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번째 인간이다.


내가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부른다.


분명 군인으로써 강화인간 프로젝트에 참여 했었는데어느 날 실험용 캡슐에 들어가고 난 뒤 눈 뜨니까 이 상황이다.



 

주위에는 무장한 누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박격포 위에 걸터앉은 핑크머리가 빨강머리를 갈구고 있었고그 옆에 갈색머리들이 엉덩이를 들고 대가리를 박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 지기 직전에 은발 포니테일 누나가 곧 닥터가 올 것이니 잠시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닥터실험이 망했나내 몸에 문제가 생긴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기계팔을 등짝에 단 소녀가 다가와서 자기를 닥터라고 소개했다.


세상이 말세인 것 같다


어떻게 사람이름이 의사 ㅋㅋㅋㅋ

 



닥터가 말하기를 


대충 인류는 휩노스병으로 죄다 뒤져버렸고 바이오로이드라는 유사인류가 있으며 


철충이라는 벌레새끼들이 침공하고 있는데다가별의 아이라는 크툴루 사촌이 바다 밑에 있단다


자기들은 오르카소속으로 최후의 인간을 중심으로 모인 저항군이라고 했다.

 

싯팔 진짜 말세였네 ㅋㅋㅋㅋ 



 

이번에 버려진 군사시설을 탐사하다가 수십개의 동면캡슐을 발견했고 그 중에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나다


나와 같이 실험을 받던 사람들은 전부 동면 중에 휩노스 병으로 가버렸는데 


내가 들어있던 캡슐의 생명유지장치가 철충에 감염되어있어서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닥터가 말해주었다


내가 오리진더스트가 과다 주입된 강화인간인 점도 한 몫 했고 말이다


그런데 실험을 받던 내가 왜 지금에서야 발견되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닥터가 차트를 뒤적이며 나의 의문을 해소 해주었다.



 

당시 정부는 군인을 대상으로 오리진더스트를 과다 주입하여 


기존 강화인간보다 더욱 뛰어난 슈퍼솔저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은 바이오로이드가 개발되자마자 정부에서 그 프로젝트를 폐기했고


당시 실험체들은 다른 활용처를 찾을 때 까지 모두 동면시켰다고 한다



 

싯팔 전날 투약했는데 또 투약한다고 했을 때 눈치 챘어야 했다.


높으신 분들이 다 그렇지 그놈들 믿은 내가 병신이었다.


공짜로 강화시술 해준다고 했을 때 덥석 물지 말걸.... 



 

어쨌든 의도치 않게 미래로 와버린 나는


닥터와 여러 가지 검사와 약간의 질의응답을 하고 정식으로 오르카에 합류하게 되었다.


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최후의 인간이었던 사령관도 만나보았다.



 

사령관은 나에게 부사령관이라는 직책을 주면서


내가 비공식적으로는 “6번째 인간” 이라고 했다.


분명 아까 전까지는 두 번째라고 그랬는데?


내 앞의 인간은 다 어디 갔냐고 물으니


그들은 바이오로이드를 도구 다루듯이 하거나 


인격을 멸시하는 경향을 보여 전부 발견단계에서부터 기밀 처리된 후 제거했다고 한다.



 

뭐요인성검사 조졌으면 나도 쓱싹 되어버리는 거였네?


눈뜨자마자 뒤질 뻔 했다싯팔



 

사령관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내가 제일 정상이라 말하며 


내 검사 결과표를 보여주었다.



 

나의 경우에는 내면의 폭력적인 성향과 이상성욕을 가지고 있어 


“C구역 초입부” 라는 알 수 없는 등급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오로이드를 인격체로 대할 뿐만 아니라


매우 선한 윤리의식과 도덕적 관념으로 이를 억누르고 있다는 결과와 함께 


위험하지만 안전한 인간이라는 모순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뒤로 구르면서 봐도 정상적인 결과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 중에서 내가 제일 안전한 인간이라니....


제거된 놈들은 아마 죽어 마땅한 놈들인 것 이 분명해졌다.



 

오르카에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며 웃는 사령관을 보며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제거당할 것 같아 두려웠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부사령관이라는 부담스러운 직함 때문에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ㅈ된 것 같다.





반응 안좋아도 더 써옴 ㄱ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