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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만화를 참고해서 만든 소설입니다.

호드의 도입부가 끝난 뒤 발할라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 이 만화의 끝에서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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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부대 호드, 명령한 지역의 위력 정찰을 마쳤다."

[고생했어, 칸. 그리고 다들.]


사령관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고생했어. 이제 나머지 지형에 대한 정찰은 스카이나이츠에게 맡기도록 할게. 이제 돌아와도 좋아. 물론 중간중간 휴식도 잊지말고]

"확인했다. 혹 돌발상황이 생긴다면 바로 보고하도록 하겠다."

[부탁할게]


툭. 사령관의 무전이 끊기는 소리가 칸의 귀에 들렸다.


"하아... 이걸로 이번 임무도 끝났네요. 대장."

"하아~ 빵빵 쏴보고 싶었는데, 결국 그럴 상황이 안 나왔네. 혹시 가는 길에 안 나오려나?"


그런 말을 하며 워울프는 마치 손에 두 자루 권총을 쥔 마냥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사방 팔방으로 파닥이기 시작했다.


"너 또 이상한거 봤지!"

"어허! 이상한 거라니? 이건바로 건-카타라는 것..."

"대장! 쟤 좀 말려봐요! 쌍권총가지고 저랬다가는 우리 몸에 도넛 생기는 건 시간문제일 거라구요. 어쩐지 아까전에 그놈 상대로 헛짓거리 하려는 것 같더라!"

"하아...뚫리는 건 처녀 만으로도 충분한데..."

"저 바보까지 진짜!"


그렇게 짧은 탄식과 함께 퀵 카멜이 포를 내려놓고 이마를 짚었다. 칸은 그런 그녀들을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나저나 이제는 정말 잘 싸우는군."

"누구, 저요? 아니 저희들이요? 에이 대장, 전투 중에 계속 정신없이 뛰어다녀서 아군 조준도 흔들리게 하는 바보 하나랑, 하루 종일 야한 사...읍!"


순식간에 내려온 탈론 페더가 카멜의 입을 막았고, 카멜이 갑작스런 기습에 버둥거리며 그녀를 떼어내려는 모습을 보면서 칸의 머리가 끄덕였다.


"최근들어 전투의 동선과 연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더군다나 아까 전의 워울프가 만들어준 빈틈, 잘 파악해서 단숨에 섬멸하지 않았나."

"윽,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거다. 나를 믿고, 동료를 믿어라. 그리한다면 전의 전투와 같이 완벽하게 한 몸이 되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거다."


마치 예전에 나와 싸웠던 너희들처럼. 칸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삼켰다. 이제는 잊어버려야 할 과거의 잔재였을 뿐이니까.

재생산된 부하들이었고 경험은 서로가 달랐지만 그녀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하나여서 였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의 호드의 전투방식은 예전 그녀와 함께 사막과 초원을 누볐던 옛 그녀의 부하들과 점점 더 닮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적으로 늘어, 지금에 와서는 단순한 전투양상만 본다면 전과 다를바가 없을 정도였다.


"들었지 바보? 나도 할 때는 한다니까."

"하아...대장...살려줘요."


끝나지 않는 바보 대전에서 시선을 돌린 칸의 시야에, 천천히 자신의 기기를 정비하며 복귀 준비를 하는 샐러맨더와 전투 직전에 준비했던 수류탄의 안전핀을 죄다 제거해 버린 바람에 깔깔거리며 철충들의 잔해를 터트리는 중인 하이에나가 들어왔다.


"후우, 이제 지쳤어요. 빨리 잠수함으로 돌아가서 씻고 싶네요 대장님."


카멜과 투닥대서 엉망이 된 옷을 대체 언제 주름까지 폈는지 깔끔한 모습이 된 탈론 페더는 칸의 옆에 다소곳이 내려앉으며 말했다.


"저 둘이 그만 싸운다면 그러도록 하지 페더. 너도 고생했다."

"저야 하늘에서 안전하게 부대원들을 지원할 뿐인데요. 오히려 고생은 대장님과 나머지 대원들이 다 했죠."

