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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상태창이 보인다면 (5)

 

 

 

 

 

“흐흐흐, 어때? 요즘 좀 살맛나지 않아?”

 

“아예 부정할 순 없지만……그래도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사령관이 안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안경 덕을 본 건 분명하지만, 어째 쓸수록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하는 장치라니……누가 알까 무서웠다.

 

“아, 그거 말인데! 이제 회수할게.”


“드디어 도로 가져가는 거야?”


“아니, 그게 말이지- 훨씬 좋은 게 나왔거든!”


그렇게 말하며 닥터가 그에게 작은 플라스틱 통을 건네주었다.

 

“이건?”


“안경은 너무 눈에 띄니까, 렌즈로 업그레이드 했어! 성능 변화는 딱히 없지만.”


“이제 안 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에이, 그러지 말고! 과학의 발전을 위해 돕는다고 생각해!”


닥터가 억지를 부리면, 그로선 막을 방법이 없었다.

 

“어휴……알겠어. 그렇지만 이제 악용하진 않겠어.”


“잔뜩 따먹고 다니면 신나지 않아!?”


“너 말이야,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러지 마라?”

 

그가 렌즈를 눈에 넣었다. 이물감이랄 것도 없었고, 큰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안경을 쓸 때처럼 상태창이 화면에 나타났다. 

 

“어때? 착용시 이물감이나 불편한 건?”


“없는 것 같아.”


“좋아! 아, 그리고 하나 더. 이건 군사 무기로 개발 중인 발명품인데,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닥터가 웬 까만 상자를 건넸다.

 

거기엔 스위치와 몇 가지 버튼이 달려있었고, 그 외엔 특징이랄 게 없었다.

 

“너 설마 다른 애들 상대로 군용 무기를 시험하라는 거냐?”


“몸에 위해를 가하는 종류는 절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이건 앞으로 팩스 녀석들과

 

싸울 때 쓸 병기인데, 실전 테스트를 해야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어서 말이지.”

 

“허어……뭐하는 물건인데?”


“최면 어플이라는 거, 들어봤어?”


최면 어플……왠지 어감부터 영 좋지 않았다.

 

“아니.”


“쉽게 말하자면 상대방의 생각이나 기억을 조작하는 기술이야. 그 상자를 쓰면

 

상대방의 기억과 생각, 감정을 조작할 수 있어!”

 

“너무 위험한 물건 아니야?”
 
“괜찮다니까, 오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강력한 물건은 아냐. 지금으로써 가능한 건

 

상식의 방향을 바꾸는 정도……? 언젠가 팩스의 간부나 요원을 생포하면 심문용으로

 

쓸 생각인데, 그러려면 정말 이게 작동하는지 알아봐야 하거든.”

 

“씁……진짜 믿어도 되는 거지? 이거 쓰다가 뭐 잘못되면 책임지는 거다?”


“100% 안전해! 애초에 작동 시간이 그리 길지 않거든, 그거.”


뭐, 그렇다면 괜찮겠지……그가 최면 기계를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앞으로도 과학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협력 부탁할게!”


“원래 이러려던 게 아니었지만……어쩔 수 없네.”


그나저나 이런 걸 누구한테 써봐야 하는 건가…….

 

그가 자리를 뜨며 생각했다.

 

 

 

 

 

 

밤.

 

사령관은 평소처럼 업무를 마치고 잠깐 숨을 돌리러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이 시간엔 아무도 없고, 커피도 직접 내려서 마셔야 했지만 그는 이 고요함을 좋아했다.

 

항상 마시는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 설탕이나 그 무엇도 넣지 않은 쓰고 따끈따끈한 커피.

 

그가 향을 음미하며 마시려던 순간- 

 

“……거기서 뭐해?”


“헛.”


그녀, 레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레이스는 당황한 듯 눈을 껌뻑였다.

 

“그……커피……마시려고……했다.”


“커피 기계 쓸 줄 몰라?”


“……그렇다.”


레이스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아- 그럴 수도 있지. 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별로 어렵지 않아, 마시고 싶은 커피 종류를 고르고 샷이랑 설탕, 프림 추가 같은 버튼을

 

누른 다음 주문 버튼을 누르면 돼. 나머진 자동으로 해줘.”


“고……고맙다.”


레이스가 엉거주춤 버튼을 누르고, 커피를 뽑았다.

 

휘핑크림을 잔뜩 올린 카푸치노라, 의외의 취향이었다.

