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평화로운 아자즈의 작업실에 엘리, 안드바리, 알비스, LRL이 찾아왔다.

   

   

“아자즈님! 저희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어머, 웬일로 꼬마분들이 제 작업실에 오셨네요. 무슨 부탁을 하고싶은거죠?”

   

   

“혹시 사탕을 담을만한 엄청 큰 수레 4개만 만들어줄 수 있어? 할로윈때 사용할거야!”

   

   

“다들 할로윈때 사탕을 많이 받고 싶나보군요. 바구니보다 큰 수레를 만들어달라하는걸 보니까요.”

   

   

“사탕을 받으려는게 아니에요. 저희가 직접 모두에게 사탕을 나눠주려는거에요!”

   

   

“네? 할로윈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사탕을 받으러 가는 날 아니었나요? 왜 여러분들이 나눠주려는거죠?”

   

   

“원래는 그러는게 맞죠. 근데 최근에 펙스세력이랑 한바탕 붙은걸 수습하느라고 다들 바빠져서 할로윈을 준비할 겨를이 없는거 같더라고요. 게다가 싸우고 나서 다들 힘들어하는거 같고... 그러니 저희가 역으로 사탕을 모두에게 나눠줘서 지친 오르카호의 모두를 기쁘게 하려는거에요.”

   

   

“정말 기특한 생각이네요. 알겠어요. 할로윈때 쓸 수레를 만들어줄테니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기다리는 동안 제가 만든 골타리온 피규어를 가지고 놀고계셔도 괜찮아요.”

   

   

“그래? 사양하지 않겠다!”

   

   

   

   

<아자즈가 수레 제작하는걸 기다리는 중>

   

   

“엘리, 나의 골타리온 주먹을 받아라!”

   

   

“아야, LRL양, 아이처럼 유치하게 뭐하는 짓이에요? 저한테 배운대로 좀더 교양있고 어른스럽게 행동해주세요.”

   

   

“어른스럽게? 엘리도 할로윈 준비하는거 자랑하면서 에이미랑 니키 앞에서 방방 뛰었잖아. 그것도 어른스러운 행동이냐?”

   

   

“으윽, 그건...”

   

   

“LRL, 괜히 그런걸로 엘리 놀리지마. 엘리는 할로윈이 처음이니까 기대좀 할 수 있는거지.”

   

   

“역시 저를 두둔해주는건 안드바리양 뿐이군요. 아무튼 LRL양, 여기는 아자즈님의 작업실이니까 아자즈님 방해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해주세요.”

   

   

“괜찮아요. 그런건 저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엘리의 양산을 집어들었다.)

   

   

“앗, 아자즈님 제 양산은 왜 가져가시는거에요?”

   

   

“음, 엘리양이 가지고있는 양산 굉장히 텍티컬한 장비네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데, 한번 분해해봐도 괜찮을까요?” 

   

   

“분해하지 말아주세요! 이게 얼마나 소중한건데요.”

   

   

“그러면 개조는요? 이 양산에 비행장치 하나만 달면 더 재밌을 거같아요. 마침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게 있는데 바로 개조해드릴까요?”

   

   

“음, 양산 타고 날아다니면 재밌을거 같긴 하지만 지금은 필요없으니까 개조하지 말아주세요. 근데 여기서 저희랑 얘기하고 있어도 괜찮으세요? 수레 만들려면 한참 걸릴거 같은데요.”

   

   

“수레는 이미 전부 만들었는걸요?”

   

   

“에? 아직 부탁한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벌써 만드신거에요? 한번 볼래요!”

   

   

“우와~ 진짜 예쁜 호박모양 수레다! ...근데 수레에 대포랑 프로펠러는 왜 달려있는거에요?”

   

   

“그냥 멋있어서 달아봤어요. 참고로 대포랑 수레는 장식이 아니라서 실제로 작동한답니다. 한번 보세요.”

   

   

아자즈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프로펠러가 회전하더니 수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버튼을 한번 더 누르자 대포에서 탱탱볼이 나와서 엘리의 머리를 맞췄다.

