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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설정이랑 다를 수 있다
실제 심리학과도 연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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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L은 담당사 측에서 내가 맡기를 제안해 온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러니까 이번엔 그냥 분양에 가까운 셈이다. 마침 더치걸과 섹스를 하면서 항우울제를 줄여가던 게 적응이 잘 되어가던 무렵이라 꽤 여유가 생긴 시점이기도 했다.

내가 전에 보냈던, 더치걸에 대한 정보들이 담긴 메일에 30분도 안 되어 온 답신이 바로 LRL이었다. 허술한 검토와 허술한 제안. 내 답의 진실성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이 더 중요했겠지. 그래놓고 알아내줘서 고맙다니.

애정이 없는 게 아닌가? 아이들은 대체로 정직하다. 자기 자신과 관련된 부정적인 일을 눈치 못 까는 경우도 거의 없다. 세상 어떤 현자를 속여도 아이는 못 속인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 더치걸이 입을 안 열었지.

더치걸이 메일을 같이 들여다보다가 나지막이 물어온다.

"얘도... 나만큼 힘들었을까?"

"그건 모르지. 사람마다 힘든 건 다르니까, 메일에 적힌 것도 별로 없고."

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오로이드 인권을 없앤단 애들이나 준다는 애들이나, 다 못미덥고 같잖기는 마찬가지다. 거짓투성이 성인들이란 다 그렇지. 얼마나 역겨운가. 나 또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바이오로이드는 영원히 아름답다. 인류보다 우등한... 아니, 그 따위 수준을 넘어서서. 거의 완전한 생물에게 명령권이라는 걸 집어넣어 자기 발 밑에 두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오점은 왜 만들었으며 그것에 안심하는 인간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 나는 뭐란 말인가. 게다가 나는 명령권을 쓰지 않는다고 또 나름 우쭐해 있지 않은가. 안전장치가 있는 믿음이 무슨 소용인가? 인간이란 얼마나 역겨운가. 나는 얼마나 더러운가.

...됐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모델명은 LRL 133번. 8층 몇 호실이었더라?

LRL 133번은 사진보다 약간 마른 상태였다. 다행히 더치걸과는 다르게 정보가 좀 주어져있는 편이었다. 뭐야 이건 뭘 왜 또 줘.

등대지기 바이오로이드였다는 건 알고 있었고, 다음 장. 이번에도 거짓말처럼 에머슨 법을 빗겨갔지, 그래. 그리고 전산 오류로 알 수 없는 시간동안 방치되었고. 이것도 메일에 적혀 있었지.

이거 때문이었나 보네. 전산 오류의 원인은 교대근무 기록 시스템의 연산 오류, 최소 10년 이상 방치되었고. 10년? 어떤 씹련이... 아니. 일단 마저 읽고.

식량은 충분했으면 다행이고. 배 곯을 일은 없었을 테지. 일단 애 같은 성격이라면, 라면이나 과자 같은 것만 주구장창 먹었을 거 같은데. 건강검진을 시켜봐야겠네. 나머진 직접 보고 생각할까.

일단 나도 나름 처음 보는 수상한 인간일텐데 큰 거부반응은 없고, 눈은 여기저기 흘끗거리지만 불안이 아니라 호기심에 의한 것.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상태 나쁘지 않고, 별명이라도 정해볼까. 엘알엘이라고 그냥 부르기는 발음이 힘드니까.

Long Range Light...

내 이름이 "교수"라고 되어 있으면, 아니. 이제 난 교수도 아니지. 그냥 "인간"인가. 아무튼 그만큼 비참한 게 어디 있을까.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코미디와 진배없지 않은가.

차라리 좌우좌가 낫지. 우스꽝스러우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는 하지만 내심 싫지만은 않아 보이고.



첫날은 순탄했다. 좌우좌는 활기찬 아이였고, 더치걸과 빠르게 친해졌다. 하지만 조금은, 지나치게 관심을 갈구하는 듯하다. 이러다가 선 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적당히 옆에서 마크해야지.

별명도 정한 김에 아예 부르기 편하도록 이름을 우리끼리 두 글자로 줄여 불러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다. 더치걸은 이미 나를 파파라 부르고 있었고, 좌우좌는 나에게 권속이라는 독특한 호칭을 제안했다. 둘 다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다.

