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단맛 짧은 단편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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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햇빛과 선선한 바다의 바람, 그것들이 섞인 조화는 환상적인 것이다.

언제나 주인님을 바라보며, 언제나 주인님의 곁에서 머무는 내게 찾아온 휴가.


"흐음~ 휴가를 보내라고 하셔도 말이죠..."


막상 나왔으나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게 일상이란 주인님의 일상이었고,

내게 휴식이란 주인님의 곁에서 있는 것이었으니.


"음... 책이라도 읽어볼까..."


막상 자리를 깔고 누웠지만 할 일은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물에서 헤엄치는 것은

도저히 성미에 맞지 않았고, 하릴없이 걷는 것 역시 취미에는 없었으니.


"무엇보다... 피부 미용에 좋지 않을 거야."


사랑하는 주인님을 위해 가꾸는 피부, 그것에 좋지 못한 일은 할 수 없지.


그렇게 시작된 독서, 패션 잡지 같은 것은 별로 관심이 없었고, 언제나 읽던 일반

잡지들을 읽던 중 눈에 띈 구절.


"고양이와 강아지의... 모든 것?"


그 구절을 읽자마자 불현듯 동생들이 떠올랐다. 그 내용들은 고양이와 개들의 습성,

그리고 성격에 대해 적혀 있었다. 마치 옆에서 보고 관찰한 듯, 모든 내용들이 동생들에게

대입해 보아도 얼추 맞아 떨어졌다.


"푸훗..! 이거 정말 재밌네. 귀여운 막내 페더의 내용이 없어서 아쉬운 걸..."


귀여운 동생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잡지를

계속 읽어나갔다. 한참을 읽었을까. 어느새 연애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호오... 남성들은 이런 것들을 좋아했었군요..."


멸망 전 인간 남성들이 좋아할 것 같은 내용들이 잔뜩 적혀 있는 잡지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주인님도 이런 것들을 좋아할 것인가?


"흐음~ 그래도 주인님인데! 주인님이 그딴 삼류 멸망 전의 흔한 남자들과 같을 리 없죠!"


마음속에 떠오르는 주인님의 얼굴, 모든 것들을 걸고 지키겠다 맹세한 남자.

그리고 나 자신보다, 내 자매들 보다 훨씬 소중한 남자.


"주인님은 워낙 완벽해서 이런 것들로 매혹 하는 것은 불가능 할 거야!"


주인님의 모습을 떠올리자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곁에서 지키는 보람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모두를 아우르는 마음으로 모두를 품어주었다.


"후훗... 주인님... 하아~ 벌써 보고 싶네..."


"이야~ 리리스도 그랬니? 나도 도저히 네가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는데."


"주, 주인님?"


어느새 주인님이 뒤에서 다가오셨다. 헐렁한 셔츠를 걸치고 반바지를 입은 채

손에는 가벼운 마실 것들이 든 봉투를 들고 계셨다.


"오, 오늘은 혼자 쉬고 싶으시다고..."


"응! 그럴 생각이었는데 역시 리리스가 곁에 없는 시간이 영 어색해서 말이지!"


파라솔의 그늘 아래에 자리 잡은 내 옆으로 주인님이 사뿐히 앉으며 마실 것을 건넸다.

캔에 물방울이 잔뜩 흐르고 잡자마자 시원함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방금 가져온 것 같았다.


"역시, 리리스도 내가 보고 싶었구나?"


"아... 네.. 후훗. 이상하죠? 서로 떨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인님이 음료를 따며 마시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셨다. 따뜻한 그의 손길과

그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 느껴졌다.


"리리스는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하니까... 가끔은 홀로 쉬라고 보낸 건데..."


"주인님..."


주인님이 마시던 음료를 한쪽에 내려놓고 내게 시선을 돌려 입을 맞추셨다.

짧지만 달콤한 그의 입맞춤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역시 난 잠깐이라도 네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서 어쩔 수 없나 봐."


자상한 미소, 따뜻한 시선, 그리고 언제나 보고 싶은 그의 모습.

내가 원하던 진정한 휴가는 이것이었다. 그의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휴식이다.


"푸훗! 그럼 제가 아니면 주인님은 너~무 불안해서 어쩔 수 없겠네요?"


"앗! 이게 그렇게 되나?"


"그럼 어쩔 수 없죠! 특별히 제가 주인님의 곁에 계~속 머물러야겠어요!"


살며시 일어나 그의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었다. 주인님은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따뜻한 그의 체온과 그의 사랑이 느껴져 세상 그 무엇을 준다고 해도 지금의 이 순간을

바꿀 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 내 곁에 있겠다니... 그건 좀..."


"네?! 그, 그게 무슨..."


함께 바다를 바라보던 중 주인님의 말에 당황해 주인님을 바라보자 주인님께서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셨다.


"계속.. 이건 너무 짧잖아.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줘. 이건 명령... 아니, 부탁이야."


주인님의 손이 내 손에 깍지를 끼우듯 얽혀 들었다. 서로 맞잡은 두 손에

각자 빛나는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후훗.. 그게 뭐에요~ 혹시 주인님께서 제가 싫어지신 건 아닐까 진짜 놀랬잖아요."


"하하핫! 미안해."


"그리고, 명령이나 부탁 같은 것들은 다 필요 없어요. 그저 주인님이 바라시면...

저에게는 그것 하나로 충분해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부탁이니 명령이니 하는 것들은 필요 없다.

오로지 그의 바램이, 그의 마음이 향하는 곳. 그 곳이 내가 따라갈 길이니까.


"영원히 사랑할게 리리스."


그의 입술이 다시 한번 내 입술을 살며시 훔쳤다.

나도 그를 다시 끌어안으며 내 마음을 그에게 전했다.


"저도 영원히 사랑할게요 주인님."


푸른 하늘 아래에서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들은 사랑을 속삭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은 영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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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와 사령관)의 소소한 휴가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