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리리스 커피 좀 가져다 줄래?
리: 노움 씨 커피 두 잔 갖다 주시겠어요?
사: 아니 작가님은 니 시다바리가 아니거든.
리: 저도 주인님의 시다바…! 리는 맞네요.
사: 아니, 미안하다. 내가 직접 타올게.
pd님 아직 시작 안 했지? 했다고?
리: 항상 갑작스럽게 on으로 돌린다니까 저 사람.
사: 방송은 시작했지만 커피는 타와도 된다고? 그래도 돼?
리: 거기다 막무가내에 제멋대로야. 라디오 이런 식으로 계속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사: 아… 그럼 오프닝은 리리스한테 맡기고. 잠깐 갔다올게.
리: 어? 진짜요? 나 혼자?
사: 응. 오프닝만 진행해줘. 노래까지.
방송이 오르카호 라디오 채널을 통해 송출 중임에도 사령관은 문을 열고 방송실을 나간다.
당황한 리리스는 몇 초간 허둥지둥 하다가 대본을 손에 쥔다.
리: 아아, 크흠.
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오르카 라디오 17화.
오르카 미인대회 3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리리스 랍니다?
리: 응? 16화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리: …… 오호호 주인님이 없으니까 어색하네요.
혼자 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건줄 몰랐어요.
것도 그런게 티키타카가 안되잖아요?
리: …………….
사실 미인대회는 제 망상이랍니다?
3회나 개최한 전통있는 대회가 아니에요.
그냥 한다면 제가 우승하지 않을까 해서 말해본 거에요.
이럴 때 주인님이 계셨다면 ‘그런 게 있었어?’ 하고 물어 보셨겠죠?
리: ………………
다시 몇 초간 정적.
탈론페더가 유리면 너머에서 손에 쥔 대본을 흔든다.
리: 아아~! 큰 일이야! 방송 사고가 돼버려!
노래 듣고 올게요!
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러브 윌 쇼 유 에브리띵!
~~~~ ♬♬♬♬ ~~~~
노래가 흘러가는 동안 사령관이 커피 두 잔을 쥐고 들어온다.
리리스는 손에 대본을 꾸깃 쥔 채로 책상에 엎드려 좌절하고 있다.
사: 응. 노래 뭐라고?
아, Jennifer Love Hewitt 의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 듣고 왔어.
왜 그래, 리리스?
리: 아뇨. 잠깐 방송 사고가….
사: 들으면서 갔는데 딱히 사고는 없었는데?
리: 저 몇 초간 조용했잖아요.
이렇게 계속 말을 안하면 공중파에선 방송사고라 부르지 않나요?
사: 아니, 공중파는 딱히 없잖아….
우리가 유일하게 남은 방송국이니 공중파는 맞나….
뭐, 아무튼.
리리스가 고작 말을 안 하는 건 방송 사고로 치지도 않으니까 걱정마.
리: 진짜요?
사: 응. 오히려 말을 좀 줄여줬으면 싶을 정도야.
리: 너무해!
사: 제멋대로 하는 라디오니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방송 중에 커피 타러간 나도 문제잖아.
자, 여기 리리스도 한 잔.
설탕이랑 프림 한 스푼 씩. 맞지?
리: 아니지만 고맙게 받을게요.
후룩 커피를 마시며 잠시 마음의 안정을 찾는 리리스.
대본을 넘기며 잠시 오늘의 진행을 훑어보는 사령관.
사: 아, 또 말을 안하고 가만히 있었네.
미안.
모두가 듣고 있는데 방송실의 정적만 들려줘서.
리: 주인님은 정말 아마추어시네요.
사: 아마추어 맞아.
새로 온 노움 작가님이 써준 대본을 보고 있었어.
리: 저, 조금 긴장했다구요?
pd님에 이제는 작가님까지 생기고
어엿한 코너와 구성이 생기니 아! 이젠 제대로 해야겠구나! 하고 완전 부담만땅이었어요!
사: 그동안엔 제대로 안 한거구나….
리: 좀 대충한 감이 있긴하죠?
사: 역시 게스트는 매주 바꾸는게 맞을까….
리: 헤? 저요? 이제와서요?
사: 아니, 너는 이제 메인이잖아.
매 회마다 오는 다른 게스트를 말하는 거야.
리: 아아~ 휴우~ 조금 상처받을 뻔~
뭐, 주인님이 매번 갈구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지만요~!
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리리스는 갈구지.
리: 너무한 주인님이네요~
사: 본인이 그렇게 하길 원하거든.
난 부하의 요망에 따라주는 둘도 없는 상사다.
리: 아니, 말로 갈구지 말고 몸의 대화로!