만화책에서라도 본 모양이지. 히히 하고 웃으니 미소가 찬란하다. 양치질은 꼬박꼬박 잘 해왔나 보네.

더치걸은 더치, 좌우좌는 우좌. 더치는 원래 표현을 많이 하지 않으니 동의의 의미로 추정되는 미소를 지었고, 우좌는 그냥 히힝 하고 웃어보였다.

아무리 애 같다지만 인간에게 권속 같은 호칭을 함부로 들이댈 수 있다는 시점에서 제조 이후 다른 인간을 별달리 만나본 적이 없으리라 추측했다.

우좌의 방은 원래 창가 쪽이었다. 하지만 우좌의 강력한 요구로 계단이랑 가까운 조금 안쪽 방이 되었다. 뭐 상관은 없지. 방은 아주 많으니까.

우좌는 샤워실을 같이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더치가 샤워를 같이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 미처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생각해보면 더치가 단체생활을 했었다 유추해볼 수 있겠다. 이걸 놓치다니 나도 감이 많이 죽었나.

아무튼 우좌는 오늘 반드시 내가 씻겨야 했다. 냄새는 안 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얼마나 대충 씻었을지가 의심되었기 때문이었다.

우좌는 혼자 머리를 감는 데 서툰 듯했다. 더치와 함께해온 짬으로 어느 정도는 쉬웠지만, 또 더치가 스스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했던 것과는 정반대라 조금은 해맨다. 그 와중에 우좌는 린스를 찾는다. 그래, 자꾸 안쓰럽게 눈치보고 하는 것보단 낫지.

장난삼아 우좌의 물컹물컹한 허벅지와 엉덩이를 조금 주물렀다. 오우. 린스는 내일모레 장 보러 가면서 사자. 수건을 쥐여준 뒤, 입을 옷을 가지러 간다 둘러대고 먼저 나왔다. 우좌가 원래 입고 있던 팬티는, 빨기 전에 잠시 동안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소장해 두기로 했다.

우좌는 심플한 파란색 잠옷 하나에 만족했다. 내가 어릴 적 방학 시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 안에서만 살았었지. 지금 우좌의 경우에는 집이 넓어서 뛰놀아도 될 정도라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우좌의 방은 더치가 조금 신경을 써 줬는데,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책상 높이 같은 부분들을 전부 지적해 줘서 더치의 방보다 상당히 개선된 모양새가 되었다. 더치의 방도 더 뭔가 해 볼까 물었지만 더치는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듯하다.
















그 아이가 나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가지 말라고
옷깃을 잡았다

옹졸했던 나는
뿌리쳐냈다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살인이었다.

















씨발.
또 이 꿈을...
찬 물로 세수, 정신 차려야지.

윗층에서 약간 소리가 나는 걸 들어보니 더치는 진작 일어난 듯 했지만 우좌는 아직 자는 듯하다. 애는 저게 맞지.

더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7시에 일어난다. 그러한 생활습관은 마치 저주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써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은 습관이라고는 얼버무려놨지만...

투정부리지 않는 아이는 없다.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부리지 못하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투정은 보호자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하니까.

그나저나 우좌 얘는 어제 왔는데도 태평하게 늦잠까지 자는데다 오늘 자기 옷 보러 가는 것도 별로 그렇게 흥분하진 않는 것 같다. 이렇게나 욕심이 없다니. 나쁘진 않다, 내가 편하지. 더치와 달리 숨기고 있는 것도 없어 보였고.



방으로 가 보니 더치는 이부자리에 앉아 반쯤 비몽사몽하고 있었다.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자니 천천히 눈을 꿈뻑인다. 가만가만 머리를 쓰다듬는다.

더치는 처음에는 움찔하다가 이내 가만 있는다. 학대의 정황을 매우 많이 잡아냈던 만큼 아직까지도 안심시키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의 막바지이긴 하다만.

한참 서로를 어루만졌다. 더치는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날 때면 내 체취를 맡곤 했다. 내가 내 어머니에게 어릴 적 잠시나마 느꼈던 안정감과 비슷한 것일까? 누군가에게 그런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건, 참을 수 없이 기쁘면서도 두렵다.

