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와 하츠나가 머무는 오르카호 숙소. 혼자 방에 있는 스미레는 벽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다. 곧 하츠나가 비닐봉지를 들고 방에 들어왔다.

   

   

   

“........”

   

   

“스미레. 하츠나가 컵라면 사왔어. 어서 먹어.”

   

   

“...먹기 싫어요.”

   

   

“스미레 너, 며칠째 음식 안 먹고있잖아. 좀 먹어. 배고플거야.”

   

   

“안 먹는다니까요!” 

   

   

스미레는 하츠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쓰며 침대에 누웠다. 하츠나는 비닐봉지는 내려놓고 침대 곁에 다가가 앉았다.

   

   

“스미레. 무슨 일 있어? 요즘 왜 그래?”

   

   

“저좀 제발 가만히 내버려주세요. 지금 얘기 할 기분 아니에요.”

   

   

“스미레. 고민 있으면, 하츠나한테 말해봐. 하츠나가 해결해줄게.”

   

   

“언니가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에요. 라면이나 드세요.”

   

   

“.......”

   

   

“알았어. 하츠나는 라면 먹을게. 스미레는 그동안 자고있어.”

   

   

하츠나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침대에 누운 스미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리고 3분이 지나서, 하츠나는 컵라면 뚜껑은 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면 다 먹었다. 배불러.” 

   

   

“벌써요? 먹는 소린 들리지도 않았는데.”

   

   

“스미레가 컵라면좀 처리해줘. 난 친구들이랑 놀고올거야. 다녀올게.”

   

   

하츠나는 가볍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스미레는 침대에서 나와 컵라면쪽으로 걸어갔다.

   

   

“친언니도 아니면서, 왜 나한테 정리 심부름이나 시키는거야... 어라, 뭔가 이상한데?”

   

   

스미레는 들고있는 컵라면의 뚜껑을 열고 안을 확인해봤다. 라면은 한 젓가락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다 먹기는. 나 주려고 일부러 남겨뒀나보네. 근데 막상 냄새 맡으니까 못참겠다. 이거라도 먹어야겠어.”

   

   

   

   

   

<주공을 만나러 간 하츠나>

   

   

   

“주공. 스미레가 이상해.”

   

   

“왜? 스미레가 어떻게 이상한데.”

   

   

“요즘 스미레 표정이 어두워. 그리고 밥도 갑자기 안 먹어. 고민 있냐고도 물어봤는데, 하츠나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말을 안해줘. 주공이 스미레한테, 고민 있냐고 물어봐주면 안돼? 주공에게는 말해줄거 같아.”

   

   

“음... 나도 마침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스미레가 식당에서도 안 보이고, 복도에서 만날때마다 기분도 안좋아보여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하츠나가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라고 직접 말할정도면 확실히 큰 문제가 있나보네. 알겠어. 내가 스미레한테 바로 가볼게.”

   

   

   

<스미레를 만나러 온 주공>

   

   

   

“스미레 방에 있니?”

   

   

“냠냠... 앗, 주공 오셨군요! 제 방엔 무슨 일인가요?”

   

   

“라면 먹고 있었구나. 편히 먹어. 그냥 몇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온거야.”

   

   

주공은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 스미레의 곁에 앉았다.

   

   

“스미레. 너 요즘 밥은 잘 먹고다녀?”

   

   

“밥이요? 그건 왜요?”

   

   

“요즘 식당에서 하츠나 혼자 밥먹고있더라고. 너희 자매가 사이좋게 밥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았는데, 요즘엔 그 모습을 못봤더니 조금 허전해서. 혹시 식당 밥이 맛없니?”

   

   

“...식당 밥이 맛없는건 아니에요. 그냥 최근에 식욕이 영 안 생겨서 굶고있어요.”

   

   

“왜 식욕이 없어? 식욕이 없어질 정도로 힘든게 있는거야?”

   

   

“......”

   

   

“힘든건 나눌수록 좋다잖아. 마음의 짐 같은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봐.”

   

   

“주공. 주공은 제 과거에 대해 아시죠?”

   

   

“너의 과거? 물론 알지.”