"총알이 빗발치고 화약냄새가 매캐한 곳만이 전장은 아니지. 부대원들을 지키기 위해 하늘에서 홀로 외로운 전쟁을 치루는 것, 잘 알고 있다. 고생했어."

"아아...대장님..."


착각인가? 탈론 페더의 눈에 하트가 눈동자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환영이 보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카멜과 워울프의 화해까지 끝나고 둘의 알 수 없는 시선이 오가고 나서야, 호드는 오르카로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칸이 어찌 알 수 있었을까. 그녀가 오르카로 복귀하고 나서 무슨 일을 겪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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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조심해"

"네"


눈보라가 내려치는 설원 위에서, 레오나와 발키리는 기약 없는 인사를 나누었다.


"발할라에서 뵙겠습니다."


........

....

....끝났어요! 대장님!

레오나 대장님! 싸움은 끝났어요!

...그래... 다들....자매들끼리...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었지.


색안경을 쓴 것 같이 시야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점점 더 흐려지는 시야에, 자매들의 목소리는 마치 어둠속의 한줄기 빛과 같이 이미 부숴져버린 커맨드 프레임을 대신하여 그녀에게 갈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도 발할라에 갈 수 있을까요?

귀여운 막내, 하지만 지켜주지 못 했던 막내의 목소리가 얼어버린 그녀의 심장에 마지막 한 줄기 불길을 지펴주었다.


"..리는..."


눈보라 속에서

명예를 기다리는

발할라의 자매들.


"학?!"


레오나가 비명을 지르며 침상에서 튀어올랐다.


"작전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어느새 특유의 냉철한 사고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살폈다. 난생 처음보는 방, 철로 된 벽으로 사방이 둘러쌓여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가 누워있던 침상을 향한다.


"누군가가 데려온 건가."


아무 정보도 없는 곳에서 눈을 뜬 이런 긴박한 상황이지만, 다시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편안한 침대가 눈에 담겼다. 그리고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건...


"퀸스 머시? 저건 부숴졌을 텐데?"


설마하니 블랙리버에서 살아남은 대원들이 나를 구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왼팔을 들어 그녀의 커맨드 프레임을 작동시켰다.


"...왼팔?"


설원에서의 마지막 전투가 끝난 뒤, 뭉그러지고 끊어져 근육 몇 가닥만이 남아 덜렁거리던 왼팔이 멀쩡했다. 놀라웠다. 아직까지 치료가 아닌 재생 수준의 의료 시설이 남아있을 줄이야.

그렇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레오나의 귓가에, 더욱더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그녀다. 그녀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부관이자, 마지막 명령을 받은 가장 믿음직했던 부하.


"발키리!"


이미 죽었을거라 생각했던 것일까? 레오나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냉철함마저 뒤로하고 발키리를 끌어안았다. 어느새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불가능했던 명령을 내려야만 했던 지휘관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대장님... 역시 대장님도..."

"무슨소리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그녀의 부관의 중얼거림에, 레오나의 눈에 의문의 빛이 어리며 발키리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발키리 뒤의 익숙한 얼굴들은 그녀의 미소마저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부관, 아니 코드명 T-8W발키리. 명령이야. 생산번호를 말해."

"명령받았습니다. T-8W발키리, 생산번호 제 203번."

"...거기 너희들도 말해. 이건 철혈의 레오나. 너희들의 지휘계체로써의 명령이야."

"..."

"당장!"

"T-10 님프, 생산번호 제 753번."

"GS-10 샌드걸..."


아니다. 아니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야! 귓가에 들리는 긴장된 생산번호.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제는  떠나버린 발할라 자매들의 잊을 수 없는 번호였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발키리를 제외한다면 그녀들은...그녀들의 죽음은 자신의 눈 앞에서 직접 이루어 졌으니까.


"...T-13알비스. 번호 1038입니다..."


마침내 이제는 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막내의 생산번호마저 들은 레오나의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건.. 내 환상인가?"


죽음의 직전에 지나간다는 주마등의 한 순간인가. 아니면 자매들에게 말했지만 자신조차 믿지 않았던 발할라에 이른 것인가. 지금껏 모든 것을 냉철한 두뇌로 계획했던 레오나였지만, 지금은 다른 어떠한 것도 생각치 않고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냈던 자매들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것이 환상이라면 환상이 끝났을 때 찾아올 어둠속에서, 자매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터이니.