   

   

“아야. 대포같은건 사탕 나눠주는데 하나도 필요 없는 기능이라고요! 그래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아자즈님한테 공손히 인사하자고요.”

   

   

“아자즈님. 수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이런걸가지고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게 있으면 또 말해주세요.”

   

   

   

아이들은 아자즈가 만든 수레를 끌고 창고로 이동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뒀던 할로윈 사탕뭉치들을 수레에 담기 시작했다.

   

   

“됐다! 이러면 할로윈 사탕을 나눠줄 준비는 끝난건가?”

   

   

“아니요. 아직 할로윈 준비는 끝나지 않았어요. 아직 못끝낸 사탕포장도 마저 해야하고, 할로윈때 입을 복장도 정해야 하고, 사탕 나눠줄 때 말할 멘트도 생각해 놔야죠.”

   

   

“엘리가 할로윈이 진짜 기대되나봐. 옷이랑 멘트까지 다 준비하려고 하네.”

   

   

“근데 오늘은 그만 쉬면 안돼? 하루종일 사탕포장하느라고 너무 힘들었어. 그건 내일 마자 하자.”

   

   

“음... 그래요. 슬슬 잘시간이 다가오기도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요. 그럼 내일도 열심히 할로윈을 준비해 보자고요!”

   

   

   

<10월 30일. 오르카호 창고>

   

   

“...”

   

   

“우리 다 모였어! 이제 뭘 준비할까?”

   

   

“어제 말했던 복장이랑 멘트를 제대로 정해야죠. 내일이 할로윈이니까 완벽하게 준비를 마칩시다. 그런데 알비스양하고 안드바리양 표정이 왜그렇게 안좋으세요?”

   

   

“그게... 우리는 이번에 할로윈을 참여 못 할거 같아.”

   

   

“네?”

   

   

“내일부터 11월 2일까지 발할라팀 전원이 외부 작전에 나가는걸로 결정됐대. 그래서 아마 할로윈때 우리는 여기 없을거야. 갑자기 결정된 사항이라 우리도 어쩔수가 없었어.”

   

   

“...괜찮아요. 사실 싸움을 마치고 얼마 안된 이 시점에서 할로윈 행사보다는 작전이 훨씬 중요한게 맞죠. 두분이 가셔도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미안 엘리. 그래도 우리가 가기전까지 할로윈 준비를 최대한 도와줄게!”

   

   

아이들 4명은 웃고 떠들면서 아직 못한 할로윈 준비를 마저하기 시작했다. 한창 열심히 할로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베라가 다급히 창고로 들어왔다.

   

   

“알비스하고 안드바리 여기 있었구나? 작전 준비 안하고 뭐해? 다들 짐싸고 있어. 얼른 와.”

   

   

“네? 아직 오전밖에 안됐잖아요. 벌써 준비해요?”

   

   

“너희들도 알다시피 갑자기 하게된 작전이라 준비해야할게 엄청 많아. 일단 내일 작전준비부터 하고, 다 끝난 다음에 마저 놀아.”

   

   

“그치만 우리가 가면 엘리가...”

   

   

“저는 괜찮아요. 두분은 얼른 내일 작전 준비하고 오세요. 그동안은 저랑 LRL양이 할로윈준비를 하고 있을테니까요.”

   

   

“...알겠어. 우린 먼저 가볼게. 진짜 미안! 오늘 작전 준비하는거 빨리 끝나면 돌아와서 할로윈 준비도 도와줄게!”

   

   

안드바리와 알비스는 베라를 따라서 후다닥 창고를 빠져나갔다.

   

   

“아이고 귀찮아. 저 녀석들 없으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하잖아. 가뜩이나 몸살기 있어서 기분도 안 좋은데.”

   

   

LRL은 투덜대면서 옆에 있는 엘리를 슬쩍 바라봤다. LRL은 엘리의 표정에 아쉬움이 담겨있는것을 발견했다.

   

   

“...”