업무적인 걸로 위에 구멍날 만큼 갈굼 당하는 건 싫어요…!
사: 그럼 일을 제대로 하라고! 업무 중에 항상 안기려 들지말고!
리: 찰싹 붙어야 더욱 경호가 잘되는 걸요!
사: 그 정도까진 용인한다 치자.
그 손이 여기저기로 침투하니까 문제잖아.
무기를 쥐고 있어야 할 손이 왜 자꾸 옷으로 들어오는 건데.
리: 그 안에 누가 폭탄을 설치하지 않았나 확인하려구요.
그럼 위급 상황이잖아요?
사: 누가 총사령관의 몸에 그런 걸 설치하겠냐.
리: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주인님이니까.
누군가는 그 영향력을 노리고 다리 사이에 씨포폭탄을 설치했을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콱 움켜쥐어 확인하는 거랍니다.
사: 어디까지나 당당한 저런 모습이 싫어…….
자, 오늘의 게스트.
벌써 기다림에 한계가 온 것 같으니 불러볼까.
리: 이리 오세요~~
방송실의 문이 벌컥 열린다.
그 안으로 우르르 들어오는 작은 바이오로이드들.
사: 응. 자기소개부터 할까?
LRL: 짐은 전생에 궁극의 드래곤이었느니라!
누구도 퇴치 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 최강 최고 최악의 드래곤이었지!
그러나 타락한 마검을 뽑은 용사의 손에 쓰러지고
5만년이란 유구의 세월이 흐른 뒤
이 LRL이란 바이오로이드의 몸에 들어온 드래곤이자 바이오로이드!
누구도 짐을 막을 수 없느니라!
이름은 흑룡 바이켈니드!
최강 최악 최고 최선 최…!
리: 네~ 최최최최드래곤씨 어서 오시고~
그 다음은?
L: 아직 안끝났느니라!
사: 너무 길잖아…
한 마디로 줄이면?
L: (시무룩) 최강의 흑룡 바이켈니드라 불러다오.
사: 그것도 기네.
그냥 LRL이라 부를게?
LRL: 응…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 아니, 그 전생자 설정은 알겠는데 말이야….
다 풀자면 너무 길고.
청취자 분들한테 납득 시키기도 어려우니까.
응. 다음에 따로 LRL만 초대해서 그 방대한 설정과 세계관을 들어보도록 할게.
LRL: 진짜인가? 짐의 정체를 드디어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건가?
사: 응. 뭐… 한 20화 뒤에는 할 테니까.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자.
엄청 긴장해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리: 길었네요.
다음 분?
엘리 퀵핸드: 안녕하세요. 저는 엘리 퀵핸드라고 해요.
좋아하는 건 홍차.
장래의 꿈은 멋진 숙녀가 돼서 그분께 어울리는 여자가 되는 것이랍니다.
모두 잘 부탁드려요.
사: 응. 그 다음은?
하치코: 하찌꼬에여! 모두 잘 부탁드려요!
리: 네~ 마지막 분?
안드바리: 안녕하세요.
오르카호의 보급 담당을 맡고 있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꼼꼼이, 청소 담당 안드바리에요.
오늘은 열심히 할게요!
사: 꼼꼼이? 발할라에는 그런 담당도 있어?
안: 레, 레오나 언니가 붙여주셨어요!
항상 게으르고 물건을 그대로 방에 던져두고 어지럽히는 언니들 때문에 제가 고생하니까…!
오늘부터 내가 발할라의 꼼꼼이, 청소 담당이라고.
게으른 언니들을 혼내고 닦달하고 대청소를 시키는 중대한 역할이라 했어요.
리: 호오~ 발할라 고것들. 하얗고 깔끔한 건 제복 뿐이었군요.
안: 저, 정말 그렇답니다?
바닥에는 머리카락 투성이. 팬티는 그냥 벗어놓지. 옷은 의자에 대충 걸려 있지!
저는 더러운 방을 보면 못 참는 성격인지라 그만 나서고 말아요!
사: 응, 꼼꼼한 건 좋지.
꼼꼼이 안드바리와… 오늘은 게스트가 많네.
리: 우리 하치코, 흑룡 뭐시기, 엘리 씨, 안드바리 씨네요. 네 명.
L: 뭐시기가 아니다! 흑룡! 최강 최악 최고의 바이켈니드…!
리: 뭐 그리 수식어가 많나요.
오늘을 위해서 안대까지 바꿔오시고.
복장까지.
사: 아~ 듣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LRL이 오늘은 꽃단장을 하고 왔거든.
검은 고스로리 드레스에 안대는 새까만 색이야. 불편하지 않아?
