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난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내 방 창문 너머에서 아빠는 축 처진 엄마의 몸을 이끌고 집 뒤편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빠는 얕은 무덤을 파고 엄마를 묻었다.
 
아빠는 119에 전화를 걸었고 엄마가 사라졌다며 이야기를 꾸며냈다.
 
그날 집에서 경찰이 찾아와 심문을 하자 아빠는 정말 능숙하게 대답했다.
 
꾸며낸 거짓말을 완벽하게 늘어놓고는 적절한 순간에 눈물을 흘리며 제발 아내를 찾아달라고 사정을 했다.
 
시간이 흘러 엄마 사건은 흐지부지되었고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아빠는 계속해서 누나와 나를 보살폈고 평범한 나날이 계속됐다.
 
다시 그 일이 벌어질 때까지는 말이다.
 
 
 
어느 날 밤, 비틀거리며 뒷문으로 향한 나는 아빠가 옆집아저씨의 시신을 끌고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빠는 얕은 무덤을 파고 아저씨를 묻었다.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를 받게 되었지만 아빠는 다시 한 번 손쉽게 경찰들을 속여 넘겼다.
 
경찰을 집밖으로 안내하면서 아빠는 나에게 눈을 맞추었다.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시간은 흘러갔고 우리 집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시 그 일이 벌어질 때까지는 말이다.
 
 
 
나는 뒷마당에 서서 조용히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는 집에서 누나의 시체를 끌고나와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멈춰선 아빠는 누나를 땅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아빠와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 수 없었다.
 
영원같던 시간이 지나고 울먹이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더 이상 이러면 안되겠어. 미안하구나 얘야. 경찰이 오면 사실대로 말할거란다.”
 
 
 
“아이가 그랬다고 하면 믿어줄 거 같아요? 삽을 들고 파기나 해요.”
 
 
[reddit 괴담] 아빠는 시체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