내 함대들 전부를 출렁거리게 할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바다 속을 전부 채워버린 붉은 안광들을.

무적의 용을 포함한 호라이즌 모두가 이 경악스러운 광경에 압도되어버렸다.


그리고 철충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호라이즌의 함대들을 순식간에 지나쳐 버렸다. 심지어 무적의 용과 눈까지 마주쳤던 익스큐서너 개체는 그녀를 흘겨보고는 다시 날아가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철충들의 무리에 어안이 벙벙해진 네리는 옆에 있던 테티스의 뺨을 꼬집었다. 세이렌은 식은 땀에 범벅이 된 채 무적의 용을 바라보았다.


무적의 용의 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흔들리며 철충들이 향한 쪽을 보고 있었다. 검을 쥔 그녀의 손이 사시나무 처럼 떨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연신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던 그녀는 자신을 걱정스레 보고 있는 세이렌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듯하였다.


"전원 상륙 준비!"


일전의 혼란함이 그녀의 말 한마디에 씻겨내려가고 호라이즌의 모든 인원들이 상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세이렌은 여전히 무적의 용의 옆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적의 용은 그 어느때 보다도 공포에 질려있었다. 구름 같은 철충무리들과 마주했던 탓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깊은, 감히 그녀의 바다를 소용돌이치게 하는 거대한 공포가 무적의 용을 흔들고 있었다.


--------------------------------------------------------------------------------------------------------------------------------------------------------------------------------------------------------------------------------------------------------------------------------------------------


"삼안이 철충을 확보하고 나서 블랙리버, 펙스 역시도 철충을 확보하려고 혈안이었던건 알고 있을겁니다."


알바트로스의 손에 올라탄 마리가 덤덤하게 말하였다.


"블랙 리버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지요 고블린의 사례나 무단으로 침입해 납치까지 했었으니까요. 기업들은 철충 확보에 정신이 나가있었습니다."


"요점은?"


"덴세츠의 바벨을 보시면 알 수 있을겁니다."


알바트로스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철충을 부르는 장치를 기업들이 가지고 있었다는 얘긴가 마리?"


"추측이었습니다만..."


마리가 구름같이 몰려오는 철충들을 바라보았다. 하위 개체들은 말할것도 없었고 평상시라면 상대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상위 개체들과 연결체들까지 득실거리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아마도 펙스에서도 확보해놨던 기술인 것 같군요."


"오메가가 갑자기 활성화시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마리 소장."


"글쎄요, 아마 패색이 확실하니 공멸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그게 맞다면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 할 수 있는거지?"


알바트로스가 마리에게 질문하자 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사령관을 믿기 때문에? 물론 나도 사령관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령관이 한번 약속하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지키는 사람이란 것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얘기다 마리 소장."


알바트로스가 방어막을 전개하고 출력을 높이며 오메가의 대공망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말해주지 않겠나? 블랙 리버 출신인 자네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내 추론이 맞다면 말이야."


마리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적들의 화망을 뚫고 도착한 곳에 착지한 알바트로스와 마리 앞에는 격전을 벌이고 있던 배틀 메이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는 콘스탄챠에게 다가갔다. 마리와 알바트로스를 발견한 콘스탄챠 역시 황급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콘스탄챠의 금이 간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과 마리의 눈이 마주친 순간 마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


"항상 고민했거든."


사령관이 오메가의 미간을 겨눴던 권총을 거두어 블랙 리리스에게 돌려주며 말하였다.


"네가 그렇게 죽고 못사는 회장 앞에서 널 찢어 죽이는게 나을까?"


사령관이 발걸음을 옮기자 그곳에는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는 추레한 몰골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아니면 네가 보는 앞에서 회장을 찢어 죽이는게 더 나을까?"


오메가는 고개를 떨구고는 덜덜 떨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오메가는 겁에 질린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방을 뒤덮은 철충들은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그저 사령관과 오메가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오메가는 고개를 돌려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반사광 조차 비치지 않는 어두운 사령관의 가면이 그녀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사령관의 가면에 미친듯이 떨리고 있는 오메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재촉하지 않을테니까 잘 생각해봐."


오메가는 마리의 말을 떠올렸다.


'나한테 죽어라.'


그리고 오메가는 그것이 마리가 베푸는 최대의 관용이었음을 깨달았다. 


--------------------------------------------------------------------------------------------------------------------------------------------------------------------------------------------------------------------------------------------------------------------------------------------------


다음화에 끝날듯? 2부 나오기 전에 끝내려고 좀 헐레벌떡 쓰는 거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