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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멸망하기 전.......



"콜록콜록!"


이번에도 기침이 나온다. 언제까지 이 고통은 지속되는 것일까?


내 이름은 천공의 엘라. 와쳐 오브 네이쳐에서 만든 공기 정화용 바이오로이드, 난 그 중에서도 특이점에 도달한 돌연변이다. 내 능력은 기존의 엘라 개체를 뛰어 넘은 공기 정화 능력으로, 아무리 엄청나게 대기가 오염된 지역이라도, 순식간에 정화가 가능할 정도로 내 성능은 뛰어나다. 하지만.......


푸슉!


"으으윽!"


... 그 댓가로, 나는 기존의 엘라들 보다도 더 병약하게 태어났다. 숨을 쉴 때 마다 큰 고통을 느끼며, 기침을 자주하게 되었다. 숨 쉴 때 마다 큰 고통을 느끼는데, 기침까지 하면 정말로 죽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무런 조치를 안한다면, 평소에는 독가스를 내뿜게 되는 나의 부작용이다. 내가 강력한 대기 정화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호흡기를 통해 폐 속 공기를 정화하고, 약을 투여함으로써 내가 내뿜는 독기를 억제해야만 발휘된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난 그저 독을 내뿜는 해로운 존재일뿐. 그래서 항상 이렇게 호흡기를 달고사며, 항상 주사를 맞는다.


".......씨발....."


욕지거리가 나온다. 주사는 매우 아프다. 맞는 것만으로도 아프지만, 그 안에 있는 약물이 내 목과 폐를 더더욱 괴롭게 만든다. 난 평소에도 이렇게 전용 기계 침대에 누워서 호흡기를 연결한 채, 툭하면 약물 투여를 당하는게 일상이다. 바깥은 커녕, 평소에도 움직이지 못한채, 침대에만 누워있는다.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는 대기 정화를 위해 잠깐 나갔다가 오는게 전부.


"......."



분명 와쳐 오브 네이쳐는 착한 인간님들이 모인 장소라고 들었다. 하지만 나를 관리해주는 인간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성능과 부작용 제거에만 관심이 있을뿐, 날 전용 침대에 내버려 둔채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들은 평소에는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만 한다. 분명 다른 엘라 개체들은 다른 착한 인간님들의 보살핌을 받는다던데, 왜 나만.....


"...하아......하아...."


예전 부터 든 생각이긴 하지만, 호흡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런 것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니..... 참으로 불합리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런 불만 따위는 느끼지 못한채, 아무런 고통없이 숨을 쉬며 살아가겠지...... 너무나도 불공평하다. 왜 나만..........


"....."


옆에 있는 탁상 위의 책들을 바라 보았다. 전부 다 사후세계에 관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성경이란 책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고 한다. 천국은 좋은 곳, 지옥은 나쁜 곳이라던데, 천국에서는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라면 가보고 싶다. 하지만....... 지옥에 떨어지면 어쩌지? 지옥은 고통스러운 곳이라던데..... 게다가 천국에 가더라도....... 지금처럼 호흡을 해야하는 곳이라면 어쩌지? 더 이상 숨쉬는 건 질색인데.....


"하아......하아..."


천국이나 지옥이나 거기에 갈 수 있는 존재는 영혼이 있는 존재인 인간들이라고 한다. 만약 우리 같은 바이오로이드들도 영혼이란게 있을까? 그러면 죽어서 천국이나 지옥에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어디를 가든 호흡이라는 고통스러운 행위를 해야한다면..... 어느 쪽이든 가고 싶지 않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영혼이란게 없었으면 좋겠다. 영혼 없이 죽으면, 어디를 가지도 않은 채 이 고통이 끝나게 될테니....


푸슉!


"으읏....!"


씨발. 이 빌어먹을 약물 투여는 끝나지도 않는다.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날까? 죽으면 모든게 편해질까? 약을 맞지 않아도 될까? 숨을 쉬지 않아도 될까? 하지만 난 자살할 능력도 없거니와, 설사 자살할 수 있어도, 내게 영혼이란게 있어서 죽은 후 사후 세계로가서 똑같이 영원히 호흡을 하며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죽지도 못할 것이다...... 죽고 싶어..... 하지만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하지만 살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숨을 쉬고 싶지 않아......... 도대체 난...... 왜 태어난걸까...... 내게 영혼이라는게.... 제발 없었으면 좋겠어...




타타타타타!!!!!!


"으아아아아악!!!!"


? 갑자기 총소리와 연구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걸까? 아무래도 누가 침입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기다리면서, 내 운명을 기다릴 뿐.....


덜컥!


"오...... 역시 여기 있었네. 보스! 여기에요! 여기에 우리가 찾는 대상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다른 쪽을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한다. 성별과 뇌파를 보니 인간임이 분명하다. 날 어떡게 할려는 걸까? 죽이는 걸까? 만약 죽이는 거라면, 내게 영혼이 없기를 빌어야 겠다.


"그래? 어디보자...... 좋아. 진짜로 여기에 있었구만."


리더로 보이는 인간여자가 들어오면서 나를 쳐다보며 다가온다. 흑색의 생머리에 붉은 눈, 어려 보이는 얼굴, 나보다 겨우 3~4 cm 더 큰 작은 키에 여리여리한 몸.....  귀엽게 생겼다. 아무리 봐도 이런 우락부락한 사람들을 이끄는 무리의 리더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왜 날 찾는걸까?