   

   

“야 엘리! 왜 그렇게 표정이 안좋아? 혼자 보내는 할로윈도 아닌데 말이야. 알비스랑 안드바리가 없는만큼 내가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꿔줄게. 그러니 인상펴! 다음 할로윈땐 모두 함께 있을거야.”

   

   

“아, 제가 표정 관리를 제대로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마저 할로윈준비나 하자고요.”

   

   

“야. 내가 예전에 겪었던 할로윈 썰이라도 들려줄까? 2년전 할로윈때 엘리스가 옷인지 뭔지도 모를 옷을 입고 나타났는데 말이야...”

   

   

“네???? 그때 대체 뭔일이 있었던거에요?”

   

   

LRL이 쉬지않고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엘리는 할로윈준비를 마저 하는동안 더 이상 아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콜록콜록! 아~ 한참을 말했더니 목아프고 배고프네. 얼른 밥먹으러 가자. 오늘 메뉴 가오리찜이래.”

   

   

“좋아요. 그런데 저희가 밥먹으러 간 동안 알비스양하고 안드바리양이 돌아오면 어떡하죠?”

   

   

“너 발할라팀이 작전준비하는거 한번도 안봤지? 거기는 출격 나가기 전까지 레오나대장이 엄청 깐깐하게 이것저것 체크해. 그러니 아무리 기다려도 안돌아올거야.”

   

   

“그렇군요... 얼른 밥먹으러 갑시다.”

   

   

밥을 먹고 돌아온 LRL과 엘리는 할로윈 준비를 마저 했다. 엘리는 혹시나 안드바리와 알비스가 돌아올까봐 흘끔흘끔 문쪽을 돌아봤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밤이 다시 찾아왔다.

   

   

“콜록콜록! 아이고 목아파. 졸리니까 이제 자러가자.”

   

   

“그러자고요. 근데 LRL양 기침하시는거 보니 어디 아프신거 아니에요?”

   

   

“아프기는! 이몸은 어둠의 지배자라 병같은건 걸리지 않아. 그냥 말을 많이해서 기침하는 것 뿐이야. 그럼 잘자~ 내일보자.”

   

   

“네. LRL양도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재밌게 할로윈 보냅시다!” (인사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

   

   

“이시간도 의무실 문 열었겠지? 일단 자기 전에 의무실부터 가야겠다.”

   

   

   

   

   

<10월 31일. 오전 9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숙소 앞>

   

   

“알비스양, 안드바리양? 정말 가신건가요?” 

   

   

엘리는 발할라팀의 숙소문을 열고 안을 확인했다. 어질러진 숙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는 문을 닫고 나간 뒤 LRL의 방으로 향했다.

   

  

“진짜로 갔네... 괜찮아. LRL양이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엘리는 LRL의 방에 터덜터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 

   

   

“LRL양! 해피 할로윈... 어라, 왜 방에 아무도 없지?”

   

   

“엘리양. LRL양을 찾으시나요? LRL양이라면 지금 의무실에 있어요.”

   

   

“네? 그녀석이 거기 왜있어요?”

   

   

“아무래도 독감에 걸린거같아요. LRL은 지금 열이 엄청 나고있어서 의무실에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랍니다.”

   

   

“자기는 어둠의 지배자라 병같은건 안걸린다면서, 왜 아픈거야...” (의무실로 뛰어갔다)

   

   

   

“약 진짜 쓰다... 이거 꼭 먹어야돼?”

   

   

“그럼요. 이거 먹은 뒤 적어도 내일까지는 푹 쉬셔야합니다. 그것보다 왜 이제서야 여기 오신거에요? 독감 때문에 꽤나 고생하셨을텐데.”

   

   

“이렇게 의무실에 갇힐까봐 계속 참고 안온거지. 나마저 할로윈에 참여 안하면 엘리가 아쉬워할테니까.”

   

   

“LRL양 괜찮으세요? 독감걸리셨다며요!”

   

   

“아, 엘리왔구나.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어. 난 괜찮으니까 할로윈 준비 마저 하러가자!”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LRL을 엘리가 다시 침대에 눕혔다.

