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다니면서 글쓰려니까 이거 1년이 넘어도 다 못쓰겠다 싶어서 아쉬운 마음에 올림


피폐물임

매운거 도중에 있음 난 말했다



--------



주인공은 21세기 초기의 라붕이. 아주 다크한 인간임

또래에 비해 능력도 있고 가진 것도 많았는데 자살하려 함. 초등학생때부터 소꿉친구였던 여자와 고등학생 때 헤어졌는데 자살하기 6개월 전 만났고, 애까지 딸려있었음. 


그 여자는 레프리콘을 빼다 박음. 공허하던 주인공이 라스트 오리진을 접하게 된 계기였는데, 그 여자는 주인공이 살던 집에서 자살함.


여자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었던 주인공도 뒤따라 자살하려다 이셰계전이.


라오세계관에 옴.


정신이 헤롱한 상태에서 엘라와 마주치고 오르카로 실려감.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성격과 성향 상 오르카에 도통 적응을 못함. 아주 다크한 인간이니까. 이렇게 있다간 자살하는 것만도 못하다 여기고 보름만에 오르카에서 나감.


나가기 전 날에 엘라가 고백함. 주인공은 엘라한테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는데 엘라는 반해버렸던거임.


엘라 차버리고 나감. 엘라 상사병걸림.


오르카에서 나간 인간은 이번에야말로 자살하자고 시도하는데 뜬금 스피커 등장, 이 스피커는 주인공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있었고, 주인공은 철충의 말이 들림. 

스피커와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전이한 세계에 대해 대략적으로 듣게 됨.


인간을 전이시킨 건 자신이라고 함. 


여기는 주인공의 라오계정 uid가 부여된 세계선이며,

라스트오리진의 크고 작은 설정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주인공 소유 스마트폰의 라스트 오리진을 기준으로 한 시간대의 세계이고(연꽃 이전, 성역 이후), 

신이 존재한다고 여겨지며,

그 신에 의해 악역으로 태어난 철충은 죽기위해 태어난 것이고,


사령관 이전의 오르카 및 인류저항군이 겪던 비극과 암울한 상황들은 모두 미래에 맞이할 해피엔딩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는 거임.


사령관이 나타난 이후로는 절대 저항군의 바이오로이드를 죽일수도 없고 이길수도 없다고 함.

세계의 의지가 그렇게 철저히 저항군이 이기고, 철충이 패배하는 쪽으로 끌고가고 있다고 함. 

네가 하던 게임이 바탕이 된 세계의 현실은 이렇다고, 지극히 작위적인데다가 불합리함에 치를 떠는 스피커는 인간에게 도움을 청함.


개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싱숭생숭해진 인간은 자신에게 있어 오르카나 철충이나 거기서 거기라 도와달라고, 시간을 달라고하는 스피커를 따라 딱 보름만 지내보기로 함.

공평하게 오르카 때랑 똑같이.


따라가 본 곳, 균열이라는 곳은 완전히 이상한 곳이었음.

암벽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있음. 이세계 속의 이세계였던거임. 


철충과 바이오로이드가 공존하고 있고, 자신이 살던 고향과 아주 유사한 전경을 갖고 있었음. 그곳에서 처음으로 간 시장바닥에는 고기를 파는 익스큐셔너가 있고 물고기를 파는 트릭스터가 있고 빵을 만들어다 파는 포티아도 있고, 다양한 바이오로이드와 철충들이 어깨를 스치듯 오고감. 


전투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음.


시장에서 충돌이 있었음. 동체가 상당히 작은 꼬마 나이트칙이 주인공에게 인사한거임. 주인공은  놀람. 철충이 왜 리본을 매고 옷을 챙겨입은 것 마냥 거적대기를 걸치고 있는지 몰랐으니까.


그 밖의 철충들도 모두 그랬음. 마치 인간처럼 군다고 생각함.


인간이 꼬마에게 실수를 함.

