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많이 짧은 단맛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삶에서 누리는 쾌락이란 여러 것들이 있다. 살과 살을 섞는 야릇한 쾌락과 목표한 것을 달성하고

얻는 성취의 기쁨, 그리고 가볍게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것까지.


무수히 많은 즐거움 사이에서 혀로 느끼는 맛의 즐거움 역시 놓치기 힘든 쾌락이다.

나는 주인께 혀로 느끼는 즐거움을 진상하기 위해 창조 되었다.


"후우..."


뜨거운 불 앞에서 조리를 하는 것은 고된 노동이지만, 이 일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인이 드실 식사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것만이 주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어머, 벌써 시간이..."


심혈을 기울이며 요리에 집중하니 어느덧 주인과 약속한 식사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모처럼 갖는 주인과 나, 단 둘만의 식사 약속. 그것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이후로 처음인가..."


불경하게 주인을 기만한 나를 용서하고 품어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지금의 식사 약속은 상상도 하지 못할

호사와 다름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방되어도, 아니. 죽어도 할 말이 없는 대죄를 주인께선 너그러운

미소와 마음으로 보듬어주었다.


"그럼 마무리로 숨김 맛을..."


하지만 내 손이 멈칫했다. 과연 숨김 맛을 쓸 필요가 있을까? 숨김 맛은 그동안 주인께서 내려주신 사랑을

기만하는 것. 다른 이들이 용서하고, 주인이 용서한다 하더라도 스스로가 용서하지 못했다.


"후훗... 역시 숨김 맛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그래, 숨김 맛에 어울리는 최고의 양념은 이런 약품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어서 와 소완! 이야~ 맛있어 보이네."


"늦어서 죄송하옵니다. 준비에 다소 시간이 걸려서.."


쟁반에 정성을 들여 배치한 음식들을 들고 주인의 방에 찾아가니 주인께선 방금 업무를 끝낸 모양인지

아직도 정복을 차려 입고 계셨다. 


주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간이 식탁의 앞으로 다가와 내가 앉을 자리를 살며시 빼주었다.

이런 가볍고 소소하지만 나를 생각하는 주인의 마음씨가 내 마음을 요리한 것이겠지.


"정말 맛있다. 역시 소완이 해줘서 그런가?"


밝게 웃으며 내가 한 요리를 드시는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내게 참을 수 없는 기쁨이 되었다.

본래 요리를 좋아하기도 했고,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 한 요리를 대접하는 것은

역시 참을 수 없는 충족감을 주었다.


"후훗.. 감사하옵니다. 이번엔 조금 새로운 숨김 맛을 넣었습니다. 어떠신지요?"


"음~ 숨김 맛인가.. 혹시 지난번처럼 그런 것들을 넣은 것은 아니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주인의 얼굴을 보며 나는 살며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때 그 기억은 주인에게

강한 인식을 남겼는지 여전히 숨김 맛이라면 놀라시곤 하셨다.


"당연히 아니옵니다. 그런 것들은 주인을 기만하는 것. 이젠 소첩의 목이 떨어진다 해도 넣지 않겠나이다."


"그럼 혹시 새로운 양념인가? 음..."


내 대답에 만족하신 듯 미소 지으며 다시 요리를 한입 크게 드시는 주인님을 바라보며 나는 수저를

내려놓고 그저 주인을 바라보았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표현이 정말이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아! 알겠다. 새로운 향신료를 넣었구나?"


주인께서 수저를 내려놓고 손뼉을 치며 말씀하셨다. 과연 주인님 답게 새로운 향신료가 들어간 것은

눈치채셨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새로운 숨김 맛은 아니었다.


"후훗, 새로운 향신료를 넣은 것은 맞사옵니다. 허나.. 숨김 맛은 아니지요."


"으~ 도저히 모르겠다. 알려줘~"


어느새 주인은 식사를 멈추고 내게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며 나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의 품 속에 안겨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그에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이번에 넣은 새로운 숨김 맛은.. 소첩의 사랑이옵니다. 주인을 연모하는 소첩의 마음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나이다. 식사는 마음에 드셨사옵니까?"


주인은 내 대답에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듬직한 손이 내 얼굴을 쓸어 내리면

내 마음 역시 함께 녹아내려 함께 쓸어 내려지는 것 같았다.


"물론이지! 정말 맛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어. 그럼, 후식은.. 소완으로 해야 할까?"


주인의 달콤한 입맞춤이 내게 새로운 쾌락을 전달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요리를 진상하는 성취감과 전혀 다른, 새로운 육체의 쾌락이 시작되었다.




소완의 숨김 맛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