   

   

“저는 괜찮아요. 아플땐 안정을 취하셔야죠. 저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혼자서도 할로윈 사탕 나눠주는건 잘 할 수 있다고요! LRL양은 여기서 쉬면서 열심히 치료받으세요.”

   

   

“...미안 엘리. 콜록콜록! 혼자만 남게 만들어서.”

   

   

“LRL양, 약 또 먹게 입벌리세요.”

   

   

“또? 대체 약을 몇 개나 먹는거야!”

   

   

엘리는 다프네에게 투정부리는 LRL을 뒤로한채 의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느리게 느리게 걸어서 사탕수레가 보관되어있는 창고로 돌아왔다. 창고에 있는 수레 4개에는 사탕 뭉치가 가득 담겨있다. 오르카호에 있는 전원이 충분히 먹을만큼 많은 사탕이다. 엘리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이걸 언제 다 나눠주지... 지금부터 한명씩 나눠줄까? 아니야, 할로윈은 밤에 해야하는거라고.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부터 나눠주자. 열심히 돌면 모두 나눠줄 수 있겠지.”

   

   

   

<10월 31일. 오후 5시 50분>

   

   

해가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기 시작하자, 엘리는 할로윈 복장을 갖추고 양산을 쓴 뒤 수레를 끌며 창고에서 나왔다.

   

   

“하아... 원래는 알비스양하고 LRL양이 이목을 끌었을 때 저와 안드바리양이 사탕 나눠주는거였는데 지금은 내가 전부 다 해야겠네... 잘 할 수 있겠지? 조금 긴장되네...”

   

   

엘리가 창고를 나오고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엘리에게 다가왔다.

   

   

“어머, 저번에 말했던 할로윈을 지금 하고 계시나보네요.”

   

   

“앗, 아자즈님이군요! 아자즈님이 수레 만들어주신 덕분에 할로윈 준비를 잘 할 수 있었어요. 만난 기념으로 사탕 드릴게요!”

   

   

엘리는 수레에서 사탕뭉치 하나를 꺼내려다 실수로 뭉치 몇 개를 수레 밖으로 흘려버렸다. 엘리는 흘린 뭉치를 허겁지겁 주워 수레에 다시 담은 후 아자즈에게 사탕뭉치를 건네줬다.

   

   

“여기요 아자즈님. 처음이라 그런가 많이 어설프네요.”

   

   

“고마워요 엘리양. 근데 왜 혼자뿐이죠? 다른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탕을 나눠주고 있는건가요?”

   

   

“아뇨 그게... 안드바리랑 알비스는 출격나갔고, LRL은 독감걸려서 아프고 해서 저 혼자만 사탕 나눠주는 중이에요.”

   

   

“저런... 혼자서 하는거 힘들지 않나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저는 괜찮아요. 그럼 전 마저 사탕 나눠주러 가볼게요!”

   

   

엘리는 아자즈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수레를 끌며 복도를 걸어갔다.

   

   

“아차, 해피할로윈이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긴장해서 까먹어버렸네. 다음부턴 잊지 말아야지.”

   


   

(복도 청소하는 중)

   

   

“바닐라님 해피 할로윈! 사탕 나눠드릴까요?”

   

   

“오늘이 할로윈이었나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청소중이라 받기 힘드네요.”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가볼게요.”


   

   

(복도 뛰어가는 중)

   

   

“세이렌님 해피 할로윈! 사탕 나눠드릴까요?”

   

   

“죄송해요. 저 업무보고 할게 많아서요. 나중에 받을게요!” (가버렸다)

   

   

“... 괜찮아. 지금은 다들 바쁘니까, 거절 할 수도 있는거지.”


   

   

(무거운 짐을 들고 옮기는 중)

   

   

“브라우니님 해피 할로... 딱봐도 바빠보인다. 그냥 넘어가야겠어.”

   

   

엘리는 수레를 계속 끌며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사탕을 권했다. 하지만 펙스와의 싸움을 끝내고 얼마 안된시점이라 그런지, 다들 정말정말 바빠서 단 한명도 사탕을 받지 않았다.

   

   

“여러분들. 사탕...”