스피커가 화냄.  다른건 몰라도 아이한테 왜 그렇게 반응하냐며. 


아이는 아이인데 철충이라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은 스피커와 다툼.

꼬마의 아버지인 빅칙이 인간에게 사과해도 군중이 모여들어 웅성댐. 그 소란을 촌장이라는 레아가 나타나서 정리함.


이 레아도 스피커처럼 주인공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음. 

나중에 들어보니 스피커와 자신은 유령같은 상태로 인간의 10대때부터 자살하기 직전까지, 거의 20년간 곁에서 봐왔다는거임.


여전히 믿기지 않던 인간은 어쨌거나 보름 간 지내보기로 함.


그 보름간 억지로 선생 역할을 떠맡아 꼬마 철충들과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을 가르치고, 논이나 밭일을 거들고, 카페나 오락실이나 지극히 자신이 살던 세계와 다를 것 없는 풍경 속에서 점차 잃었던 생명력을 되찾아 감.


시간이 지나 보름 직전, 축제가 열림. 그 축제에서 레아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축제 마지막에 스피커와 레아 앞에서 주인공은 말함.

도와준다고 하면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냐고.


스피커는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 말함. 네 존재자체가 도움이라고, 이 균열은 너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면서.

그러니까 자살할 바엔 그냥 여기서 살아달라고 함.


의외였음. 분명히 자기들을 이끌고 저항군이랑 싸워달라 할 거라고 예상했으니까.

그냥 인간일 뿐이던 주인공은 그런 거라면 괜찮다고 함.


여기서 인간은 자신의 반쪽이라 여겼던 여자와 속으로 결별하고 이세계 속의 이세계에서 살아감.


더 많은 바이오로이드 및 철충들과 친해졌지만,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거부감을 느낌. 모두가 멸망 전 개체이고, 멸망 전 바이오로이드들은 취급이 좋지 않았으니까.


그런 바이오로이드들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인간을 믿게 됨. 가장 큰 사건으로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이건 생략. 


간략하게 말하자면 멸망 후의 세계에 지극히 어울리는 풍경 속에서 온갖 생고생을 함.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오르카라는 잠수함도 없으니까.

그래도 레아가 준 라스트오리진의 설정집에 의지하고, 스피커의 극진한 보호를 받아서 무사할 수 있었음.


생존을 위한 다양한 이유로 균열 바깥으로 좀 멀리 나갔다만 하면 비싸게 팔릴 물건 취급을 당하고, 툭하면 따먹힐 위험에 처하고, 멸망 전부터 존재해온 범죄조직에게 칼도 맞고 총도 맞고 아주 험하게 구름. 


이러는 사이에 오르카에서도 크고 작은 소동이 있었음.

상사병에 걸린 엘라의 상태가 점점 나빠져가는거임.


사랑에 맹목적이게 된 엘라는 정상이 아니게 됨. 주위에 걱정을 끼치다가, 처음에 인간과 만났던 곳 위주로 인간을 찾아나섬.


사령관의 지원도 받음. 

도중에 인간이 아직 생존해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증거들도 발견함.

그래도 인간을 찾을 수는 없었어서 거의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는데,  범죄조직과 얽혀 먼 길을 떠났다가 막 돌아왔던 인간과 재회함.


재회한 건 좋았는데 엘라는 페로와 스틸라인 한 분대와 동행 중이었음. 인간은 엘라도 엘라였지만, 스틸라인 분대의 구성원인 레프리콘을 보고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림. 사랑한 여자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어도, 너무 똑같아서 실수를 저지르기 직전까지 감.


결국 충격받은 인간에게 엘라는 또 거절 당해서 이젠 진짜 무슨 짓이든 하려는데 주인공이 제안함. 


편지를 주고받자고.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서 중고등학생 시절, 사랑하던 그 여자와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음.