근데 우좌 얘는 지금 10시가 넘어가는데 아직도 안 일어났나?

우좌의 방에 들어가 보니 이불도 다 걷어차고 퍼질러 자고 있다. 어제 건강검진에서 영양상태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라는 것만 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지만서도, 검사받느라 힘들었다고 찡찡대는 건...

그래. 솔직히 말하면 귀여웠다. 힘든 것도 있지만 안 귀여우면 어떻게 데리고 사나. 무심결에 엉덩이를 찰싹 때리니 우이으이잉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고도 굼벵이처럼 한참을 꾸물꾸물대다가 일어난다.



더치랑 그랬듯, 오늘은 우좌랑 쇼핑을 간다. 하지만 이번엔 더치도 같이 간다.

"근데 파파.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나갈 때마다 그 시계는 왜 챙기는거야..?"

"그냥?"

더치는 더 묻지 않았다. 마침 우좌가 세수를 하고 나온 참에 더치와 우좌를 한껏 껴안아 주었다.

더치의 옷을 살 때는 사실 내 주관적 의견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애들이 지들 옷을 고르겠다는 모양이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유행이 아무리 돌고 돈다지만 늙은이가 이 시대를 살아갈 애 옷을 골라서 어쩌랴.

차를 타면서 또 느낀 점인데, 거의 모든 상황에서 조용했던 더치와 달리 우좌는 한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한결 분위기가 밝아진 느낌이다. 더치가 안정감을 느끼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길이 막혀서 마트에 도착해보니 이미 점심시간이다.

"권속이여! 어서 내게 만찬을 바쳐라!"

말은 저렇게 해도 문장 후반부의 발음 강세나 약간 흔들리는 눈빛 등을 보면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아직 안정기는 아니다. 일단은 오랜 고독이 문제였으리라 추정할 뿐.



푸드코트에 데려갔다. 더치는... 아니, 아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일단 애들을 데리고 줄에서 빠졌다. 저기 씌인 음식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면 그것도 분명 즐거울 것 같았다. 하지만 더치는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메뉴판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고, 조금 더 고민하더니 본인이 직접 집에 가서 컴퓨터로 검색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난 수긍했다.

세상의 그나마 좋은 부분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더치의 모든 순간을 내 눈에 넣고 싶었지만... 더치에게도 스스로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니까. 기대. 미소. 저 상냥하고 찬란한 웃음. 왜 영원할 수가 없을까. 아이고세상에 저거 또 어디가니



전자기기 매장에서 전시용 폰으로 게임을 하던 우좌를 오늘 내로 사준다고 달래서 잡아왔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더치보다 우좌가 더 오래 알고 지낸 애인 것만 같기도 하다.

더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격은 그만 보라고 하니 메뉴는 어차피 봐도 몇 개 모른다는 답이 돌아온다. 무안해져서 내가 해주지 않았던 것들을 먹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보니 고개만 끄덕인다. 마트식 싸구려라고는 해도, 스시 같은 건 어떨까. 와사비 빼달라고 해야지.

반면 우좌는 물어보자마자 곧바로 불고기 덮밥을 고른다. 좋아하는 건가 보다. 난 빨리 처리하게 모밀로 할까. 애들은, 잘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점심을 먹고 아동복 매장으로 데려가니 저들끼리 좋아서 이거 입어보고 저거 입어보고 한다. ...내가 고른 거랑 비슷하네?

더치는 그닥 패션이라던가 하는 거를 신경 안 쓰는 건가. 저 잠옷은 신축성하고 안감만 따지다가 디자인을 못 보고 고른 거라서 조금 신경쓰였었는데.

나는 패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우좌가 뛰어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좌는 옷 맵시에 대해 신경쓰는 타입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생활용품들. 우좌는 어제부터 얘기하던 린스를 집어들었다. 나름의 기준이 있는 건가? 더치에게도 사줄까 물어보니 뭘 관리하고 그런 건 귀찮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말하니 우좌가 '터프해?!' 라고 만화처럼 반응한다. 근데 드래곤 슬레이어가 좋다더니 곰돌이 칫솔이라. 하긴 드슬은 장난감으로만 나오고 다른 연계 상품들이 안 나왔으니까.

