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8489358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


어두우면서도 아주 약간의 은은한 불빛이 비춰진 김지석의 사무실 안, 윤춘득과 김지석은 서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지석 쪽에는 년도가 18로 시작하는 고급진 양주병이, 윤춘득의 옆에는 갓 만들어진듯 녹색빛을 내뿜는 소주병이 있었다.


커다란 정사각형 얼음이존재하는 김지석의 술잔에는 컵을 넘칠 정도의 술이 부어졌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입에 들이붓고는 탄식에 가까운 탄성을 지어내보였다


"크으으..."


고개를 떨군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눈물을 글성이며 고개를 다시 들었다.


"으허어어어엉! 내가 그걸 얼마를 주고 샀는데에에…!"


"새끼가 별거 아니라니깐?! 넌 지구를 구한 거라고!"


"그래도… 너무 아깝잖아! 저걸로-" 


"자자 그만하고, 술잔 비었구만."


윤춘득은 양주를 들어올려서는 그의 잔에 기울여 전해주었다.


"...고맙다." 


"마시기나해 임마. 술마시면서 주접은."


“...”


김지석은 공기와 함께 술을 우아하게 들이켰지만, 윤춘득은 그와 달리 깡소주병을 들고는 병나발을 불었다. 소주를 한모금 가득 들이키고는 미간을 상당하게 찌뿌린 윤춘득은 병을 내려놓고는 김지석을 바라봤다.


“그 우울한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건 없냐?”


고개를 떨구던 김지석은 말이 없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눈은 약간 찡그려져 있었는데, 그의 앞에 있던 윤춘득을 의심하는듯 보였다.


“...그 있잖아, 외계인이랑 같이 들어갔던 그 여성분, 바이오로이드라며?”


“응? 아, 그렇지?”


“...무슨 능력이 있어?”


“...비밀로 하면 알려줄게.”


김지석은 옆에 있던 양주를 한모금 들이키고는 고개를 들어올리며 끄덕였다.


“...철을 다뤄. 그것도 무기처럼 말이지.”


“...진짜?”


“너도 봤잖냐, 강철을 이리저리 휘둘렀다니까?”


“...네 실력이라면야, 그런것도 가능하겠지.”


“어쨌든 이 이상으로 알려고 하진 마. 다 죽는 전쟁 일어난다.”


“...하아… 7000억은 또 어디서 매꿔...”


“돈이야 넘쳐나는거 아니였어?”


“그건 회사 돈이고… 내 사비로 산 거란 말야.”


“오우… 그건 몰랐네.”


“...어쨌든 가봐라. 난 그 돈 메꿀 생각하기도 바쁘니까.”


윤춘득은 탁자에 놓인 소주병에 남은 투명한 액체를 보고는 남은 술을 다 들이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본다, 술도 적당히 마셔.”


“알아서 할게. 리리스, 저사람 집에다 데려다 줄수 있겠어?”


“아,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이곳으로...”


리리스가 문을 열며 앞장섰고, 그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

.

.


술기운에 취해 깊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는 윤춘득은 길거리에 보이는 가로등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리리스는 그런 그를 백미러로 계속 흘깃거렸고, 곧이어서 입을 열었다.


“저희 주인님이랑… 많이 친하신것 같습니다.”


“뭐… 그렇지. 같이 일할뻔하기도 했는데.”


“...”


“너 만들때도 내가 기술 몇개 빼돌려서 지석이한테 보내기도 했어.”


“너무 위험한거 아닌가요?”


“음… 별로? 앙헬도 나 없었으면 아무것도 아닌지라… 하하!”


“...”


차량은 어느새 불빛이 반짝이는 마을에 들어갔고, 그중 하나의 집앞에 멈춰섰다.


“...도착하셨습니다.”


“으응, 수고했어.”


그는 리리스의 어깨를 두어번 두들기곤 차량 밖을 빠져나왔고, 집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다 문앞에 멈춰서선 몸을 돌려 리리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차량이 유유히 그곳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온 윤춘득, 아들과 다른 집안 식구드르이 인사를 받아주는데, 유독 처음보는 아이가 쇼파에 앉아있었다.


“...? 얘는...”


“아, 엘리라고, 이제 같이 지내는 애에요. 아빠 말고도 저한테도 좀 그런 일들이 일어나서...”


“...뭐, 너라면 뭐 맡길 수는 있겠지. 알았다~”


윤춘득은 그렇게 쇼파에 드러누웠고, 오랫만에 해보는 휴식에 몸을 뒹굴었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잠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잠을 방해하는 자는 항상 존재해왔다.


서현의 전화기가 울리고, 그는 그것을 들어올려 푸른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아! 받아줬구나. 저기… 내가 너희 아버지 회사 상사거든… 이름은 앙헬이라 하고.”


“...?! 그… 앙헬… 리오보로스...씨?”


“그래! 그래그래… 내가 그 사람이야.”


서현은 또 다른 거물의 목소리를 듣고는 잔뜩 긴장하였는데, 그의 아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윤춘득은 어째서인지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앙헬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그래서 말인데, 혹시… 집이니?”


“그으으… 그런데요…?”


“그럼 아버지도 집에 계시니?”


서현은 윤춘득을 바라봤다. 격렬하게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그러고는 입모양으로 


‘아빠 없다고 해!’