그랬던 사실을 말해주고, 그것의 재현으로 엘라를 달래보려고 한거임. 엘라를 데려가거나 하는 건 안 됐음. 엘라가 자기를 사랑하던 말던 어찌됐든 인류저항군이니까. 주인공과 함께 하게 된 일행들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달래지겠음? 순수와 광기는 공통분모를 가짐. 일체라고 봐도 좋음. 순수한 어린이인 엘라는 상사병에 시달렸던 나머지, 이미 그런 광기 혹은 순수성을 한가득 띠게 됐고 편지 따위로 만족할 수 없었음.


결국 엘라는 오르카를 뛰쳐나옴. 사령관한테 아주 큰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NTR의 그런 거를 상상하면 됨.


어찌저찌 주인공과 재회한 엘라.

주인공은 주위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엘라를 균열로 들임. 주인공도 탐탁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애를 멸망한 세계의 길바닥에 내버려 둘 순 없는거잖음.


전혀 모르는 세계로 들어온 엘라는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았음. 철충이 지 옆을 지나가든, 자기가 알던 바이오로이드와는 많이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지나가든, 옆에 인간이 있어서 마냥 좋기만 했음.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 뿐임. 주인공 주위에는 이미 여러 곳에서 모인 여자들이 있었고 상당히 의심스러운 분위기까지 느껴졌음. 사랑에 푹빠진 엘라가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갈등 끝에 엘라는 이곳의 위치를 오르카에 까발림.


떠났던 엘라에게 온 연락을 받고 오르카는 조사에 나섬. 그런데 웬걸? 철충과 바이오로이드가 공존하고 있잖음. 거기에 이미 오래 전 떠났던 인간도 있음.


없앨까, 말까. 사령관은 고민에 빠짐. 아니면 다른 식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인간에게 우호적인 철충이라면,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할 테니까.


그 때 요상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 목소리가 사령관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함. 모조리 쓸어버리라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고. 스피커가 주인공에게 말한 바로 그 신이었던거임.


가용 가능한 모든 병력과 화력을 이끌고 균열을 침략한 인류저항군은 대학살을 벌임. 물론 주인공에게나 대학살이지 저항군한테는 단순한 토벌에 지나지 않았음. 바이오로이드도 예외는 없었음. 철충과 어울리는 바이오로이드? 당연히 뒤져야지. 잠깐 이상해진 사령관은 그렇게 생각함.


같이 살던 이들에게 정들어버린 주인공은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애원함. 너희가 보고있는 철충은 바깥의 철충과 다르고, 자신들이 한 짓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고, 애원하고 또 애원함. 그래도 개무시당함. 무조건 다 죽여버리라는 사령관의 광적인 명령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모두 끝나가는가 싶더니, 스피커가 몰래 준비해뒀던 장소로 대피해서 스피커와 주인공이 대화함. 이제껏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기로일 것이라고. 힘을 원하느냐고.


라스트오리진이라는 앱 속의 이야기 설정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세계지만, 스피커는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설정 중 하나를 부쉈다는거임. 뭐인고 하니, 인간을 지켜보면서 함께 익힌 서브컬쳐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기술이었음.


인간과 철충의 완벽한 결합.


그 결합엔 스피커 자신을 필요로 했고 스피커가 희생함으로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됨. 60조개 세포 하나하나가 알터리움이었고 알터리움이 인간의 세포였음.


스피커가 주인공이 살던 세계에서 봤던 마지막 서브컬쳐 작품이 인피니티 워랑 도쿄 구울이었음.

아이언 맨과 구울들에게서 착안한 기술이라고, 비디오를 녹화해 주인공에게 설명한 스피커는,

네가 이걸 볼 때면 난 이미 없어졌을거다. 힘을 얻었다고 해도, 부탁인데 싸우지마라. 싸우는 건 어디까지나 지켜야 하는 순간에만 한정하라며 주인공에게 당부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간 즐거웠다고. 