수건도 몇 장 더 사고, 치약이 없던가? 조금 남아있었지. 사갈까. 학교 책가방... 아냐. 고전적인 란도셀이 좋지.

란도셀을 맨 채 좋다고 몇 번씩이나 회전하는 우좌. 세상에. 그리고 그런 우좌를 보며 귀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저 직원은 알까? 저게 나에겐 섹스 코스튬이라는 걸.

인간이 정말 사회적 동물이긴 할까? 눈 앞에 있어도 이렇게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결국, 전부 거짓 때문이다. 서로 숨기고, 비난하고.

반면 아이들은 어떠한가. 공 하나만 있어도... 아니, 심지어 모래밭만 있어도 자기들끼리 잘 논다.

우좌의 볼따구를 좀 주무르다가 놓아준 다음에 발기한 걸 숨기려 몸을 돌리다 더치를 보게 되었다. 더치는 마냥 웃으면서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지만서도 약간 쓸쓸한 눈빛이다. 어리광을 맘껏 부려도 된다고 했지만, 하루아침에 그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알고 있었다.

나는 괜찮다. 힘든 건 더치지.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다가가 꼬오옥 껴안아 주니 이미 눈치챘는지 할 건 다 하냐고 내 급소를 툭 치며 피식 웃는다.

생각해보면 더치는 내가 그다지 듬직하게 있어주지 못해 새로운 공간에서 증폭된 불안을 느꼈고, 결국 나를 면간까지 했었다. 내가 어영부영 넘어가서 무슨 의도였는지는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 우좌가 우리 가정...

가정이라 할 수 있나? 아무튼, 정착한다면 엘렉트라 컴플렉스가 적용될 수 있는 사례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더치와 나는 부녀보다는 연인에 가까운 사이이면서 동시에 그 중 어느것도 아니었으니.

어쨌든간에 내가 무리를 시킨 게 사실이다. 다시는 아이들이 힘들게 해선 안 된다. 앞으로 내가 더 굳어져야 한다. 더 완벽해져야 한다. 아이들이 기댈 수 있도록.



그 날은 우좌가 온 지 한 달이 지난 날이었다. 그간 우좌는 항상 늦게 일어났고, 그 덕에 더치와 내가 사랑을 나눌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도, 가끔만 했다. 더치는 부서질 것만 같은 아이였다.

그리고 우좌는 강인하고 자애로운 아이였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몸에 갇힌 신이라 했던가.

우좌의 고통을 평가절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몇십 년 가량의 고독 정도로는 정신건강에 흠집조차 내기 힘든 모양이다.

이전에 어떤 책의 서평에서 이중사고라는 개념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진실을 왜곡해 만들어낸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과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모순된 상태이다.

전자를 놓치면 모순을 받아들이지 못해 무너지고 후자를 놓치면 과몰입하여 리플리 증후군 같은 쪽으로 빠지게 되는 위험한 상태이다.

우좌는 완벽하게 위험한 평형을 자신의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방어기제, 곧 중2병에 완전히 심취했으며 동시에 제대로 현실을 구분할 줄 안다.

우좌는 정말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평균적인 기준보다 강인했다. 처음에 우좌가 이 방어기제에 의존성을 가진다 판단했던 건 틀리지 않았지만, 우좌의 컨트롤이 완벽해 내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굉장히 사려도 깊어, 처음에 혹시 선 넘는 장난을 칠까 마크하겠다고 생각한 게 나의 자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우좌는 틀림없이 곧 순탄하게 우리 집에 적응할 것이었다.

이제 다시 더치를 신경쓰면 된다. 더치는 분명하게 상처를 입은 아이였다. 내가 우좌를 신경쓰는 동안 상당히 의기소침해진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지만.

그래서 오늘 아침 먹은 뒤에는 뭔가 대화를 해 보려고 했었다. 적어도 오늘 아침에 더치의 아침식사가 끝나고, 늦잠자는 우좌를 깨우러 갔다가 자위하는 걸 보게 되기 전까진 그럴 예정이었다.