라고 울부짖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는데, 긴장 탓에 혀가 이리저리 꼬여 그는 말을 잘못해버렸다.


“그으… 아버지가 지금 집에 없다고 전해주시래요...”


“아이고… 서현아!”


아버지는 이번에는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고, 앙헬은 갑작스레 목소리를 깔았다.


“그자좀 바꿔줬으면 하는데...”


서현은 말없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넸고, 윤춘득은 어색한 인도억양으로 전화를 받았다.


“...할로?”


“할로는 씨발, 너 지금 어디야!”


“귀 찢어지겠다 야… 어디긴, 한국이지.”


“거긴 또 왜갔어?! 응?!”


“...지구 구했다 새꺄! 왜!”


“아니 아무리 네가 나랑 동급이여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 안해, 응? 우선 첫번째, 어떤 기업의 최고 연구자가 아무 소리도 없이 회사를 도망쳐?”


“그… 쪽지… 남겼잖아...”


“쪽지? 쪼오오옥지이이이? 너 그말말고 더 할건 없겠지, 응?”


“너가 안내려올줄 알았지. 너도 이제 순찰좀 돌아야겠지?”


“호오, 이젠 교훈을 줬다고 넘어가겠다는거야?”


“...아깝네...”


“시끄러! 지금 당장 회사로 튀어와. 거기서 뭔 일을 당할려고, 한국은 삼안이 독점했잖아! 거기서 널 납치하기라도 하면 어쩌게?!”


“...그건 걱정 안해도 될거 같은데… 사실 거기 본사를 갔다 왔거든.”


“...?”


“걱정하지마. 그냥 걔랑 술이나 마시러 간거니까.”


“...술만 마셨어?”


“...아마도?”


“하아… 이러지 말자… 징계 위원회 열면 너도 나도 피곤해지는거 알지? 대주주들이 우릴 넘본다고.”


“알았어, 알았다고! 지석이가 볼 일이 있데. 외계 생명체를 구했다나뭐라나.”


“...뭐라고?”


“걱정하지마. 나랑 같이 그 철덩어리 새끼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나온 참이니까. 위험한 생물이야. 건드렸다간 우리가 죽는다고.”


“...확실하게 처리한거지?”


“그럼, 걔 나한테 거짓말 못해.”


“...빨랑 튀어오기나 해. 최대한 빨리!”


“알았어, 갈게… 무슨 전쟁나는것도 아니고. 3시간 안으로 들어갈게.”


“10분 늦을때마다 네 월급에서 20억씩 깎을거야, 알았어?!”


“아유~ 알았어! 진짜 전화할때 소리좀 지르지 말라고… 끊는다?”


윤춘득은 전화기를 내려 그의 아들에게 전해주었고, 자신의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를 정리하고는 다시 집 밖으로 향했고, 빠르게 택시를 잡은 뒤 공항으로 향했다. 어째서인지 윤춘득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고, 그렇게 모두에게 잊지 못할 하루가 지나갔다.


.

.

.


“흐으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제발…! 제발!!”


어두운 연구실 안, 학살이 일어나 있는지, 벽에선 피가 가득해 있었고, 마지막 연구원과 푸른색과 붉은색 머리가 섞인 바이오로이드가 하나만 있었다.


“...뺏어갔어...”


“제발… 제발 살려줘, ㄴ, 내가 잘못했어!”


“너가… 내 행복을… 뺏어갔어… 당신이… 내 행복을 뺏어갔잖아! 내가 그곳에, 그곳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짓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


“말해… 윤 박사님은 지금 어딨지?”


“ㄴ, 나도 몰라! 그 새끼는 블랙리버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난 몰라!”


“...”


그녀는 연구원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일그러뜨렸고, 연구원은 고통속에 울부짖었다.


“흐아아아악! 흐아아아아악!”


“말해… 연구원님 어딨어…?”


“그그그그… 그만! 그자식은 몰라도, 걔네 아들이 어딨는지는 알아, 그새끼 집에 들렀다가 온 적이-”


‘카드득!’


“으으윽! 흐으으으윽!”


“너따위가 그 새끼라고 하지마… 너보다 훨씬 좋은 분이니까...”


“아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녀는 연구원에게 종이를 한장 건냈다.


“적어.”



연구원은 남아있는  손으로 천천히 날아오는 볼펜을 잡았고, 그는 한글자 한글자 주소를 적어갔다.


“...”


종이의 집주소를 적는 것을 끝내자, 그녀는 종이를 들고는 터벅터벅 밖으로 나섰다. 연구원은 도망가는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어디가! 넌 여기서 못벗어나! 여긴, 여긴 파푸아뉴기니라고! 너따위가 한국에 갈 수 있을거 같아? 넌 그냥 실험체 뿐이라고! 실험체! 돌아와! 아직 기회를 주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자고!”


“...”


연구원은 수갑에 차인채 울부짖었지만, 그녀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에키드나처럼 철문을 들어올리고는 그에게 집어던졌고, 그는 말없이 피만을 흘렸다.


“우선, 내이름은 네오딤이야… 윤 박사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그리고, 난 원래대로 살고 있었어. 하지만… 너가 내 모든 걸 뺏어갔잖아… 이제… 다시 내 행복을 되찾아올거야...”


네오딤은 야자수가 가득한 모래사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한번 아프고 보니까 무기력증 생겨서 한동안 소설을 못썼네 미안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