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찾아온 할로윈.

죽은이들이 돌아와 산 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이 서양명절은 올해도 어김없이 선원들이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심산으로 소모될 연휴일뿐이었다.

알몸에 붕대를 감고 미라라고 하질않나,
마법소녀인지 그냥 변태인지 팬티가 훤히 드러난 상태로 은근슬쩍 이쪽으로 시선을 주는 모모 아닌 모모, 그리고 무엇보다 괴로웠던건.....


"사령관님, 여기 봐주세요. 제로투댄스에요~"

복장이 겹칠바엔 차라리 단체복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건지 비키니에 고양이 머리띠를 한 채로 무대 위에서 군무를 추고 있는 이들까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머릿속엔 섹스로 가득차있는 듯 보였다.

'그냥 돌아갈까'

이러면 안되지만, 머릿속에선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무대가 아닌 행사장 입구쪽으로 향했다.

뒷걸음질 치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떠나려던 그 순간,

'삑!!'

말캉한 촉감과 함께 애들신발에서나 날법한 뽁뽁이 소리가 들리고, 놀란 마음에 뒤를 돌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사령관, 부딪혔으면 사과를 해야할거아냐"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종아리를 툭툭 치는 느낌이 들어 밑을 바라보자, 그 곳엔 특이한 복장의 메이가 서있었다.

"이런 행사엔 관심 없는줄 알았는데, 본격적이네??"

평소의 옥좌가 아닌 공룡튜브를 타고 온 메이를 보니 왠지 반갑기도 했고 너무 잘 어울린 나머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버렸다.

".....역시 다른 복장을 입을걸 그랬나??"

메이는 내 반응에 쪽팔린 듯 얼굴를 새빨갛게 붉혔고,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오히려 그녀의 복장을 칭찬해주었다.

"대장, 전 잠깐 무대 좀 갔다올게요. 서열 정리가 필요하겠어요"

고양이 복장을 한 나앤은 거대한 흉부들이 넘실거리는 무대를 향해 몸을 풀며 걸어갔고, 나는 자연스럽게 메이와 남게 되었다.

"오...오늘 하루 어땠어??"

"응? 딱히 별거 없었지"

"그렇구나....근데 사령관은 왜 코스츔 안입었어??"

"오드리가 시간이 없었다면서 이걸 건내주더라고"

차마 입진 못하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형광색 티팬티를 보여주자, 메이는 저리 치우라는 손짓을 했다.

"그보다 그런 옷은 어디서 구한거야?? 나도 입어보고 싶네"

"진짜??혹시 몰라서 대형사이즈도 준비해뒀는데...내 방에 갈래?"

"그래도 될까?"

"안될게 뭐 있나??"

메이의 조그마한 손에 붙들려 엉겁결에 그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옷장을 뒤적거리더니 튜브가 든 주머니를 건내주었다.

"성인용이니까 사령관한테 충분할거야"

"고마워, 근데 어떻게 입는거야?"

주머니를 열자 널부러진 비닐만 덩그러니 나왔고, 이를 보고 어찌할지 몰라 당황한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메이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비닐을 건내받은 후 온힘을 다해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후우우우....후우우우우!!!! 헉...허억....다...다 됐다. 이제 가져가서 입..어봐"

메이는 숨을 헐떡이며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공룡옷을 건내주었고, 나는 기쁜 마음에 지체없이 바지를 벗었다.

"자자자자..잠깐!!!아무리 그래도 막 벗진 말어줘...."

"아, 버릇이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방안에 있는 칸막이 너머로 넘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와, 이거봐!!! 타이런트야!!!"

비록 바람 넣은 풍선옷이긴 했지만 멋지게 프린팅 된 타이런트의 모습에 난 흥분감을 감출수가 없었고, 곧장 메이의 공룡옷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앙,  타이런트!! 공룡의 왕!!"

"이 바보 사령관, 찢어지면 어쩌려고그래!!"

"크아앙! 크아아앙!!"

난 반쯤 정신나간 사람 마냥 공룡울음소리를 내며 메이의 인형옷을 향해 부딪혔고, 삑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메이도 화가 난 듯 같은 방식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죽어라 바보 사령관!!!"

"크아앙!! 사령관은 바보 아니다!!"

유치하게 서로의 인형옷을 부딪히며 공룡울음소리를 흉내내며 놀던 그 순간,

'펑'

메이와 격하게 몸을 부딪히던 그 순간, 빵빵하게 바람으로 체워져있던 우리 둘의 인형옷은 터져버렸고, 인형옷을 입기 위해 하의를 벗어두었던 우리는 그대로 속옷차림으로 노출되었다.

"어....어.....레이스 달린 팬티...네...."

"어딜보는거야, 사령관! 세상에 코끼리팬티가 뭐야...."

"이게 뭐 어때서!!근데...잘 어울린다"

"....정말??"

두 손으로 팬티를 가리고 있던 메이는 내 칭찬에 잠시 망설이더니 손을 치웠고, 고급스런 망사로 치장된 팬티는 놀라울 정도로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예쁘네. 메이는 그런 속옷 입는구나"

"일단은....나도 성인이니까,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이런 일에 전혀 신경쓸 것 같지 않았던 메이였건만, 그녀도 한명의 여자라는걸 그동안 잊고 있었다.

"메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팔을 벌리자, 잠시 망설이던 메이는 내 품에 쏘옥 들어왔고 나는 자연스럽게 불을 껐다.

"꺄아악, 코끼리 코가 하늘로 뻗쳤어!!!"

"이거...야광이었네. 이러면 좀...낫나?"

"....전혀"

그렇게 우리 둘의 할로윈이 시작되었고, 우리가 떠난 뒤 공연장은 난리가 나있었다.

갑작스럽게 난입해 브레이크댄스를 추며 자연스럽게 무대를 정리한 나이트앤젤은 헤드스핀까지 선보이며 철저하게 무대를 박살내버렸고, 사령관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선원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공연장엔 나이트앤젤 홀로 고독을 씹고 있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이트앤젤의 뜨거운 눈물과 함께 오르카호에서 맞이하는 3번째 할로윈도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