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3년차인데 원래 귀신 이런 걸 전혀 안 믿었음, 있어도 내가 볼 일은 없다 싶었지


근데 군머 있으면서 대충 2~3번 정도는 봤음


이하 내가 본 귀신 목록



1. 유리벽 귀신


불침번 새벽 2~4시쯤엔가 서고 생활관으로 혼자 돌아가는 길이었다


근데 우리 생활관이 제일 바깥 쪽에 있는지라 쓰레기장이랑 이어지는 통로가 바로 옆에 있었음


거긴 한 면이 아예 창문처럼 유리로 덮인 재질이라 밖이 훤히 보임


근데 아무 생각없이 아래 보면서 걷다가 고개를 슬쩍 들었는데, 웬 흰 옷 입은 여자가 유리벽 너머로 지나감


내가 잘못봤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녀. 긴 흰 색 원피스에 검은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였고, 얼굴은 안 보였음. 옆모습이라.


한 3초 얼어있으니까 이 여자가 슥 앞으로 가더니, 갑자기 사라짐


순간 소름 돋아서 생활관 들어가서 내 옆자리 동기한테 무서운데 같이 자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가 처맞고 그냥 잤음



2. 관음 귀신


이건 내 동기랑 같이 봤다


생활관이 있으면 들어오는 문에 조그마한 창문이 달려있단 말이지?


이제 거기로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평소엔 다들 좆도 신경 안 썼음


아무튼 밤에 잠도 안 오고 친한 동기랑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 1시쯤 됐을 때 야 슬슬 자자하고 일어섬


근데 그 순간에 우연히 문쪽을 봤다가 창 너머에 무언가를 발견함


사람...같긴 한데 창문 구석에서 슬쩍 훔쳐보고 있는 것만 보여서 제대로 못 봤음


내가 헛것을 봤나 했는데 그것도 아녀, 내 동기도 순간 쫄아서 야 너도 봤지 씨발? 이랬으니까


나도 내가 잘못봤다고 믿고 싶어서 바로 밖으로 나감, 근데 아무것도 없어


바닥이 대리석 재질이라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발소리가 나고, 옆의 문은 잠겨있으니 나갈 수도 없고 


반대편에서 오려면 불침번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음


그래서 불침번, 내 후임들한테 야 너네 이쪽으로 사람 왔다 갔냐? 하니까 그런 적 없대


이게 사람이 오고 간 거면 발소리는 무조건 날 수밖에 없고 내가 2초만에 튀어나갔으니 몰래 튈 수도 없음


그 때 소름 돋아서 결국 잠도 못자고 밤을 샜다...



3. 고양이 귀신


불침번 끝나고 자러 생활관에 들어가 눕자마자 봤음


보통 가위에 눌리려면 좀 잠들고 나서 눌리잖아? 근데 이건 내가 침대에 딱 눕자마자 몸이 굳어버렸음


내가 존나 피곤한 상태도 아니고 비교적 말똥말똥한 상태였는데도 갑자기 몸이 굳으니 존나 놀랐음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목소리가 안 나와, 손가락도 하나 꿈쩍할 수 없었음


이게 평범한 가위 같으면, 내가 가위에 자주 눌려봐서 그냥 아 시발 가위 눌렸네 귀접하고 싶노 ㅋㅋ 이러겠는데


이건 진짜 너무 무서워서 바지에 지릴 뻔했음


그 직후에 갑자기 귀에 존나 크게 고양이 우는 소리가 마구 들리기 시작함


우리 부대 근처에 고양이는 저 멀리 떨어진 식당에나 있고, 울더라도 그리 크게 들릴 리가 없음


근데 이건 내 귀에 대고 직접 소리지르는 것마냥 야오오오옹 우에에에에옹 이러고 비명소리처럼 들리는 거임


그러기를 한 5분? 정도 지나니까 진짜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지더니 내 앞에 그림자가 나타남


그냥 새까만 그림자인데,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였음


얼굴도 없고 크기는 사람 크기 정도였고, 내 발치에서 나를 보고 있었음


처음엔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웅엉앵얼 거리더니 점점 목소리가 뚜렷해지기 시작함


나랑 친한 동기랑 비슷한 목소리로, 이게 존나 소름 돋는 게 무어라 문장을 읊는데 앞뒤가 전혀 안 맞는 개소리를 쉬지도 


않고 중얼거림...내가 무신론자인데도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시발 아무나 좀 도와주십쇼 하고 빌었음


그러기를 한 체감상 10분 정도 지났나...이 새끼가 문으로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았음


나가자마자 다시 몸이 움직여져서 보니까 팬티에 조금 지렸더라고...




번외


그 외에도 나 이외에 귀신을 봤다는 사람이 꽤 많았음


제일 유명한 건 계단 귀신. 내 후임들이 봤다는데 계단에 걸터앉은 새까만 사람 그림자처럼 생겼다고 함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놈이었다고 함


이게 신빙성이 좀 있는 게, 내가 이 귀신에 대해 처음 들었던 게 친한 후임 A한테서였음


나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다음날 다른 후임이랑 근무를 들어갔는데, 얘는 B라고 해둠


그 B가 자기가 그저께 귀신을 봤다고 나한테 말함. 내가 그래서 계단 그림자? 했더니 아니 이거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는 거임. A가 말해준 거 아니냐고 하니까 절대 아니래. 자기가 직접 봤다고 했음


A랑 B 성격이 장난치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되게 진지한 녀석들이어서 아마 사실이라고 생각했음


나 상병 2~3호봉쯤 될 무렵에 갑자기 귀신이 싹 사라져서 귀신 봤다는 사람이 없어졌는데, 대체 왜일까 싶었다


귀신도 짬차면 전역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