   

   

“레모네이드 세력의 동향을 주시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누군가 한번 같이 봐주실래요?”

   

   

“모두들, 지금 할로윈 사탕 나눠주고 있어요...”

   

   

“아직도 고쳐야 할 기계가 많은거야? 왜이렇게 많이 부서져버린거야...”

   

   

“다들 힘들었잖아요. 사탕먹고 힘내세요...”

   

   

“저번 전투에서 받았던 피해상황 보고서 작성했습니다. 어서 폐하에게 전달해주세요.”

   

   

“...”

   

   

엘리는 걷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들고있던 양산도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머. 엘리양 여기 계셨군요. 사탕이 생각보다 맛있네요. 사탕은 잘 나눠주고 계신가요?”

   

   

아자즈가 엘리에게 다가갔지만, 엘리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수레와 양산을 두고 도망가버렸다.

   

   

“엘리양? 양산 떨어뜨리셨어요. 잠깐만, 사탕이 하나도 안 줄은거 같은데? 엘리양!”

   

   

아자즈가 엘리를 불러세웠지만 엘리는 대답을 하지않고 복도저편으로 이미 사라졌다.

   

   

   

   

   

   

고개를 숙인채 한참을 뛰어가던 엘리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은 뒤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재미 하나도 없어. 혼자서 사탕 나눠주는게 대체 무슨 재미야. 아무도 받지도 않고...”

   

   

“내가 원하던 할로윈은 이게 아니었는데. 모두랑 왁자지껄하게 웃으면서 사탕 나눠주고 싶었다고. 그런데 나 혼자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진짜... 진짜 이게 뭐냐고... 난 모두랑 함께 할로윈을 즐기고 싶었는데... 으흐흐흑....”

   

   

엘리는 이불 속에서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가려던 아자즈는 문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양산을 방문앞에 내려놓았다. 

   

   

“아자즈. 엘리방 앞에서 뭐해? 콜록콜록!”

   

   

“어머, LRL양이야말로 여기 왜 계시나요? 독감 걸리셨다며요.”

   

   

“약먹고 괜찮아져서 다프네가 퇴원하래. 근데 엘리는? 엘리는 지금 괜찮아?”

   

   

“아니요...”

   

   

LRL은 엘리의 방 안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곧 아자즈가 한 설명을 대강 들은 LRL은 한숨을 푹 쉬었다.

   

   

“엘리 미안해... 내가 독감만 안 걸렸어도 같이 할로윈을 보냈을텐데.”

   

  

“이건 LRL양의 잘못이 아니에요. 병 걸리는건 어쩔 수 없는거에요.”

   

   

“아자즈. 엘리가 정말로 기대했던 할로윈이 이렇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뭔가 해줄 수 없어? 콜록콜록...”

   

   

“으음...”

   

   

아자즈는 문 앞에 내려놓은 양산을 다시 집어들고 유심히 살펴봤다.

   

   

“LRL양. 혹시 레오나 대장님의 연락처를 알고 계시나요?”

   

   

“그건 왜?”

   

   

“엘리양이 절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할로윈을 보내게 만들어주려고요. 엘리양의 양산도 잠깐만 빌려가야겠군요.”

   

   

   

   

<10월 31일. 오후 9시 30분>

   

   

침대에서 울던 엘리는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깊게 잠들은 엘리는 아자즈가 자신을 업고 방을 나갔음에도 알아채지 못하고 새근새근 잠을 잤다.

   

   

“엘리 퀵핸드. 할로윈의 유령들이 활동할 시간이 되었다. 어서 눈을 뜨거라!”

   

   

“으음, 누구세요?”

   

   

“할로윈의 공주가 부르는데도 안 일어나다니 배짱한번 두둑하구나. 얼른 일어나! 자세 취하느라 힘들어 죽겠으니까.”

   

   

“여긴...”

   

   

엘리가 눈을 뜬 곳은 오르카호 갑판 위였다. 엘리의 앞에는 검은색 양산을 펼친채 똥폼을 잡고있는 LRL이 있었고, 옆에는 사탕이 가득 담긴 수레 4개와 엘리의 양산이 놓여있었다. 