그러나, 그녀의 상념은 곧이어 들려오는 가장 믿음직한 부관의 목소리에 부딪쳐 부숴지고 말았다.


"환상이 아닙니다. 대장님."

"...그럼 뭐지? 부관, 이미 죽은 자매들이 내 눈 앞에 있는데. 설마하니 이미 죽었던 자매들의 기억을 전송받았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전송받았다고 하더라도 생산 번호는 새로 만들어진 생산 번호를 부여받을 텐데!"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힘들군요. 저 또한 막 일어났을 당시에는 이곳이 환상인 줄 알았습니다."


부관의 말에 레오나의 얼어붙었던 심장이 녹기 시작했다. 안 됀다. 어쩌면, 이것은 요툰헤임의 거인들이 자신들을 유횩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런식으로 모든 희망을 느끼게 한 뒤, 현실을 깨닫게 하여 더욱 더 절망에 빠트리려는...그 환상을 깰 방법은 단 하나겠지.


철컥!

"대장님!"


이 환상을 벗어나는 방법은... 환상을 깰 정도의 '죽음'을 인지하는 것. 자신은 철혈의 레오나. 유혹적인 요툰헤임의 거인들이여, 난 유린당하지 않겠...!

손아귀가 얼얼하다. 어느새 근처에 다가온건지, 샌드걸의 손이 약실을 때리려 한껏 뒤로 물러선 권총의 공이 부분을 쥐고 있었다.


"레오나 대장"

"...말해. 샌드걸 소위."

"대장께서 중위로 진급시켜주신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소위라 하십니까."

"역시, 그 성격은 변하지 않네."


마지막으로 보내주었을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멀쩡해진 팔다리를 멋들어지게 뻗으며 눈물을 흘리는 샌드걸의 모습에, 레오나는 고개를 저으며 권총을 다시 품 안에 넣고 말았다. 설령 이것이 환상일 지라도, 언젠간 지옥에 떨어져 이 순간의 행복에서 불행의 저 나락 끝에 선다 하여도 그녀는 이 순간에 감사할 준비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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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들 눈을 떠보니 여기였다 이 말이구나."

"예. 저도 처음에는 대장과 같은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매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것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어난 건? 다들...죽은 순으로 깨어난 거야?"


조심스러운 레오나의 말에 발키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장님을 제외한 저희 자매들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으니까요."

"동시에라..."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이곳이 바다 속 잠수함이라는 겁니다."

"잠수함? 블랙리버에 이런식으로 된 잠수함이 있던가? 아니, 가둬놓은 주제에 이런식의 호화로운 침대라니. 웃기는 노릇이야."

"...저 문, 잠기지 않았습니다."


무슨소리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레오나의 눈이 문을 가리켰다. 분명 안에서 잠글 수 있는 평범한 나무 문이었지만, 분명 무언가 장치가 되어있어 안에서는 결코 열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문.


"그리고 잠시 문을 열고 밖을 정찰한 알비스의 정보에 따르면, 수많은 종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예. 수많은. 개중에서는 제가 본 개체도 있었습니다만, 민수용으로 쓰여 제 기억에 없거나, 너무 희귀해서 데이터상으로나마 보았던 개체까지 있었습니다."

"희귀하다니?"

"오베로니아 레아를 기억하십니까?"

"모를 리가 없지. 배틀메이드 시리즈였다 후에 페어리 시리즈로 적을 옮긴 개체잖아."

"그녀가 복도를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레오나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아니 있을수 없는 사실이 그녀의 머리를 더욱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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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본 전생이 떠오른 바이오로이드의 새로운 이야기.

발할라의 귀환자들 첫 번째 편이었네요.


내가 평소 글을 쓰는데 부디 어떤 부분이 읽기 불편한지, 어떤 부분을 고쳤으면 좋겠는지 가감없이 지적해주셨으면 합니다..

요즘들어 슬럼프때문에 글도 안 써져서 여기다가 내가 구상했던 라오 시나리오 하나 두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