내가 우좌의 방에 들어가자 우좌는 방문을 등지고 책상 코너에 비비적거리며 자신의 쾌감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철렁하다 못해 가을 끝물 연시처럼 철퍽 떨어져버린 심장을 차마 그러모으지도 못하고 내 욕망이 이끄는 대로 다가가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우좌는 자다 깨서 바로 하는 거였는지 비몽사몽한 채로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하면 기분이 조크든여'식으로 반응한다. 이 무슨 순수함인가. 혼자 등대에 있었을 때 이걸 몇 번이나 했을까?

심호흡을 해 보려 했지만, 부글부글 끓어 차오른 욕망이 내 몸뚱이를 뚫고 나올 것 같았기에 이빨이 떨리기 시작했다. 뭐든 말을 뱉어내야 했다.

"도와줄까?"

"으, 으응? 그래! 기회를 줘보겠다, 권속이여!"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 늘어진 푸른 생머리. 사과같이 작고 붉게 상기된 얼굴. 고압적이려고 노력하는 자그마한 손짓과 몸뚱이, 그 모든 것들이...

...

왼팔을 힘껏 너댓 번 긁어 이성을 다잡으며 뒤로 다가가 잠옷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우좌는 살짝 움찔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잠옷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거였지, 충분히 축축하고 미끌미끌했다.

"언제부터 이런 걸 했어?"

"응? 기억 안 난다!"

당차다. 때묻지 않은, 가장 순수한 욕망. 그래, 욕망 자체는 추잡하지 않다. 성욕도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할 때가 있지. 하지만 타인이 관여되기 시작할 때 욕망은 비로소 추잡해진다.

우좌를 보니 조금씩 신음을 내고 있었다.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인내심이 계속 계속 깎여나간다.

"손이 거칠어."

"그만할까?"

"...아니."

나는 청결하기만 하면 되었다. 피부나, 머리라던가 관리 같은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거칠다는 내 손을 비부에 문대니 우좌가 움찔움찔거린다. 문득 보니 자신도 모르게인지 어쩐건지 상체를 돌려 내 옷을 꼭 깨물고 있다.

중지를 넣어보니, 우좌가 살짝 팔딱거린다. 지금껏 자위하고 있었으니, 약지도 되지 않을까? 되네.

천천히, 움직인다. 힘이 풀어지는 다리가 보이니 침대로 데려간다. 그러니까, 침대에 같이 앉아 문을 마주보는 자세다.

"응?"

"왜?"

"아, 아무것도 아니다."

이건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려나? 나는 당장 좌우좌를 덮치지 않기 위해 인내심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내 뇌가 무슨 전자 회로같은 거였다면, 아마 지금쯤 과열로 화재가 났을 것이다.

침대에 걸터앉은 내 앞에 우좌가 앉는다. 이어서 무릎에 올려놓는다. 나는 천천히 내 바지를 풀어헤쳤다.

우좌는 뭐든 자기 시야에 넣어야 안심하는 아이였다. 내 손을 뿌리치고 내 무릎 위에 앉은 채로 나와 마주보게 몸을 돌린다. 그리고는 헤실헤실 웃어온다. 나도 머리카락부터 얼굴까지 쭉 두어 번 쓸어주었다.

우좌는 시선이 아래로 향했고, 입은 꼭 다문 채 내 물건을 흥미롭게 보더니 손으로 살짝 쥐어 보거나 쳐 보거나 하고 있다.

이걸 집어넣는 거라고 하니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싫으면 그만두자 하니 바보같다고 타박해온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구멍난 양말처럼 되는대로 투박하게 살아왔으니. 애를 대하는 법은 알지만 여자를 대하는 법은... 모른다.

우좌의 겨드랑이께를 두 손으로 잡아 올렸다. 우좌가 간지럽다고 조금씩 발버둥쳤다. 하지만 성인 남성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여기서 놓치면 그건 그거대로 위험했고.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더치가 나보다 근력이 강했으니 바이오로이드에게 체구와 근력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천천히, 입구에 닿는다. 우좌도 긴장했는지 움직임이 뚝 멎는다. 살짝만 내려 끝부분끼리만 맞춰본다. 우좌가 스스로 침대에 발을 대니 와이드스쿼트 같은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누르면 다칠 것 같아 천천히 내려와보라고 살짝 손에 힘을 풀었다. 그게 불러올 결말도 모르고.

