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는 않아, 사령관?


 

피닉스가 단단히 껴입고 오라고 했잖아.


 

......그래도 하늘 위라 그런지 조금은 춥네.


 

아. 우리 소중한 사령관이 감기 걸리면 큰일 나지.


 

자, 이리와. 내가 안아줄게.


 

아니면 이대로 몸을 후끈하게 만들어 볼까?


 

자, 잠깐! 하늘 위야! 하늘 위라고!


 

농담이야, 농담.


 

아무리 나라도 때와 장소 정도는 가린다고.


 

물론 사령관이 그럴 마음이 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야.


 

하하...


 

...갑자기 추락하는 건 아니지?


 

걱정도 팔자야.


 

사령관은  내 백오밀은 커녕 백오밀 포탄 10발보다도 가벼우니까 걱정 말라고.


 

뭐, 추락해도 걱정하지마.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죽을 수 있다니 로맨틱 하잖아?


 

......나 내려도 돼?


 

절대로 안돼.


 

후후. 이런 저런 장난을 치기는 하지만 나는 베테랑이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사령관 만큼은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 줄 테니까.


 

......이왕이면 둘 다 무사히 내려가자.



 

하암...지금이 몇 시지?


 

0600시 조금 안 되는 시간.


 

이 시간에 뭘 보여주려고 그래?


 

그건 볼 때까지의 즐거움으로 내버려두자.


 

기다리기 지루할 테니까. 잡담이나 나누지 않을래?


 

아니면 애정행각?


 

어느 쪽이 좋아? 나는 이왕이면 후자가 좋은데.


 

...전자로 하자.


 

아쉽네...


 

스틸라인에서의 생활은 어때?


 

나쁘지 않아.


 

둠 브링어에서 스틸라인으로 소속을 옮겼을 때에는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지내 보니까 괜찮더라구.


 

둠 브링어와는 달리 쫄따구들도 많고 말이야.


 

캬! 이 맛에 장교 하는구나...싶더라니까.


 

그래도 장비는 직접 정비하고 있던데?


 

어머나? 봤어? 사령관은 변태 라니까.


 

잠깐. 변태인 것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정비하는 것을 봤다고 변태 취급 받으니 뭔가 억울한데?


 

내가 우람한 -삐-를 온몸으로 -삐-하는 것을 사령관은 -삐-했다는 거잖아. 그게 변태가 아니고 뭐야?


 

직접 입으로 중요한 부분을 검열하지마! 백오밀을 온몸으로 정비하는 것을 내가 목격했다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 오해할 소리 하지마!


 

그치만...백오밀 정비할 때...사령관의 우람함을 상상하며 정비했는 걸...


 

나도 모르게 야한 기분이 드는 걸 어떡해...


 

......


어머나? 사령관 지금 야한 기분이 드나봐?


 

그, 그래서 정비는 직접하는 거야?


 

말 돌리긴...


뭐...그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내 장비는 역시 내가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비행 장비는 내 생명이고, 백오밀은 내 상징이니까.


 

절대로 남에게는 못 맡기지.


스틸라인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있어?


 

음...임펫 원사?


 

아무래도 둘 다 비행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


 

병사들한테도 인기 있지 않아?


 

그렇긴 하지.


 

소총으로 어떻게 안 되는 적이 있으면 하늘에서 내 백오밀로 쾅쾅쾅! 해버리면 상황이 해결되니까.


 

스카이 나이츠 애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한 아이돌 한다니까?


 

......그래도...나랑 동등한 애들은 없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대령이고. 다른 애들은 땅개니까.


 

그리고... 하늘에는 나 혼자뿐이니까.


 

전장에서 오랫동안 상공을 날아다니다 보면 가끔은 외로워.


 

임펫이 날아올 때도 있지만 임펫은 로켓 몇 발 쏘고 다시 보급 받으러 가잖아.


 

전투가 없을 때에도 느긋하게 바람을 받으며 발 밑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볼 때면 무언가 부족함을 느껴.


 

누군가와 이 풍경을 봤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버려.


 

......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이 나타나!


 

동쪽을 봐, 사령관.


 

어....일출?


 

......멋지네.


 

하늘에서 보는 일출은 지상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멋이 있네


 

예뻐해줘서 고마워.


 

보여준 보람이 있어...


 

이 풍경을 혼자서 보는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사령관을 떠올렸어.


 

사령관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


 

......사령관이랑 같이 보고 싶다.


 

......


 

같이...이 풍경을 봐줘서 고마워, 사령관.


 

......나야말로 고맙지. 피닉스가 아니었으면 이 절경을 못 봤을 거야.


 

사실...보여주고 싶은 풍경은 많아.


 

보여주고 싶다기보단...같이 보고 싶은 풍경들.


 

......그런 풍경이 생길 때마다...오늘처럼 사령관을 불러도 될까?


 

당연하지.


 

고마워, 사령관. 결코 후회하지 않을 많은 풍경을 보여줄게.




 

승객 여러분 본 기체는 무사히 오르카 호에 착륙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찌어찌 살아서 돌아왔네.


 

말했잖아.


 

베테랑이라고.


 

오랫동안 비행해서 그런가 몸이 차갑네.


 

어머나, 그래?


 

그러면 내가 녹여줄까? 온몸으로.


 

그래.


 

엣?


 

녹여줘, 피닉스. 피닉스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


 

나만 믿어 사령관.


 

내가 백오밀을 정비하면서 단련된 솜씨로 사령관도 말끔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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