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오르카의 여성들
그곳에 혼자 남자인 사령관.

누가 들으면 꿈 같은 세계관이지만
사령관에겐 이제 서서히 지옥으로 변하고 있었다.
지휘부의 기싸움은 과거 주인공이 데이터베이스 속
여초의 기 싸움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조심스없게 내딛는 것.

이것만으로도 사령관은 너무 피곤했다.
말 한 마디가 여초 특유의 방아쇠가 되어
서로 사령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현실.

사령관은 이 꿈 같지만 지옥같은 현실에
기가 다 빨려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같은 성별의, 자신과 고충을 함께 해줄
동성 친구를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저보고 남장을 하라구요..?"

리리스는 뜬금없는 사령관의 남장 요구에
당황했다.
그냥 평소처럼 사령관의 뒤에서 조용히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뿐인데
사령관이 한 숨을 쉬며 남장을 부탁했으니까.

"주인님...그런 취향이시군요...?"

리리스는 다 알겠다는 듯이 귀엽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그런 취향 아니니까..."

"그럼 어째서...?"

"그냥...동성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너도 알겠지만...남자는 나 혼자니까 조금 외로울 때도 있거든.
뭐랄까...육체적 외로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말로 잘 설명이 안 되네.."

"아니에요. 주인님.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막말로 저희도 남자없이 생활을 몇년이나 했는데요."

그렇게 다음날, 리리스는 보련은 헤어샾에 갔다.
긴 머리를 주인님의 부탁을 최선을 다해 이행하기 위해
보련에게 1000참치캔이나 주고 보이쉬하면서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보브컷 단발로 머리까지 잘라버렸다.

"와...내가 머리 했지만 잘 생겼네!"

보련은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헤어스타일링에
속으로 'ㅂㅈ를 찢으며 개추 www'라고 생각했다.

거울속 리리스는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미소녀로 재탄생했다.
그 뒤 찾아간 오드리의 옷가게.
가장 깔끔한 정장으로 한 벌.
가슴은 스포츠용 브라로 타협했다.

"음...보이쉬한...느낌은 나긴 나는데..."

그렇게 사령관실에 근무를 향하는 리리스.

"주인님 리리스가 왔어요."

"오...리리스!! 바로 그거야!
아 그리고 나에겐 앞으로 '님'을 붙이지마."

"네..? 어째서..."

"난 친구같은 관계를 원해. 주종관계는 질렸어."
"그냥 주인이라고 해봐."

"알겠어요..주인....ㄴ..ㅣㅁ.."

"음...하여간 남자처럼 행동해줘."

***

남자처럼 행동하는건 뭘까?
리리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으아아앗!!!! 거기 조심하라고!!!!!"

붉은 단발의 머리카락의 호리호리한 몸매,
눈물점을 갖고 있는 오르카호의 뉴페이스
장화가 리리스에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최고의 보안 요원다운 리리스의 순간반응으로
넘어지는 장화를 가볍게 피한 뒤
리리스는 장화에게 괜찮냐고 말을 걸었다.

'남자답게...남자답게...남자...남자...'

리리스는 한 손으로 장화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가볍게 장화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니? 꼬마 아가씨."

"으...으익!!! 뭐라고 하는거야!!!"

장화는 리리스의 품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숙소로 향했다.

'뭐야...얼굴이 뜨..거워...뭐지...'

***

재미있을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