   

   

“쇼군의 딸로 살아가던 너는 어느날 자기가 닌자가문의 후계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렇게 너는 닌자의 삶을 살며 다양한 적들과 싸우게 되었고, 어느날은 죽은줄 알았던 너의 언니 하츠나와 싸우게 되었어. 하지만 결국 하츠나는 자기가 스미레와 자매지간 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너와 함께 도망쳐서 여기 오르카호에 정착하게 되었잖아.”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죠. 그런데 그건 전부 가짜였어요.”

   

   

“어? 가짜라니 무슨 소리야?”

   

   

“주공이 말한건 전부 드라마를 위해 저에게 삽입된 거짓 기억일 뿐이었요. 실제로 저는 닌자의 삶을 살았던 적이 없는, 제조실에서 제작된 평범한 바이오로이드일 뿐이었어요. 저는 그런것도 모르고, 인간들이 심었던 거짓된 기억을 진짜라고 믿은채 지금까지 스스로를 닌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죠.”

   

   

“...그건 어쩌다가 알게 된거야.”

   

   

“며칠전에, 멸망전 드라마를 보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시들어버린 무로마치의 꽃’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어요. 그런데 거기에 저랑 똑같이 생긴 닌자가 나오더라고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찾아보다가 전부 알게 됐어요. 저는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 촬영용 바이오로이드일 뿐이었다는걸.”

   

   

“그걸 알게 된 이후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어요. 유일한 가족인줄 알았던 하츠나 언니도 실제론 제 가족이 아니라 저랑 똑같이 제조실에서 제조된 남일뿐이라는게 가장 충격적이었고, 또 지금 오르카호에서 지내는 삶도 드라마로 찍히는 가짜인생은 아닐까 두렵고 무서워서....”

   

   

“그것들을 알고 나니까 세상에 홀로 남겨진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알던 모든게 다 가짜였다니... 그게 무서워서 밥도 먹기 싫어졌고, 언니랑 말도 하기 싫어진거였어요...”

   

   

스미레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주공은 떨고있는 스미레를 안아주며 위로해줬다.

   

   

“스미레가 과거를 알고 혼란스러워져서 그랬던거였구나. 무서워하지마 스미레. 오르카호에서 지내는 스미레의 삶은 가짜가 아니야. 이건 진짜 너의 인생이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주공은 스미레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스미레를 계속 달래주었다. 스미레가 진정하자 주공은 방을 나와서 하츠나에게 돌아갔다.

   

   

“하아... D엔터에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들은 세뇌가 풀리고 현실을 알게되면 저렇게 혼란스러워하는구나. 근데 이걸 하츠나에게 말해줘도 괜찮을까? 하츠나도 덩달아 혼란스러워하면 어떡하지?”

   

   

“주공. 스미레의 고민 알아냈어?”

   

   

“어. 알아내긴 했는데, 너가 괜히 들었다가 너도 스미레처럼 되버리면 어떡하지...”

   

   

“하츠나는 괜찮아. 스미레의 고민이 뭔지, 어서 말해줘.”

   

   

“알겠어. 스미레가 요즘 왜 그렇게 됐냐면...”

   

   

   

주공은 스미레가 최근 왜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였던건지에 대해 하츠나에게 말해줬다. 스미레 자신은 진짜 닌자가 아니라, 닌자라는 세뇌된 기억을 가진 촬영용 바이오로이드일 뿐이었다는 것을. 친언니라고 믿고 있었던 하츠나도 실제론 가족이 아닌 제조실에서 제작된 남이었다는 것을. 그것들을 전부 알고 스미레는 지금의 상태가 되었다고 주공은 말해주었다. 덤덤하게 얘기를 듣던 하츠나가 입을 열었다. 

   

   

   

“그것 때문이었구나. 난 또, 스미레가 하츠나를 싫어해서 그러는건줄 알았어. 주공, 알려줘서 고마워.”

   

   

“어라? 하츠나는 안 놀랐어? 너희가 촬영용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였다는게?”

   

   

“하츠나는 그런걸로 안놀라. 주공, 혹시 부탁하나 해도 돼?”

   

   

“무슨 부탁?”

   

   

“스미레랑 피크닉 다녀올래. 피크닉 도구들좀 빌려줘.”

   

   

“이 상황에서 피크닉을? 스미레가 가자고 할까?”

   

   

“가기 싫다고 해도, 데려갈거야. 기분 풀어주는데는 피크닉이 최고랬어.”

   

   

   

   

<숙소에 돌아온 하츠나>

   

   

   

“스미레. 우리 피크닉가자.”

