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lastorigin/36332752


칸이 아니라면 누구일까?


남아있는 지휘관들을 떠올렸다.


"먼저 메이는 제외"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지휘관들은


"마리, 레오나, 아스널, 무적의 용을 비롯해 다수인가..."


아스널을 제외하면 모두가 음란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다. 하지만 아스널은 지금 탐색에 나가있으니 자연스럽게 제외, 그럼 남은 지휘관들 중에서 하나라는 것


다시 하나 하나 떠올려보자


먼저 마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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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쓰던 성인의 육체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간단한 검진을 맡기고 아이의 몸에 잠시 들어간 때였다. 갑자기 낮아진 눈높이에 적응하기 위해 오르카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중간에 만난 다른 아이들이 나눠준 간식을 먹으며 오르카호 내부를 들쑤셨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보는 오르카호는 색달랐고 LRL이나 안드바리처럼 어린 바이오로이드와도 친해질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어린아이로 살아가야 한다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리고 사건은 3일째 일어났다.


"마리, 있어?"


갑작스럽게 상의할 내용이 생겨서 마리의 방에 들어갔던 그날, 그때의 난 노크를 했어야 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마리를 존중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인데


"뭐야 이거..."


마리의 방, 벽 하나를 가득 채운 내 사진들 어린 모습의 내 사진들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마리가, 언제나 위풍당당한 그 마리가


쇼타콘이었다니!


털썩


뒤에서 누군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움직이지 않는 목을 억지로 움직여 바라본 그곳에는


"각하... 어째서?"


깊은 절망을 눈에 담은 마리가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인 그 모습에 평소의 나라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다독여줬을 것이지만 지금 어린 내게는 무자비한 성범죄자 그것 외에는 설명할 수없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도망쳤다.


침묵만이 감도는 오르카호에 한 아이의 비명이 울렸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브라우니가 갑자기 사령관실에 쳐들어왔다. 내 옆에 있던 리리스는 불같이 화를 내려고 했지만 심각한 표정의 브라우니를 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란 것을 느꼈기에 브라우니의 말에 경청했다.


사색이 되어 파랗게 질린 얼굴의 그녀가 말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리가 자살하려고 한다는 것


뒷내용은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외투도 벗어던진 채로 마리의 방으로 달려갔다.


"놔라! 날 말리지마라!"


충격적인 광경, 밧줄에 목을 매달려는 마리와 그런 그녀를 말리는 레드후드와 피닉스가 보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멀쩡하던 그녀가 갑자기 왜이런단 말인가


"마리!"


뒤죽박죽은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내 부름에 마리를 비롯한 이곳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각... 각하..."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째서일까 늘 당당하며 거대하게만 느껴지던 그녀가 오늘따라 이렇게 작게 느껴지는 것은


짜악


마른 소리가 울렸다. 마리의 고개가 돌아갔고 레드후드와 피닉스가 눈을 크게 뜨며 나와 마리를 쳐다봤다.


"지금 뭐하는 거야?"


"....."


말이 없는 마리, 고개를 떨구고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물을게 지금 뭐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녀가 힘 없이 입을 열었다.


"마리..."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화를 내며 그녀에게 설교를 했다. 처음이었다. 오르카호에서 누군가에게 화를 낸 것은, 그녀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기 했고 이렇게 될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나를 향한 분노도 담겨 있었다.


"마리, 넌 스틸라인의 지휘관이자 자랑스러운 내 친구이기도 해"


"친구... 입니까"


"응, 그러니 부탁할게, 사령관이 아닌 친구로서"


땅에 떨어진 모자를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나와 함께 끝까지 싸워줘"


"각하...!"


감동받았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마리, 그녀가 내 두손을 잡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와 교ㅈ...!"


"에, 싫어... 마리 누나 그곳 파래 자란거 같아서 기분나빠, 그리고 냄새난단 말이야 꼭 파래무침 냄새 같아서 싫어..."


앗... 아앗


나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불안한 마음에 마리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그저 밝게 웃으며 서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화는 안났구나

.

.

.

.


"마리도 아니야"


그 사건 이후에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사과했을 때도 화나지 않았다고 말까지 했으니


마리와 칸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