너를 사랑하고,

지금부터라도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악우같은 놈이었지만 일단은 친구였던 이상 주인공은 눈물 펑펑쏟음. 

반철충 반인간이 되고 나와보니 자신이 살던 곳은 평탄화되고 재밖에 남지 않음. 그나마 남은게 자신이 살던 오두막과 숲, 몇몇 철충아이들과 바이오로이드들, 레아 정도였음.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주인공은 처음에 레아에게 받은 설정집과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라스트오리진에 대한 걸 하나도 빠짐없이 익힘. 


지피지기 백전백승. 


다만 단순히 이기려는게 목적이 아니었음.

그렇게 애원했어도 학살을 멈추지 않은 저항군들이 이상했던거임. 거기서 깨닫게 됨. 스피커가 말한 신이나 세계의 의지는 정말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그 의지가 저항군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게 만든 것이라고.

철저히 미움받고 몰살당할 제물로써 처음부터 철충을 악역으로 규정하고 창조해낸 바로 그것.


그것의 죽음이 목표였음.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가지게 된 레아, 아이들의 안전도.


그렇게 3년이 흐르고, 자신을 교황이라 칭한 미지의 철충이 레이더를 대동하고서 3차 수영대회 현장의 상공에 나타남.


첫 희생자는 샬럿과 네오딤이었음. 시꺼먼 몸에서 융털처럼 솟아오른 금속 촉수에 의해 교황에게 흡수당한 샬럿과 네오딤은 교황의 일부가 되어버림. 


단순히 잡아먹힌게 아니라 샬럿이란 개체의 설정을 흡수해버린거라 세포들로 레이피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됨. 네오딤은 교황을 매그니토 같이 만들어 줌. 



인류저항군이 그랬던 것처럼, 수영대회 현장은 대학살의 피바다로 변모함. 각 종류별 개체가 교황에게 흡수당하고 무장을 했든 말든 닥치는대로 죽임.


이쪽 세계의 철충은 바이오로이드를 죽일 수 없는데, 교황에겐 해당되지도 않았음. 나아가선 자신의 주위에 있는 철충들도 바이오로이드를 죽이게 만들 수 있었음. 교황은 자신의 uid가 부여된, 이쪽 세계관 태생이 아니니까.


대학살을 통해 선전포고를 한 교황은 사령관을 살살 긁음. 진짜 현실에선 너같은 인간은 존재하지도 않고, 기분 나쁜 놈일 뿐이라고. 실제로 너는 만들어진 인간일 가능성이 높은데다 웃는 얼굴이든 박애로운 면이든 불쾌한 골짜기마저 느껴진다고.


그 이후로는 전투의 연속임.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코헤이 개체들을 꾀어내 보란듯이 천사들을 찢어죽이고, 다시 한 번 균열을 습격한 컴패니언과 몽구스, 발할라를 매복을 통해 전멸시키고, 인류 저항군의 각 거점들을 습격하는 등, 철충 세력을 갉아먹듯 이겨나간다는 설정을 고대로 가져와서 저항군을 괴롭힘.


그런 과정과 동시에 라스트오리진의 여러 악역들을 굴종시킴. 오메가를 박살내서 군사로 삼고, 철왕자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각지에 있는 철충들, 연결체 및 위험개체들을 모으고 힘을 키움.


이젠 완전히 라스트 오리진의 사령관과 대척점에 서게 된 거임. 


우세한 건 사령관이었지만 서서히 미쳐가는 쪽은 사령관이었음. 교황이란 놈이 아주 악랄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포로가 되거나 납치를 당하거나 유괴당한 크고 작은 개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가 주기적으로 오르카에 도착함. 