   

   

“갑자기 웬 피크닉? 저 기분 별로 안좋다고 말했잖아요. 그냥 혼자 내버려두세요.”

   

   

침대에 누워있던 스미레는 하츠나를 등지고 누워버렸다. 하츠나는 침대에 다가와서 그런 스미레를 뒤에서 껴안고 말했다.

   

   

“언니가, 너랑 오랬만에 피크닉 가고싶어. 짐도 다 싸놨으니까, 너는 몸만 오면 돼. 오늘 날씨 좋더라. 기분 푸는데는 피크닉이 최고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이에요? 알았어요... 피크닉 가드릴테니 얼른 이거 풀으세요. 부끄럽잖아요.”

   

   

   

하츠나의 권유를 이기지 못한 스미레는 하츠나를 따라 오르카호가 정착한 섬의 밤나무숲으로 향했다. 하츠나는 배낭을 맨채 앞장을 서며 쉬지않고 말했다.

   

   

   

“스미레. 오늘 날씨, 진짜 좋다. 그렇지?”

   

   

“하늘만 맑을뿐 바람은 엄청나게 불잖아요. 이렇게 추운날에 왜 나오자고 한거에요?”

   

   

“춥긴 하지만, 스미레랑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까 정말 좋아. 스미레도 좋지?”

   

   

“전 밖에 나오기 싫었다고요. 그냥 언니가 나오자고 해서 나왔을 뿐. 근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피크닉 나오자 한거에요?”

   

   

“가족끼리 피크닉 가는거, 이상한건 아니잖아.”

   

   

“사실 우리 가족 아니잖아...”

   

   

“방금 뭐라고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근데 우리 언제까지 걸을거에요? 저 슬슬 다리아파요.”

   

   

“그럼 여기서 멈추자. 스미레가 땔감좀 모아줘. 우리 여기서 밤 구워먹자.”

   

   

“밤이요? 밤은 어떻게 딸건데요. 나무에 올라가시게요?”

   

   

“아니. 올라가기 귀찮으니까 막대기로 딸거야.”

   

   

하츠나는 메고있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배낭 안에서 셀카봉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길게 뻗고 나무에 매달린 밤송이들을 툭툭 쳐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됐다. 이제 밤송이 줍자.”

   

   

“...아야!”

   

   

스미레는 하츠나의 말대로 밤송이를 주우려다 손에 가시가 찔려서 피가 나고 말았다. 하츠나는 배낭에서 목장갑을 꺼내다가 후다닥 스미레에게 달려왔다.

   

   

“스미레. 괜찮아?”

   

   

“괜찮아요... 가시에 찔린게 뭐 어떻다고.”

   

   

“미안해. 줍기 전에, 목장갑부터 먼저 줬어야 했는데.”

   

   

하츠나는 재빨리 반창코를 꺼내 스미레의 손에 붙여주었다.

   

   

“됐다. 이제 스미레는 안아파. 하츠나가 마저 밤 주울테니까 스미레는 가만히 있어.”

   

   

하츠나는 목장갑을 낀 뒤 바닥에 떨어진 밤송이들을 모아와서 앉아있는 스미레의 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밤송이에서 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전부 다 깠다. 이제 불피워야지. 라이터 준비해놨어.”

   

   

하츠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모아둔 장작에 불을 붙였다.

   

   

“스미레. 이제 따듯하지?”

   

   

“네. 불좀 쐬니까 덜 춥네요.”

   

   

“좋아. 이제 밤 구워먹자.”

   

   

하츠나는 모아온 밤들의 껍질에 칼집을 내고 모닥불속에 집어넣었다.

   

   

“전 안 먹을거에요. 언니만 드세요.”

   

   

“아직도 입맛없어? 라면 먹었는데도?”

   

   

“...! 제가 라면 먹은건 어떻게 아신거에요?”

   

   

“하츠나는 모르는게 없어. 스미레가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있는지도 다 알아. 스미레 너, 우리가 제조된 바이오로이드였다는걸 알게 되었구나?”

   

   

“...언니는 정말 못 속이겠네요. 네 맞아요. 제가 사실은 가짜 기억을 가지고 만들어진 평범한 바이오로이드라는걸 최근에 알게 됐어요. 그게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식욕도 사라지고 무언가를 할 의욕들도 사라지더라고요.”

