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전 대충 사회 https://arca.live/b/lastorigin/28379117?target=nickname&keyword=%EC%B4%88%EC%BD%94%EB%A9%94%EB%A1%9C%EB%82%98&p=2


페미니스트 vs 김지석 https://arca.live/b/lastorigin/28448578?target=nickname&keyword=%EC%B4%88%EC%BD%94%EB%A9%94%EB%A1%9C%EB%82%98&p=2



※ 2차 창작입니다. 공식이 아니라 설정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의 요리사부터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회장들의 비서까지 바이오로이드를 찾기 힘든 곳이 없어졌다. 하지만 김지석은 언짢았다. 그가 만들어낸 것들이 사회에서 받는 취급 때문에? 아니,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인간을 위한, 오로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게 권리를 쥐어줘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에게 바이오로이드는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뭐가 그를 언짢게 만드는가?

  답은 그 상품을 훔쳐가려는 자들이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성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수많은 회사들이 삼안의 바이오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양산형 바이오로이드를 만들고 있다. 물론 아류에 불과한 그것들의 성능은 삼안의 정품과 비교한다면 치욕스러울 정도로 뒤떨어졌지만 그 덕분에 바이오로이드라는 존재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면? 가뜩이나 바이오로이드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인권을 부여하면서 자신들을 고귀하게 만들려는 인권단체와 자신들의 상품적 가치가 깎일 것을 두려워해 시끄럽게 짖어대는 같잖은 여성단체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태에서 그 아류작들이 사건을 일으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아류작뿐만 아니라 삼안 산업에게까지 들이닥칠 수 있다.

 그는 방금 업데이트된 신문 기사들을 읽던 중 아주 불편한 기사 제목들을 발견했다.


 [바이오로이드가 중학생 집단 공격, 다섯 명 부상입은 심각한 사건]

 [바이오로이드에게 깔려죽은 남자]

 [바이오로이드에 미쳐 집안살림 다 팔아먹은 남자]


 기사 속 바이오로이드들 중 삼안 바이오로이드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언론사에서는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이 모든 사건이 바이오로이드들의 존재 자체가 잘못이라는 듯 바이오로이드들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었다. 물론 기사의 댓글들 역시 바이오로이드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cjfskacnd123 : 이러다 바이오로이드들이 반란일으켜서 나라 망하는거 아닐런지... 좋아요 155 싫어요 15

 gkssu96 : 바이오로이드 있어서 뭐할건데 그 돈으로 현실여자 만나는게 낫지 않아? 좋아요 148 싫어요 12

 rmscjq586 : 후... 이게 다 토착왜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미국이니 일본이니 이런 나라들이랑 합작으로 만들어낸 것들을 어디 믿을 수 있습니까? 노력은 안하고 바이오로이드 만지기나 바쁜 자들이 청년이라니 걱정이군요... 좋아요 130 싫어요 59


 댓글 따위는 무시하더라도 이런 기사 자체가 많이 나오는 상황은 좋지 않다. 대형 언론사 대부분은 입막음을 해놨을지 몰라도 중소 언론사들이 계속 이런 날조 반 진실 반 섞인 글을 올린다면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여론 악화는 시간문제다. 그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자신의 인간 비서를 불러들였다.


 "회장님, 언론사 문제라면 대형 언론사 쪽에는 미리 연락을 해 삼안과 관련없는 기업의 소행인 걸 확실히 하라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의원들한테 연락 좀 넣어봐. 오늘 저녁에 한 번 만나야겠어."


 그날 저녁 서울의 유명한 식당에 국회의원 여섯 명과 검사 세 명이 모였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간단한 인사를 하며 김지석이 잡아놓은 가장 큰 방에 들어갔다.


 "의원님들, 게다가 검사님들까지, 어떻게 요즘 잘 지내십니까?"


 먼저 와 자리에 앉아 있던 김지석이 일어나 인사를 하자 의원들은 웃으며 그를 반겼다. 인사치레를 끝낸 그들은 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의원님들, 제가 드린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떻게 만족스러우신지?"


 "허허, 자네가 준 금란인가 하는 아이 덕분에 요즘 밤이 즐거워."


 "자네가 만든 알렉산드라 덕분에 그렇게 공부에 관심없던 우리 큰애가 전교 1등을 해왔지 뭔가. 검사 집안 망신살 뻗칠 뻔 했는데 자네 덕에 살았어 김 회장."


 의원들의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다. 김지석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저, 의원님들. 그렇게 성능이 뛰어나고 만족스러운 바이오로이드들이 요즘들어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그 바이오로이드들에 대한 문제로 끝나면 다행인데, 아직도 바이오로이드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자들이 너무 많아서 그 불똥이 저에게까지 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김 회장?"


 "허가받지 않고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드는 저 떨거지같은 회사들을 좀 정리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성능 면에서 저희 산업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지는 저것들 때문에 저희 회사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꼴은 절대 못 보겠습니다."


 "흐음,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꼴이 좋지는 않아서 말일세. 게다가 뭐 적당한 법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언제까지 그것들이 만드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성능이 나쁘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언제나 삼안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뛰어날거란 보장도 없을텐데?"


 김지석은 의원들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래서 그는 준비한 비장의 패를 꺼냈다.


 "들어와라."


 김지석의 말이 끝나자 옆방에서 블랙 웜 기체와 천향의 히루메 기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번에 삼안에서 만들어낸 배틀 메이드 기종과 컴패니언 기종입니다. 꼭 의원님들께 먼저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번에 데려왔죠."


 김지석의 예상대로 의원들은 그녀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지석의 눈짓에 두 바이오로이드는 의원들의 빈 술잔에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허허, 우리가 김 회장을 너무 얕봤나싶어. 그래, 이런 바이오로이드는 김 회장이 만들 때 가장 잘 만드는구만."


 "김 회장, 언론은 아무 걱정 말고 자네는 사업에나 집중하세. 이런 참된 사업가 지켜주는게 정치인들이 할 일이 아닌가."


 김지석은 비웃음을 삼키고 애써 웃는 얼굴을 하며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다음 날 오후 뉴스에 바이오로이드 산업에 관한 새로운 법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법의 내용은 국가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이었다. 법 개정에 대한 이유로는 인간성과 인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나왔지만 어젯밤에 나타났던 '진짜' 이유는 등장하지 않았다. 김지석은 그 뉴스를 보며 콘스탄챠 S2기종이 따라주는 와인 한 잔을 홀짝였다. 바이오로이드 독점이라는 여러 울부짖음이 있었지만 김지석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니, 듣기 싫었다는 표현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