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 누나!"


10살 언저리 되보이는 소년의 외침이, 사당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곧이어 사당 안에서 젊은 무녀가 걸어나왔다.


그 무녀는 아리따웠다.

찰랑거리는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 무녀는 아리따웠다.

풍만한 몸매와 꼬리를 갖고 있었다.


그 무녀는 아리따웠다.

둥글게 휘는 그 눈매는, 사람을 홀렸다.


마치, 여우같은...

정확히는, 여우보다 더 여우같은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이, 소년의 부름에 응했다.



"왜 그러느냐, 꼬마야."


"안녕!"


"...?"


"이 말 하러 왔어! 안녕!"


"...어. 어어... 잘 가거라."



이게, 둘의 첫만남이었다.



소년은 날이 갈수록 빠르게 커갔다.

이젠 중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만큼 컸다.

어릴 땐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선 인사했던 소년은,

이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찾아왔다.



"무녀 누나. 안녕."


"그래. 너였구나."


"요즘 뭐하고 지내?"


"첩은 사당을 지키고, 고귀한 존재를 모시며 지내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금방 가까워졌다.

무녀는 사당에서 신을 모시는 존재.

그런 그녀에게 있어, 바깥 얘기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소년은 그런 바깥 얘기를 곧잘 해주었다.



"그 꼬리... 역시 누나는 구미호인거야?"


"그렇다."


"그럼 신기한 요술같은 것도 쓸 수 있어?"


"그렇다."


"오... 한 번만 보여줘!"


"그렇... 으응?" 



가끔 소년은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

머리를 쓰다듬게 해달라던가,

꼬리를 쓰다듬게 해달라던가.

심지어는 안게 해달라던가...


무녀는 그런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요구를 받아주었다.

이상하게도 소년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요구를 들어주는 자신도 기분이 썩 괜찮아졌기 때문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소년은 점점 더 자라서, 어느새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되었다.



"누나, 이제 나도 제법 어른스러워지지 않았어?"


"그걸 묻는 행위가 어린아이같은 짓이거늘."


"...끄응."



하지만, 소년이 아무리 커 봤자, 

무녀에겐 그때와 다를 바 없는, 소년으로만 보였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점점 무녀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했다.

무녀는 신을 섬겨야만 하는 몸.

그렇기에 소년의 구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읏."



하지만, 무녀는 그런 소년을 볼수록

이상하게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은 더 흘러서...

소년은 어느새 40살이 되었다.


더이상 소년은 오지 않았다.

무녀의 마음 속은 점점 텅 비기 시작했다.



"...일이 바쁘기라도 한 것이느냐."



바이오로이드에게 있어 30년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10배에 달하는 수명.

그 수명은,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시간감각에 차이를 주었다.


하지만, 무녀에게 있어 그 찰나의 시간에 생긴 감정은...



"...보고싶구나."



평생을 갔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몇 달이 되서야.

무녀는 자신이 그이를 사랑했음을 깨달았다.

애석하게도.



시간이 점점 더 흐르기 시작하고...


어느새, 사당에 그이의 발이 끊긴 지 10년이 더 됐다.



무녀는 자신의 본업에 충실해지기로 결심했다.

그 날의 설레임은 모조리 접어두고,

철저히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

그렇게 괜찮은 척을 하며, 몇달이 흐르자...



"...?"



하늘에 구멍이 생겼다.







무녀는 자신의 법구를 들고, 사당을 지키기 시작했다.

파도같이 밀려오는 적들을 자신의 불로 정화했다.


무녀는 자기 자신이 생각보다도 강하단 걸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사당을 내려가서 그이를 찾으러 갔다.

자신의 힘이라면, 아무리 적들이 몰려와도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무녀는 생각했다.

어찌보면 미련한 짓일지도 모른다.

이 넓은 땅에서, 어찌 한 사람을 찾겠는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한 행위였다.


하지만,

찾으러 가야만 했다.

그렇게 무녀는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몇주가 흘렀고...

재회는 의외의 곳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