우좌는 조금씩 내려오다가 이불이 미끄러져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몸통을 급히 받쳐서 뒤로 넘어가버리는 것까지는 막았지만, 우좌는 말 그대로 관통당하고 말았다.

우좌가 힉 하는 단말마와 함께 멈춰버렸다. 아니, 살짝 부들거리긴 한다. 처녀의 피는 나와도 용케 지리거나 하진 않았다. 나 또한 용케 사정하지 않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같이 놀라기도 했고, 혹시나 얘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해서 최대한 힘을 빼고 가만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우좌가 찢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도 안 되는 내부 압력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면 그대로 사정해버릴 것 같았다.

이미 더치 덕분에 압력에는 꽤 단련되어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사정감이 금방 올라왔기에 손을 꽉 쥐어 손톱으로 손바닥을 찍으며 심호흡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 정신을 차린 우좌가 짧은 팔로 채 껴안지 못하고 내 등허리를 긁어대자 내가 내 팔로 우좌를 꼭 안았다. 우좌가 가쁜 숨을 쉰다. 숨이 차츰차츰 가다듬어진다.

살짝 놓아주니 나를 보고 히히 하고 웃어 온다. 나도 되돌려 웃어 보인다. 버틴다. 무조건 버틴다. 반드시 버틴다. 살짝 안으니 머리카락에서 우좌의 향기가 난다. 마음이 안정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좌가 이 타이밍에 별 것도 아니었다며 쪽 하고 볼에 뽀뽀를 해와버린 것이었다. 몇 초 정도, 시간이 멈췄다.

정신을 차렸을 때 우좌는 내게 꼭 안겨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그대로 축 늘어져 있었다. 황급히 상태를 보니 내 옷으로부터 콧물 같은 것이 죽 늘어진다. 풀어헤쳐진 표정의 우좌가 녹아내린 눈동자로 날 보고 있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에 귀를 가까이 가져가 들어보니

"더... ㅎ져..."

이를 악물었다.

허리를 꼬옥 안아들어 붙잡고 천천히 움직인다. 생각보다 매끄럽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빠르게.

침대에 누운 좌우좌의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아니, 이건 바이오로이드다. 그러면 다른 "큰" 바이오로이드들은? 합리화인가? 지금 그런 걸 신경쓸 때냐?

내 자신에게 날붙이든 뭐든 찌르고 싶은 충동이 치솟았다. 동시에 그것이 내 피를 더 빠르게 돌게 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오리진더스트 수술 부작용인지 뭐든지겠지.

그저 눈이 닿는 대로 움직였다. 우좌는 가슴을 애무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가 이질적인 감각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지나친 양의 쾌감에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나 또한 근력 운동만 하고 지구력은 신경쓰지 않은 탓에 도저히 내 몸을 내 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그저 쾌락을 갈구하고 있었다.

우좌의 안대가 침대 구석으로 날아간 지 오래되었다. 가려져있던 눈에선 반딧불이같은 빛이 아스라이 발해지는 듯했다. 나는 지금 미친 건가? 혹시 이것에 이끌렸던 건가? 샤워할 때는 왜 몰랐지?

환각이라고 치부하고 우좌를 당장이라도 잃어버릴 것처럼 끌어안는다. 내가 우좌를 무릎에 앉히고 있었으므로, 얼굴을 서로 마주보는 높이가 되었다. 입술이 가깝다.

우좌의 부드러운 입술이 다 부르터있는 내 입술에 닿았다. 나는 수동적인 병신이라 차마 밀어붙이지 못했다. 보다못한 분위기를 탄 우좌가 진하게... 뽀뽀를 해 온다.

입술만 부닥쳐오는 것도, 사랑스럽다. 도저히 더 참을 재간이 없었다. 있는 힘껏 끌어안고 질퍽질퍽한 소리가 나도록 움직였다. 그 자리, 그 순간에서 몇 번이나 사정했는지 모른다. 온 몸이 우좌의 체액으로 범벅이다.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억지로 쉬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체력이 고갈됨에 따라 몸을 침대 쪽으로 돌렸고, 안았던 팔을 풀자마자 우좌는 이불로 툭 늘어졌다. 약속이나 한 듯 나도 온 몸에 힘이 빠져가는 것을 느꼈다.

