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백수인 자기가 왜 끌려갔냐고 하니


이번 전쟁에 참여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전후 복지차원으로 자유를 부여하기로 했는데 법률상 주인에게 무조건 속해야되기에 명분상 당신이 주인이 돼서 그녀들과 같이 지내야된다고 합니다


억지로 군 부대로 끌려가자 그곳에는 곧 전역할 참전용사 바이오로이드들이 마치 품평을 하듯 당신 외 여러 남자들을 눈으로 흘겨보고 팔을 만지작 거립니다


당신 또한 전쟁에 참여한 바이오로이드들을 눈으로 흘겨보고 괜히 주객전도를 시전하려다가는 그대로 턱이 위아래로 찢겨질 것 같아 명령으로 노예삼으려는 생각은 일찌감찌 포기했습니다


애초에 부대에 들어가기 전에 허튼짓하지 말라는 속셈으로 정부 사람들이 손을 묶고 입마개까지 해버렸는걸요


그러다가 한 바이오로이드가 당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유심히 살펴보더니 당신을 주인으로 채택하였습니다


그 바이오로이드는 왼쪽 손목이 날아간 레프리콘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음흉함도 살짝 보입니다


당신과 당신을 지목한 바이오로이드는 같이 간단한 서류 작성을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방에는 아직도 묶여있는 당신, 당신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 좋은 듯이 웃고있는 레프리콘, 그리고 당신을 억지로 데려온 공무원이었습니다


서류를 다 쓰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서명만 필요하게 된 상황이 되자 공무원은 당신의 구속을 풀고 당신은 이 바이오로이드를 소유하겠다는 서류에 서명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펜을 들려고 하자 레프리콘은 귀에 대고 허튼짓할 생각하지는 말라고 조용히 속삭인 후에 귓바퀴를 살짝 핥았습니다


명령을 내리고 도망칠 기회는 지금 뿐입니다


당신은 어떡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