 

그 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레이스를 인식한 렌즈가 작동됐다.

 

<이름: AL 레이스>

 

<호감도: 39/100>

 

<이상형: 다정하고 뭐든지 품어줄 것 같은 사람>

 

<좋아하는 체위: 기승위.>

 

<현재 성욕치: 40/100>

 

<현재 쾌락치: 2/100>

 

<저항도: 79/100>

 

<절정 횟수: 115회>

 

<성감대: 소음순, 유두>

 

<섹스 횟수: 0회>

 

<자위 횟수: 123회>

 

<현재 기분 상태: 어색함>

 

……또 알고 싶지 않은 걸 알아버렸다.

 

이 렌즈 진짜 버려버릴까,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레이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사령관, 나 고민이 있다.”


“음?”


“다른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다……하지만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우선 사과부터 할게. 나도 어지간히 사교성이 떨어져서 도움이 안 될 거야. 미안.”


“…….”


레이스가 눈치를 보다가 커피를 홀짝 마셨다.

 

“뭔가……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비책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그럼 얼마나 편하겠-”


그 순간, 사령관은 주머니 속 기계가 떠올랐다.

 

이걸 쓰면 레이스도 사교적인 성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실험할 필요도 있었고, 레이스는 좋은 실험 대상 같았다.

 

“레이스,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만.”


“정말인가?”


“뭐, 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령관이 닥터에게 받은 기계에 대한 설명을 했다.

 

레이스는 잠자코 설명을 듣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어쩌면 나한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리 말해두지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닥터가 만든 거라면 괜찮을 거다……아마도.”


사령관이 기계를 꺼내, 레이스를 향해 조준했다.

 

“그럼……해본다?”


“혹시 잘못되면 날 막아주겠다고 약속해주면 좋겠다.”


“약속할게.”


“응.”

 

그가 버튼을 누르자, 기계에서 요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레이스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순간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눈을 껌뻑였다.

 

“다 끝난 건가?”


“어, 아마도.”


“딱히 변한 건 없는 것 같다.”


“그래? 이상하네, 기계는 제대로 작동한 것 같다만.”


그가 정말로 변화가 없는지, 렌즈를 다시 한 번 작동시켰다.

 

<이름: AL 레이스>

 

<호감도: 39/100>

 

<이상형: 다정하고 뭐든지 품어줄 것 같은 사람>

 

<좋아하는 체위: 기승위>

 

<현재 성욕치: 40/100>

 

<현재 쾌락치: 2/100>

 

<저항도: 79/100>

 

<절정 횟수: 115회>

 

<성감대: 소음순, 유두>

 

<섹스 횟수: 0회>

 

<자위 횟수: 123회>

 

<현재 기분 상태: 어색함>

 

<특수 상태: 최면 1단계>

 

걸린 건 맞구나.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어쩌면 그냥 조금 더 사교적인 성격이 된 걸지도 몰랐다, 애초에 그리 위험한 게 아니라고

 

했으니 효과도 약할 가능성이 있었다.

 

“음……아마 기계가 고장 난 것 같다. 역시 변한 게 없다.”


“그래? 그럼 뭐……도와줘서 고마워. 닥터한테는 말해둘게.”


“으음.”


일단 자러 갈까……사령관이 일어서는 순간, 레이스가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할 일을 안 했다.”


“할 일? 업무 시간은 진작 끝났는데?”


“무슨 소리냐. 업무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레이스가 그리 말하며 갑자기 옷을 훌러덩 벗었다.

 

“무……뭐하는 거야? 갑자기 옷은 왜-”


“그럼, AL 레이스. 인류 재건을 위해 지금부터 사령관과 성관계를 가지겠다.”


-아.

 

그는 닥터가 말한 ‘상식의 방향’을 바꾸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레이스의 상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인류 재건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성관계를 한다.’로 바뀌어

 

레이스는 지금 사령관과 성교를 하는 게 인류 재건을 위한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눈치 채기 어려운 것이다.

 

“기, 기다려! 레이스, 잠깐만!”


“이건 임무니까 어쩔 수 없다. 사령관, 순순히 협조 바란다.”


이거 아무래도 잘못 건드린 거 같다-

 

사령관은 레이스의 손에 붙들려 끌려가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야설이 쓰고 싶었다, 단지 그뿐...

상식개변 레이스 야설을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내가 쓰겠다

근데 다음편 언제 쓸지 나도 모름 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