우좌 위로 쓰러질 뻔 했지만, 팔꿈치와 전완으로 침대를 짚었다. 우좌의 얼굴이 코 끝에 닿는다. 헐떡거리며 숨을 쉬는 모든 순간마다 우좌의 향기가 진득하게 콧속을 몸속을 채운다. 지금 당장이라도 누워버리고 싶다.

나는
절대로
쓰러져서는 안 된다

목을 세게 긁었다. 쾌청하게 쓰라린 감각이 정신을 깨운다. 나는 책임지고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좋아. 나는 지금 너무 지쳤고, 우좌는 쓰러졌...다가 지금 눈 감았고. 자게 냅둬야겠지. 일단 물티슈. 닦아줘야지.

그리고, 더치를 너무 오래 내버려뒀다. 근육이 찢어질 것만 같지만 황급히 매무새를 고치고 방을 나섰다.

급하게 문을 여는데 쿵 소리가 나고 더치가 쓰러져 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미처 입조차 열지 못한 사이에 더치가 자기 방으로 뛰쳐들어간다. 주마등은 실존하며 그것은 내가 방금 겪어봐서 안다.



그 날 저녁에 이어 며칠간 침묵이 이어졌다. 우좌는 나랑 마주칠 때마다 다시 해달라고 보채고, 더치는 나를 피해다니는데다가 도통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행동을 좀 보던가 해야 알겠는데, 기회가 없었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더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부녀관계도 아니었고, 연인관계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을 나눈 것은 맞다.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책갈피의 문구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모든 것을 상처입히다 결국엔 죽는다.

나는 더치를 상처입혔을까?

나름 본디 있던 상처들을 치유하려 노력하고 사랑도 줄 만큼 줬다고 생각해보지만 이런 관계는 누구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없다.

더치에게 나는 뭐였을까?

우리는 단 둘이서 계속 애정을 나누며 지냈고, 더치가 끝내는 나를 면간했다. 애써 머릿속에서 외면하고 치워둔 이것을 해석해야 했다. 난, 나는 그저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다. 좆같은 인간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그렇다면 해내야 했다. 이 애들은, 데려온 이상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나에 대한 소유욕이었을까? 아니, 그랬다면 우좌의 입양을 같이 논의할 때 반대했을 것이다. 시간은 많이 있었으니까. 아니면 막상 데려와보니 싫다거나? 그것도 아니다. 그런 징후들은 독특하고 눈에 띄기 때문에 내가 눈치 못 챘을 리 없었다.

머리속이 지저분하다. 이 모든 것에서 도주하고 싶다는 감정이 치솟아오른다. 개같은 갱년기 때문이 아니다. 아니, 맞나? 모를 일이다. 나는

똑 똑.

서재에는 오지 말라고 했었을텐데.

"권속이여!"

"갑자기 왜?"

"그... 왜! 왜 요즘은 나를 안아주지 않는 거냐!"

"아니, 그"

"그리고, 나는 몰라도 더치는!"

"더치."

"그래, 더치!

"..."

"더치는! 권속이 더치를 싫어하는 줄 안다!"

"......"

"빨리 가서 그렇지 않다고 위로하는 거다!"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뭘 모르는구나! 빨리 가서 안아주기나 하는거다!"

"..."

"다 꿰뚫어보고 있느니라 그 표정! 그냥 빨리 가거라!"

......

"알았어."

"꼭이다! 본좌는 착하니까 기분 좋은 것도 쪼끔은 양보할 수 있다!"



...

다른 가능성을 추정해내야 했다.

왜 나를 피하는가? 단순히 부끄러움 때문일 수는 없다. 그랬다면 다른 증상을 동반해야 했다.

더치의 방으로 갔다.
똑 똑.

"괜찮아."

조용히 들어가보니 더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본인의 침대에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더치야."

"아냐, 설명 안 해도 돼."

"..."

한참의 침묵이 이어졌다.