거기에 담긴 모습들을 몇 개만 추려보자면,


너희가 우리 가축들의 씨를 말렸으니 가축과의 이종교배를 통해 수를 늘려라, 라는 명목으로 벌어진 수간,


너희 사령관은 착한게 아니라, 그저 니들 냄새나는 보지에 한 번 박아보려고 그 지랄을 하는거라는, 온갖 모욕적인 말들을 통해 천천히 정신이 파괴당하는 어린 개체들의 모습,


인간 체스, 죽음의 수건돌리기 등등,


지휘말고 자기처럼 직접 현장에서 전투를 하게 만드려는 교황의 술수였음. 비디오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도대체 왜 이러냐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절규였고, 교황은 매번 거기에 이렇게 답함.


나도 너희처럼 애원했다,

너희가 먼저 시작했지 않느냐,

이제 나는 악당인데, 악하게 구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이후에도 전투는 계속됐음. 그러다 한 전투에서 교황은 온몸이 벌집이 되어버리는데, 그렇게 만든 건 레프리콘이었음.


그간의 전투 속에서 레프리콘도 수십 개체가 교황의 손에 죽었었음. 그런데 이번엔 레이피어로 변한 손이 레프리콘의 눈을 뚫어버리기 직전, 레프리콘이 교황을 두고 뭐라고 속삭이듯 말함.


교황이 라붕이었을 시절, 자살 전 보낸 반년 동안, 재회한 여자는 주인공을 '당신'이라고 부름. 


당시엔 여자입장에서 이런저런 부분을 노린 호칭이었지만 그런 호칭을 죽여버리기 직전의 레프리콘이 어떻게 알고있냔 말임. 물론 그냥 일반적인 의미의 '당신'이었던걸 수도 있음.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같은 문장 속의 당신같은.


그런데 레프리콘의 눈은 그런 의미의 당신이 아니라, 명백히 사랑하던 여자가 부르던, 그런 의미의 당신이었음.


벌집이 되어서 잡힌 교황은 당연히 오르카에서 끝도 없이 고문을 당함. 그래도 이젠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고, 알터리움의 내구성과 그간 흡수해온 바이오로이드들의 설정들이 보호해준 터라 몸은 멀쩡했음.


정신이 오락가락하기 시작해서 문제였지.


끝모르는 고문 끝에 정신이 슬슬 오락가락 하려는데 난데없이 레프리콘이 찾아옴. 이번 고문자는 레프리콘인가, 하고 무념한 상태로 있는데, 교황을 데리고 오르카를 탈출함. 여기서 레프리콘은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개체의 피를 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던건 순간이었음. 교황은 직감 함.

이 레프리콘은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환생인 것이라고.

레프리콘도 인정함. 그리고 벌집으로 만들었던거에 사과 함. 그 때는 아직 기억이 오락가락 했었다는거임.


어쨌거나 그 뒤로 라붕이 시절의 인간이 자살한 모습을 보길 바란 듯 집에서 자살한 연유와, 우습게도 자살 이후에 라스트오리진이라는 게임의 레프리콘이란 캐릭터로 환생한 뒤의 저항군 생활 등등, 여러 사연들과 쌓인 감정을 주고받으며 둘은 다시 이어짐.


그리고 마지막 전투를 준비 함. 

전투 전에 오메가를 죽이고, 전투에 쓸 몇몇 연결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철충도 죽임. 


전투의 날, 네오딤의 능력을 사용해 오르카를 통째로 들어올린 교황은 급강하한 레이더에 탄채로 오르카에 침투함.


패배한 사령관과 나눠도 의미없을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강한 개체들도 차례로 죽인 끝에 라비아타만을 남겨놓음.


이제껏 수없이 치른 전투에서 유일하게 일대일로 이기지 못한 개체는 라비아타였음. 네 번이나 패퇴했고 지금의 라비아타는 그간의 라비아타보다 더욱 강하게 느껴졌음.


그랬음. 저항군의 승리를 바라고, 그 제물이 될 철충을 만들어낸, 세계, 혹은 신의 백업을 받고있는거임.