L: 짐은 태어날 때부터 이랬느니라.
불편한 건 전혀 느끼지 못하지.
사: 응. 말하는 사이에 엘 리가 모두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네.
응, 고마워.
잔이 예쁘네. 꽃도 있고.
엘: 네. 이번에 탐사에서 구해온 귀한 영국제 티세트 랍니다?
차 동호회 부원 분들이 힘써 주셨어요.
사: 맞다, 그 동호회는 잘 되고 있어?
엘: 물론이에요.
허락해주신 사령관 님 덕택에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
사: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감사는 받겠지만.
부원은 누가 있니?
엘: 금란 씨, 카엔 씨, 므네모시네 씨, 마지막으로 소완 씨가 있답니다.
사: 허어… 조용하고 차분한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였구나.
리: 그 여자, 결국 동호회에 가입한 거군요.
사: 그렇게 있으면 어떻게… 대화는 잘 되니? 다들 활기차고 막 나서는 성격은 아니니까…
엄청 어색할 것 같은데.
엘: 물론 조용하신 분들이세요.
그치만 다들 제 말에 따라주시고, 차의 맛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숙녀분들이에요.
얼마 전에는 탐사도 같이 다녀왔는 걸요?
사: 아 맞다… 보고서에 나와 있었지.
참 이상한 라인업이네 하고 생각은 했는데.
엘: 아, 얼마 전에는 리제 씨도 신청하셨어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아 있었거든요.
사: 아니…… 그건 좀……~~ 고려해 보는게 어떨까?
엘: 왜 그러시죠? 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리: 그 여자는 받지 마세요.
이거 완전 늑대와 양의 퍼즐!
엘: 그게 무슨 뜻이죠?
사: 둘만 남겨두면 둘 중 한쪽은 잡아먹힌다 이거냐.
리: 그 말이죠!
리제와 소완이 싸우지 않는 상태로 부원 모두를 안전하게 강 너머로 옮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사: 엘 리가 잘 조율하겠지… 부장이니까.
엘: 네! 맡겨만 주세요!
사: 그런 고로 잼민…… 어린이 특집을 하고 있다.
대본에 써있는 대로 읽은건데.
잼민이가 뭐야?
리: 어린 애들을 멸망 전에는 그렇게 불렀대요.
사: 사전에 있는 단어야?
리: 유행어 같은 거 아닐까요? 일종의 은어?
사: 어감은 귀엽고 맘에 드는데 말이지.
잼민이… 잼민이…….
하: 쭈인님! 하치코 배고파요!
사: 응. 근데 저녁은 두 시간 전에 먹고오지 않았니?
리: 이 놈 하치코!
지금은 방송 중이에요! 그런 말하면 못써!
하: 그치만 배고픈 걸요!
엘: 하치코 씨? 여기 홍차와 어울리는 쿠키가 있답니다?
제 것까지 드릴게요. 맛을 음미해 보시겠어요?
하: 와! 감사함니다!
사: 정신이 없네.
게스트가 이렇게 많으니까.
리: 그치만 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유치원 선생님이 됐다는 기분으로!
이 놈 LRL! 대본으로 종이 접기 하지마!
L: 히이익…!
지, 짐만 한 게 아니니라!
여기 안드바리도 같이 했어!
안: 아아…! 저, 저는 LRL님이 권하니까 재밌어 보여서!
사: 응… 해도 돼.
비행기도 접고 막 날려.
리: 주인님 포기하면 안 돼요!
게스트 소개는 마쳤으니 노래 듣고 올게요!
L: 아! 노래는 내가 골라왔느니라!
사: 그래? 그럼 한 곡 정돈 틀어줄게.
L: 와!
강식장갑 가이버의 오프닝을 틀어주길 바라느니라!
리: 강식…… 뭐?
사: pd님. 그런 노래 있어?
찾아보겠다고?
응. 기다릴게.
하: 쭈인님!
사: 어? 응.
하치코. 왜?
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찌코 즐거워요!
사: 응. 나도 와줘서 고마워.
그건 좋지만.
진행이 될까 모르겠네.
리: pd님이 노래 찾았다는데요?
사: 응. 그럼 듣고 올게.
강직… 뭐라 그랬지?
L: 강식 장갑 가이버의 오프닝이니라!
사: 듣고올게.
Yo Reiri 의 Waiting For
~~~ ♬♬♬♬~~~~
ㅡㅡㅡㅡㅡ
큰일이야
이 멤버로 안끊고 언제까지나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아
다들 캐릭터성이 확실한 애들이라
라오가 이래서 참 좋아
쓰고 싶어지는 캐릭터성
이쁜 애들
암튼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