"더치야, 난"

"이제 나는 어디로 가는 거야?"

엥?

"광산으로 다시 가는 것만 아니라면..."

진심으로 당황해서 즉각적으로 입이 반응했다.

"엥 아니, 뭔 소리야."

"응?"

이런 걸 고백하는 것도 웃긴 얘기지만...

"나는 내가 우좌랑 그... 해서 네가 화난 줄 알았는데..?"

"그, 그래서 난 이제 필요 없는 거 아니었어?"

이런 세상에, 이 정도의 자기비하적 마인드까지 남아 있었다고? 파도파도 끝이 없네. 그래도 이건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문제니 다행이다.

"아니, 그건 아니지."

"내가 되게 심한 짓 하기도 했고... 나까지 데리고 있으려면 돈이라던가..."

"난 오히려 좋았어. 그리고 돈은 충분해, 백 명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을 걸."

"그...러면 왜 나를 그렇게 본 거야?"

내 얼굴을 계속 문지르다 겨우 손을 뗐다.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나는 뭐냐, 더치를 놔두고 우좌랑 그... 섹스... 를 한 게 좀 찔려서라고 해야 하나..."

왜인지 어머니 앞에서 컴퓨터를 몰래 했다고 이실직고하는 애 같은 기분이 되어 멋쩍어하는 내게, 더치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어 보이며 말을 잇는다.

"아냐, 그거라면 난 괜찮아. 내가 우좌도 좋아하고 파파도 좋아하는 것처럼, 파파도 나하고 우좌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다자간 연애, 폴리아모리같은 개념인가? 일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모두를 사랑하는 공동체.

사실은 잘 모르겠다. 이게 맞나? 더치가 우좌에 대해 말하는 건 플라토닉한 걸 말하는 건가? 아니던 말던, 다른 점도 있다. 새로운 시대가 지나치게 문란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옛 관습에 매여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가?

"후, 다행이다."

어찌되었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이 아이들 앞이라면, 나도 모르게 무장이 풀린다. 비난으로 이루어진 검도, 거짓으로 이루어진 방패도 내려놓고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다.

"뭐가?"

"나는 그 뭐랄까 내가 바람을 피웠다거나 그런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을까 해서..."

"헤헤, 뭐야 그게. 우린 파파와 딸이잖아."

"그렇 네..."

"휴, 다행이네."

"뭐가?"

"파파는, 계속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거잖아?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의심하고 있었네..."

가끔은 혼란스럽다. 내가 상처를 준 건 아닌가 걱정할 때 난 더치의 진짜 마음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가끔은 이렇게 추레한 나를 갈갈이 찢어발기고픈 욕망이 들곤 한다. 그걸 잊게 해주는 것은 순간적인 쾌락인가, 아니면 정신적 유대인가? 사랑?

"혹시 잠깐 이리 와 줄 수 있어?"

순순히 다가가, 더치의 옆에 누웠다. 더치가 침대 윗쪽으로 가더니 내 머리를 끌어안는다. 안 그래도 상황이 너무 어이없이 끝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Nice Boat 자세로 한참이나 머리를 맡기고 있자니 더치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나도, 파파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 그리고 우좌도, 엄청 착하니까.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해. 그러니까 가끔씩은 파파도 기대줬으면 좋겠어."

내게서 뭐라도 본 건가?
미안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됐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그래, 그럴까."

더치는 못 들었을 지 모르겠지만, 우좌가 방문 앞에서 30을 세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잠시 뒤 방문이 벌컥 열리고 우좌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뛰쳐들어왔다.

"뭐야! 화해는 끝난 것이냐! 그러면 이제 본좌도 안아주는 것이다!"

나는 저녁때가 되어 부엌에 가기 전까지, 아이들을 안고서 침대에 하염없이 누워 있었다.
















정신력 최강자 좌우좌가 사건 해결과 함께 화려하게 합류!

점심 나가 먹는 동안 써서 뭔 내용인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앞으로 트라우마가 없는 애들(좌우좌, 안드바리, 닥터, 로치코) 챕터에선 주인공 배경 설정을 좀 풀 예정

아직도 7명이나 남았네 갈 길이 멀다...

테이프를 시계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