   

   

“LRL양! 독감은 괜찮으세요?”

   

   

“물론이지. 이 프린세스에게 그깟 병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엘리, 내가 지금부터 너한테 할로윈의 마법을 보여줄게.”

   

   

“할로윈의 마법이요?”

   

   

“그래. 이 프린세스가 감춰왔던 마법의 힘을 특별히 너에게 보여주마. 하압!!”

   

   

LRL이 기합을 외치자, 옆에 있던 사탕 수레의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수레가 날아올랐다. 동시에 양산을 잡고있는 LRL의 몸도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우와! LRL양하고 수레가 하늘을 날고있어요. 진짜 마법인가?”

   

   

“엘리. 너도 우산을 한번 펼쳐봐. 그러면 너한테도 마법같은 일이 일어날거야.”

   

   

“이건 우산이 아니라 양산이에요! 어라, 이건...”

   

   

엘리가 자신의 양산을 펼치자 손잡이 부분에 처음 보는 하늘색 버튼과 빨간색 버튼이 보였다.

   

   

“이 버튼은 대체 뭐죠? 원래부터 있었나?” 

   

   

“하늘색 버튼을 한번 눌러봐.”

   

   

“하늘색이요?” (꾸욱)

   

   

엘리가 하늘색 버튼을 누르자, 양산을 잡고있던 엘리의 몸이 LRL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으앗, 내가 날고있어! 이게 바로 할로윈의 마법?”

   

   

“이정도로 놀라기는 일러요. 할로윈의 마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

   

   

“앗, 아자즈님이잖아. 설마 이거 전부 아자즈님이 개조한거에요?”

   

   

“네. 제가 개조한거에요. 그보다 엘리양, 한번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보고싶은 친구들을 떠올려보세요.”

   

   

“보고싶은 친구들?”

   

   

“네. 엘리양이 보고싶은 누군가를 간절히 떠올린다면, 그분들이 마법처럼 엘리양의 눈앞에 나타날거에요. 어서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보세요.”

   

   

“...”

   

   

양산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있는 엘리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물을 찔금 흘리며 입을 열었다. 

   

   

“함께 할로윈을 준비했던 안드바리하고 알비스가 보고싶어요. 다같이 왁자지껄한 할로윈을 보내고싶다고요.”

   

   

“알겠다. 할로윈의 공주께서 착한 엘리의 소원을 들었다! 이제 10초내로 너의 소원이 이뤄질거다.”

   

   

“...잠깐만, 아직 눈 뜨지 말아봐. 니들 빨리와! 거기서 뭐해?”

   

   

“기다려봐! 나 이거 처음 써봐서 그래. 버튼을 누르면 날 수 있는거 맞아?”

   

   

“네 맞아요. 안전장치가 다 되어있으니 떨어질 걱정은 안해도 되요.”

   

   

“쉿! 다들 조용히 해요! 엘리 듣겠어요. 서프라이즈처럼 등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다 들리게 말하면 어떡해요!”

   

   

갑자기 시끄러워진 갑판의 소리에 엘리의 눈물은 점점 멎어갔다. 그리고 엘리는 남들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눈을 떠봐. 착한 엘리의 소원이 지금 이뤄졌어.”

   

   

슬며시 눈을 뜬 엘리의 앞에 양산을 타고 하늘을 날고있는 안드바리와 알비스가 나타났다. 

   

   

“엘리, 오래 기다렸지? 우리가 돌아왔어!”

   

   

“안드바리하고 알비스 돌아왔구나... 정말로 할로윈의 기적이야.”

   

   

“그래 맞아, 둘은 할로윈의 마법으로 여기에 온거야. 엘리, 이제 완전체가 되었으니까 본격적으로 할로윈을 즐겨볼까?”

   

   

“좋아!!”

   

   

   

   

   

땡땡땡땡땡땡땡땡!!

   

   

“갑자기 웬 비상벨이? 어디서 울리는 거야!”