"이야..... 보면 볼 수록 신기하네...... 이렇게 어린데도, 빨통이랑 빵댕이가 크다니.... 이래서 바이오로이드인건가? 참으로 부럽다.... 부러워....."


갑자기 몸매 품평을 한다. 뭐지?


"애초에 그건 바이오로이드라서 그런 것 보단, 그냥 보스가 작아서......"


"시꺼 임마!"


퍽!


"아얏!"


최측근으로 보이는 키 크고 풍만한 몸매를 지닌 인간 여자가 깐족되자, 리더는 화가나서 그 여자의 정강이를 차버렸다. 차인 여자는 맞은 다리를 감싼다. 도대체 뭐하러 여길 온거지? 그냥 코미디나 찍으려는 건가?


"작은게 죄야 죄..... 어휴..... 흠, 흠. 아무튼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너를 찾기 위함이지. 우린 너의 능력을 잘 알고 있거든."


.....그들도 내 대기 정화 능력을 원하는 걸까? 결국 인간이란 것들은 다 똑같다. 라는 생각이 들던 순간.....


"너.... 관리를 받지 않으면 독을 내뿜는다면서? 우린 그 능력이 필요해. 너의 능력은 분명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꺼야."


내 부작용을 원한다고? 그 이유가 뭐지?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자, 그 리더라는 여자는 다 알아보았는지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 여자와 동료들은 용병이자, 밀렵 전문 단체. 그 중에서도 와쳐 오브 네이쳐을 상대하라는 의뢰를 맡았다고 한다. 우선 전력증강을 위해 와쳐 오브 네이쳐의 바이오로이드들의 설계도나 아예 바이오로이드를 훔쳐서 개조한다던데, 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는 여기에 온 것이라고 한다. 그 여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가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을 느끼고 자꾸 기침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바로 네 원래 능력인 독기를 내뿜는 능력을 억제해서 생기는 부작용이야. 너의 원래 능력과 반대되는 대기 정화 능력을 억지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호흡기와 약물 투여를 해서 이렇게 된거지. 지금 당장이라도 호흡기를 때고, 약물 투여를 금지하면 훨씬 나아질껄?"


.....이럴수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던 독기를 내뿜는 것이 알고보니 내 진짜 능력이었고, 내 부작용을 억제하려고 만든 약물이 사실은 억지로 대기 정화 능력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내가 숨을 쉴 때 마다 고통스러웠던게 그런 이유였다니........ 참으로 화가 났다. 내가 그동안 고통을 받았었던 이유가..... 그런 거였다니..... 와쳐 오브 네이쳐가, 그런 녀석들에게 사랑과 아낌을 받는 바이오로이드 녀석들이 너무나도 미워졌다. 같은 마이오로이드인데, 같은 와쳐 오브 네이쳐인데, 왜 나만......!


"이야~! 표정보소..... 진짜 빡친 모양이네....... 그 녀석들이 미운 모양이구나? 그렇지?"


나는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모든게 역겨워졌다. 와쳐 오브 네이쳐도, 내가 맡은 대기 정화 임무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는 환경과 동물들도.... 전부다.....


"그러니 우리랑 같이 가자고! 더 이상 고통스러운 약을 맞지 않게 될꺼야. 호흡기도 붙일 이유도 없어. 침대에만 묶여 있지 않은 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줄께! 맛있는 음식도 먹여주고, 즐거운 게임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모든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약을 맞지 않아도 된다, 호흡기를 붙히지 않아도 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게임도 하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게 해주겠다. 모든 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더 이상 숨을 쉬는게.... 고통스럽지 않게 해줄께. 우린 너를 진심으로 가족처럼..... 사랑해 줄꺼야."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포옹해 주었다. 나는 눈물이 나왔다. 이게 진짜 행복인 걸까? 이게 진정한 사랑인걸까? 이제 부터 나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울면서 호흡기와 몸에 붙은 장치를 뗀 채, 그 사람들을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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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무에르테' 라는, 스페인어로 죽음이라는 뜻의 새 이름을 부여받고, 신체 성장과 개조를 받아서 그들의 가족이 되었다. 키가 커진건 좋았지만, 원래부터 크던 가슴과 엉덩이가 너무 커진건 불만이지만..... 이런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나는 너무나도 행복하다. 더 이상 침대에 누워만 있지도 않아도 된다. 나를 괴롭히는 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그 빌어먹을 약도 맞지 않아도 된다. 비록 내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평소에는 방독면을 착용해야 하지만, 그런 건 예전에 겪던 고통과 불편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하지만 정말로 좋은 건.....


"콜록콜록..... 살려줘....."

"안돼.....내 몸이... 녹고  있얽...끄어어얽....."

"싫어.... 죽고 싶지 않....."


.... 더 이상 숨을 쉬어도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이, 대기를 마음껏 오염시켜도 된다는 것이, 그 빌어먹을 위선자 자식들을 마음껏 죽일 수 있다는 점이 내 최고의 행복이다. 진짜 가족은 저들이 아니었다. 내 진짜 가족은...... 나랑 함께 있는 언니랑 그 사람들이다.









무에르테, 와쳐 오브 네이쳐에서 우연히 만들어낸 최악, 최흉의 괴물. 그녀는 훗날 오르카, 특히 와쳐 오브 네이쳐의 최악의 적이 된다...







와쳐 오브 네이쳐에도, 소수의 좆간이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