   

   

“다른것들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같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줄 알았던 하츠나 언니가 사실은 제조실에서 제작된 생판 남이었다는게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지금껏 함께 지냈던 유일한 가족인 언니가 사실은 남이었다니... 그걸 알게되니까 이 넓은 세상에 저 혼자 남겨진것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스미레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하츠나는 그런 스미레를 토닥여주며 슬며시 말했다.

   

   

“너가 왜 혼자야. 언니가 곁에 있잖아.”

   

   

“언니가 곁에 있는게 뭐요. 우리는 사실 친자매도 아니고 진짜 가족도 아니었는데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가족이 아니긴. 스미레, 우리가 오르카호에서 지냈던 나날들을 떠올려봐.”

   

   

“우리가 함께 지냈던 날?”

   

   

“우리가 함께 밥먹고, 함께 싸우고, 함께 놀고, 함께 씻고, 함께 잠을 잤던 그 시간들.”

   

   

스미레는 눈을 슬며시 감고, 하츠나와 지냈던 오르카호에서의 일상을 떠올렸다. 

   

배식을 받는데 맛있는 반찬을 적게 받아서 속상한 스미레에게 하츠나가 반찬을 나눠줬던 일 

하츠나가 스미레의 머리를 감겨주다가 눈에 샴푸가 들어가서 하츠나가 어쩔줄 몰라했던 일

한여름에 바닷가로 수영하러 갔다가 상어를 만나고, 그 상어를 두들겨패서 애완상어로 길들였던 일

한겨울에 눈이 와서 신난 하츠나와 스미레가 오르카호 갑판에 5m짜리 눈사람을 만들고 모두에게 자랑했던 일

하츠나와 스미레가 주공의 방을 찾아가서... 했던 일

그리고 바로 일주일전, 밤에 잠들기 전에 서로 수다떨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던 일까지... 

   

   

“...”

   

   

“스미레. 우리가 같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친자매가 아니어도 뭐 어때. 하츠나는, 스미레랑 보냈던 모든 시간이 즐겁고, 신나고, 행복했어.”

   

   

“...”

   

   

“스미레는 어때? 하츠나랑 함께 지냈던 모든 날들이 즐거웠어?”

   

   

“물론이죠... 언니랑 보냈던 모든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겁고도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럼 된거야. 비록 너가 가지고 있는 예전 기억들은 전부 가짜지만, 우리가 오르카호에서 지냈던 나날들은 전부 소중한 진짜 추억이야. 이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 우린 분명 가족이야. 너도 동의하지?”

   

   

“네. 저도 동의해요.”

   

   

“그럼 됐어. 밤 다 익었다. 스미레 여기 먹어.”

   

   

하츠나는 모닥불에서 군밤을 꺼낸 뒤, 스미레에게 건네줬다. 스미레는 받은 군밤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입속에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어때? 맛있어?”

   

   

“...네.”

   

   

“가족이 만들어준 군밤은 무조건 맛있죠.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언니.”

   

   

“그래. 스미레는 여기서 열심히 먹고있어. 하츠나는 밤 더 따올게.”

   

   

“잠깐만요, 저도 같이 딸래요. 언니 혼자만 힘들게 만들 수는 없죠.”

   

   

“그럼 나야 고맙지. 아 맞다, 그걸 준비했는데 잊어버렸네. 우리 이거 입어보자.”

   

   

하츠나는 배낭에서 기모노 두벌을 꺼낸 뒤 하나를 스미레에게 건네줬다.

   

   

“이걸 보니까, 기모노를 입고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던 예전이 생각 나지? 물론 그건 드라마를 위해 삽입되었던 가짜기억 이긴 하지만. 이젠 그건 잊어버리고, 함께 진짜 추억을 만들어보자.”

   

   

“좋아요. 근데 밤 따기 전에, 같이 산책부터 하면 안돼요? 저희 피크닉 나온거잖아요.”

   

   

“나야좋지. 얼른 옷 입어. 스미레랑 빨리 산책할래.”

   

   

스미레와 하츠나는 옷을 기모노로 갈아입은 뒤, 손을 잡고 노을진 밤나무숲을 거닐었다. 낙엽을 맞으며 자매가 사이좋게 숲을 걸어가는 모습은, 숲을 감싸고 있는 맑은 가을의 하늘처럼 포근하고 아름답다.







스미레와 하츠나의 이야기

가짜 기억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