   

   

“갑판에서 비상벨이 울리고 있어요. 펙스세력이 또 접근하는건가? 얼른 대원들을 모아서 갑판으로 집합하겠습니다!”

   

   

오르카호 대원들은 무기를 가지고 급히 갑판으로 모였다. 그리고 갑판에 서있는 아자즈의 주위에 모였다.

   

   

“다들 오셨군요.”

   

   

“방금 비상벨 아자즈가 울리게 한거야? 대체 무슨 일인데?”

   

   

“지금 무시무시한것들이 이곳에 다가오고있어요. 다들 조심하시는게 좋을거에요.”

   

   

“무시무시한 것? 레모네이드 놈들의 습격인가?”

   

   

“아니요. 할로윈의 유령들이 여기로 오고있습니다.”

   

   

“..? 유령?”

   

   

“저 여자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하네. 어라, 이건 뭐지?”

   

   

아자즈의 말에 황당함을 느낀 리리스의 눈앞에 할로윈 풍선 하나가 나타났다. 풍선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밑에는 사탕뭉치가 매달려있었다. 리리스는 천천히 내려오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이게 뭐에요? 갑자기 웬 할로윈 풍선이... 사탕도 달려있잖아?”

   

   

“언니. 그거 하나가 아니에요.”

   

   

다시 하늘을 바라본 리리스는 수많은 할로윈 풍선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대원들도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사탕을 잡았다.

   

   

“사탕? 하늘에서 사탕풍선이 내리고있어. 대체 뭔일이야?”

   

   

“냠냠. 이거 진짜 사탕이에요! 엄청 맛있어요.”

   

   

“아, 그러고보니 오늘 할로윈이었군요. 싸우느라 정신없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이 사탕들은 누가 준비한거죠?”

   

  

“누가 준비하긴요? 귀여운 할로윈의 유령들이 싸움에 지친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했죠.”

   

   

“앗, 저것봐. 아이들이 위에 있어!”

   

   

“친구들아 모두 나와봐. 신기한 광경을 보여줄게. 우릴따라 들어와. 여기 할로윈 마을로.”

   

   

아이들은 양산을 타고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갑판쪽으로 내려왔다. 비행하는 사탕수레도 같이 내려왔다. 노래를 마친 엘리는 갑판에 있는 대원들에게 힘껏 소리쳤다.

   

   

“다들 싸우느라 너무 힘드셨죠? 할로윈의 유령들이 힘든 여러분을 치유해드리겠습니다. 다들 사탕먹으며 기운내고 힘내세요! 전 수레 포격 개시!”

   

   

“포격 개시!”

   

   

아이들이 양산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옆에 있던 수레의 대포에서 많은 사탕풍선이 발사되었다. 풍선은 반짝반짝 빛나면서 천천히 내려왔다. 대원들은 웃으면서 그 풍선을 하나 둘 받아갔다.

   

   

“우와, 사탕비야! 너무 예쁘다.”

   

   

“정말 기특하네요. 아이들이 우릴 위해서 이런걸 준비해주다니.”

   

   

“그러게. 이걸 먹으니까 싸웠던 피로가 싹 사라지는거같아.”

   

   

“정말 예쁘다. 린티만큼 귀여운 아이들이 하늘을 날면서 우릴 위해 사탕비를 내려주고있어...”

   

   

“잠깐, 우리만 사탕 먹을거야? 다른 애들도 불러오자. 아직 여기서 사탕 나눠주는줄 모르는 애들 많잖아.”

   

   

“좋아요. 다른 분들에게도 얼른 말해줍시다. 갑판에서 할로윈사탕을 받아가라고요.”

   

   

사탕을 1차로 받은 바이오로이드들은 밑으로 내려가서 다른 대원들에게 갑판에 올라가라고 말해줬다. 곧 더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할로윈 사탕을 받으러 갑판에 올라왔다.

   

   

“할로윈 사탕 나눠주는 중이라며. 정말이야?”

   

   

“그럼요. 얘들아, 더 많은 분들이 오셨어. 한번더 발사할까?”

   

   

“좋지. 사탕 발사!!”