증오로 펄펄 끓던 라비아타는 인간, 교황에게 전투 전 한 가지 부탁을 함. 부디 자신을 전력으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그 명령을 내릴 때 만큼은 당신을 새 주인으로 인식하겠다고.


기꺼이 그런 명령을 내려준 교황은 레프리콘과 함께한 라비아타와의 마지막 일전에서 승리함. 팔을 잃고 곧 죽게 될 부상을 당했어도 이젠 홀가분 했으니 괜찮음. 뭐가 홀가분한지는 잘 몰랐어도.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님. 신이 남아있음. 어디에 있는지는 찾지 않아도 됨. 신의 가호를 받을 존재들이 모두 없어졌으니 알아서 찾아올 것이었음.


목소리가 들림. 사령관은 바로 너 자신이란 설정을 기억하느냐, 이 세계의 사령관은 네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알 것이다. 사령관이 아니라 이 세계 그 자체인, 바로 내가 너 자신이라고.


목숨을 구걸하는 신에게 악당처럼 사악하게 비웃어준 교황은 지금껏 흡수한 모든 개체들의 무기를 만들어내 사방에 투사함.


보이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신의 절규가 들림.

그 뒤는 불타는 오르카에서 레프리콘과 함께 옛추억을 그리며 엔딩. 세계에 금이 가고,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 감.


균열을 제외하고 한 번 파괴된 세계는 숲과 풀, 꽃과 나무, 생생한 자연만이 존재하는 평화 그 자체인 세계로 재탄생 함. 라스트 오리진의 불합리한 설정은 모두 사라졌음. 따라서 레아의 손을 맞잡은 교황과의 사이에서 탄생한 아이도 무사함.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간의 아이는 단명한다, 라는 설정도 사라졌으니까.


레아는 바람.

원래 살던 세계에서든, 한 번 부숴진 라스트오리진을 바탕으로 한 이쪽 세계에서든, 그 사랑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었다고. 언제나 시작점에서만 머물러 있었다고.


다음엔 좀 더 나은 세계에서 태어나 꼭 이루길 바란다고.


마지막은 아이들과 함께 남겨진 소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교황을 그리는 것으로 에필로그 끝.



이런 개씹덕망상같은 이야기를,


다양한 시점에서 내적묘사를 통해 내 입맛에 맞게 디테일까지 최대한 살리면서 쓸려면... 1년은 고사하고 2년도 모자랄 것 같아서 이렇게 정리하고 포기한다...


아이디어로는


자신이 사는 세계가 어딘가에선 게임으로 그려진다는 걸 알게된 스피커와 레아,

흑발에 무서운 타투를 한 범죄조직의 세컨드, 바닐라,

범죄조직의 보스인 단발에 피어싱범벅 사라카엘,

존나 사악하고 역겨운 하치코,

멸망한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유랑극단의 단장 샬럿,

극단원 알바트로스, 써니, 마이티,


그 밖에 여럿 등등...


이전에 썼던 건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없는 망가같은 글이었다는 지적이 있었어서 주제를 사랑의 위대함과 다양성으로 잡고, 동시에 이세계물을 불쾌할 정도로 비틀면서


피폐 함량 40%

일상물 함량 10%

로맨스 함량 50%


로 피폐물로 시작해 일상물 느낌을 내다가 이능력배틀물로 선회해서 로맨스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더라. 구상 자체는 참 재밌게 했고 표지나 삽화도 넣어볼까해서 커미션도 알아봤는데 지금은 뭐...


관심도 못받아서 현타도 오고, 그냥 내가 가진 코드가 지극히 마이너하구나 라는 것만 깨달은 시간이었음. 물론 내 필력이 모자란 것도 한 몫했겠지만...


그러니까 좀 더 가볍게,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그렇게 안써도 되는걸로 다시 짜야겠다.


에휴 글 읽느라 고생했수다. 요즘들어 라스트오리진이나 프리코네같은 미소녀 바글바글 게임에 이상한 불만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