   

   

아이들은 또한번 사탕대포를 발사시켰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욱 많은 사탕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풍선 예뻐. 그리고 사탕 맛있어.”

   

   

“으아, 간만에 단거 먹으니까 정말로 힘이 나는거같아. 진짜 좋다..”

   

   

“공짜 사탕?? 시아, 얼른 열심히 주워! 이 구역 사탕 다 쓸어가자!”

   

   

“다들 받았는데 저만 못 받았슴다! 저도 사탕 주십쇼!”

   

   

“그거 엠피트리테님이 다 주워가서 그래요. 여기도 사탕 없어요!”

   

   

“알겠어요. 못 받은 분들에게는 직접 저희가 사탕을 드릴게요.”

   

   

엘리는 양산을 타고 내려와서 브라우니와 아자젤에게 사탕뭉치를 하나씩 건네줬다.

   

   

“감사함다 엘리님! 음, 이 사탕 진짜 맛있슴다!”

   

"너무 달아! 고마워요 꼬마천사님들!"


   

“저도 사탕풍선으로 사탕 못받았어요. 저도 주세요!”

   

   

“알겠어. 내가 줄게!”


   

“나도!”

   

   

“여기도!”

   

   

“알겠습니다. 다들 사탕 받고 힘내세요!”

   

   

“맛있게 먹어! 단거먹고 힘내!”

   

   

“엄청 힘들게 준비한거야. 다들 우리한테 고마워하라고.”

 

"받아주셔서 다들 감사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할로윈 보내세요."

  

   

아이들이 열심히 사탕을 나눠주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별모양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우왓 깜짝이야! 갑자기 웬 폭죽?”

   

   

“그냥 사탕 나눠주기만 하면 심심하다면서 아자즈가 불꽃놀이를 준비한거야. 진짜 예쁘지?”

   

   

“네. 할로윈에 정말 어울리는 폭죽이네요. 마저 나눠줍시다!”

   

   

오르카호의 모두는 하늘의 폭죽을 바라보며, 양산을 타고 날아다니는 아이들에게 사탕뭉치를 하나씩 받았다. 일부 욕심많은 대원들은 사탕뭉치를 두 개 이상 받았다. 거의 11시가 되자 수레가 텅 비었고 아이들은 갑판에 착지했다. 모든걸 쭉 보고있던 사령관은 아이들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엘리, LRL, 알비스, 안드바리. 정말 고마워. 거짓말이 아니라 너희들이 나눠준 사탕은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어. 단순히 사탕이 맛있어서 힘이 나는게 아니라 너희들의 따뜻한 마음에 모두 감동했기 때문에 힘이 나는거야. 다시한번 정말 고마워.”

   

   

“헤헷...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여러분들이 모두에게 사탕을 나눠주긴 했지만, 아직 오르카호엔 사탕을 받지 못한 바이오로이드가 4명 있어요.”


“네? 그게 누군데요! 분명 수량은 넉넉하게 준비했었는데...”

   

   

“바로 여러분들이에요. 여러분께 드릴 사탕은 개인적으로 제가 준비했습니다.”

   

   

아자즈는 어딘가에서 매우 커다란 사탕자루 4개를 꺼냈다. 그걸 본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저걸 우리한테 주시는거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기다리세요. 할로윈날 아이들이 사탕을 받아가기 전엔 무엇을 말해야 하죠?”

   

   

“어... 뭐였지?”

   

   

“트릭 올 트릿을 말해야지.”

   

   

“그래 맞아! 얼른 다같이 외치자.” 

   

   

“Trick or treat! 사탕 안주면 장난칠거에요!”

   

   

“호호, 무섭군요. 제가 졌습니다. 할로윈의 유령님들, 제 사탕을 받아주세요.”

   

   

“아자즈님.”

   

   

“왜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잊지 못할 할로윈을 보낼 수 있었어요.”


"호호. 뭐 이런거가지고요."

   

   

엘리는 사탕을 받으며 공손한 자세로 아자즈에게 인사했다. 아자즈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엘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LRL은 멀리서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코를 훌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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